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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6 | 김이듬,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문학동네시인선 204 (240228~240303)


❝ 별점: ★★★★★

❝ 한줄평: 영원히 알 수 없을지라도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묻고 궁금해하고 들여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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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여는 첫 시부터 시집을 닫는 마지막 시, 그리고 소유정 문학평론가의 해설까지 완벽했던 시집. 현실의 슬픔과 맞닿아 있으나 그럼에도 사랑을 향하며 본질과 존재에 관해 질문하고 탐구해 나가는 화자. 그렇기 때문에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 24/03/04]


(*문학동네 우필사 특별반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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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 내 삶의 절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미래에도 더 아래로

사람들은 모든 서사에 절정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강렬한 클라이맥스 없이도 아름다운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단조롭거나 자연스러워도 좋을 텐데

자연사처럼 쉽지 않겠지

/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부분 (p.69-70)


✴︎

서로에게 묻지 않았다

너의 본질은 뭔지

자신다워지는 게 뭔지

자신이 꼭 있어야 하는지 

네가 사랑하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 「올스파이스」 부분 (p.115)


✴︎

사망자 대부분이 이십대였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조율하고 연습만 했던 이들이 많았다 생애 동안 준비만 했던 이들이 많았다


객석의 사람들이 구경만 한 건 아니었다 몇몇 부상자가 있었다 별로 실력도 없는 교향악단 연주회에 왜 갔느냐고 비난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다 나는 계속 야상곡을 틀어놓은 채 선잠이 들었었다 눈물을 닦는다 꿈이 아닌 것 같다

/ 「신년 청춘음악회」 부분 (p.141)


✴︎

한 사람의 삶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계속 살아나가게 하는 무언가가 사랑일 수 있을 거란 낙관적인 믿음은 어쩌면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본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 속에서 무엇으로 ‘나’의 실존을 회복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김이듬의 시는 아직 쓰이지 않은 사랑의 본질을 향해간다.

/ 해설: 복행(復行)의 시 | 소유정(문학평론가)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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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여기 내 살갗의 무늬가 있다

✎ 「폐가식(閉架式) 도서관에서」 ⛤

✎ 「법원에서」

✎ 「간절기」 ⛤

✎ 「저지대」

✎ 「다행은 계속된다」 ⛤

✎ 「사랑의 역사」


2부 | 우리의 몸속엔 각자의 바다가 있다

✎ 「십일월」 ⛤

✎ 「저속」 ⛤

✎ 「카프리치오」 ⛤

✎ 「귓속말」

✎ 「당신의 문」


3부 |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를 쓰고 있어요

✎ 「내일 쓸 시」 ⛤

✎ 「후배에게」 ⛤

✎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처럼」 ⛤

✎ 「드라이클리닝」 ⛤

✎ 「내가 던진 반지」

✎ 「필균의 침대」

✎ 「문라이트」 ⛤

✎ 「여름 효과음악」


4부 | 아직 나의 영혼은 도착하지 않았다

✎ 「두 유 리드 미」 ⛤

✎ 「도로시아」

✎ 「이 날개 달린 나그네, 얼마나 서투르고 무력한가」

✎ 「너는 여기에 없었다」 ⛤


5부 | 악몽은 잘 이루어진다

✎ 「사악한 천사의 시」 ⛤

✎ 「올스파이스」 ⛤

✎ 「조용한 겨울」

✎ 「현지인」


6부 | 어쩌면 시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 「신년 청춘음악회」 ⛤

✎ 「켤레」

✎ 「모르는 지인」 ⛤

✎ 「그림자 없는 여자」

✎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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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것과 없는 것
투명한 것과 없는 것
938.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제프 린제이)

TV 시리즈 《덱스터》는 2시즌부터 억지 전개로 수준이 추락한다. 원작 2편은 TV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내용인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이야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이지 싶다. 드라마도, 소설도 그 다음 편들은 보지 않았다. 소설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범행은 어떻게 하면 인간을 가장 비참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을지 오래 상상한 결과물 같다. 실제로 당하면 정신이 버틸 수가 없을 듯.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937.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제프 린제이)

내게 최고의 TV 시리즈는 《덱스터》 1시즌이었는데, 원작이 궁금해져서 찾아 읽었다. 결과는 실망. 연쇄살인마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라는 아이디어와 여러 가지 재치 있는 설정은 물론 원작의 공이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완전히 다르다. 타고난 이방인으로서 ‘정상인’들을 부러워하고, 가면을 쓰고 살며 고뇌하는 주인공은 원작에 없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한달살기에 필요한 것들

한달살기는 3박4일의 여행과는 다르다.

일단 챙겨가야 하는 물건들이 내 기준 몇 개 있다.


1. 손톱깎이

여행만 가면 멀쩡하던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왜 갑자기 생기는 건지! 튼튼했던 발톱 끝은 왜 갑자기 깨져서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는 이것을 ‘손톱깎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옆에서 그게 바로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노노! 여행 중에 머피는 필요 없고 필요한 건 손톱깎이) 의외로 손톱깎이를 구비한 숙소가 많지 않다. 과일칼이나 가위 등은 리셉션에서 빌려주기도 하는데 반해 손톱깎이는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밤 12시에 손톱깎이 혹시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되지 말자.


