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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올해 저는 모 온라인 북클럽에, 동네 서점으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당시 진행했던 책은 [공포를 보여주마]였어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포의 임종 당시 그가 불렀다던 미지의 인물인 “레이놀즈”.

그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어요.

작가는 여기에서 착안하여 포와 그의 가족, 지인들 그리고 레이놀즈를 등장 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무섭거나 호러블 하지는 않아요.


북클럽에서 포와 관련된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 때에는 왓챠에 “어셔가의 몰락”.

이 한 편 뿐이라 날짜와 시간을 정해 왓챠 파티로 함께 봤어요.

(그 외 OTT는 파티로 보는게 안 되거나 아니면 포 관련 드라마, 영화가 없었어요)

1920년대 후반 아방가르드 예술 영화로 칭송 받던 영화로, 영상미는 몹시 훌륭했으나 사실 좀 어려운 영화이기는 했어요. (웃음)(프랑스 예술 영화니 뭐…네…)

흑백 필름으로 촬영 되어 대사도 몇 줄 없었지만 꽤나 고딕 호러적이며 으스스했었죠.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요.

오늘 (10월 12일) 넷플릭스에 [어셔가의 몰락]이 8부작으로 공개 되었기 때문입니다!!

트레버 메이시가 제작했구요 (힐 하우스의 유령 제작한 분)

각 화 제목은 :


1.음울한 한밤중.

2.붉은 죽음의 가면

3.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4.검은 고양이

5.고자질하는 심장

6.황금벌레

7.함정과 진자

8.갈까마귀


입니다.


애드거 앨런 포의 현대적 재해석.

엄청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아직 “힐 하우스의 유령”을 넷플릭스에서 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쯤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렇게 호러의 붐은 차근차근 오는가 봐요.


어셔가의 몰락
어셔가의 몰락
744.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카미유 베르호벤 형사반장 시리즈나 ‘프랑스 현대사 역사 스릴러 연작’과는 별개의 길지 않은 소품.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과 살짝 비슷한 분위기의 드라마다. 사람을 다치게 할까봐 운전도 꺼리는 나에게는 정말 무서운 이야기였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흘 그리고 한 인생
743. 화재의 색 (피에르 르메트르)

『오르부아르』의 속편이지만 전편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르부아르』에서 10년이 지난 192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다. 르메트르는 이런 식으로 프랑스 현대사를 10년 단위로 쪼개 그에 해당하는 장편소설을 한 편씩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엄청난 야심이 부럽다. 소설은 전편만큼 흥미진진한데 그래도 복수는 조력자 없이 홀로 해내야 제 맛이지 않나 싶다.

화재의 색
화재의 색
55. 코젤 다크와 빨간 조명 바

 아직도 동아일보에 남아 있는 기자 동료 중에 나와 가장 친한 이는 위로는 M 선배, 아래로는 K 후배다. 다른 선후배들이 만나자고 연락을 하면 모르는 척 할 때도 있지만 그 둘의 요청에는 늘 응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어느 날 K와 내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본 HJ는 “둘이 사귀냐”며 웃은 적이 있다.

 제주로 떠나기 전 M 선배와 K 후배가 각각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고, 서울에 돌아와서 그들을 각각 따로 만났다. 나는 M 선배와 K가 서로 친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만나기 전날 그 둘은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술집에서 마시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오후 10시에 문을 닫자 사무실로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나.

 K는 나와 저녁을 먹고 싶어 했으나 내가 점심에 만나자고 했다. 저녁에 만나면 술을 마시게 될 텐데, 특히 K와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와 마시면 즐거워서 항상 과음하게 된다. 작년에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게 K와 마실 때였다. 게다가 K는 간이 아주 안 좋다. 나는 진지하게 그의 건강을 걱정한다.

 우리는 서울역사박물관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날씨 좋은 봄날이었다. 나는 샌들을 신고 나갔고, K는 선글라스를 쓰고 왔다. K가 맥주를 마시자고 꾀었지만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냥 저녁에 만날 걸’ 하고 생각을 하기는 했다.

 공교롭게도 K는 출판팀장이 되어 있었고, 문학 담당 후배를 두 사람 데려 왔다. 내가 퇴사한 뒤에 입사한 기자들이었다. 뭐, 나도 취재원이기는 하니까……. 그런데 그 후배들을 두고 K나 나나 옛날이야기들만 자꾸 하게 되었다. 내가 기자였던 시절 만났던 전직 동아일보 기자 선배들과 다를 게 없었다.

