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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 서울대 명품 강의 (최무영, 정용욱, 이남인, 최갑수, 우희종, 전경수, 김광억, 민경환, 이준웅, 한상진, 정진성, 장달중, 임현진, 이정복, 조흥식, 윤순진, 이지순, 박삼옥)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기획한 대중 강좌를 엮었다. 제목이 좀 깨긴 한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공동체와 사회: 개인도, 이념도, 서구도 아니다’를 주의 깊게 읽었다. 인권을 개인의 권리로만 파악하는 관점의 한계를 지적하고, 정서적 친밀성을 인권친화적 공동체의 기반으로 제안한다.

서울대 명품 강의 - 우리의 삶과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는 석학강좌
서울대 명품 강의 - 우리의 삶과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는 석학강좌
[다운타임 안내] 10월 27일 밤 11시 14분~16분 (약 2분)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밤 11시 14분에 그믐의 데이터베이스 유지보수 작업으로 인해 2분 정도 서버가 다운되어 접속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운타임 예상 시간 : 10/27(금) 23:14~23:16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다 더 편리하게 그믐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contatct@gmeum.com으로 문의주세요.

감사합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미니북)
죄책감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나를 지배한 것은 딱히 어떤 죄와 연결지을 수 없는, 내가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이었다. 내게 용서보다 더 필요한 것은, 설사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나를 받아주시고 소유로 삼으셔서 품어 주시고 인정하시며 절대 나를 버리시지 않는다는 확신이었다.
죄책감
죄책감
762. 피로사회 (한병철)

아주 얇은 책. 현대사회는 병을 앓고 있는데, 그것은 ‘긍정성의 과잉’이다.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할 수 있다”가 문제인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상황을 시작할 수 있는 강력한 분노의 에너지조차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로사회
피로사회
761. 텍스트와 콘텍스트, 혹은 한국 소설의 현상과 맥락 (손정수)

2016년에 출간된 책인데 한국 문학장은 그 이후 꽤 바뀌었다. 2000년대 작가들이 가까이에서만 겨우 보이는 스타일의 차이를 추구하고, 평론가와 마니아들이 폐쇄적으로 그 ‘차이’를 소비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비판하는 대목에 밑줄.

텍스트와 콘텍스트, 혹은 한국 소설의 현상과 맥락
텍스트와 콘텍스트, 혹은 한국 소설의 현상과 맥락
28. 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한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세계인식을 지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밤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옅은 것 같다. 전쟁에 대해서도 그렇다. 한국인 대부분은 전쟁을 경험한 적도 없으면서 자신들이 전쟁 중인 국가에 있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전쟁을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아자 가트의 『문명과 전쟁』을 다시 들춰보다 든 상념이다. 이 1064쪽짜리 벽돌책을 읽다 보면 문명의 기본 상태가 전쟁과 휴전의 반복이며, 종전은 천국이나 완전고용처럼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단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전 선언에 대해서도 우리가 혹시 과한 기대를 품는 건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마 ‘문명과 전쟁은 서로를 만들며 공진화(共進化)했다’ 정도겠다. 그러나 이런 요약은 별 의미 없는 것이며, 책의 묘미는 방대하고 꼼꼼한 ‘어떻게’에 있다. 책은 무려 200만 년이라는 기간을 원시사회, 전근대, 근대 이후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 다룬다.

 텔아비브대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인류의 초기 상태가 결코 평화롭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거의 필연적이라고까지 보이는 원시 전쟁의 원인들을 하나하나 거론한다. 저자는 쉽게 탄식하는 대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가 동족과 폭력적으로 경쟁한다’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동시에 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에는 전쟁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심히 점검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은 경계한다. 기마병이라는 신무기가 봉건제도를 낳았다는 등의 흥미로운 분석들이 그 사이를 빼곡하게 채운다.

 빅뱅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빅히스토리’ 도서들이 우주에서 굽어보는 지구를 보여주려 한다면, 이 책이 그리는 풍경은 대략 성층권 정도에서 내려다 본 인간 사회일 것 같다. 그리고 그 높이에서만 포착되는 진실도 있다. 같은 이스라엘 저자인 유발 하라리의 책들과 비교하면 좀 더 딱딱하고 전쟁이라는 한 주제를 보다 깊이 파고드는 편이다.

