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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소설 『크리스마스 캐러셀』(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가 단편을 바로 출간하는 '위픽' 시리즈로 나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래저래 창비가 내놓았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기획이다. 

단편소설에 일러스트를 풍부하게 더한 '소설의 첫 만남'과 달리, '위픽'은 하드커버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이 작품은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를 소재로 인생의 의미, 이방인의 삶, 가족의 의미를 따뜻한 필치로 다룬 단편이다.

단편 한 편만 실린 책이기 때문에 거창한 리뷰가 어울리진 않는다.

부담없이 가방에 챙겨 빠른 시간에 완독하기엔 좋은 책이다.

그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기도 하고.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처럼 시도는 새로운데, 독자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꽤 많은 작가의 책이 나왔는데 온라인 서점을 살펴보니 구병모, 조예은 작가처럼 일부 팬덤을 가진 작가의 책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판매량이 감지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가 그래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그래야 작가들이 보폭을 넓힐 기회도 늘어날 테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캐러셀
크리스마스 캐러셀
박상영 산문집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인플루엔셜)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 부럽지 않게 많은 곳을 여행해 본 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

박상영 작가는 소설을 재미있게 잘 쓰지만 산문도 정말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다.

박 작가의 산문을 보면 자학과 자뻑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귀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이 산문집에 실린 글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글이 '밀리의 서재'를 통해 먼저 접한 구면이지만, 책으로 묶여 실리니 읽는 맛이 또 다르다.

각을 잡고 읽지 않아도 휴식 같은 산문집이다.

독자를 자연스럽게 설득해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유머러스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글이다.

그걸 읽고 깨달으면서도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 하는 걸 보니, 유머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모양이다.

여러모로 부러운 작가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장류진 소설집 『연수』(창비)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취준생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펀펀페스티벌), 지금까지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운전에서만 막히는 회계사(연수), 신입사원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여성 간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 문화(공모), 정직원 전환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현장을 취재하는 인턴기자(동계올림픽).

주변에서 흔히 보일 법한 캐릭터와 생활에 밀착한 주제가 작가 특유의 가독성 좋은 문장에 실려 후루룩 읽힌다.

작가의 전작들이 모두 그랬듯이 이 소설집 또한 페이지터너다.

자전거 동호회(라이딩크루)와 한 대학 국문과(미라와 라라)를 배경으로 미묘하게 갈등하는 인간 군상을 그리는 단편도 직장을 배경으로 다룬 다른 단편만큼 흥미롭다.


다만 책을 덮을 때 뭔가 의문이 남았다.

왜 장 작가의 소설은 노동을 다루는 다른 작가(ex : 이서수, 김의경 등)의 소설보다 발랄한 느낌이 드는 걸까.

현실적이긴 한데, 가끔 판타지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설 주인공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라 괜찮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되고 꽤 괜찮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전체 수험생 중 '인서울' 대학 입학자는 10% 수준이고, 명문 소리를 듣는 대학 입학자는 그보다 훨씬 적다.

우리나라 전체기업 종사자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의 교집합이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사실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다.

작가가 나중에 '좋좋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실감나고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겐세이'를 놓아봤다.


연수 - 장류진 소설집
연수 - 장류진 소설집
이경준 평전 『주다스 프리스트 : The Sound of Anger』(마르코폴로)
  • 누구에게나 과거의 어느 순간을 선명하게 재생하는 노래가 있다.

내게도 그런 노래가 꽤 있는데, 그중에서도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는 대부분 헤비메탈이다.

아껴 모은 용돈을 들고 음반 가게로 향하던 어느 여름날로 나를 이끄는 헬로윈의 'Eagle Fly Free', 같은 반 일진 때문에 괴로워서 홀로 음악에 기댔던 순간 위에 오버랩되는 사바티지의 'Believe', 그리고 교실 맨 뒷줄 구석 자리에 앉아 조용히 헤드뱅잉을 했던 야간자습 시간을 소환하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Painkiller'...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학교에 최소한 앨범 너댓 장을 들고 갔고, 그 앨범을 학교에서 다 들었다. 

그중에서도 주다스 프리스트의 앨범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야간자습 시간을 버티게 해준 진통제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헤비메탈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고, 다시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머리를 흔드는 로커보다 헤드폰을 낀 채 턴테이블을 돌리는 DJ가 페스티벌에서도 더 환영받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런 세상에 헤비메탈 밴드의 전기라니, 그것도 번역서가 아니라 한국인 저자가 쓴 전기라니.


저자는 이 전설적인 밴드의 연대기를 다채로운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주다스 프리스트의 모든 앨범을 정주행했다.

덕분에 20년 넘게 앨범을 들었으면서도 몰랐던 사실을 꽤 알게 됐고(특히 해퍼드의 연애사),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도 수정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K. K. 다우닝에 관해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꽤 많았다.

