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삼식이 삼촌

신연식 정도의 필모그라피를 가진 감독이 어떻게 이런 대작의 쇼러너가 될 수 있었지 싶었는데 <거미집> 각본의 인연으로 인한 송강호 캐스팅 성공의 연쇄작용인 듯 싶다. 삶은 정말이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삼식이 삼촌의 영어 제목이 해피밀 삼촌쯤될 줄 알았는데 그냥 엉클 삼식.

1002. 캇파의 머리 접시 (조영주)

일본의 물 요괴인 캇파는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하게, 대체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악하지는 않고 장난기가 있으며, 간혹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같이 놀기도 한다. 그 캇파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 와서 폐허가 경복궁 경회루에 터를 잡았다면? 패전의 책임과 콤플렉스 속에 혼자 괴로워하는 임금이 캇파를 만난다면? 암군 선조가 정감 있게 묘사되어 개인적으로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흐뭇한 기분으로 잘 읽었다.

1001. 마지막 방화 (조영주)

재미있다. 캐릭터는 만화적이고 소재는 사실적인데 안 어울릴 것 같은 그 두 가지가 위화감 없이 화학적으로 잘 결합한다. 캐릭터들은 애정이 가고 각자의 사연에도 관심이 생긴다. 사건들은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라 더 몰입된다. 트릭은 억지 부리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주인공의 과거로 인한 서스펜스도 전체 이야기 속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해낸다. 시리즈로 이어지면 좋겠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오늘은 깨끗하다
오늘은
오늘은
세상을 바꾼 발견과 그 뒤의 교훈들

쉽고 재미있는 의학 역사서들이 많고, 최근에 발견된 것들까지 보고 싶다면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책을 고르는 게 좋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교훈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출간된지는 좀 지났지만 즐거움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당장 책을 시작하는 첫 단어가 혁신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매우 혁신적이고 사람들의 인식을 뚜렷하게 바꾼' 10가지 발견은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니 모두가 들어본 적은 있겠지만, 이렇게 설명을 다시 따라가면 놀라운 발견 뒤의 사람들 이야기에 또 놀라게 된다.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적 성과만 큰 게 아니라, 질병에는 원인이 있지 무슨 신 타령이냐고 당대의 개념을 뒤짚어 엎었다는 것부터(시대를 고려하면 살해당하지 않은 게 용하다...) 비위생적 환경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고서를 만들고 공중보건법을 통과시킨 변호사 에드윈 채드윅, 분만통 완화하려던 여성을 불경하다고 화형(...)시킨 스코틀랜드 왕이 있었다는 언급, 엑스선 발견 초기의 말같지도 않은 사람들의 상상에 발견만 무시당한 게 아니라 정말 삶의 길이 왜 이리 불편한지 안쓰러워지는 멘델의 이력...다 읽고 나면 또 친절하게 에필로그에서 교훈까지 정리해준다. 좀 놀라운 건 원서 발간이 2009년이라 '교훈을 배웠는가?' 대목에 신종플루 이야기가 나오는데, 격리조치를 제외하면 코로나 때랑 똑같다! 아무리 고난이 커도 시간이 지나면 바로 잊는 게 사람인 것일까...그래도 사람도 의료 기술도 항상 더 나아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이 책도 나온 것일테지. 역시나 두 세번은 더 봐야할 책인데, 읽고 싶은 책들이 밀려서 참...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 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 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
마영신 만화 『아티스트』(송송책방)

새 장편소설을 출간하고 왠지 모를 현타와 자괴감에 사로잡혀 그 감정을 극대화해 보려고 간만에 이 만화를 다시 읽었다.

곽경수, 신득녕, 천종섭...

아...

이 나잇값 못하고 찌질하기 짝이 없는 예술가 아재들을 어찌할꼬.

그래, 나만 못난 게 아냐.

그들에게서 내 모습을 확인하니 웃음이 났다.

명작은 역시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다.

아티스트 1
아티스트 1
에를렌뒤르 형사와의 피로한 크리스마스

감사하게도 어떻게든 번역이 나오는 시리즈인데도, 출판 순서나 시기 때문인지 읽을 때마다 잠깐 전작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목소리는 재출간이다만 빼먹고 본 작품이니 이렇게 접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출판사에 거듭 감사할 뿐이다.

산타 복장으로 죽은 도어맨의 주변을 파헤치며, 희생자의 씁쓸한 과거뿐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도 씨름하는 에를렌뒤르. 살아있는 피로감을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북유럽 작가 그룹 답게(발전된 복지제도가 있어도 추운 데서 살면 행복감 증진이 어려운 건가...) 읽으면서 나까지 몸이 무겁다. 재능과 돈을 둘러싼 우울한 집착은 동서고금이 없다는 것도 갑갑하고...그래도 어쨌든, 범인을 잡았고 전혀 매끄럽거나 훈훈하지 않아도 딸과 스스로의 마음과도 대면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나름 연애를 시도하기도 하면서 주인공은 할 일을 다 하였다. 대단한 요소는 아니지만, 마지막에 거액의 자산의 행방을 아무도 모르게 되며 끝났다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 물건은 소설 속에서라도 그렇게 사라지는 게 제일 낫겠지...