 K는 내 신작이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는데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 요즘 출판계의 재미있는 이슈는 뭐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의 답 중에 내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거의 없었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카페나 작가가 운영하는 출판사 이야기가 조금 재미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주 이야기에 후배들이 반응했다. 한 달 간 그냥 여기저기 머물며 여행했다, 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언제 올라올지 정하지 않고 갔다, 여행 후반부 일정도 제주도에 가서 계획했다는 이야기에 기자들은 꿈같은 소리를 듣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서 HJ와 산책을 나갔다. 그 한 달 사이에 공원 주변으로 못 보던 가게들이 몇 곳 생겨 있었다. 경기가 좀 살아나나? 특히 분위기가 괜찮은 술집이 두 곳 들어서서 반가웠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 마시려다 그런 바 중 한 곳을 발견했다. 벽면에 통창을 내고 정육점마냥 붉은 조명을 단 인테리어가 근사했다.

 즉흥적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남녀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인지 장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잘생기고 예쁜 두 젊은 직원이 서로 사귀는 건지 썸을 타는 건지 무척 친근했는데, 보기 좋았다. 어둑어둑하고 붉은 조명 때문에 환상의 공간 같기도 하고 귀신이 나올 거 같기도 했다. 음악도 좋았다.

 그러나 맥주는 테라와 코젤 다크 생맥주, 그렇게 딱 두 종류뿐이었다. 주로 칵테일과 위스키를 파는 매장이었다. 테라도 주문하고 코젤 다크도 시켰다. 안주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소시지. 코젤 다크는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서 제대로 나왔다. 빔 프로젝터에서는 오래된 흑백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화장실이 가게 밖에 있고, 거기까지 가려면 자물쇠를 두 개나 열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아주 훌륭한 가게였다. 그런데 손님이 하도 없는 데다 이 동네가 젊은이 취향이 그리 먹히는 지역도 아니어서, 머지않아 문을 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당장 우리부터 바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맥주 마시는 걸 더 편히 여기고.

 코젤 다크는 나도 좋아하고 HJ도 좋아한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맥주를 좋아하지 않을까? 알코올 도수는 그다지 높지 않고, 적당히 달달쌉쌀하고, 어두운 색도 그럴싸하게 고상해 보이고, 사탄 숭배자가 그린 듯한 염소 그림 로고도 멋지다. ‘코젤’이 체코어로 염소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 마실 때 놀랐지

 무슨 맥주가 이렇게 달콤해

 아내도 나도 좋아해


 다음날 아침에는 칠레의 라디오 방송국과 줌으로 인터뷰를 했다. 한국 문학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한 시리즈 인터뷰인데, 나를 포함해 한국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한 이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뵈는 칠레의 기자였는데, 우리는 인터뷰 전에 서툰 영어로 한참 수다를 떨었다. 상대의 영어 수준이 딱 내 수준이었다.

 그녀는 칠레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고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가 아주 길고, 피노체트와 이사벨 아옌데 같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고, 옆 나라 아르헨티나와 달리 국민들이 꽤 원칙주의자 성향이 있다는 정도……? 그나마도 정확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인터뷰를 할 때에는 통역을 통해 했다.

 오후에는 동물병원에 가서 새롱이에게 항체가 제대로 생겼는지 검사를 받았다. 새롱이는 이 동물병원 수의사와 간호사에게 엄살이 심한 개로 찍혀 있다. 원래 이날 동물병원에는 첫째 조카와 같이 가기로 했는데, 조카가 막판에 친구와 놀이터에서 함께 놀기로 했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아이에게도 나름의 일정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동물병원에서는 새롱이의 고환이 아래로 다 내려왔다며 다음 주에 중성화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어두워졌나 보다. 중성화 수술이 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수의사가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현대 도시에서 살기 위해 인간도 개도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저녁에는 HJ와 함께 새롱이를 산책시켰다. 봄날, 잎이 무성해진 나무 아래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하는 개와 함께 걸으니 정말 행복했다.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써둔다.

 부모님 댁에 가서 새롱이를 씻겼는데 개는 아주 질색 팔색을 하며 물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개를 제대로 씻기지 않으면 어머니가 질색 팔색을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몰아붙이는 시간을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금리의 역습The Price of Time-The Real Story of Interest

The Price of Time: The Real Story of Interest


'금리의 역습'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처음 책장을 열고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히, 이자란 무엇인가?하는 등의 일종의 경제사라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수메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대 사회부터 이자란 개념이 있었고 왕성하게 신용경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식의 淵源(연원)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21세기 통화정책에 대해서 하이에크의 입장에서 케인즈 경제학을 비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저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수단이고 본질적으로 케인즈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다.