 무지막지한 두께와 쉽지 않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간 2년도 안 돼 9쇄를 찍었다. 교유서가 출판사의 최연희 실장은 “밀도와 열량이 높은 책”이라며 “팀을 짜서 세미나 형태로 읽고 소화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벅찬 상대를 만나면 인간은 협업한다. 전쟁도, 독서도.

문명과 전쟁
문명과 전쟁
23-048 |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소설 보다: 가을(2023)

문학과지성사 (231001~231023)


❝ 별점: ★★★★

❝ 한줄평: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가을과 어울리는 이야기들

❝ 키워드: 반려, 빚, 믿음 | 성장, 이소, 연대 | 단계, 물결, 사랑

❝ 추천: 인간의 다양한 생애 주기를 담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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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반려빚」


📝 (23/10/05) 빚과 대출 상환금, 신용 점수 등으로 수치화된 믿음과, 그러한 수치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에 대한 믿음. 어느 것이 진짜 믿음이고 가짜 믿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다른 종류의 믿음일 뿐이다.


  반려라는 단어가 ‘반려伴侶’ 일 때는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 혹은 항상 가까이하거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배반(반려反戾)과 거절(반려返戾)’(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 중)의 뜻을 지닌 단어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반려빚’이라는 단어가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정현은 셈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을 다 주어 ‘여생을 맡길 마음까지도 먹었기’ 때문에 ‘서일의 신용 점수를 만점’(p.20)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셈하고 값을 따져 보’(p.41)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정현은 아직도 서일을 믿고 싶어 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p.27)고 한다. ‘반려’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사랑을 믿는 사람. 결국 정현은 살기 위해 빚에 매달렸고, 또 살기 위해 사랑에 매달렸던 게아닐까.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다’(p.42)고 했지만, 사실은 희망하고 욕망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너무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은 결말이 이 글에 딱 알맞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정현은 다시 ‘0’이 되었지만, 욕망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다시 마이너스로 가기보단 플러스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설사 또다시 마이너스의 세계로 빠져버릴 수도 있더라도 욕망하는 삶에서 언제나 좌절과 희망, 그리고 슬픔과 기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그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정현이 새로운 욕망의 대상을 찾을 수 있길, 혹은 새로운 사랑을 찾을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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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혜, 「이소 중입니다」


📝 (23/10/16) ‘이사’도 아니고 ‘이소’? 단어가 궁금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해 글을 읽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단어를 찾아보지 않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번역가, 소설가, 시인(가나다 순)은 각각 상훈(노견), 소리(딸), 노인(이혼한 전남편의 아버지)이라는 ‘짐’을 잠시 내려두고 육지 끝에 사는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어딘가 불안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고, 서로 알게 모르게 마음이 맞지 않고, 끝내 ‘그들이 탄 차 앞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끼어들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p.85) 사고가 난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보통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뭔가 진행될 듯, 뭔가 밝혀질 듯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 육지 끝 철학자의 집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며 ‘~할 것이다’라는 미래형으로 끝나는 이야기. 이들의 여정 자체가 ‘이소離巢’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떠날 이離 새집 소巢.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이라는 뜻으로, 어린 새는 살아남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추락하고, 그 과정에서 비상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듯하다. 이는 번역가가 ‘철학자는 왜 육지 끝에서 멈추었을까?’라고 혼잣말한 것에 시인과 소설가가 각각 ‘추락하지 않으려고.’, ‘다시 말해 살려고.’라고 대답하는 것과도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 


