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2부

D-29
즉, 세계는 산소가 활용 가능해진 순간부터 극적으로 변했다. GOE에는 '산소 대학살'이라는 별명도 있다. 무산소 환경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에게 O₂와 같은 반응성이 큰 분자의 출현은 죽음을 의미했다. 오늘날 저산소 활경에 적응한 이런 세균과 미생물은 물이 고인 호수 밑바닥이나 흑해와 같은 해양 분지처럼 산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23억 년 전까지는 이런 생물들이 지구를 지배했다.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이 생물들은 실로 대학살을 당했고,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들이 세상을 차지했다. 그러면 중요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지구의 대기는 어디에서 산소를 얻었을까? 그 해답은 명백하다. 바로 광합성이다. 광합성은 남조세균이라고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처음 일어났고, 그 후 마침내 '진정한' 진핵 조류가 진화하면서 식물에서도 광합성이 일어났다. 한 가지 중대한 수수께끼는 바로 대학살 시기다.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은 35억 년 전의 것도 알려져 있고 심지어 38억 년 전에도 이 세균이 살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GOE는 23억~19억 년 전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산소의 양이 보잘 것 없어서 지구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까? 시아노박테리아는 다량의 산소를 생산했지만 대부분 지각의 암석에 갇혀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지각의 암석이 (BIF처럼) 산화되다가 결국 산소가 너무 많아져서 지각 속의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산소가 방출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23억 년 전에 진정한 진핵 조류가 진화하면서, 훨씬 더 커진 세포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의 산소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진정한 조류만이 지구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의 산소를 생산할 수 있고, 크기가 훨씬 작은 시아노박테리아는 그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이 논쟁에서 논란과 추측이 난무하며 합의된 해답은 없다. 분명한 것은 17억 년 전 이후엔 진정한 진핵 조류가 어디에나 있었고, 대기의 약 1퍼센트 또는 그보다 많은 양의 산소가 지구의 산소 균형을 영원히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 우주, 지구, 생명의 퍼즐로 엮은 지질학 입문 pp.195~196,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 우주, 지구, 생명의 퍼즐로 엮은 지질학 입문응회암부터 빙하표석까지 오늘날 이 땅을 이루는 중요한 암석과 그것을 만들어낸 지질현상을 탐구한다. 더불어 이와 관련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살피면서 지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며, 지질학의 발전을 이끈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담는다.
여기에서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소량의 자유 산소가 없었다면 다세포동물로 진화할 수 없었다. 그러면 인간도 진화하지 못했을 테니 우리가 이 문제를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사실 (혐기성 미생물을 제외한) 모든 생명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행성에 산소가 풍부해야 하고, 이는 광합성 미생물과 식물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점은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의 생명에 관해 추측할 때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천문학자들은 크기, 적당한 온도,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바다가 있을 가능성을 포함하여 지구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다른 행성을 아주 많이 찾아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느 행성에서도 대기 중에 자유 산소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산소가 없으면 다세포 동물도 없고, 수많은 SF영화에서 (그리고 외계인과 UFO를 믿는 사람들의 문화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의 외계인도 없다. 다른 행성의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 깊숙이 혐기성 세균이 있을 수도 있지만, 풍부한 자유 산소가 없다면 다른 행성의 외계인이나 우리 상상 속의 존재는 실존할 수 없다.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 우주, 지구, 생명의 퍼즐로 엮은 지질학 입문 p.196,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계절적인 요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죠. 산소의 공급을 시아노박테리아가 조절한다면 시아노 박테리아의 개체수 변화가 계절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계절에 따라 영양염 농도 변화도 있을 테고 규산염 공급도 달라지겠죠.^^
산소 방출 광합성 생물의 수가 주기적으로 감소한 것은, 국지적인 물에 공급되는 철이 주기적으로 소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의 순환에 의해 저층수가 솟아올라 철 공급량을 회복시키면, 광합성 생물의 수는 다시 증가했다. 철 공급이 회복되기 전까지, 산소 방출 생물들은, 오늘날 그들의 후손이 그러는 것처럼, 무산소 광합성으로 대사체계를 바꾸었다. 이런 주기적 변화 때문에 철띠층은 여러 겹의 얇은 층으로 나타난다.