칼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부르조아 자본주의 경제의 폭력성은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출현에 의해 상당히 순화된다. 소위 서유럽과 미국 사회의 사회민주주의라 불리는 수정자본주의의 政體(정체)는 소비에트 혁명이후 공산주의의 도전에 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응전의 산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스탈린 시절의 대숙청, 그리고 마오 시절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나타나는 사회주의의 급진성과 미숙함은 이상적 공산주의에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무엇보다 그 매력을 크게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상주의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설득이라면 ‘매력’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직접적 호소일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인간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보인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공산당의 개혁개방은 공산주의의 실패라고 널리 인식되고, 이것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가속 페달이 되었을 것이다. 맨처음 사회주의 혁명의 급진성에 상당히 쫄아 있던 자본가계급은 혁명 대신 사회민주주의란 타협안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현실의 사회주의의 문제점과 모순을 발견하자마자 그 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공략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이런 배경 하에서, 신자유주의의 확산 과정을 설명하는 자카리 카터(Zachary D Carter)가 쓴 “존 메이나드 케인즈”(The Price of Peace:Money, Democracy, and the Life of John Maynard Keynes)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같은 문제(21세기 선진경제에서 보이는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분열,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쇠퇴)에 이렇게 서로 다른 해석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경제이론 또는 경제학을 대비 또는 대립시킨다. 그리고 하이에크 입장에 서서 현대 경제의 통화, 재정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서양철학사의 관점에서 이 두가지 이론을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목적론적(Teleology)세계관과 생성론적(Ontology)이라는 이 우주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가 그것이다. 거시경제학의 이같이 서로 다른 시각을 한걸음 물러나, 보다 巨視的(거시적) 입장에서 바라 본다면, 즉, 세계와 우주를 바라 보는 고대로부터의 상이한 두 시각의 경쟁과 변증법적 종합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시적myopic 현재의 찰나를 사는 우리들(그게 아니라면 나)의 입장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주의'는 전근대의 구속과 속박으로 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근대라는 새로운 인간 역사의 지평을 열게 해 준 복음gospel이었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내고 그 혁신의 결과 발생한 불평등과 불균등이 고착화되면 더 이상의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의 자본주의는 수정이 필요하고 규제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수정자본주의, 혼합경제가 필요한 것이다.


자카리 카터의 책, The Price of Peace와 에드워드 챈슬러의 ‘The Price of Time’이라는 두 개의 ‘가치Price’는 같은 이름이지만 각각의 평가(Appreciation) 척도가 이렇게 相異(상이)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케인즈의 입장을 옹호하는 편인 것 같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면서 그 불편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부분적으로 에드워드 챈슬러의 비판과 지적질은 귀담아 들을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스스로 위안도 해 보았지만 거의 소용이 없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완전히 덮을 때까지 좌불안석이었다.


‘아시아의 힘’ 그리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근대화’의 성공 요인을 모두 산업화 이전 농업부분에서의 토지개혁과 같은 혁신, 창조적 파괴에서 찾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위한 보다 평등한 출발 조건들을 갖춘 사회 즉, 다시 말해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혁신이 가능한 조건들은 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가능했고 그것이 바이럴처럼 민주화된 사회로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슘페터 역시 하이에크의 동료였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슘페터의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란 개념이 다윈의 진화론, 적자생존 개념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자율이 그런 자연선택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 열등한 것들, 다시 말해 경쟁력 없는 산업, 좀비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경제학의 시장 만능주의가 전부라고 한다면 산업혁명을 기폭제로 한 근대사회의 출현 자체가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계몽사상에 기반한 근대 과학의 성취는 자연에 대한 대한 인위적 조작manipulation을 통해 생산력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에만 맡겼다고 한다면 근대사회의 출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인간 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위적Artificial 공작의 결과물이다. 고전 경제학이 말하는 Laissez-faire와 같은 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만 의탁하게 되면 그 최종 결과는 록펠러의 독점, 카네기의 독점이란 사실이 역사적 실증되고 있다. 완전한 자유주의적 경쟁의 최종 결과물은 독점, 완전한 약육강식, 카스트 생태계의 구현이다. 


통화정책이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엘리트 계급, 이들 지배계급이 주도하는 대중매체의 선전과 선동에 춤추는 대중들의 변덕과 근시안은 이미 처음부터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1999년 빌 클린턴 시절에 Banking Act of 1933 (Glass-Steagall)가 철폐된다. 이는 대공황 이후 만들어진 은행의 방만한 투자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조지였다. 2000년의 닷컴 버블이 있었다. 2001년에 중국의 WTO가입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투표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정치, 경제 엘리트들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또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처럼 모든 것을 연준의 통화정책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이 아니다. 또 경제학은 20세기 미국에서 계량화 되면서 정치적 요소들을 거세해 버린 듯 하다. 정치경제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정해 보인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를 통해 숙적 소비에트 연방을 무너뜨렸다고 믿었고 모두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자유주의와 세계화 전략을 취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고 수순이었을 것이다.


