신박한지 황당한지 모르겠는 커플 이론
2025-11-15 07:18:36
프랑스 사회를 분석하는 책이고, 본토에서 출간된지 10년 가까이 되기도 하니 2025년 한국에서 읽는 누군가에게 백프로 공감을 준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서 봐도, 당혹스러움을 넘어 군데군데 불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세부 사항에 짜증난다고 주요 흐름의 주장까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언론인도 학자도 아닌 일반인이 블로그에 감상 쓰는데 입에 지퍼 채울 이유도 없음. 제목도 흥미롭고 두께도 얇아서 집었는데 후회막심이다.
서문이나 1장까지는 이런 측면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었으나, 뒤로 갈수록 '내가 성폭력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강간범을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문장의 신빙성 떨어지는 내용들 펼쳐지니 입맛이 확 떨어짐. 그리고 결혼이란 것에 성적 요소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라면 기혼자 수가 지금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을까? 이 사람이랑은 서로 다독여가면서 인생길 갈 수 있겠다 싶어서 결혼하고, 실제로 살아보니 그게 도저히 안 된다 싶은 경우에 헤어지는 거 아닌가? 성적 박애주의 읽을 땐 이건 블랙코미디인가 내가 뭘 읽고 있는 건가 정신이 왔다갔다함. "개인은 쾌락을 얻기 위해 각자 무수한 관계를 맺는 가운데, 가끔 상대적 또는 절대적 빈곤자에게 무상으로 성적 쾌락을 기부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깨닫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말이다." 푸리에 이름도 처음 들어봤지만, 누가 나를 무식하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빅브라더의 횡포고, 성적 빈곤자들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서 성적 쾌락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도와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면 그냥 빅브라더의 날개 아래서 살기를 택하련다. 공동양육 얘기에선 잠깐 대동서 생각도 났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책에 비하면 대동서는 초온건서적임. 2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정신적 대미지를 얼마나 입었는지, 집어든 다른 책도 집중 잘 안 되고 정말 피곤하다. 이 분야의 책은 이제 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