과학의 시대! p.374, 제라드 피엘 지음, 전대호 옮김
과학의 시대!폭넓은 분야의 과학기사를 총망라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쿼크에서 은하계까지, 빅뱅에서 생명의 탄생까지, 공룡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지나 국제연합 상임이사회까지 전 영역을 아우른다.
생명의 최초 증거들 오랜 과거의 판구조 순환의 흔적은 사라지기도 했고 지각에 깊게 새겨지기도 했다. 이수아에서 발견된 암석에는 이미 생명의 흔적이 있다. 그 암석은 거대한 퇴적암이다. 그 정도 나이를 지닌 암석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이수아 암석은 전면적인 변성을 겪지 않았다. 암석의 퇴적층들은 대기와 물이 당시 이미 대륙지각의 풍화작용에 참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입자가 가늘고 붉으며 산화철을 풍부하게 함유한 지층들이 순도 높게 규소를 함유한 석영 지층들과 교대로 나타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런 '철띠층BIF: banded iron formation, 호상함철층)생명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더 후기에 나타나는 철띠층은 광합성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생물들의 국지적 군집이 계절에 따라 번성하고 쇠퇴한 것을 반영한다. 이수아 암석의 구조가 생물에 의해 형성되었음이 입증된다면, 생명이 지구 역사의 최초 10억 년 이내에 시작되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과학의 시대! p.352, 제라드 피엘 지음, 전대호 옮김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 된 지구 위의 암석은 그린란드 남부 이수아(Isua)에서 발견된 38억 년 나이의 암석이다. 달에서 발견된 암석 중에는 나이가 46억 년인 것도 있다. 태양이 연료인 수소를 소모하는 속도를 근거로 추정할 때,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기간은 아직도 절반 정도 남아 있다.
과학의 시대! p.352, 제라드 피엘 지음, 전대호 옮김
@ifrain @polus 아하,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개체수가 변화했군요. 개체수가 많아질 때면 산소를 너무 많이 만들게 되는 것이고요. 두 분 선생님과 @밥심 님을 비롯한 그믐 식구분들 덕택으로 이렇게 또 새로운 걸 배워갑니다. 까마득한 옛날 시아노박테리아가 있었기에 지금의 저와 저희집 고양이가 존재한다는 것, 산소라는 독을 견뎌내고 적응한 생명들이 복잡한 생물로 진화했다는 것, 이런 모든 게 너무 재미있어요 :D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지질 현상들도 이 결론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황철석은 박물관 같은 곳에 멋진 황금색 정육면체 결정 형태로 전시되어 있곤 한다. 이 황철석도 산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의 이암과 일부 화성암에서 발견되는 황철석은 산소에 극도로 민감하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p.119~120,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Other geological proxies corroborate this conclusion. For example, pyrite, or fool's gold, is probably best known to most of us as the striking golden cubes seen in museums and rock shops. Pyrite, however, helps to tell the story of oxygen. Found in ancient mudstones and some igneous rocks, fool's gold is extremely sensitive to O₂.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이것이 황철석pyrite이라고 합니다. 황금빛 노란색이 금으로 오해받기도 해서 '바보의 금fool's gold'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였네요.
제가 엊그제 자연사박물관에서 본 황철석엔 황금색이 애기똥풀만큼 보여요 ㅎㅎ @ifrain 님 사진에선 진짜 황금 같은데
이분은 페루에서 오셨군요..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반면에 산소가 있을 때에는 풍화되어 나온 철은 금방 산화철 광물을 형성함으로써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 고대의 풍화되는 표면층이 산소와 접촉한 증거가 처음 나타난 때가 언제인지 추측할 수 있는지? 24억 년 전이라고? 정답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p.121,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기원: 우주를 건너 지구에 도착하다 화성에서 비는 고요하고 반가운 존재였다. 그리고 때로 비는 음울했다. 어느 날 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태양에서 네 번째로 멀리 떨어진 이 행성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나무 수천 그루의 싹이 텄고, 하룻밤 새 자라난 나무들이 대기 속으로 산소를 불어 넣었던 것이다. 래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가 연작 단편집 <화성 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에서 화성에 비를 내리게 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대기를 주자 정통파 SF 독자들은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설정이라며 투덜거렸다. 19세기의 천문학자들, 그리고 이들의 저작에서 감질나는 진정성을 자신의 SF소설에 빌려다 썼던 웰스H.G. Wells 같은 작가들은 화성이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공산이 큰 행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50년 <화성 연대기>가 발간될 무렵 상황은 돌변했다. 과학자들은 화성이 숨 막히게 건조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황량하며 지독하게 추운 곳이라 도저히 비가 내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브래드버리는 당시의 과학적 견해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떤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든 그가 소설에서 주로 관심을 둔 대상은 인간의 이야기였다. 그는 금성도 비로 흠뻑 젖은 곳으로 만들었지만, 이 또한 당시의 과학자들이 금성을 은하계의 습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브래드버리는 비를 지독히 좋아했다. 옷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늘 찾아 입게 되는 모직 스웨터처럼 비는 그의 애수와 잘 어울렸다. 어린 시절 브래드버리는 일리노이 주의 여름비에 매료되었고, 위스콘신 주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는 동안 맞이했던 여름비를 사랑했다. 십대 시절 로스앤젤레스 길모퉁이에서 신문을 팔 때도 늦은 오후에 내린 폭우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팔십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던 그의 타자기는 날마다 빗방울 떨어지듯 탁탁거리며 수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15~16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 원시시대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비의 서정성이 문화와 예술 영역에 준 영향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롭고 매혹적인 비의 세계를 담았다.
