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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 강화길, 풀업

현대문학 (231027~231028)


❝ 별점: ★★★★

❝ 한줄평: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과정

❝ 키워드: 운동 | 꿈 | 사기 | 마음 | 진심 | 가족 | 자극점

❝ 추천: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 삶의 자극점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작품해설, p.127) ❞


💪 첫 문장: 지수는 서른여섯 살이었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p.9)


📝 (23/11/06)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장 사랑할 수도, 또 가장 미워할 수도 있는 게 가족 아닐까. 지수가 몸의 건강을 단련하며 ‘아주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p.69)는 감각을 깨우치며 마음의 건강까지 단련해 가는 과정에서 가족이라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내버려 두고 억지로 노력하려 하지 않으며, 독립까지 이뤄내는 걸 보니마음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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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배운지 겨우 한 달 반이었지만, 지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수의 몸이 변화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p.69)


| 지수는 영애 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의미 없었다. 지수와 미수가 다투면, 영애 씨는 절대 끼어들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마치 영애 씨는 지수가 제 풀에 지쳐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어차피 영애 씨는 알고 있었을것이다. 지수가 먼저 포기할 거라는 걸. 그네를 쉽게 포기하는 아이. 높이 올라가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 누군가의 고집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단히 접는 아이.) 이번에도 영애 씨는 말이 없었다. 지수가 쉽게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지수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은 피해의식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감정을 느 낀다는 게 중요하지않을까? 아닌가?) 지수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수는 시들어가는 식물이 아니었다. 설사, 시들어간다고 해도, 베란다 한구석에 계속 처박혀 있고 싶지는 않았다. 지수는 빛이 필요했다. 빛을 원했다. (p.89)


| 미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지수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수와는 평생 이런 관계로 살아갈 지도 몰랐다. 지수는 가족을 사랑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정하건데) 그들을 진심으로 미워했다. 지수는 이 마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p.114)


| 하지만 지수는 금세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건 상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받침대에 무릎을 대고 섰다. 양팔을 기구에 걸었다. 힘을 줘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래, 이제 올라가면 된다. 올라갈 것이다. 지수는 등의 움직임과 느낌에 집중했다. 천천히,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별로 무섭지 않았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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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풀업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은 실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던 해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신약성서에 해당한다는 그의 32개 소나타를 등반했다. 그 중 세계 3대 콩쿨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부르크님의 해설과 곁들인 연주를 보며 총 9곡 정도를 감히 따라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배워보았다. 물론 학원에서 배운 곡들을 다시 연습해보기였지만. 쉬운 소나타로 알려진 19번과 25번은 이참에 독학했다. 20번은 1악장은 어릴적에 소나티네 책 마지막에 등장했으므로 칠 줄은 알았는데 2악장도 이참에 독학했었다. 최애곡인 월광과 비창은 전악장을 칠 줄은 아닌데 작년에 집에서 스트레스 받았던 마음을 온통 피아노와 그림으로 풀어서 월광 3악장은 외워버렸고; 베토벤 곡은 아니지만 쇼팽의 혁명도 외워버렸었다. 그토록 열정적인 곡을 쳐야 마음이 좀 나아졌다고나 할까. 내 인생에 이토록 피아노를 많이 치는 시기가 또 있을까 싶어 마침 외운 혁명으로 아마추어 콩쿨도 지원했었는데 본선 가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시원하게 떨어졌었지만~ 다른 주최측에서 다시 도전해볼까 하다 기한을 놓쳤네!

올해는 같은 스승을 둔 역시 월클 피아니스트 손열음님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등반을 또 따라한답시고 역시 9곡쯤 친듯 한데, 피아노가 좋은 것을 어쩝니까 😭

베토벤 32 피아노 소나타 Vol. 1
베토벤 32 피아노 소나타 Vol. 1
오늘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외롭지 않고 담담하게

이런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아무도 거저 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이 세상에,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서로 다를텐데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나만의 속도로, 내게 필요한 에너지만큼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냥
그냥
784.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 사이에 쓴 소설이다. 냉소적인 입담이 일품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감흥 없이 읽었다. 한때 한국 소설에서 많이 봤던 설정이라 익숙한 느낌마저 든다. 부조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중년 남자의, 사소하지만 퇴행에 가까운 일탈. 첫사랑도 만나고.