정치적 상황은 항상 변하고 때론 케인즈에게 갔다가 때론 하이에크에게도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케인즈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소설가가 되기 전에 그는 「동물농장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조지 오웰 이신조 소설가가 되기 전에 '그'는 코끼리를 총으로 쏘아 죽인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소설가들이란 소설가가 되기 전에 '이상한 짓'을 꽤나 많이 해본 치들로 알려져 있다(물론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 나만 해도 실은.....). 범위와 양상이 하도 다양해서 그 이상한 짓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불가능하다(결코 이상하지 않은 짓도 훗날 결과적으로 이상한 짓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아무튼 소설가들은 괴이하고 수상쩍고 유별나고 생뚱맞은 경력을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소설가의 밑천이다. 때문에 이상한 짓은 짐짓 장려되기도 한다. 자신이 경험한 이상한 짓을 곰곰이 되새기고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 자체가 바로 창작이라 할 수 있다(반추나 성찰 없이 이상한 짓의 장려를 자기 합리화의 수단으로 삼아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가 아닌 그냥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   '그'로 돌아가자. 그는 코끼리를 총으로 쏴 죽였다. 분명 넘치도록 이상한 짓을 한 것이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하고 기묘한 경력이다.(다른 소설가들의 각종 일탈과 스캔들이 살짝 평범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는 바로 조지 오웰, 자신이 코끼리를 쏴 죽인 전후 사정을 글로 남겼다(「코끼리를 쏘다」, 1936). 20대 초반의 5년간,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현 미얀마)에서 경찰 간부로 근무한다. 어느 날 그는 사육장을 탈출한 코끼리가 마을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는다. 코끼리는 이미 집과 기물을 파손하고 사람을 해쳤다. 사정을 살피러 현장으로 간 그는 끝내 코끼리를 사살하고 만다. 그는 이 사건을 '제국주의적 쇼'로 규정한다. 수많은 버마인들이 이 '백인 경찰'주위로 몰려든다. 그는 결코 코끼리를 죽일 마음이 없었다. 코끼리를 죽이지 않고도 소동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끼리를 제압하지 못하면 그와 '위대한 대영제국'은 웃음거리가 되고 지배자의 권위를 잃게 되는 상황. 그는 마지못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코끼리는 총알을 다섯 발이나 맞고도 즉사하지 않는다.   버마에서의 5년간, 그는 숱한 이상한 짓을 경험한다. 그는 교수형 집행을 참관한 일도 글로 남겼다(「교수형」, 1931). 버마인 죄수는 교수대로 끌려가면서도 반사적으로 바닥의 물웅덩이를 피해 걷는다. 교수대에 올라 모두의 귀를 괴롭히며 큰 소리로 기도를 올리던 죄수가 순조롭게(?) 죽자, 사형을 지켜본 이들은 죄책감과 안도감을 감춘 채 시답쟎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위스키를 나눠 마신다. 그는 의식이 있는 한 인간의 목숨을 강제로 빼앗는다는 것에 대해, 그 모든 권력의 부당함과 잔인함과 어리석음에 대해 서늘하게 각성한다.   스물 네살의 그는 결국 제국의 경찰 노릇을 때려치운다. 그리고 바로 소설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미친듯이 글로 써낸다? 아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용납하지 않는다. 유럽으로 돌아온 그는 더이상 명문사립학교 졸업생도 식민지의 경찰 간부도 아니다. 그는 수년간 파리와 런던의 빈민굴, 싸구려 여인숙, 부랑자 구호소등을 전전하며 지낸다. 추위와 굶주림, 불편과 불결, 멸시와 천대가 그를 식민지처럼 장악한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1933)은 그가 에릭 블레어란 본명을 버리고, 조지 오웰이란 필명으로 작가가 되어 세상에 내놓은 첫번째 책이다. 그는 자신의 자발적 밑바닥 체험을, 이 일종의 '속죄 의식'을 비장하게 미화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스스로가 '가난 그 자체'가 되어 가난을 정직하게 경험하고 관찰하고 진단한다.   이미 코끼리를 총으로 쏴 죽인 그의 이상한 짓은 가난 속에서 계속된다. 그는 푼돈으로 몇날 며칠을 지내고, 가진 모든 것을 전당포에 잡히고, 끝도없이 허탕을 치고 낭패를 겪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러운 숙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노예 취급을 받으며 식당 주방에서 하루 열일곱 시간씩 허드렛일을 하고, 사람들이 말조차 섞지 않으려는 부랑자들과 어울려 길에서 주운 꽁초를 나눠 피운다.   소설가가 되기 전의 그는 이 모두를 자처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짓을 했다. 그의 글은 구제불능의 따라지 인생들을 묘사했음에도 비참하거나 처절하지 않다. 오히려 생생한 활기와 따스한 연대와 유머러스한 에너지가 넘친다. 세상의 어두운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겠다는 '이상한 다짐'과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창조해내겠다는 '이상한 열정'이 그 모두를 가능하게 했다. 에릭 블레어는 그렇게 조지 오웰이 되었다.   언젠가는 이 세계를 좀 더 철저하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나는 마리오나 패디나 좀도둑 빌 같은 친구를,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로서 사귀고 싶다. 접시닦이라든가 떠돌이, 강둑 노숙자들의 영혼이 진정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다. 현재로는 빈곤의 외곽 이상을 본 것 같지는 않다, (•••) 이것이 시작이다. _409쪽   이것이 시작이다. 조지 오웰은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들로 꼽히는 「동물농장」과 「1984」는 식민지의 코끼리와 교수형으로부터, 근대 문명의 온갖 모순이 들끊고 있던 1920년대 후반 파리의 빈민가와 런던의 부랑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소설가
소설가
분노의 포도 1