  성장은 ‘추락의 반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 ‘우회하지도 후퇴하지도 않고’ 내일을 향해 곧장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마지막의 ‘사고’ 또한 그들이 ‘내일’로 향하기 위한 ‘추락’이 아닐까?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사람은 ‘다면체’이며 어디서 어떻게 조명을 쏘아주느냐에 따라 꽤 다른 피사체가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작가는 특히 공정한 조명을 쏘아야 하는 책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작가는 오히려 ‘주관적으로 자신의 인물에게 조명을 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말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서로 아주 잘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길을 함께 떠나며 내일을 기다리는 세 사람의 연대가 좋았다. ‘돌봄’과 ‘연대’, 그리고 ‘상승과 추락’이라는 단어로 살펴보는 ‘성장’의 개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소설도 좋았지만 인터뷰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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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영,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


📝 (23/10/24) 비행공포증이 있는 인물이라니, 시작부터 나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어떤 친구는 이미 ‘아줌마’에서 ‘할머니’가 되어 ‘삶이 제공하는 이 끝없는 개념적 공격’(p.118)에 억울함과 피곤함을 느끼는 여성 숙희. 숙희의 감정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상성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정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숙희는 그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것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때론 힘겹고, 외롭고, 지루하고, 또 혼란스럽기도 한 듯하다. 혼자이고 싶지만, 동시에 혼자이고 싶지 않은 기분.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고 싶은 마음’(p.137). 온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숙희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마지막에 숙희가 윤미의 손녀 제인의 ‘조그맣고 따듯한 몸에서 발산되는 예측할 수 없는 활력을 전달받으며 예상치 못한 기쁨’(p.156)을 느끼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숙희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온갖 것들’(p.156)은 꼭 숙희가 어떤 물결에 올라타지 않더라도 숙희에게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해서. 우리에겐 다양한 삶의 모양이 있을 수 있고, 각자는 각자의 결말로 향하는 ‘실험영화’를 촬영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떤 흐름에 올라타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출판사 온라인 독서모임 후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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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가을 2023
소설 보다 가을 2023
2035년의 중국

宮本 雄二미야모토 유지 著, 2023년 4월 20일 발행


2035년의 중국-시진핑의 노선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저자 미야모토 유지는 중국대사를 지낸 일본의 엘리트 외교관 출신이다.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고 섬세하며 디테일한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의 중국 사정에 대해 가장 정통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인상을 계속 받았다.


책의 제목이 말하는 2035년은 중국 공산당의 두 가지 ‘백년의 목표’와 관계 깊은 시간이다. 중국공산당은 2017년 제19회 당대회에서 두 가지의 백년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하나가 중국공산당 창당 백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 小康社會(샤오캉 사회)’의 건설, 즉 중국인민들의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목표의 달성이었다. 다른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백주년이 되는 2049년이 그것이다. 21세기 중반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현대화를 실현하는 강국”(제20회 당대회 보고)을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2017년 제19회 ‘당대회 보고’에서 이를 다시 2022~2035년의 1단계, 2036~2050년까지 2단계로 나누고 각각의 목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금세기 중반에는 “종합국력과 세계적 영향력에 있어서 세계의 선두 자리에 서는 사회주의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낸다”고 선언한다. 


