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품 디자이너 아키타 미치오의 트위터 해설집. 아키타 미치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고 트위터와 블로그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듯 싶다.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리트윗이 많이 되었고 아포리즘에 가까운 글들에 추가로 부연 설명을 얹었다.
임수연 기자의 인터뷰집. 페미니스트 창작자들과 그들의 네트워크로 책이 완성된 느낌. 작업실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과연 진짠가 싶을 정도로 정리 정돈을 잘한다. 혹은 정리형 인간들만 인터뷰이로 선정된 걸 수도.
부자되기 싫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거나 부자가 되는 고통때문이겠죠.
그러면 우리가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부자가 될 것인가.
왜 부자가 되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나서 왜 부자가 되려했는지 생각하려하겠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죠.
'나도 저 사람 정도 돈 있으면 당연히 기부할 거다'
'나도 저정도면 10억도 기부하겠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익혀둬야 합니다.
부자가 되는 모든 방법을.
피하시지 마시고 계속 이 글을 읽고 훈련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부자가 되는 방법은 쉽습니다.
첫번째 방법, 부자로 태어난다.
두번째 방법, 부자가 되는 방법을 익힌다.
이것말고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방법이 더 많겠죠.
하지만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심플해져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부자들도 어렵고 다양한 공부를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죠.
바로 '아껴서 투자한다'
저는 여기서 아주 기본적이면서 꼭 필요한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려 합니다.
'믿어라'
현대문학 (230928~230929)
❝ 별점: ★★★★★
❝ 한줄평: 랑을 향한 고고의 애틋한 애도와 사랑의 여정
❝ 키워드: #죽음 #목적 #존재이유 #감정 #마음 #사막 #기억 #행위 #선택 #결정 #고요 #과거로가는땅 #합리성 #그리움 #사랑 #희망
❝ 추천: 랑이 사막을 건너며 찾아 나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 단 하나였던 삶의 목적을 잃은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작가의 말, p.158) ❞
🌵 첫 문장: 랑의 엔진이 꺼졌다. (p.9)
📝 (23/09/30)
🤖 고고:
| 자신이 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가 랑이 죽자 자신의 목적을 찾아 나섬
🗻 과거로 가는 땅:
| 랑의 죽음 후 고고가 가고자 하는 곳
🖋️ “드카르가 언덕 너머 멈추지 않는 돌풍의 시작점에 그게 있대. 그것이 바람을 일으켜 드카르가의 언덕을 검은벽으로 만들었다고들 해. 물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해준 사람은 없어. 거기까지 갔다면 다시 이곳으로 올 인간은없을 테니까. 그 곳에 도착하면 모든 걸 이룬 거니까.” (p.37)
💭 감정:
| 감정은 로봇인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건 고고도 감정을 학습하고 흉내 낸다는 것이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따라 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살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고고
🖋️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니까."
그것은 내가 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쩐지 비참하다는 단어를 쓰고 싶다.
(...)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기에 그럴싸하면 돼. 네가 감정을 진짜 느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느끼기에, 그 애가 그렇게 느끼기에 그렇다면 된 거야. 안 그래? 그냥 다 따라 하는 거야. 인간이라고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어? 영혼을 뺏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에게 감정이 있다고 믿는 순간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시치미 떼. 감정도 네 것이라는 듯이 행동해." (p.131,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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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을 향한 고고의 애틋한 애도와 사랑의 여정
| 조와 랑 — 지카 — 버진 — 알아이아이 — 살리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소설의 제목이 ‘랑과 나’의 사막이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랑뿐만이 아니라 고고에게도 ‘사진’에서 ‘그림’이 된 사막. 후반부로 갈수록 이 이야기의 제목은 ‘고고의 사막’이 아니라, 꼭 ‘랑과 나의 사막’이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랑과 나의 사막』이라는 '그림'은 결국,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세상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진 고고가 사막을 그림으로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작품해설 | 오정연, 길 위에서 우리는, p.150)
소설에는 랑을 향한 고고의 ‘감정’이 가득하다. 고고는 처음에는 이를 단순히 ‘오류’라고 생각해 고칠 수도 있지만유지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그리움을 흉내 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리를 통해 고고는 자신이 오류라 생각했던 랑을 떠올리는 행위는 사실 그리움이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따라 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철저히 합리성의 원칙에 따르게 되어 있는 로봇이지만, 고고는 사막을 건너는 여정을 거쳐 과거로 가는 홀에 도착한 후 ‘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0.01퍼센트의 확률’을 따르고자 한다. 인간에겐 불가능의 수치일지 몰라도, 0.0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존재한다면 고고에게 그 숫자는 ‘존재한다’는 것.
고고 자신은 시도 때도 없이 랑의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오류나 에러라 생각했을지 몰라도, 랑이 처음 고고를 발견했을 때부터, 그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에도 랑을 만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에 희망을 거는 지금까지, 고고는한순간도 랑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게 아닐까.
지카에게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다’고 말했다가 ‘완벽한 희망은 말이 되는 문장이냐’는 물음을 돌려받았던 고고는, 이제 본인이 그 ‘헛된 희망’을 품고 과거로 가는 홀의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버진 — 알아이아이 — 살리를 만나는 이 사막에서의 여정에서 고고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누군가를 상실하거나 삶의 목적을 잃은 것 같을 때 고고의 여정이 문득 떠오를 것 같다. 고고는 과연 자신의 희망을 이루었을까. 랑에게 자신의 사막 횡단 여정을 신나게 전해주었을까. 이야기의 끝, 깊은 여운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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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내게는 사람보다 책이 편해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배로 편안해진다. 책 이야기하는 책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두 권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다.
