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게 속 쓰린 탄소 식민주의 해설
2025-12-07 07:03:46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좌절감과 죄책감이 생기는 것이 환경 서적이니, 가끔은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면서, 이런 고통을 사서 느껴야 하나?'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작살 나는 상황이니 읽기를 그만둘 수도 없다. 특히나 이번 책처럼, 기후 문제가 권력 문제라고, 기후 지식도 밑자본이 필요한 권력임을 지적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앓는 한이 있어도 중도 하차는 불가다. 비록 고통은 길고 희망은 한 줌이 될까 말까라도.
탄소 식민주의라는 게 참으로 오싹하다. 책임은 회피하며 착취는 계속되니 이 상태에 놓인 국가들이 과연 자유독립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이걸 단순히 경제 발전 단계 차이로 착각하고 있던 것 아닌가 반성 또 반성. 개개인에게 불행은 확실히 오지만 아무도 책임질 일 없는 모양새에 얼이 빠지고, "나는 소비자의 힘이 글로벌 경제를 더욱 윤리적이거나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대목에선 기력이 쫙 빠진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인용에서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된소리 분출. 아니, 아무리 인터넷이 없던 시대라지만,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라는 인간이 이런 소리를 하고 무사했다고? 너무 빡쳐서 얼마나 잘 사나 보려고 검색했더니 엡스타인 절친. 그 인간성 알만하다...
강우도박이 없고, 부탄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은행이 부탄은 왜 숲 안 깎아 내느냐 ○●하지 않고, 기후 재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이 모두에게 보장되는 세상을 만든다는 게 가능한지 생각하니 마음이 어두워진다. 분명 독자를 고무시키는 문장으로 끝나는데도, 용기와 희망이란 단어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기업과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시민의 책임이라지만, 그 역할을 조금이라도 해낼 수 있을지 두렵고 또 두렵다.
"모든 사람이 촉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것은 기업의 선의에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변명하지 말라고 요구하자, 더 이상 질질 끌지 말라고 요구하자. 우리 경제 속에 무언가를 감추는 뻔뻔한 작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말라고 요구하자. 탄소 식민주의의 종식을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