분노의 포도 1, 존 스타인벡   "그렇게 돈을 벌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예요. 우리한테 남은 거라고는 하나로 뭉쳐 있는 가족뿐이라고요. 늑대들이 나타났을 때 소들이 그러는 것처럼 모두 하나로 뭉쳐야 해요. 식구들이 한곳에 다 같이 있을 때는 무서운 게 없어요. 난 식구들이 흩어지는 꼴은 못 봐요. 윌슨 부부도 우리하고 같이 있고, 목사님도 우리하고 같이 있지만, 그분들이 떠나겠다면 내가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내 식구들이 흩어진다면 난 이 쇠몽둥이를 들고 고양이처럼 사납게 날뛸 거예요." ㅡ page 354   "변화의 시기라는 게 있어. 그때가 오면 죽음은 모든 죽음의 한 조각이 되고, 출산도 모든 출산의 한 조각이 돼.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것과 죽는 것은 똑같은 일의 양면에 지나지 않지. 그때가 되면 세상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게다. 상처를 입어도 별로 심하게 아프지 않을 테고. 이젠 외로운 상처가 아니니깐. 로저샨. 네가 알아듣기 쉽게 말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잘 안 되는구나." ㅡ page 438   "당신들 여기 있으면 안 돼."   "오늘 밤에 출발해서 사막을 건널 거예요."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거야. 내일 이 시간에도 당신들이 여기 있으면 체포해 버리겠어. 여긴 사람이 살면 안되는 곳이야."   어머니의 얼굴이 분노로 어두워졌다. 어머니가 천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살림살이를 넣어 둔 상자에서 쇠로 된 프라이팬을 꺼냈다. 어머니가 말했다.   "선생, 당신이 양철 배지랑 총을 차고 있지만, 우리 고향에서는 당신 같은 인간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   어머니는 프라이팬을 들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권총집의 단추를 풀었다. 어머니거 말했다.   "한번 해 봐. 계속 여자들한테 겁을 줘 보라고. 남자들이 여기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 남자들이 있었으면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거야. 우리 고향에서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말조심을 해야 하거든."   남자가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긴 당신 고향이 아냐. 여긴 캘리포니아라고. 우린 당신들 같은 망할 놈의 오키들이 여기 정착하는 게 싫어."   어머니의 걸음이 멈췄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오키?"   "그래. 오키! 내일도 당신들이 여기 그대로 있으면 내가 체포해 버릴 거야."   남자는 몸을 돌려 옆 천막으로 가서는 손으로 천막을 내리쳤다.   "이 안에 누구야?"   그가 말했다.   어머니는 천천히 천막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상자에 넣고 천천히 앉았다. 샤론의 로즈는 몰래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울음을 참느라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자 샤론의 로즈는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ㅡ page 447 분노의 포도 2,   어머니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빨간색이었다. 어머니가 천천히 일어서서 샌드리 부인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말했다.   "나가! 당장 나가. 내가 욕하게 만들지 말고. 나도 죄인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너나 가서 울든지 신음하든지 해."   샌드리 부인이 놀라서 입을 쩍 벌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곧 사나운 표정으로 변했다.   "당신이 기독교인인 줄 알았어."   "그래, 기독교인이야."   "아냐. 넌 지옥에서 불타게 될 죄인이야. 특히 너! 내가 예배 드릴 때 이 일을 얘기할 테다. 네 사악한 영혼이 불타는 게 보여. 저 아이의 배 속에 있는 죄 없는 아이가 불타고 있는 게 보여."   샤론의 로즈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머니는 몸을 숙여 나무 막대기를 하나 집어 들었다.   "나가!"   어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 너 같은 인간들을 전에도 봤어. 너희들은 재미로 이러고 다니는 거지?"   어머니가 샌드리 부인에게 다가갔다. ㅡ page 197   소규모 농부들은 밀려오는 파도처럼 빚이 쌓여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나무에 약을 뿌리며 농사를 지었지만 아무것도 팔지 못했다. 가지도 치고 접붙이기도 해 주었지만 열매를 따지 못했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도 열심히 일하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열매는 땅 위에서 썩어 가고 있다. 그리고 포도주 만드는 통에서 나는 썩은 냄새가 공기를 오염시킨다. 포도주 맛을 좀 봐. 포도향이 전혀 안 나잖아. 유황, 티닌산, 알코올 맛 뿐이야.   이 조그만 과수원도 내년이면 대지주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빚이 과수원 주인의 목을 조르고 있으니까.   이 포도원도 은행 소유가 될 것이다. 오로지 대지주들만 살아 남을 수 있다. 통조림 공장도 같이 소유하고 있으므로. 배 네 개의 껍질을 벗겨 반으로 잘라서 통조림으로 만드는 비용이 15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통조림 배는 섞지도 않는다. 통조림은 몇 년동안이나 버틸 수 있다.   과일 섞는 냄새가 캘리포니아 주 전체로 퍼져 나간다. 이 달콤한 냄새는 이 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커다란 슬픔을 보여 준다. 나무를 접붙일 줄도 알고 씨앗을 심어 크고 풍요로운 열매를 길러 낼 줄도 아는 사람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굶주린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른 열매를 먹일 길이 없다. 새로운 과일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사람들에게 그 열매를 먹일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이런 실패가 커다란 슬픔이 되어 캘리포니아 주를 뒤덮고 있다.   값을 유지하기 위해 덩굴과 나무의 뿌리가 만들어 낸 열매들을 파괴해 버려야 한다. 이것이 무엇보다 슬프고 쓰라린 일이다. 차에 가득가득 실린 오렌지들이 땅바닥에 버려진다. 사람들이 그 과일을 얻으려고 먼 길을 왔지만, 그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냥 차를 몰고 나가서 오렌지를 주워 올 수 있다면, 열두 개에 20센트를 주고 오렌지를 사 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사람들이 호스를 가지고 와서 오렌지에 휘발유를 뿌린다. 그들은 과일을 그냥 주워 가려고 온 범죄자들에게 화가 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과일을 먹고 싶어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오렌지 더미 위에는 휘발유가 뿌려진다.   썩는 냄새가 일대를 가득 채운다.   커피를 태워 배의 연료로 써라. 옥수수를 태워 난방을 해라. 옥수수는 뜨겁게 타니까. 강에 감자를 버리고 강둑에 경비를 세워 굶주린 사람들이 감자를 건져 가지 못하게 해라. 돼지를 죽여 묻어 버려라. 그리고 그 섞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도록 내버려 두라.   고발조차 할 수 없는 범죄가 저질러 지고 있다. 울음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다른 모든 성공을 뒤엎어 버리는 실패가 있다. 