이 두 책은 소재 외에도 닮은 데가 많다. 둘 다 독일 작가가 썼고, 판타지 소설이자 사변소설이고, 2부로 구성됐고,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깊이가 상당하고, 분량도 두툼하고, 그럼에도 아주 재미있다. 뫼르스는 엔데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두 책의 한국어 번역서는 분권돼 출간되기도 하고 단권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양쪽 모두 한 권짜리 개정판은 700쪽이 넘는다. 책의 삽화나 인쇄 방식에 저자가 깊숙이 간여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두 벽돌책을 2회에 걸쳐 한 권씩 소개해도 될까? 내게 좀 더 각별한 『끝없는 이야기』를 다음 회로 미루고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먼저 얘기하자면, 이 책은 애서가들에게는 천국 같은 가상도시, 부흐하임(Buchheim·책의 집)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이다.
여기서 ‘천국 같다’는 말은 좋은 일만 일어나는 장소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서운 음모와 범죄가 벌어지지만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 책이 있다는 얘기다. 책이 푸대접 받는 21세기 한국과 달리, 부흐하임은 책이 최고의 이슈가 되는 사회다. 인쇄소, 종이공장, 잉크공장이 빽빽하고 서점이 수천 곳 있고 어디서나 낭독회가 열리며 고서 사냥꾼은 영웅이 된다.
그래서 부흐하임의 작가와 출판인과 평론가가 서로를 속이고 물어뜯는 묘사를 읽다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현실 문학계와 출판계에 대한 풍자임을 알면서도, 그런 싸움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그곳이 오히려 부러워지기도 하니까.
책의 큰 특징인 동화풍의 상상력과 능청스러운 유머에 대해서도 상반된 감정이 드는데, 처음에는 살짝 가볍게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그 기발함과 풍부한 상징성에 압도될 지경에 이른다. 참고로 이 소설 주인공은 두 발로 걷는 작가 지망생 공룡이다.
소설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둡고 무거워지며, 마지막에는 ‘문학의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에 가장 인상적인 답을 형상화하여 보여주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은 같은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차모니아 연대기’의 한 편이지만, 시리즈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사이먼 싱이라는 이름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대체의학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고 공저자는 세계 최초의 대체의학 교수라고 한다. 읽다 보면 황당한 사례가 하도 많이 나와서 나중엔 그 헛소리를 믿은 피해자한테 화가 날 지경.
당대 최고의 천재들이 한 문제의 답을 알아내기 위해 수백 년에 걸쳐 투쟁한 전쟁의 기록. 너무 재미있고, 읽다 보면 기묘한 감동을 받게 된다. 수학자들의 절망감은 생생한 동시에 낯설다. 일상생활에서는 맛보기 힘든, 거의 종교적인 감정이다. ‘이 우주에 과연 숨은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 오래 매달릴 때 맛보는.
위즈덤하우스 (230927~230928)
❝ 별점: ★★★★
❝ 한줄평: 회전목마가 멈춰도 우리 인생이 멈추는 건 아니니까
❝ 키워드: #크리스마스 #디즈니월드 #놀이공원 #회전목마 #불꽃놀이 #가족 #엄마 #기억 #환상 #현실
❝ 추천: 꿈과 환상의 세계인 놀이공원 이야기에 빠르게 빠져들고 싶은 사람
❝ 인생은 정말 회전목마일까? (p.71) ❞
/ 작가의 말 | 회전목마가 멈추면
🎠 첫 문장: “스물한 시간쯤 걸릴거야.” (p.5)
📝 (23/09/28) 실제로는 사촌 지간이지만 에밀리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화자 ‘나’는 에밀리와 두 명의 ‘엄마’, ‘디즈니월드’와 ‘불꽃놀이’, 그리고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 두 명의 ‘엄마’:
| ‘나’에게는 중학교 2학년 때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와 얼마 전 아빠의 재혼으로 새로 가족이 된 ‘아주머니’가 있다.
| 에밀리에게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자신을 입양한 엄마가 있다.
🎡 디즈니월드 & 🎆 불꽃놀이:
| 젊은 시절 ‘나’의 엄마는 뉴욕에서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까지 버스를 타고 온 적이 있다. ‘나’의 엄마는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를 보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 에밀리의 원가족은 디즈니월드에 함께 와서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를 보았다.
💭 기억:
| ’나‘는 고모의 친구이자 엄마의 친구인 세진에게 자신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엄마가 세진과 디즈니월드에 갔던 기억 한조각을 전해 듣게 된다.
| 에밀리는 디즈니월드에 와서 자신을 낳아 준 엄마에 관한 옛날의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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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목마=메리-고-라운드=캐러셀
🖋️ 종이 두 번 울리자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간간이 터지는 폭죽 소리와 익숙한 디즈니 노래들을 들으며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거기 에밀리가 있었다. (p.56)
시간적 배경이 꼭 크리스마스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공간적 배경인 놀이공원(디즈니월드)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는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운 날이지만, 어린이들이 산타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것과 달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환상과 동심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서 고군분투한다.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의꿈과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 어른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캐러셀’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소설만큼 <작가의 말 | 회전목마가 멈추면>도 좋았다. 회전목마-놀이공원-인생으로 이어지는 메타포와 그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인생이 회전목마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전목마가 멈춘다고 우리 인생도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 인생이 늘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건 아니니까, ‘인생이 정말 회전목마일까?‘라고 묻는다면 나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별과 만남, 환상과 일상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는 존재들이다.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의 따스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를 것 같다. 🎠
전작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보다 좀 더 세부적인 문제들을 다뤘지만 그렇다고 그걸 실전 요령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다. 합평에 대한 조언들이 유용했다. ‘열매 없는 흥분’을 피하라는 지적이 참으로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