2035년 시진핑은 82세가 된다. 그 때가지 적어도 ‘中國夢(중국의 꿈)’의 반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對(대)중국 인민들에 대한 시진핑의 공약이라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그 내용은 종합국력에서 미국을 누르고 세계 선두가 되겠다는 선언이라고 부연 설명해 준다. 필연적으로 미국과의 대결을 상정하고 암시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현대의 중국이라는 나라는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며, 시진핑 정권 하에서 중국공산당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 또는 요소로서 시진핑이라는 지도자의 개성을 말한다. 그의 부모가 얼마나 애국적이고 당과 국가에 헌신적이었는지 그리고 시진핑이 대륙 국가 지도자로서의 대인적 풍모에 대해서도 솔직히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시진핑의 정치적 야심과 야망은 원대한 것처럼 읽힌다. 등소평을 뛰어 넘고 마침내 모택동마저 뛰어 넘는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그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종의 ‘誇大妄想(과대망상)’이나 稚氣(치기)처럼 느껴진다. 나 또한 중국공산주의 혁명에 대해 일정 부분 감정이입이 된다. 그만큼 중국의 혁명은 세계사적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택동, 등소평의 역사적 성취를 시진핑과 同價(동가)로 취급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반식민지, 반봉건 사회 중국을 해방시키고 통일시킨 혁명 지도자 모택동과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 역사의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개혁개방이라는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통해 치유해 낸 등소평이라는 혁명세대를 시진핑과 같은 반열에 놓으려는 시도는 거부감이 생긴다.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그의 정적을 제거하는 목적과 인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慰撫(위무)하는 카타르시스적 효과 이상으로 혁명세대에 비견할 만한 治績(치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업적은 현재진행형이고 미래 時制(시제)다. 현재의 중국은 상하이 幇(방)을 중심으로 한 경제 중심의 정치세력과 북경을 중심으로 한 정치-이데올로기의 정치 세력으로 크게 구분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시장에 자원 배분을 맡기는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힘을 중국공산당 또는 시진핑 개인에 집중시키려는 시도는 상호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망국의 뼈아픈 경험 때문에 현재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려는 당내 세력이 시진핑의 집권에 대한 컨센서스를 가져가고 있을 뿐이고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현재 시진핑의 3연임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미래의 실현되지 않은 업적을 미리 당겨 쓰려고 가져온 借入(차입) 부채라고 해석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등소평은 韜光養晦(도광양회)를 유훈으로 남겼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그 유훈은 폐기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특히, 전랑외교로 표출되는 중국의 대외정책은 주변 국가들의 심기를 상당히 거스르게 한다. 21세기 현재 세계질서는 법치, 개인의 권리와 자유, 국가주권 등과 같은 서구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위에 건설되었다. 일본도 한국도 그 플랫폼 위에서 발전해 왔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집권시기 이후, 부정부패 그리고 불평등 심화 현상이 중국사회에 만연했고 그것에 대한 문제 또는 위기의식이 정치, 이데올로기 중심의 시진핑 노선으로 顯現(현현)했다는 상황적 배경 설명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중국공산당의 창당 또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같은 혁명적 상황은 아니며 혁명당이 아니라 집권당의 국가관리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 중국몽과 같은 추상적 목표가 민족주의적 에너지를 문화대혁명에 준하는 수준으로 吐(토)해내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현재 중국사회가 성취한 경제발전은 등소평과 그의 후계자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던 홍위병 세대고 실제 그의 부모가 문화대혁명으로 고난과 고초를 겪기는 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모의 은공 덕분에 협서성에서 지도적인 위치에서 홍위병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화대혁명의 그림자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가중치를 더 많이 두는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같은 사건에 대해 인간의 기억은 이만큼이나 다르게 투영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영국이 16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 실어나른 흑인 노예가 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스탈린 시절에 약 4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었다. 대약진 운동에 죽은 이들은 2천만에서 7천만 명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지만 일단, 스코틀랜드 출신의 역사가 니얼 퍼거슨이 말하는 5천5백만 명을 취사선택한다면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아쉽게도 시진핑은 이와 같은 역사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역사의 大人(대인)?처럼 보인다. 