2. 머그컵

호텔에 있는 앙증맞고 하얀 찻잔은 커피 두 모금이면 끝난다.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를 타야 좀 마실만한 양이 나온다. 마음에 들고 아끼는 예쁜 머그잔 말고 버리기 직전의 낡은 컵이면 여행 내내 잘 사용하다가 집에 가기 전 작별해도 괜찮다.


3. 옷걸이

옷장이나 행어를 갖춰 놓고서는 막상 옷을 걸 옷걸이가 없는 숙소도 종종 있다. 짧은 여행이면 갈아입을 옷도 몇 벌 안 되니 대충 의자 등받이에 걸거나 침대 위에 펼쳐놔도 되지만 한달살기 같은 긴 여행이나 날씨가 추운 지역으로 떠날 때는 두꺼운 외투를 걸어 놓을 옷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탁소 옷걸이라도 몇 개 챙겨가면 좋다. 양말, 속옷을 간단히 빨아서 널어 말리기에도 유용.


4. 머리 자르기 : 물건은 아니고 필요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그 기간 동안 자라 다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행지에서 머리를 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베트남 물가가 한국보다 많이 싸니 미용실도 저렴하지 싶어 조사해 봤다. 남자 커트가 5천원~1만원, 염색은 2만원~6만원. 나의 예상보다 아주 많이 싸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 염색을 집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비용을 들여 해야 할까 싶었지만 남편은 머리를 좀 자르고 싶다길래 나트랑에서 해보라고 권했다. 마침 세 번째로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이발소가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남자 커트 2만 동. (한화 1천원 조금 넘는다.) 너무 싼 것 같아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들어가 보니 어린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라는 이름도 그렇고 현지 물가를 고려해도 너무 낮은 가격인데 미용학교 실습생들이 연습 겸해서 머리를 잘라주는 곳인 걸까? 하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머리 다듬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의외로 이발사분이 세심하고 신경 써서 가위질을 하더라. 최종 결과물(?)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샴푸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1천원에 이발 완료.

안경에 얽힌 별의별 이야기들

책 뒷표지에 따르면 전세계 40억 명이 안경을 쓴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부터 쓰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도 절반은 쓰고 있다. 너무 흔하니까 여기에서 뭔가 찾아보려 한 적이 없다.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 나오는 줄 달린 외알 안경이나, 김구 선생의 안경 정도에서 안경의 역사를 조금 생각해본 정도다.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 천지니, 벌써 시작부터 놀란다. 그리스 로마인들도 돋보기를 썼으며, 광학 연구서가 나온지 천 년이 넘었고 안경 쓴 초상화는 엘 그레코도 그렸으며 안경 판매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된 지는 몇 백년이 넘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참 신기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물론 읽으면서 한숨 나오는 부분도 많다. 안경 쓴 사람에 대한 각종 편견부터 말도 안 되는 분석에, 현대에 들어서며 안경의 이미지가 당시에 어떻게 팔아먹느냐에 따라 변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닥 좋지 않은 안경 착용에 대한 이미지...안경에 시력 교정 외에 어떤 마법 효과가 있다고 성격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는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 싶은 구절을 메모하며 글을 마친다. "윌리엄 골딩 소설 『파리 대왕』에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과체중에 근시인 피기의 안경으로 불을 피우는 대목을 읽기는 했지만, 어느 화창한 오후 따분한 두 시간짜리 수학 수업 내내 아무 일 없는 척하며 내 안경으로 휴지통에 불을 붙이려 시도해 본 결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설 속 허구일 뿐이었다. 발산 렌즈는 화경으로 전혀 쓸 수 없다. 초점이 아예 맞지 않으니 말이다. 방화광이 필요하다면 수렴 렌즈인 원시용 안경을 써야한다."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도구의 위대한 탄생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도구의 위대한 탄생
그동안 그린 아크릴화들

Since 2022

행복했습니다~^^

[다운타임 안내] 2024년 3월 2일 오전 8시 40분

금일 오전 그믐의 데이터베이스 유지보수 작업 중 예기치 않은 장애가 발생하여 약 20분 정도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이에 이 시간 그믐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였습니다.


다운타임 : 2024년 3월 2일 토요일 오전 8시 40분~9시 7분


갑작스럽게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contatct@gmeum.com으로 문의주세요.

감사합니다.  

더 커밍 웨이브

<특이점이 온다>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커즈와일보다 현실적이고 최신이고 비관적이다. 인공지능과 합성 생물학은 흡사 신화시대의 대홍수처럼 모든 걸 뒤바꾼다. 국가는 해체되고 테러는 간편해지며 전쟁과 바이러스는 통제불능에 빠진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너무 어중간한 시대에 태어난 듯.

더 커밍 웨이브
더 커밍 웨이브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흡사 올림픽 정신처럼 출간하는데 의의가 있는 책들이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에세이가 그렇고 기업체의 각종 사보도 그렇다.


원티드랩의 블로그 모음집 같은 느낌인데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라는 부제가 민망할 정도로 빈약한 데이터가 소개된다.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점심시간

불을 이렇게 꺼두신단 말이지

한 달이 무사히? 갔음.

세 달 남았네~


ㅡ 아빠가 하시던 일 언저리에 가보는 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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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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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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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시집 한 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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