숨 쉬러 나가다
숨 쉬러 나가다
783. 버마 시절 (조지 오웰)

오웰의 소설 중 『1984』와 『동물농장』 다음으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이 영국령 버마를 지배하고 버마족의 민족주의 운동을 한창 탄압하던 1930년대에 영국 작가가 이런 글을 써서 출간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당연히 오웰이 제국 경찰로 일했던 시기의 경험이 잔뜩 담겼다. 주인공 존 플로리는 제국주의를 증오하는 자신이 식민지에서 지배 계급으로 살기 때문에 말과 생각이 억압당하는 역설을 고찰한다. 그는 코끼리를 잘못 쏘아 죽인 적도 있다. 그렇다고 플로리가 고귀한 영웅인 것은 전혀 아니며, 오히려 그 정반대에 해당한다. 사실 오웰은 이 소설에 나오는 영국인과 미얀마인 어느 누구도 고귀하게 그리지 않았다.

버마 시절
버마 시절
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단순 자기 개발서 느낌의 제목이지만 휴식에 관한 인문학적인 담론과 연구들이 포함되어있다. 독서 역시 휴식의 10가지 리스트 가운데 하나인데 독서는 휴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마이 샐린저 이어>, 조애나 라코프
샐린저를 읽어 보았는가?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홀든 콜필드와 처음 마주한 순간이 기억나는가? 이전에 접한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소설, 목소리, 캐릭터, 서술 방식, 세계관이라는 걸 깨닫고 날카로운 숨을 들이마시던 그 순간. 어쩌면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차서 아무도 자신의 복잡한 영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확신하던 10대 시절, 그 모든 괴로운 감정의 통로와도 같은 홀든이 당신 곁에 있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p.292)


샐린저의 글을 읽는 경험은 단편소설을 읽는다는 것보다 샐린저가 우리 귓속에 속삭여 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 가까웠다. 그가 창조하는 세상이 그 즉시 생생하게 살아나고 어마어마하게 고양되어, 마치 신경 끝을 드러내고 세상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샐린저를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불편할 만큼 친밀함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행위였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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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결국 상실이다. 한때의 어떤 것을 버리거나 잃었을 때 외연은 확장된다.

마이 샐린저 이어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마이 샐린저 이어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망자 인터뷰에 대한 부정적 평가

21세기에 출판되는 조지 오웰에 대한 평전들은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자아를 투탁시키는 행위를 한다는 것. 마치 만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에 열광하는 팬들을 보는 것같다. 자존감 부족을 우회적으로 발현시키는 수단인걸까.


아니나 다를까, 조지 오웰이 언급된다는 '망자 인터뷰'도 자기가 조지 오웰에 대해서 이런저런 사실들을 안다는 자랑이 40%, 조지 오웰에게 화풀이를 하는 점이 60%였다. 문학적인 감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지 오웰이 여성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화를 내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논리가 성립될려면 남성이 긍정적으로 묘사되어야하는데, 오웰의 소설에서 여성과 대립되어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남성이 존재했던가? 여성만큼 남성도 형편없이 묘사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굳이 예외가 있다면 동물농장의 암말 몰리와 숫말 복서 정도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을 관에서 꺼내는 정치 포퍼먼스가 생각나서 망자 인터뷰의 마지막 페이지를 허둥지둥 덮고 현기증에 괴로워하면서 서점에서 도망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서 나는 내년쯤에는 팔레스타인 문제과 연관시켜 반유대주의자 조지 오웰을 주목한 책이 나오는 상상을 하면서 괴로워했다. 조지 오웰은 이럴 것을 알고 자신에 대한 책을 쓰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숲속의 늙은 아이들
숲속의 늙은 아이들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의 증언

북한에 대한 책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서점이나 도서관에는 상당히 많지만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던터라 선뜻 읽어보기 힘들었다. 또한 TV를 보면 탈북자들의 토크쇼들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방송이라는 특성상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북한에 대해서 막연한 호기심만을 가지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북한에 대한 책을 읽게되어서 반가웠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비매품이라서 시중에서 구매할수는 없다. 그 대신 국제엠네스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받아볼 수는 있다. 이 책은 2022년의 탈북자들의 증언을 직접 담아낸 책으로서 개인의 감상과 생각을 가공없이 내보낸 점이 아주 좋았다.


오늘날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북한은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서 여전히 최근에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풍문만이 뜨문뜨문 돌아다닌다. 심지어 이에 대해서 연구해야할 학문인 북한학조차도 축소되어가는 등 북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적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수많은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북한의 급변상황이 언제나 예상되는만큼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미국정치강의アメリカ政治講義

西山 隆行(니시야마 타카유키)著


한국의 현대사는 지정학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이 내부적 요인 못지 않게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사이 顯像(현상)하는 한국의 정치적 변화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가 한반도에 그대로 투영되는 과정이었다고 분석하면 쉽게 설명이 될 것 같다. 


