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런 책들을 빠른 속도로 읽으며 과자 먹듯이 정보를 섭취하고 싶어진다. 그런 때 저자가 별로 안 궁금한 내용을 다루거나,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회피하면 정나미가 떨어지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갈 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게 나뿐 아니었구나. 불편한 자세인데 왜 몸에 좋은 자세라며 그렇게 서거나 앉으라고 하는지도 이제 비로소 납득했다.
지난해 발표한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에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한 일화를 인용했다. 원고를 쓰면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몇 번 들춰봤는데 그때마다 한참이나 책장을 넘기며 눈을 떼지 못했다. ‘역시 명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논픽션 원고를 다듬을 때쯤 『생각에 관한 생각』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의 논문 두 편과 감수자의 추천사를 더하면서 분량이 728쪽으로 두툼해졌다. 무엇보다 번역을 다시 하면서 글이 훨씬 유려해졌다.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탄 최초의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다. 그리고 이 책은 카너먼이 행동경제학에 대해 쓴 유일한 대중교양서다. 나심 탈레브는 이 책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동급이라고 극찬했는데, 내게는 그 말이 그리 과장 같지 않다.
다들 알다시피 인간은 그리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고전경제학은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기에 현실을 묘사하거나 정책을 세우는데 자주 실패한다. 경제학자뿐 아니라 인간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이라면 모두 우리 자신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당혹감을 넘어 좌절감마저 느끼게 된다. 몇몇 성급한 이들은 급기야 이성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카너먼은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지 분석하고, 그런 비이성적 행동에도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빠르지만 거칠고 원시적인 ‘시스템 1’과 보다 정확하지만 느리고 게으른 ‘시스템 2’, 그렇게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사용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시스템의 특성이 각각 어떤지, 어느 때 발동하고 어떤 식으로 오작동하는지, 어떻게 길들일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대학생 정도면 술술 읽을 수 있는 난이도로, 사실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인간의 비이성을 드디어 우리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도 생기고, 행복을 누리는 법에 대한 뜻밖의 통찰까지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초판이 나온 뒤 여태까지 12만 부가 팔렸고, 매년 1만 부씩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다. 원제는 직역하면 ‘빠르고 느리게 생각하기’(Thinking, Fast And Slow)인데, 김영사에서는 당초 카너먼이 원고에 가제로 붙였던 제목(‘Thinking About Thinking’)을 국내 번역서의 제목으로 삼았다. 개인적으로는 번역 제목이 원제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선정적인 책 타이틀과 책 표지. 한국 사회와 현재 시점의 여러 사회적인 이슈와 선정적인 밈들을 다루고 있는데 스코프가 너무 넓어서인지 책을 덮고 나면 대체 작가가 뭘 말하려고 했는지 어리둥절해진다.
어제부터 저렇게 뜨는데 로그아웃하고 다시 로그인해도 마찬가지네요. ㅠㅠ
뭐가 문제일까요.
열 두 점 중 제일 맘에 드는 그림인데, 페북에서 캡처한 것이어서 작가가 누구인줄 몰랐다가 미술 관련 책을 읽다 이제 알게되었네! 오노레 도미에의 <세탁부>였음. 현재 내 공간 거실에 떠억하니 자리잡은, 하이퍼리얼 아티스트 선생님의 터치로 쿨톤에서 원작대로 웜톤으로 탈바꿈한 엄청난 작품.
ㅡ 기묘한 미술관 중
그동안 모임을 이끄는 모임지기는, 모임을 개설한 한 명이었는데요.
이제는 모임지기가 여러 명이 될 수 있어요! 먼저, 어떻게 모임지기를 여러 명으로 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모임의 다른 이를 모임지기로 지정하는 법
1. 모임지기가 자신의 모임에 들어가면, 글 작성하는 창 오른쪽에 도구 모양 아이콘을 보실 수 있어요.
2. 그 아이콘을 클릭하시면 모임지기가 사용할 수 있는 5가지 기능이 떠요. 그중 위에서 4번째에 [모임지기 지정]이 있어요.
3. [모임지기 지정]을 클릭하시면 현재 모임 참여자들이 나오고, 모임지기로 지정하고 싶은 사람을 체크하고 저장을 누르면 완료입니다!