비옥한 땅, 곧게 자라는 나무들, 튼튼한 줄기, 다 익은 열매, 그런데 펠라그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그냥 죽어 갈 수 밖에 없다. 오렌지가 이윤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검시관들은 사망 증영서에 사인을 영양실조로 적어 넣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일부러 식량을 썩히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에 버려진 감자를 건지려고 그물을 가지고 오면 경비들이 그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버려진 오렌지를 주우려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이미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감자를 바라본다. 도랑 속에서 죽임을 당해 생석회에 가려지는 돼지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산처럼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간다. ㅡ page 253~255   "어머니, 전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냥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예요. 제가 그런 짓을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괜챦아. 네가 그런 짓을 안 했다면 좋았을 거야. 네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 하지만 넌 꼭 해야 할 일을 한 거쟎니. 넌 아무 잘못 없어."   어머니는 풍로로 가서 뜨거운 물에 헝겁을 적셨다.   "자, 이걸 얼굴에 대고 있어라."   그는 뜨거운 헝겊을 코와 빰에 댔다. 헝겊이 너무 뜨거워서 몸이 움찔할 정도였다.   "어머니, 전 오늘 밤에 떠날 거예요. 저 때문에 식구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다.   "톰! 내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네가 떠난디고 해서 우리가 편안해지는 건 아냐. 식구들이 더 힘들어질 뿐이야. 옛날에 농사를 지을 때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것이 있었지. 노인들은 죽고 아이들은 태어나고. 우리는 항상 하나였어. 가족이었다고. 누가 봐도 분명한 가족.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분명한 것이 없어. 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우리를 분명하게 구분해 주는 게 하나도 없어. 앨 녀석은 저 혼자 알아서 해보겠다고 구름 잡는 소리나 하고, 아주버님은 그냥 우리를 쫓아오고 있을 뿐이고. 너희 아버지도 옛날 같지 않고. 네 아버지는 이제 가장이 아냐. 우리 가족이 쪼개지고 있는 거야. 톰. 지금은 가족이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로저샨은••••••."   어머니가 눈을 돌리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로저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아이가 곧 아기를 낳을텐데 가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나도 모르겠다. 난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고 애썼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윈필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애가 거칠어지기만 하고. 루티도 마찬가지야. 짐승처럼 거칠어지고 있어.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 가지 마. 톰. 여기 남아서 우릴 도와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내가 여기 남으면 안 되는데. 정말로 안 되는데."   그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ㅡ page 345~346   "알아. 난 이제 쓸모가 없어. 만날 옛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종일 고향 생각만 해. 다시는 고향을 보지 못할 텐데."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이 고장 풍경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아. 지금쯤이면 고향의 버드나무 잎사귀들이 다 떨어졌겠다는 생각을 하느라고. 남쪽 울타리의 구멍을 손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 거, 참! 여자들이 점점 집안일을 좌우하게 됐으니. 여자들이 이걸 해라, 저리로 가라, 이러쟎아. 그런데 나는 그게 거슬리지도 않아.   어머니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잘 변해요.  여자들은 삶을 모두 가슴에 품고 있고, 남자들은 머리에 품고 있죠. 당신은 신경 쓰지 말아요. 어쩌면••••• 그래요, 어쩌면 내년쯤에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버지가 말했다.   "우린 지금 가진 게 하나도 없어. 앞으로 일자리도 없고 수확도 없는 계절이 오래 계속 될거야. 그럼 우린 어떻게 하지? 먹을 걸 어떻게 구하지? 로저샨이 아이를 낳을 때도 멀지 않았는데. 생각하기도 싫어. 그래서 생각을 안 하려고 계속 옛날 일만 파고 있는 거야. 이제 우리 인생은 끝난 것 같아."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요, 여보. 여자들은 그런 걸 알 수 있어요. 살면서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남자들은 단계별로 인생을 살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이 죽는 것, 그게 한 단계죠. 농장을 일구고 그 농장을 잃는 것, 그게 또 한 단계에요. 하지만 여자들에게 삶은 전부 하나의 흐름이예요. 개울처럼, 소용돌이처럼, 강처럼 그냥 계속 흐르죠. 여자들이 보는 인생은 그래요. 우린 그냥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계속 살아간다고요. 조금 변하기야 하겠지만,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   존이 다그치듯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모든 흐름이 멈추지 않게 막아 주는 게 뭐죠? 사람들이 지쳐서 드러눕지 않게 해 주는 게 뭐예요?"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번들거리는 손등을 다른 손으로 문지르고, 오른손 손가락을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어머니가 말했다.   "꼭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내가 보기에는 그냥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이루어지는 일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그래요. 심지어 배가 고파지는 것조차•••••• 병이 드는 것조차. 죽는 사람도 있지만 살이남은 사람들은 더 강해지죠.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예요. 하루하루."   ㅡ page 409~410
분노의
분노의
한국이 싫어서