한국전쟁이후 한국의 기득권층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국가안보를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때문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냉정한 분석 대상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일정한 선입견과 환상 속에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한국의 좌파들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를 단순히 악마적 제국주의라는 프레임 속에 가둬 놓고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한 선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최근에 좌파는 우파가 미국에 傾斜(경사)되는 것처럼 중국에 대한 전근대적 조공외교를 하는 듯한 일방적 저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 사회에 대한 인식수준은 똑같이 ‘無知(무지)와 幻像(환상)’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外勢(외세)에 대한 정치인들의 卑屈(비굴)은 莫上莫下(막상막하)처럼 보인다. 이런 事大(사대)는 우리의 지정학적 宿命(숙명)이라고 설명하면 調理(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런 조리가 이 불편한 마음을 진정시켜줄 수는 없을 것이다.


페리제독의 일본 방문 이래 중일전쟁 전까지 일본과 미국의 관계는 매우 양호했다. 하지만, 일제가 중국을 독식하려던 중일전쟁은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대한 명백한 誤讀(오독)이었고 그 결과로써 태평양 전쟁의 패전이라는 참혹한 결과가 이어졌다. 일본의 地域史(지역사) 연구수준은 상당한 수준이다. 더구나 2차대전 패전 이후 미국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분석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미국정치 연구가 西山 隆行(니시야마 타카유키)가 대중들을 상대로 ‘미국정치의 상식’이라고 이해 될만한 수준의 내용을 책으로 펴 낸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수업의 미국정치학 개론 수준 정도처럼 보인다. 한국은 아직 미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정치이론을 흡수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정작 미국을 대상으로 한 객관적 연구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최근 한국사회의 정치地形(지형)의 변화는 중국 변수보다는 미국 사회의 內紛(내분)이 더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경제, 군사, 과학 수준은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아직까지 외부로부터 도전받을만한 수준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국이 내부로부터 분열하고 쇠퇴하는 과정은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로 필연적인 역사적 현상처럼 보인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 대통령을 행정부의 수반으로 삼권분립에 기초한 근대적 공화 정치체제는 미국이 처음이다. 대통령제는 영국의 입헌군주제, 의원내각제와 비교된다.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입법부와 행정부 두 개의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더 많은 권력이 의회에 집중되는 일종의 과두지배체제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근대적 공화정치체제의 또다른 典型(전형)은 프랑스다. 나중에 프랑스 공화정과 미국의 공화정을 비교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방후 한국이 프랑스 모델을 따른 것인지 미국 모델을 따른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한국의 정치인들은 의원내각제를 기반으로 헌법 개정을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회의적 것 같다. 영국 또는 일본 모두 프랑스 혁명 또는 미국의 독립 혁명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적 변화보다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성공적으로 성취된 나라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의 공화제는 2차 대전 이후 미군정의 리버럴한 정치개혁을 통해 이식된 측면이 커 보인다. 


둘째, 미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의회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또한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반면, 한국은 프랑스의 단원제 국회를 택하고 있다. 특히, 상원은 인구비례와 같은 민주주의적 代議(대의)의 원칙이 아니라 인구, 경제력에 관계 없이 모든 주가 2명씩의 상원의원을 내도록 한 것이 미국 건국 설계자들의 고안이었다. 어느 우월적 힘을 갖는 특정 주가 다른 주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셋째, 원래 미국은 州(주) 중심의 느슨한 연방국가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중앙집권화된 국가에 익숙한 동아시아 사람들은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할 때 States를 단순히 지방자치체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뉴딜 정책 이전까지 연방 정부의 존재감은 대단히 희박했다. 뉴딜정책 그리고 양 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고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갖는 이미지는 이 때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미국의 주정부는 상당히 독립적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방 정부의 정책은 주정부의 행정권력에 위탁되어 실행된다. 입법, 사법, 행정 모든 측면에서 주는 독립적 자율권을 갖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중심이 연방정부 보다는 주정부에 있는 국가라 파악하는 것이 옳다.


