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단편> 나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걸까?

D-29
아, 기자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니 당연히 글쓰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의외의 면이 있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취재력에 필요한 기질이 또 글 잘 쓰는데 필요한 기질과 다를 수도 있네요. 기자 출신의 작가님들은 뭔가 전문훈련을 거쳐서 글을 다듬어내는게 몸에 벤 습관같지 않을까해서 문장의 간결함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또한 선입견이겠지만요.... 모아두신 기자출신 작가님들의 글을 함께 읽게되면 또한 얼마나 다를 수 있음에 놀라게 되겠지요?
저는 한 기자 선배랑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의 글쓰기 교육 시스템은 60점짜리를 빠르게 80점으로 만드는데 특화돼 있다. 그런데 90점짜리도 80점으로 만들어버린다." 신입 기자 중에 90점짜리는 거의 없고 60점짜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그 시스템을 바꾸려는 사람도 없지만요. 기자 출신 현역 작가들의 소설은 사실 저도 많이 읽어보지 못했어요. 기본적으로는 애정이 있지만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옥석이 섞여 있더라고요. 읽고 좋게 보신 작품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한 분 더 더하자면 강보라 작가님! 한국일보 인터뷰와 문지 보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어요. 한국일보 기사에 '강 작가는 등단 전 공연잡지, 영화잡지, 패션잡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8년 12월 마지막으로 다니던 잡지사가 폐간되며 일을 쉬게 됐다'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서 확인하진 못했지만, 남성패션지였던 루엘에 몸담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아,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근에 장편소설 『국회의원 이방원』을 출간한 이도형 세계일보 기자님. 이 작품은 최근에 드라마 판권도 팔린 걸로 압니다.
앗, 감사합니다. 맞다, 저 이 소설 출간 소식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기자 출신 혹은 현역 기자 소설가가 상당히 많네요.
저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사용하는 인성검사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SK그룹, 현대차그룹, CJ그룹, 네이버, 대한항공, 한국전력공사 등등의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이란 소위 우수수행자의 인성과 인지능력 등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걸 잘 측정하는 검사 도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는 제목에 많이 끌렸습니다. 제가 일반 사무직과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카지노 딜러와 마케터, 호텔과 식당 서비스 직종, 스튜어디스, 서비스 기사, 휴대폰 판매인, 콜센터 직원 등 다양한 직무에서의 인성 요인을 이해하고 측정하는 요인을 다뤄봤지만, 이정연 작가의 <등대>에 나오는 것 같은 완전 럭셔리하고 비밀스러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드는 식당은 처음 보는 터라 사실 어리둥절했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을 때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으면 흥미를 확 잃는 편입니다. 조리실, 홀 등을 돌면서 실습을 시키는 걸로 나오는데, 요즘 회사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현장을 경험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개연성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제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빌런은요 인사 바닥에서는 반생산적 조직행동(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쓰입니다. 물론 인성검사에서도 중요하게 봅니다. 최근에 송지은, 조영윤 박사가 쓴 <오피스 빌런>이라는 책이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요, 코인 폭락과 구빵 물류센터 얘기를 감칠맛 넘치게 잘 읽었습니다. 누가 빌런인지 저는 잘 모르겠던데, 저만 그런 걸까요? ^^ 마지막으로 비건식당을 다룬 <식물성 관상>도 말하자면 작은 회사 얘기네요. 의식 있어 보이는 블루 오션 사업 하시는 사장님들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중 보이사는 SNS 팔로워를 정말로 늘려주는 좋은 마케팅 파트너를 만난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사업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읽으면서 제가 만났던 조리장, 물류센터 팀장, 식당 영업 관리자들이 떠오릅니다. 사실주의 짱입니다!