회사 상사에게 "이건 잘못됐다."라고, 시어머니에게 "그건 싫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p.121





영화가 궁금하지만 제주에 사는 일반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 채널이 없기에 책을 사서 읽었다.


추석이 끝나자 마자 빗발치는 "우리 만나자~"

문자를 이 핑계 저 핑계로 거절했다. p.121에 나오는 장면은 명절마다 여기 저기에서 목격 가능하다.

30년이 지나도록 반복되고 있으므로 내 친구들이 지겹다. 이 책을 확~ 면전에 갖다 주고 싶다.

잘 살고 공부 잘 하던 여자 애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저 모양이므로, 듣는 귀에서 진물이 난다.

"니들 남편과 상사와 시어머니가 더 불쌍해..."

라고 말해주고 싶다. 변할 생각 없는 삶을 살면서도 관음증에 걸린 채 관종이라며 변화를 위해 시도하는 다른 여성들을 수다에 끼워 넣는다. 알고 보면 나도 관종일텐데, 자꾸 그 자리에 부른다. 나의 현금흐름성 행복도 자산성 행복도 감히 따라 할 수 없어서 부럽지만 내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친구들.

나는 상사가 싫어서, 시어머니가 싫어서 떠나지 않고 그대신 계란을 부지런히 그들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

"싫은데요. 나는 내가 소중해요."

그래서 결국 그들이 항복했다. 그리고 우린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삶을 지지한다.

뒷담화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들에게 최면을 걸면서 내 편으로 만들려면 나도 지지 말아야 한다. 이 생을, 그리고 타인에게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당신이 아니고 내가 어떻게 사는냐.'가 매우 궁금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걔들은
걔들은
수면을 위한 <<프랜즈>><<작은아씨들>> 독서일기

잠이 안와서 요즘 읽고 있는 로빈던바의 <<프랜즈>>를 한 챕터 읽고 다음으로 루이자메이올콧의 <<작은아씨들>>을 한 챕터 읽었다.

