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7.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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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들을 만나 그 분들의 인생책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생책 5문5답] 인생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 책. 좋은 삶을 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용기를 주는 책. 당신의 인생책을 알려주세요. 함께 읽고 나누겠습니다.
Q1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와 인생책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비수도권에서 무스펙, 무능력자로 살고 있는 프레카리아트입니다.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고 자격증이나 스펙은 물론이고 경력조차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취미는 쿰쿰한 하수구 냄새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 별하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옛날과는 달리 별이 안보이는게 사소한 흠이군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탄광 도시 위건을 중심으로 1930년대의 영국 사회의 현실과 대안을 제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입니다. 이 책에서 조지 오웰은 당시 영국이 석탄 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도 막상 그 기틀을 유지하는 탄광 노동자들의 열약한 처지를 고발하고 또한 영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결여되어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주의를 위한 연대를 주창합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지적합니다. 이 책의 1부는 구질구질한 하숙방을 시작으로 현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석탄을 채굴하는 위건 일대의 영국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줍니다. 우선 탄광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근로, 열약한 출퇴근환경, 산업재해의 위험성 등에 대한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어있습니다. 그러한 노동자들의 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조사한 오웰은 사회의 하류층(영국스럽게 표현하자면 노동계급) 에 대한 지식인들과 속물들의 편견을 반박하고 노동계급이야말로 진정한 19세기 영국의 이상을 간직하고 있다고 설파합니다. 책의 후반부인 2부는 더욱 극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사회주의를 입에 담으면서도 제국주의에 복무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청년 시절을 고백한 오웰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이토록 사회주의가 설득력을 얻기에 유리한 때가 없는데도 왜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이 질문을 통해서 오웰은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심화시킨 것이 누구인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이 자칭하는 사회주의란 결국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허영일뿐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회주의의 유효성을 설득시키지는 못합니다. 오웰은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사회주의와는 격차가 있으며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사회주의를 주장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사회주의가 살아남는 방법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줌과 동시에 중산층들을 설득시킬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그들과 연합하는 것만이 파시즘에 대항할 사회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은 분명히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끔찍하지 않으리라는 예측으로 오웰은 자신의 르포르타주를 마무리짓습니다. 그리고 오웰은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기 위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자마자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Q2 이 책이 인생책인 이유에 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마르크스주의가 탄생한 이래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유토피아를 꿈꿔왔습니다. 그것은 백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변하지 않음을, 사회주의가 그것을 개선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조지 오웰은 현대 사회의 (두가지 의미로) 밑바닥이었던 탄광을 방문한 이후 그 이유를 분명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통해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줍니다. 현대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음에도, 그리고 대공황의 여파와 파시즘의 발흥으로 사회주의가 성장하는데 최적의 조건과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에도 여전히 영국에서는 (그리고 오늘날 한국에서도) 사회주의는 경멸의 대상이 됩니다. 더 정확하게는 사회주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영국의 여론이었습니다. 오웰은 이를 "기독교의 포교에 해가 되는 것은 언제나 그 추종자들이었다."라는 비유로 명쾌하게 이 딜레마를 설명합니다. 사회주의가 제시해주는 대안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매력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장점을 퇴색시켜버린 것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사회주의를 목소리 높혀 주창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였습니다. 하나는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하며 젠체하는 교조주의자들과 하류층(영국식으로는 노동계급)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시도를 할려는 지식인들과 중산층들. 하지만 이들은 사회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사회주의는 결국 자기만족을 위한 위선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노동계급은 특정한 행사에서만 실체를 드러내는 존재였습니다. 2010년대 한국에서 출판된 "벼랑에 선 사람들"의 등장인물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자들이란 다 똑같아. 한번 찾아오고선 그걸로 끝이야!" 엘리트 교육과 밑바닥 생활을 모두 겪었던 오웰은 "사회주의자"들과 사회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의 차이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오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노동계급을 끌어올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노동계급과 동등해져야 노동계급이 사회주의자가 될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허례허식에 매달리는 한 노동계급은 결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회주의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억압받는 자들에 대한 연대를 통해서 비로소 사회주의가 실현될 것이며 그런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끔찍하지도 않을 것이리라... 비록 오웰의 낙관주의는 스페인 내전의 배신을 통해서 산산히 부서졌지만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유효합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조리를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하며, 그 대가로 삶이 어려워질 각오를 해야합니다. 그런 도전을 통해서만 이 세상은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을 찾게됩니다. 오웰은 자신의 여생 동안 자신의 선언을 그대로 실천했고 우리들은 그런 오웰이 결국 옳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웰의 도전과 연대의 삶이야말로 암흑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등대가 되어주리라고 믿습니다.
Q3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신 거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궁금합니다.
조지 오웰의 고전은 이미 학창 시절에 이미 읽었지만 그 때에는 단순히 쉽고 명료하다는 느낌 외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체험하는 나이가 되자 오웰의 글이 분명한 목적을 띄고 작성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그가 이러한 책을 쓸 수 있게 된 계기를 찾기 위해 오웰의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중 오웰의 회고와 가치관을 분명하게 드러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게 되었고 솔직하면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의 면모가 마음에 들어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평범한 저소득층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 살아갈 방법과 힘을 갖지 못한 사람들, 신앙과 정치관이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이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자기만족적 이타주의자들에게 추천합니다. 그 밖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20세기 영국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없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광신론자들과 정치에 매몰된 사람들은 읽지 않는 것을 권고합니다.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어도,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위건부두로 가는길 p.216, 조지 오웰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서 참여해 주세요. 전 국민이 자신의 인생책 한 권씩 소개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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