넷째, 미국의 정당은 유럽과 같은 綱領(강령) 정당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연합체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미국의 민주당은 뉴딜정책 이후 미국 의회를 지배적으로 장악해 왔다. 남북전쟁 이전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남부의 민주당은 미국 정치에 수세적 위치에 있었지만 뉴딜 이후 기존의 정치구도가 역전하였고 현재에 이르게 된다. 물론, 민주당의 지지기반이었던 백인 중심의 노동자 세력들이 세계화 이후 대거 이탈하면서 기존의 정치지형 구도는 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다섯째, 1830년대 잭슨 데모크라시의 역사적 내용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 모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근대국가들의 참정권은 일정한 재산을 갖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지만 민주당의 앤드류 잭슨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부르조아들의 경계를 넘어 참정권이 확대되고 이것이 보통 선거의 효시가 되었다.(미국의 $20 지폐를 보면 앤드류 잭슨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이 앤드류 잭슨을 자신의 정치적 롤 모델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앤드류 잭슨을 $20 지폐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참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통선거권에 대해서 프랑스 혁명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미국의 정치발전에서 잭슨 데모크라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여섯째, 미국의 흑인운동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킹 주니어에 의한 체제 내 개혁으로서 민권운동과 말콤 엑스가 주장한 흑인 내쇼널리즘이다. 흑인 내쇼날리즘이란 흑인 중심의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다소 급진적 주장이다. 아무튼, 1960년대 이후에 미국 흑인들은 참정권을 획득하게 된다. 미국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 ‘흑인문제’는 항상 미국 민주주의의 이중성, 모순, 또는 위선을 드러내는 대표적 주제라고 생각한다. 흑인문제를 비롯한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결정적 缺陷(결함)이다. 


일곱째, 미국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인 미디어 보다 SNS가 미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이것이 민의를 왜곡하는 경향 때문에 미국민들의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대부분의 세계적 영향력을 갖는 IT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이기 때문에 SNS 여론은 미국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덜 번 째, 미국의 문화전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리버럴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연원은 모두 ‘뉴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정치地形(지형)에서 리버럴은 상당히 오른쪽에 가 있고 버니 샌더스, 자칭 포카혼타스의 후예라 주장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히스패닉 정치인 오카시오 코르테스 등이 극좌에 위치하는 등 그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의 동성애, 이민, 난민, 낙태 등과 같이 리버럴한 주장에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정치 진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自由主義(자유주의)는 현재 시점까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건국 부터 남북전쟁을 거쳐 뉴딜 시대 이전까지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뉴딜 이후 민주당의 정치를 통상 리버럴이라고 부른다. 빌 클린턴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차용한다. 따라서 빌클린턴 이후 트럼프가 출현하기 전까지 이 시기는 공화당, 민주당 모두 신자유주의의 旗幟(기치)를 내걸게 된다.


아홉번 째, 미국의 사법부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최근 박근혜의 탄핵 이후 한국의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화(사실, 이건 편향성이 아니라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인다)되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 사법부는 적어도 명목상 정치적인 중립지대였다. 하지만, 미국은 애초부터 판사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등 정치적 영역에 깊숙히 들어가 있었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 중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각 정당의 정치적 어젠다가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법관의 종신 임기까지 계속 투영되는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다.


열 번 째, 미국 정치가 양극단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를 저자는 뉴딜 이래 민주당 우세 경향에서 점차 세력 균형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히려 한 쪽이 일방적일 때는 적절한 타협과 조정이 가능했지만 비슷한 힘이 부딪힐 때 그 갈등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최근의 한국 정치상황 역시 이런 맥락에서 설명한다면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아무튼, 한국 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은 크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상식은 유럽에 치우쳐 있고 미국에 대해서는 의외로 그 지식이 부족하다.


미국이 독립선언을 하고 약 250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의 미국정치에서 Established Power 또는 Deep State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뉴딜 이후 민주당이 의회의 지배적 권력이 되면서 일종의 ‘귀족’과 같은 계급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미국 정치의 현실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상당히 현실과 괴리된 채 상당히 이질적인 판단과 행동을 보인다고 느낄 때가 있다.당분간,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어 보이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반추할 때마다 느껴지는 불편함 또한 부정할 수가 없다.


미국이라는 보편성은 상대적이고 역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경영은 우연적Accidental이었다. 미국 자체의 역사적 전개과정의 우연적 발현이었다고 봐야만 한다. 그들을 흠숭하고 경애할 필요도 없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한국은 분단으로 인해 ‘섬’과 같이 고립된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제한적이고 偏狹(편협)해질 때가 많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객관적 연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를 통해 대중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켰으면 좋겠다.


미국 정치 또는 정치제도를 너무 간략 또는 단순화 시켜 설명하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런 종류 입문서의 피할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또다른 양서를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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