모임지기는 원하시는만큼 추가로 지정하실 수 있어요. 해제도 언제든 가능하고요.
모임지기는 모임에서 자유롭고 활발한 의견이 오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구성원들을 이끄는 막중한 역할을 해요. 한 명이 모임을 끌 수도 있지만, 모임지기가 더 필요한 경우 다른 모임원과 함께 모임을 꾸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어둠이 찾아온다!
책 읽는 우리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그날까지,
저는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열림원 (231108~231108)
❝ 별점: ★★★★☆
❝ 한줄평: 오랜 기다림의 끝, 우주를 향해 떠난 이를 바라보며
❝ 키워드: 달리기 | 무릎 | 고통 | 외계인 | 기다림 | 싸움 | 우주 | 에너지 | 추진력
❝ 추천: 우주 어딘가에 있을 존재와 불안감을 나누고 싶은 사람
❝ 새벽하늘에 별이 한두 개 빛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별을 올려다보며 달리다 넘어졌던 일을 생각했다. 저 별보다 훨씬 먼 어딘가로 가는 거겠지. 그곳은 지금 어떨까. 외계인의 꿈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름다울까. ❞
📝 (23/11/09) 최근 이유리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 후 이유리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란 책은 모두 찾아 읽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가님의 글을 별처럼 반짝이는 듯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낸 책 『ILLUST LIM: 달리는 무릎』이 나왔다는소식에 빠르게 서평단을 신청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글과 일러스트의 황홀한 조합이라니! 글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아름다운 글과 함께 페이지를 가득 채우며 반짝반짝 빛나는 일러스트 덕분에 눈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인간을 찾아 인간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기다려 온 외계인.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자신의 무릎으로 들어온 외계인을 위해 잠 못 드는 새벽이면 불안감을 떨쳐내려 내달리던 길을 목적의식을 갖고 달리게 된 희수.
어쩌면 다시 돌아간 외계인의 고향은 과거에 내린 올바른 결정으로 바꿀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외계인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왔던 것을 향해 떠나며 희수도 ‘무언가를 찾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다시 달릴 준비가 된 듯하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맞든 아니든 일단 가보는 것.
외계인을 돕기 위해 달리던 것은 결국 희수 자신이 힘을 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천천히 조금씩 가다가 조금씩 속도를 붙이며 어느 순간 정신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릎 안의 외계인을 떠나보냈지만 희수의 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운동 에너지는 희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에너지가 다 모인 후에도 외계인이 좀 더 희수의 곁에 머물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뭉클했다.
환한 빛을 내며 무릎을 빠져나가 새벽하늘을 가로질러 먼 우주의 어느 별로 가고 있을 외계인을 생각하는 희수. 그런 희수에게도 꿈에서 봤던 아름다운 우주 도시처럼 찾고 싶은 무언가가 꼭 찾아오기를. 빛나는 별 한 조각의 추억을 기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열림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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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를 기다렸어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렸다.
기다렸어. 너희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여기에서 단지 너만을 기다렸어. (p.14)
| 그런데 이제 네 얘기를 들으니 알겠다. 나는 돌아가서 내 눈으로 보겠어. 시스템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옳지 않았다면, 싸우겠다. (p.34)
| 잠을 자면 안 될 것 같은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워 올려다보는 천장이 그대로 불안이 되어 내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걸 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집을 박차고 나가 길 끝에 해답이 놓여 있기라도 할 것처럼 내달리곤 했다. (p.38)
| 달린다는 것은 뭐랄까, 몇 초 전의 나를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오는 일 같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걸 반복해나가면 결국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발 앞의 공간으로 내뻗어질 수 있는 거였다. (p.49)
| 선생이 되면 돌아와서 자랑하겠다고 했었지.
그때까지는 나도 찾아두고 싶다, 나는 땅에 발을 구르며 생각했다. 뭘 찾고 싶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외계인이 돌아온다는 건 싸움에서 이겼다는 뜻일 것이다. 그걸 알리러 기나긴 길을 달려온 그에게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실패하든 성공하든 뭐가 됐든 좋으니 일단 가본 다음에, 그게 맞았는지 아니었는지 이야기해야지. 그땐 더 비싼 술을 마셔야지, 네 캔에 만 원짜리 말고.
나는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돌아섰다.
집 반대쪽으로 천천히, 곧이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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