팔십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던 그의 타자기는 날마다 빗방울 떨어지듯 탁탁거리며 수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이 책의 작가분 글은 문단의 마지막 문장이 특히 더 좋은 것 같아요. 빗방울이 떨어질 때 글이 써진다고 생각하니 신비로워요. 1부에서 언급했던 오르한 파묵의 그림..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글자가 떠오르네요.
이토록 빈번하게 생명의 무대에 비를 끌어들였던 브래드버리는 분명 뭔가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명의 진화에 물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정의하는 생명체에는 물이 있는 습한 행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구라는 행성을 특별한 푸른 구슬blue marble로 그리는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으면서 자란 이 이야기는 어떤 면에선 <화성 연대기>의 따스한 바다만큼이나 인간의 상상이 낳은 산물이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물을 갖춘 습한 행성으로 발전한 천체가 지구만은 아니었다는 증거를 제법 갖고 있다. 지구와 화성과 금성은 우주를 날아다니는 동일한 불덩이 군단에서 태어났다. 놀랍게도 이 세 행성 모두는 동일한 특징을 뽐냈다. 바로 물이다. 푸른 구슬인 지구가 특별한 이유는 물이 생겼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물을 보유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렇다는 사실 때문이다. 금성과 화성에 존재했던 옛 바다는 우주로 증발해버렸지만 지구는 말 그대로 '생명수'를 지켜냈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일기예보는 비를 예고했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p.16~17,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 원시시대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비의 서정성이 문화와 예술 영역에 준 영향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롭고 매혹적인 비의 세계를 담았다.
우리가 물을 보유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렇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구는 말 그대로 '생명수'를 지켜냈다. 여기서 1부에서 이야기했었던 골디락스 존이 또 생각나네요. 지구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것.. 금성을 태양에 너무 가까워서 표면 온도가 높고 화성은 너무 멀어서 기온이 낮고요.
언제 어디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최초의 비는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나는 데 기여했다. 최소의 세포들이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따스한 작은 연못warm little pond'에서 생겨났든(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으리라는 가설과 달리 다윈은 화산 폭발로 생긴 '따스한 작은 연못'에서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이라 추정하며 생명체의 기원이 육지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음-옮긴이),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의 가정대로 심해深海 바닥의 열수공(熱水孔, 뜨거운 물이 해저 지하로부터 솟아나오는 구멍-옮긴이)에서 생겨났든 최초의 생명체는 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그린스푼의 설명이다. 물은 '지구 외부'(금성의 대기와 화성 극지방의 빙원)에도 존재하지만 이곳의 물은 생태계를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을 잉태할 만한 힘이 되기 위해 하늘에서 생겨나 바람을 따라 바람과 함께 움직이다 표면으로 다시 쏟아져 내려 바다와 땅과 그곳의 공간들을 다시 채우기를 되풀이해야만 했다.
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p.25,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최근에 대여한 책인데.. 제목이 마침 제가 좋아하는 'RAIN 비' 입니다. 그래서 저의 닉네임에도 rain 이 들어가 있어요. 책을 읽어가면 제가 왜 비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 같네요. 밥심님 닉네임 이야기하며.. 저도 슬쩍 ^^
이 책, 올려주신 문장들이 다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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