나는 밴드의 원년 멤버인 그의 탈퇴를 갑작스럽게 여겼는데, 실은 갈등의 역사가 꽤 오래됐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멤버들의 과거와 밴드 결성 과정, 각 앨범 제작 당시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문장으로 훑는 사이에 [TURBO] 등 몇몇 앨범에 관한 네 평가가 바뀌기도 했다.

헤비메탈의 불모지에서, 팔리는 책만 팔리는 출판시장의 불모지에서 이 책은 단언컨대 출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다.


음악을 모르고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헤비메탈이라는 한 우물만 파서 정점에 올라 현재진행형인 전설적인 밴드의 역사.

모르는 사람의 성공담도 들으면 재미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재미없겠는가.

주다스 프리스트 전기
주다스 프리스트 전기
서경희 장편소설 『김 대리가 죽었대』(앤드)

우리가 타인에게 얼마나 쓸데없는 관심이 많고, 동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웃프게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다.

이 작품은 사내 홍보팀의 에이스 '김 대리'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푸는 동료 직원들의 소동을 그린다.


'김 대리'는 이 작품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김 대리'는 모두의 기억과 소문 속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동료 직원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고 보니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조차 의문이 든다.

'김 대리'에 의지해 모든 일을 처리해 온 동료 직원들은 그가 사라지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다.

실은 '김 대리'가 사실 나쁜놈이었다며 태세를 전환하는 동료 직원도 속출한다.


이 작품은 소문에 따라 부화뇌동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세태를 지독하게 풍자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만 보고 사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익숙한 거짓에 스스로를 길들여 진실이라고 믿는 척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깊이 생각하며 읽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코미디보다도 웃기니 말이다. 


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이시우 장편소설 『신입사원』(황금가지)

내세울 스펙 하나 없이 알바를 전전하며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주인공.

그런 그가 느닷없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업계 최고 대우’를 자랑하는 기업에 지원해 합격한다.

그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3교대로 벽에 붙은 시곗바늘만 바라보는 일뿐인데, 은행에선 지점장이 나와 그를 맞고 남들 연봉보다 많은 월급이 통장에 매달 꽂힌다.

도대체 자신이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 일이 문명을 지탱하는 일이란다.

그리고 주인공은 매일 기묘한 꿈을 꾸며 자기 일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란 말인가.


설정과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 외엔 의문이 많은 작품이었다.

읽기에 친절한 소설은 아니다. 

현재와 과거, 역사와 소문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데, 무엇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다.

현대사의 비밀을 추적하는 듯하다가도 느닷없이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겨 당황스럽게 한다.

생략된 내용이 상당히 많다는 인상을 줬다.

많은 떡밥을 풀었는데 수습을 못 한 듯하다.


특히 주인공이 왜 주인공이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당위성을 찾기가 어려워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공과 함께 일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들과 세대를 교체하기 위한 은유인가? 

그렇다고 해도 왜 하필 주인공이어야 했을까.

소설 전반을 감싼 특유의 분위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아쉬웠다.

이 소설을 이해한 독자의 의견이 궁금하다.

나는 주인공과 함께 교대로 일하는 노인들을 보며 과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떠올렸다.

특히 박 노인에게선 같은 성을 가진 그분을.


신입사원
신입사원
강희찬 장편소설 『의리주인』(북레시피)

정조의 최측근이었던 홍국영의 눈으로 당대의 조선을 바라보는 역사소설이다.

조선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정조, 그런 정조의 최측근이었다가 빠르게 몰락한 젊은 권신.

홍국영은 파란만장한 삶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다뤄진 캐릭터다.

아예 '홍국영'이란 제목으로 대하드라마가 만들어진 일도 있었고.

이순신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처럼 쓰지 않는 이상, 그런 캐릭터를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기란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조정에 진출한 홍국영이 정조의 왕위 계승을 돕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게 다룬다.

가독성이 훌륭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당대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당위성을 끌어내는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있다.

서술하기 어려운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문장이 돋보인다.

작가의 전공인 국제관계학과 동북아학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아울러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부패와 탐욕이 디폴트인 사회상을 그린 문장 위에선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역사소설이지만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칼의 노래>처럼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의 새로운 면을 훌륭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작품은 속편을 염두에 든 듯 홍국영이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멈춘다.

홍국영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가 몰락하는 과정이 속편에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이 작품과 함께 평가하는 게 옳을 듯하다.


의리주인
의리주인
장진영 장편소설 『취미는 사생활』(은행나무)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서늘한 시선으로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블랙코미디...

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부분까지 와서야 이 장편의 장르가 스릴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굳이 이런 식으로 작품을 마무리해야 했을까.