목소리
목소리
김기태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문학동네)

매년 새해 첫날을 맞으면 습관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을 검색해 살핀다.

신춘문예 경쟁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교될 만큼 치열하지만, 이후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벌이고 단행본까지 내는 당선자는 그리 많지 않다. 

당선작을 훑어보며 나중에 어떤 작가가 살아남을지 예상해 보곤 하는데, 정말로 살아남아 단행본을 내면 반가운 기분이 든다.


2년 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무겁고 높은'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단편이다.

탄광 폐쇄로 쇠락한 강원도의 소도시에서 역도 선수를 꿈꾸다가 포기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바벨을 드는 일보다 버리는 데 의미를 두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 오래 보겠구나 싶었는데 내 예상을 넘어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어서 깜짝 놀랐다.

불과 등단 2년 만에 말이다.

게다가 한국 문학에서 씨가 말라가는 남성 작가라는 점 때문에 더 눈이 갔다.

첫 소설집 출간 소식을 접한 뒤 바로 주문을 넣고 책을 기다렸다.


역시나 좋았다.

'세상 모든 바다' 등 몇몇 작품은 문예지를 비롯해 이런저런 경로로 접한 구면인데 다시 읽으니 새로웠다.

소설집에 실린 9개의 단편이 다루는 소재는 예능, OTT, 팬덤, 아이돌, 대중음악 등 무척 다채롭다.

작가는 이런 소재들을 교육, 노동, 차별 등 여러 사회 문제와 엮어 전방위로 다루는데 등장인물은 대체로 평범하고 우리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전 세계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다룬 '팍스 아토미카' 같은 단편을 제외하면 거대한 서사도 없다. 


이래서 소설이 될까 싶은데 이 모든 요소가 빌드업해 기가 막히게 소설이 된다.

분명히 '지금' '여기'를 핍진하게 다루는 소설인데 질감이 기존의 '지금' '여기'를 다큐처럼 다룬 소설과 다르다.

현실을 비관이나 낙관으로 일관하지 않는 줄타기가 절묘하다.

사려 깊은데 연약하지 않다.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을 지탱하는 H빔처럼 단단하고 힘이 있다.


소설집에 으레 달리는 해설은 진부했지만, '작가의 말'이 없어서 신선했다.

작품으로 말하면 충분하다는 태도일 테다. 

앞으로 작가를 정말 오래 보게 될 것 같다.

좋은 소설집이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과 함께하는 금요일 저녁의 즐거운 수수께끼 풀이 시간.


내가 느끼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하거나 악한 게 아니라 뭐랄까, 어리석게 보이거든.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인간은 기억력이 짧은 게 축복이지요.

제가 보기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생각'을 할 줄 몰라요. 진상을 파악하려 들지 않는단 말씀이지요.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소화하기 힘든 우울한 정열과 씁쓸함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뛰어드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면, 정열에 화르락 불타오르는 인물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도 분명히 그런 인물들이 나오는데...온도가 너무 낮다. 꽁꽁 추운 건 아닌데 비오는 날 싸돌아다니다 몸 식을 때랑 비슷하다.

남자주인공의 태도는 종종 칙칙하기까지 하니 연애소설로 어디 추천하기에는 미묘하다. 만나자마자 목숨을 논하는 사랑 고백을 할 정도인데도, 한없이 방어적이고 사람에게도 정이 없으며 갑자기 보내놓고 갑자기 다시 찾아오고...여주인공도 끊임없이 전전긍긍하는데 행복을 논하는 순간에도 전혀 온기가 없다. 원래도 고독했지만 인연을 만나도 고독하고, 그렇게 11월, 언젠가를 위해 미뤄놓은 모든 것은 허무하게 끝나니...혼자서 아무도 없는 낙엽길 걷듯 책을 읽고 싶은 이에게는 꽤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늦어도 11월에는
늦어도 11월에는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333334335336337338339340341342343344345346347348349350351352353354355356357358359360361362363364365366367368369370371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5. 경계 없는 작가 무경의 세 가지 경계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북토크/책 증정]경제경영도서 <소비 본능>같이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독립 영화 보고 이야기해요.
[인디온감] 독립영화 함께 감상하기 #1. 도시와 고독[그믐무비클럽] 5. 디어 라이프 with 서울독립영화제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조영주 작가가 고른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그믐 라이브 채팅 : 5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편지가게 글월 사장님과 함께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