물론, 서양사회와 동아시아의 전통사회는 그 발전과정의 궤가 다르다. 동아시아 사회는 훨씬 더 집약적인 농경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개인의 노동을 灌漑(관개)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 건설에 동원할 수 있을까 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능이 고안되어 왔다. 시진핑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 시점이 세계사적인 역사의 변곡점일 수도 있고 언젠가 동아시아가 서양사회로부터의 구속과 규정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 하지만 선뜻 시진핑 노선에서 그런 轉機(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저자 미야모토 유지는 대표적 중국통 외교관으로서 중국의 군비확장과 남동지나해 등에서 현상유지를 거스르는 중국의 공격적 행태를 멈출 것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고 한다. 중국이 세계 2위 GDP국가이기는 하지만 제 1위 미국 및 3위 일본의 동맹에 맞서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의 ‘근심에 찬 얼굴(憂い顔)’과 ‘무서운 얼굴(怖い顔)’ 중 무서운 얼굴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경험을 꺼내 설명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회균등을 주장했지만 일본이 중국을 독식하려다 미국의 개입과 태평양 전쟁이라고 하는 미국의 무서운 얼굴(怖い顔)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대중정책을 제외하면 미국과 대단히 양호한 관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 본다. 시진핑은 2049년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 3~4만에 이르는 중간 수준의 선진국을 목표로 제시 한다. 그것을 역산하면 연 평균 4.7%의 경제성장을 지속해야만 한다. 미국이 9.11테러로 정신을 빼앗긴 사이 미국의 경계를 피해 중국이 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중국의 성장은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히 한다. 그래서, 한국사회도 마찬가지지만 일보에서 ‘중국’이라면 모든지 무차별적으로 까고 보는 식의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미야모토 유지는 시진핑의 부모를 중국의 애국적 혁명 지도자들로 묘사한다. 즉, 시진핑이 좋은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국민의 특성을 대단히 강인하고 부지런한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객관적 시각이 이 사람의 글에 훨씬 더 큰 신뢰를 갖게 하고 신선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동시에 이런 그를 보면서 일본 메이지 시대의 지사들의 애국적 풍모가 느껴졌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체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생각처럼 쉽게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그 압도적인 힘의 우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같은 경우 대만유사가 일어나면 그 혼란을 틈타 동북3성으로 진출한다는 식의 섣부르고 경솔한 전망은 말 그대로 칼집 속에 깊이 숨겨 놓는 자제력이 필요해 보인다. 21년 GDP기준, 중국은 한국의 9배, 거의 10배 수준에 이르는 나라로 성장했다. 이 거인을 상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 단서를 제시해주는 좋은 안내서였다. 앞으로 미야모토 유지라는 이름을 기억하면서 살게 될 것 같다. 

댓글부대

4.3 평화문학상에 당선된 장편이라 관심 있게 읽었다. 그런데 인터넷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을 읽게 될 줄이야. 신경 끄기 기술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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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자백 Confession (2022)

우리 집엔 TV가 없다. 신혼 초에 ‘프로젝션 TV’ 라 불리던 중고 티브이를 사서 잠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중고라지만 화질이 너무 안 좋아서 몇 번 못 보고 다시 버렸다. 그 뒤로는 TV 없이 그냥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는데 별로 불편한 점은 없다. 불편한 점이 없다고 방금 썼지만 좀 민망하기도 한 것이 나는 TV 가 있는 곳에 가면 무조건 TV 를 틀어놓는다. 예를 들어 부모님 집, 혹은 호텔 방 등. TV는 나에게는 귀한 물건이라 볼 수 있는 동안은 보고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귀하면 좀 사면 되잖아 싶긴 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귀하지는 않다. 흠.


제주 출장 동안 여러 숙소에 묵었다. 대부분이 5,6만원 안팎의 저렴한 곳이었는데 모두 마음에 들었다. 방은 조용했고 필요한 정도로 깔끔했다. (청결에 관한 기준이 높은 편은 아님) 모든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제공되었으며 더 놀라운 것은 넷플릭스가 전부 기본으로 TV 에 연결되어 있었다. 예전엔 몇몇 모텔에서 ‘넷플릭스 룸’이라며 넷플릭스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걸 자랑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홍보 문구조차 없었다. 넷플릭스는 어느새 대한민국 숙박업소에서 샴푸린스를 잇는 기본템이 되버린 걸까? 대단하다. 

 

숙소에서 처음 본 영화는 배우 소지섭 주연의 <자백>


스릴러 영화 제목이 <자백>이라니 임팩트가 부족하다. 어쨌든 더 이상 일을 하기엔 너무 피곤해서 노트북을 덮고 기대 없이 TV 리모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겨울, 아름다운 숲 속 산장에 살인자로 몰리고 있는 소지섭이 있고 내가 니 변호사다 라면서 김윤진이 찾아온다. 반전은 많은 이들이 초반부터 이미 눈치채지 않았을까. 영화는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대로 살아나 영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딱 일 끝내고 피곤한 밤 호텔에서 보기 좋다라고나 할까. 반전을 알아도 재미있게 봤다. ‘나나’ 라는 아이돌 출신 배우가 소지섭과 불륜을 저지르는 여인으로 나오는데 너무 예뻐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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