하시는 일이 정말 흥미롭고 관심이 갑니다~ 회사의 HR같은 걸까요?? 다양한 직무의 인성요인을 이해하고 측정하다니 각 직무들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측정되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진짜 신기한 일을 하시네요..새삼 직업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직업을 선택하시게 되셨어요? 읽다가 궁금해졌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둘째 주 (7월 6일 - 12일)에는 다음 세 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눌까 합니다.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최유안 <쓸모 있는 삶> -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 '인성에 비해 잘 풀렸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제가 드리는 질문은 이 정도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나 다른 감상도 자유롭게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인성에 비해 잘 풀린사람> 정말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확! 와닿고 좋았어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란 평을 들으면 음~이미 하락세에 접어드는 게 아닐까요?? 내 인성을 사람들을 몰라야 하는데 알게 된거니까요??^^ 정말 몇몇 소수만 간신히 그 인성을 알게 하고 탄탄대로를 달린다면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단명할 사주가 아니라면 음~ 그렇게 철저히 숨기기가 쉬울 수 있나? 의구심이 듭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싶은데 한정된 에너지 속에서 내 모습까지 숨기며 달려나가야 한다면 정작 업무에 집중할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웬만하면 내모습대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좀더 효율적이지 않을지~ 하지만 공동체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화 가면은 그냥 필수템이 아닐까 합니다~
흥미로운 질문이니깐 답하고 넘어가보면, '인성에 비해 잘 풀렸다'는 평가를 받으면, 직장에서의 저와 가족에서의 저가 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직장에서는, 동료들한테 까칠한 사람 소리를 좀 들어도 원하는 것을 얻고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는 냉담한 인간으로 보여도 상관이 없었고.. (근데 저한테 뭘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잘 안됩니다. 학생들한테는 모범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속에서 살기도 하니까..) 가족이나 중요한 관계 안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약간 서운할지도. 나 열심히 사는 거 주변인들이 알 것 같기 때문에요. 이중적인가요...? 근데 삼중적(!)인 건, 글 쓰고 읽는 분들이랑 모이면 마냥 좋기 때문에...제가 마냥 좋아하기도 한다는 거..그리고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글 쓰고 읽는 분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라는 거. 제 속에 제가 너무 많네요..!
최유안 작가의 <쓸모 있는 삶>을 읽으면서 첫번째 질문이 떠올랐어요. 통역가는 멋진 '프리랜서' 전문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막상 이 글에서 보여지는 혜린이 하는 일은 계약서가 있어도 그에 따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온갖 요구를 다 맞춰줘야하는 가이드나 코디네이터 역할로 변해버렸지요. '정규직'이 줄어들면서 그 조건에 충족하지 않는 일자리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비정규직,' '알바,' '프리랜서' 등의 이름으로 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이런 '정규직'에 반대되는 직종 간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차이가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남궁인 작가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에서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쓸모있는 삷>에서의 통역가 혜린이나 지난 주에 읽은 세 편의 주인공들이나 모두 직업에서의 불안과 부당함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그러고 보니, 8편의 글 중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의 주인공만이 정규직이라 할만하네요. 지금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요. 소수의 '정규'가 되지 못한 다수의 '비정규'의 위치는 용어에서마저 애매모호하게 가려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 말한다면, 일단, '잘 풀린'에 초점을 두자면 그 결과에 감사하면서 그래도 '인성에 비해'라는 평가에 대해 슬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 너무도 주목받고 추앙받는 경우가 많아서 "'인성'이 뭐가 중요해, '잘 풀리면' 되지!"가 당연해져버리는 것 같아 더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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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작가의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영원한 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주어진 일은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꿈을 이룬 사람은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남궁인 <오늘도 활기차 아침입니다> 36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프리랜서의 숙명이겠지만 급여가 흩어지니 매번 마음도 흩어지는 것 같았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29p, 남궁인 외 지음
하지만, 전 반대로 매일매일 번 돈을 다이어리에 날짜 별로 기입하면서 계산할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모아모아 한 달 월급되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날짜 맞춰 잡은 아버지 생신까지 포기하는 모습에서 저 보다 시급/일당페이는 센 직업이지만, 한 건을 포기하는 순간 언제 일이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들이 그녀를 무정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지금도 시간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음) , 제가 하는 일은 시급 자체는 적어도 일이 없었던 적은 없어서요. 아마 시급이 적기 때문에 돈에 덜 휘둘리고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건 뭐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임현석 작가의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감상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진영은 그곳을 빠져나올 때마나 어떤 고양감을 느꼈다. 자신이 벗어난 세계를 돌아보면, 안도가 되기 때문이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110 페이지, 남궁인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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