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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원태연 시인)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원태연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영화를 보고

고속버스의 호젓함과

기차의 떠들썩함을 즐기며

하룻동안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쓸쓸함의 석양을 본다던

어린왕자의 흉내도 내보고

언젠가 없어질 거라던 협괴열차도 타며

이 기분 그대로 첫눈오는날

만나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우린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고양이 세수를 한다는 얘기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무라기도 했고

수염이 잘 안나 일주일에

한번씩밖에 면도를 안한다는 말에

남자도 아니라며 웃음을

참지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낀채

안장이 두개인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싶었고

지난밤 술이 덜깬

당신을 위해 해장국을 끓이며

무슨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냐는

투정도 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이면 등목을 해주고 싶었고

늦저녁부터 눈이 온 겨울날이면

당신을 위해 대문앞

골목을 쓸고 싶었습니다.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시장어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사진관 주인은 어쩌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우리 사진을 진열장에

전시할 지도 모르죠. 

 

토라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몇번씩 헤어지기도 하면서

사랑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상상도 했습니다.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내가 지내왔던

많은 날중에서 가장 행복했고

소중했던 시간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생각만으로도 웃음지어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는

아름다운 시간이였으니까요 

술 한잔 (정호승 시인)

술 한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함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라 (강태양)

함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라

함부로 설레지 말아라

함부로 웃지 말아라 

 

지난날 너의 아픔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강태양저서 다시시작(언제나 착한사람) 중 

 

다시 시작
다시 시작
수선화에게 (정호승 시인)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자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부득탐승(不得探勝) ( 미생 두번쩨시즌 제17수 )

부득탐승(不得探勝)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돈을 탐하면

돈을 얻지 못한다. 

 

인정을 탐하면

인정받지 못한다. 

 

노력을 탐하면...

그 대가가 가난할 것이다. 

 

사랑을 탐하면

외로워 질 것이다. 

 

                                                          - 미생 두번쩨시즌 제17수 

미생 완간 세트
미생 완간 세트
풀꽃 (나태주 시인)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시인)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인)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쉬는 날 (김용택 시인)

쉬는 날

                - 김용택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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