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파먹기] 02 _그냥, 사람

D-29
책장파먹기 두번째 책으로는 가장 최근에 산 책들 중 하나로. 작년 국제도서전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을 기사로 접하고 문제를 제기하셨던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샀던 책들 중 하나. 제목만 읽어도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읽어야 더 잘 보이겠지.
그러니까 인간은 모두 각자의 우물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세상은 그런 우물들의 총합일 뿐이라고. 더 거대하고 더 유구한 우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우물들이 있을 뿐이라고.
그냥, 사람 p23, 홍은전 지음
8시 45분 단원고 교실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8시 50분 이후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그냥, 사람 8시 45분 단원고에서, p33, 홍은전 지음
사람들은 최저가로 남의 인생을 망치고도 지체 없이 시동을 건다. 산 사람은 달려야 한다. -과속 사회의 희생양, p44 기독교에서는 다른 이를 용서해야 한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사하셨으니. 나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교훈하듯 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서란 1대1의 관계이다. 내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의 크기를 가늠한 만큼 다른 이를 용서해야 한다. 그건 나에게 죄를 지은 자에 한해서 내가 결정할 일이다. 영화 '밀양'은 그러한 기독교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단 기독교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너그러움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일까. 거기에 어울리는 문장일까. 최근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자동차 사고에서의 형량이 너무 낮은 것에 놀랐다. 한국은 사기, 음주운전, 성범죄에 너그러운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었다. '빨리빨리'를 덕목으로 생각하는 한국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경제성장이 사회문화적 성장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몸만 큰 어린아이와 뭐가 다른 걸까. 용서란 용서를 구해야 할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일 때 용서를 구하고 반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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