지금까지 <<프랜즈>>는 한 챕터에 한 가지 주장을 증명하려고 실험을 10개 가까이 나열하는 식으로 돼있어서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사실 각 실험이 의미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보이는데 한 범주로 묶어서 나열해버리기 일쑤고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은 일목요연하지 못하다. 전세계에 있는 사회관계 연구를 다 끌어모아 아는 척 한 다음 그 연구자들을 본인의 '프랜즈'로 만드려고 이 책을 썼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목차를 봤을 때 소제목들이 모두 흥미로워보여서 일단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작은아씨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는 너무 착한 드라마도 오글거려서 못 보는 성미인지라 작은 아씨들도 너무 착해서 재미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솔직해서 불평투성이인게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 애들이 이러는게 사실적이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불만을 가진다는게 아니다. 사실은 어른들도 불만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나는 '작은 아씨들' 처럼 아이들이 많이 읽는 소설에서는 특히 아이들을 마냥 아무 불만 없고 어른들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그런 비현실적인 천사같은 이미지로 그려놓았을까봐 걱정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 편지 읽고 바로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는것도 너무 순진해서 웃기다ㅋㅋㅋ 아이들이란! 작은아씨들 생각보다 사실주의 소설인거 같다ㅋㅋ 앞으로 조금씩 읽을 예정이다.

작은 아씨들(초판본)(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은장 티파니 민트...
작은 아씨들(초판본)(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은장 티파니 민트...
그믐무비클럽 4기를 모집합니다! with 서울동물영화제

그믐무비클럽 4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그믐무비클럽 4기는 서울동물영화제(SEOUL ANIMAL FILM FESTIVAL)와 함께 합니다!


서울동물영화제는 전 세계 동물권 이슈와 비인간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하는 영화를 소개하며, 나아가 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복지를 제공 받았는지를 살피고, 영화제 운영에서도 동물, 환경, 지구를 해치지 않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영화제입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서울동물영화제의 슬로건은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입니다.


서울동물영화제는 다가오는 10월 19일(목)부터 23일(월)까지 메가박스 홍대 그리고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에요. 그믐무비클럽 4기 역시 영화제 기간에 맞춰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울동물영화제 작품 중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1편 그리고 여러분이 보고 싶은 작품 1편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그믐무비클럽을 신청해주신 분들 중 10명을 선정합니다. 선정된 10명은 총 2편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눠요. (10명에게는 현장에서 영화를 보실 수 있는 예매권을 드립니다.)


직접 가실 수 있는 분들은 현장에서 1편, 온라인으로 1편 이렇게 2편을 관람하시고, 영화제에 직접 가지 못 하시는 분들은 각자 편안한 장소와 시간에 온라인으로 2편을 보고 그믐무비클럽에서 모여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 영화 소개 ●

 

그믐무비클럽 4기에서 함께 볼 작품은 총 두 편입니다. 한 편은 서울동물영화제에서 추천한 작품이에요. 다른 한 작품은 여러분이 보고 싶은 작품으로 선택해서 관람해주세요. 


① [SAFF 쟁점] <도나 스프링 - 용감한 여정>(Courage in Life and Politics - The Dona Spring Story, 린지 버릭, 2007, 71분)

 

② 6회 서울동물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여러분이 직접 선택한 작품 1편


● 신청 안내 ●


그믐무비클럽 4기 참여 신청하기


- 모집 기간: 10월 11일(수) ~ 10월 18일(수) 오후 6시까지

(*10월 18일 오후 6시까지 [추가 정보 입력] 및 [참여 신청] 버튼 모두 누른 분에 한합니다)


- 모집 대상

• 동물을 사랑하며 동물권 이슈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있는 분

• 동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Non human에 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은 분

• 그믐무비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며 단순한 영화감상을 넘어선 사유의 확장을 원하는 분

• 다른 이와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하길 원하는 분


- 모집 인원 : 10명 + a

(당첨자 10명에게는 영화제 예매권을 드립니다)


● 활동 안내●


- 활동 기간 : 10월 19일(목)~ 10월 27일(금) 총 9일간


[일정]

• 10월 19일(목) 당첨자 발표

10/19(목) 간단 인사 나눔 (1일)

10/20(금)~10/21(일) 첫 번째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눔 <도나 스프링 - 용감한 여정> (3일)

10/23(월)~10/25(수) 두 번째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눔 <자유 선택작> (3일)

10/26(목)~10/27(금) 마무리 및 총평 (2일)


※ 모든 신청자에게는 그믐 알림과 이메일로 무비클럽 시작을 알려드립니다. 제공드리는 예매권이 한정되어 있어, 당첨이 되지 않으신 분들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개인적으로 관람하시고 이 곳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나누어 주실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 참가자 중 모든 질문에 답글을 달아 주신 분들께 준비되어 있는 선물 : 서울동물영화제 감사장 + 그믐무비클럽 수료증
※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광고 소재나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궁금한 사항은 ‘모임 전 수다’ 아래 대화 창에 남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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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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