이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은 "사기는 걸리면 친 사람 잘못, 안 걸리면 당한 사람 잘못"인데, 다 읽고 나니 내가 당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전작인 <마음만 먹으면>처럼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고, 차분한 듯하면서도 위태롭다.

취미는 사생활
취미는 사생활
김멜라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창비)

단편으로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굵직한 상을 받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남산 아래 오래된 상가 건물에 갑자기 함께 살게 된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를 그린다.

할머니의 이름은 '사귀자', 손녀의 이름은 '아세로라'

임성한 작가의 독특한 작명 센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인데, 그 이름처럼 이 작품은 꽤 무거운 주제를 시종일관 무겁지 않게 다룬다.


사귀자는 하숙집을 운영하다 간첩으로 몰렸던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는 노인이고, 아세로라는 햇살을 피해야 하고 가공식품을 먹지 못하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겉돈다.

둘은 상가 건물 2층의 등기부상 미등록 공간에서 동거하며 서로 츤데레처럼 굴다가도 의지한다.


사귀자의 지난 삶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비극의 교집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움이 짧아 몇 차례 사기를 당하고, 재개발에 밀려나 머물던 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이고, 그저 글씨를 베껴 쓴 것뿐인데 간첩으로 몰린다.

이쯤 되면 차라리 없는 사람처럼 숨어 사는 게 편하다.

세상이 바뀌었더라도 말이다.

작가는 이미 여러 단편에서 보여줬던 발랄한 필치로 민감한 주제를 민감하지 않게 묘사하며 세대를 넘어 두 주인공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기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지만, 김애란 작가처럼 장편보다 단편이 더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겐 이 작품이 무게감과 유쾌함을 온전히 결합했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

이 작품처럼 현대사와 가족 서사를 엮으면서도 무게감과 유쾌함을 동시에 훌륭하게 살린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 같은 작품도 있었으니 말이다.

없는 층의 하이쎈스
없는 층의 하이쎈스
한소범 산문집 『청춘유감』(문학동네)

작가는 언론계는 물론 출판계에서 소문난 문학기자였고, 그 소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사는 보통 중견 기자를 문학 담당 기자로 배치한다. 그만큼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지는 자리에 나이 서른도 안 된 젊은 기자가 불과 몇 년 만에 업계가 인정하는 훌륭한 문학기자가 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때 김훈 선생님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보통 사건이 아니다. 


하필 나는 짧았던 문학기자 시절에 작가와 함께 필드에서 뛰었다. 그리고 백전백패였다. 내가 그 시절에 가장 많이 참고한 기사는 작가가 쓴 한국일보 기사였다. 부지런하고, 관심사가 넓었으며, 이슈의 핵심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했고, 무엇보다도 기사를 참 잘 썼다. 이러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있나. 그렇게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 출판, 문학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자가 됐다.


작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문학 기자를 꿈꾼 일이 없었다. 소싯적부터 문학에 빠져 소설가를 꿈꿨고, 그 사이에 영화에도 마음을 빼앗겨 버려 한 시절을 불태웠다. 작가는 그저 실패를 거듭하며 이곳저곳을 헤매다 보니 얼떨결에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됐다고 고백한다.


이른바 예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게 그렇지 않은가? 언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고,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인정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다 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자기파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재능 없는 열정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실패와 타협하며 플레이어 자리를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이 선택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문학기자로 이어질 줄은 작가도 몰랐다. 지난 실패가 모두 문학기자로 빠르게 성장하는 자양분이 될 줄은 더 몰랐다.


이 산문집을 읽으며 작가가 훌륭한 문학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치열하게 살았고, 많이 울었고, 많이 넘어져봤다. 글 어디에도 과장이 없고, 일부러 겸손한 척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진솔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을 뿐이다. 깨져 봤으니 안다. 자신이 끝까지 걷지 못한 길을 걷는 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응원할 줄 안다. 섬세하고 다정한 응원의 문장이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진다.


대법원이 명예훼손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법리는 전파가능성이다. 판례는 기자 단 한 명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전파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 기자는 국가 공인 떠버리다. 그런 떠버리들이 모인 언론계에서 얼마나 소문이 빠르게 돌겠는가. 어느 매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어떤 사고를 쳤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는 어떤 기자가 취재를 잘하고 좋은 기사를 쓰는지에 관해서도 금방 소문이 난다는 말과 같다. 단지 서로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기자들은 대체로 질투가 많아 칭찬에 인색한 편이거든.


기자나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책을 잘 보도하지 않는 문화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산문집, 솔직히 잘 쓴 책 아닌가? 많이들 기사화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먼저 나서서 떠버리 흉내를 내봤다. 읽는 내내 입가에 머무는 잔잔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던 좋은 산문집이었다.


청춘유감 -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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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책증정]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5. 경계 없는 작가 무경의 세 가지 경계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북토크/책 증정]경제경영도서 <소비 본능>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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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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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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