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720. 파일럿 (개빈 라이얼)

 지금은 절판되었고, 『심야 플러스 1』만큼 인상 깊지는 않았다. 개빈 라이얼 본인이 공군 장교 출신이었다(기자 출신이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그의 작품들은 이 책 같은 항공 스릴러와 『심야 플러스 1』 같은 ‘유로 스릴러’ 두 종류였다고 하는데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뻔한 패턴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1980년대, 1990년대에 각각 새로운 소설적 시도를 감행했다고.

719. 심야 플러스 1 (개빈 라이얼)

 한창 하드보일드 추리물을 탐독할 무렵 기대없이 집어들었다가 반했다. 나중에 보니 나 말고도 팬이 많더라. 후반부의 긴박감도 대단했고, 주인공과 적들이 단순히 뒷골목 탐정이나 범죄자들이 아니라 전쟁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라서 더 깊이 있게 느껴졌다. 한국 출판사와 번역자가 바뀔 때에도 번역 제목은 변하지 않았는데 ‘0시 1분’도 아니고 ‘미드나이트 플러스 원’도 아니고 왜 ‘심야 플러스 1’인지 모르겠다.

심야 플러스 1
심야 플러스 1
본격 매장 음악 🎶

아렌트가 구분한 1단계 노동을 요새 fulltime으로 하는 중에 마음만은 음악을 누리고 싶어서 틀어놓는 cd들☆ 주로 사인받느라고 사다놓고 정작 플레이어 고장나서 듣지는 않던 음반들인데, 주로 유투브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많게는 직접 치면서 귀호강 하는 걸 좋아한다는 핑계로 그냥 쌓아두었다가 이제야 수회씩 청취 중^^

듣다보면, 음반까지 내시기에 수많은 노력과 재능과 기회가 만나 결실을 이룬 결과물답게 매우 훌륭하지만 명성에 힘입어 상대적 태작이거나 평타인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하면; 네가 무슨 자격이 있느냐? 하려나;

암튼 지극히 개인적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없기에 자유로운 청취자 입장에서 볼 때 ㅡ 어떤 분들은 정말 훌륭함을 넘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 존경합니다.

삼십 세 ㅡ 최승자

ㅡ'이 時代의 사랑'에 수록

시를 들려주겠니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9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시를 들려주겠니 / 글쓴이: 박현경(화가)

 

중학교 2학년 남자반 담임에 학년부장. 학교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온갖 사건, 사고, 정쟁과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학교 일과는 어김없이 계속된다. 그동안 나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와 이후 이어진 또 다른 교사 집회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틈틈이 10월 단체전을 위해 그림 작업을 해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나날이었다. 그런 가운데 담임으로서 그리고 학년부장으로서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아무리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한다 해도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보도 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통화하고, 집회 성명문을 작성하고, 3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길이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작품을 창작한다고 해도, 그 일들로 인해 나의 하루가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학생들의 하루가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 요약하자면, 바빴지만 짜증 내거나 대충 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게 소중히 지켜 나간, 그리고 여전히 지켜 나가고 있는 일상 중 하나가 바로 ‘지각 시 외우기’다. 십 년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담임을 맡은 반에서는 지각을 한 학생들이 벌칙으로 시를 외운다. 이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동시 위주로 가려 뽑아 지각한 학생들에게 한 편씩 외우게 했다. 그러다가 굳이 동시에만 국한할 것은 없겠다는 판단이 서서, 요즘은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시집들을 잔뜩 학교에 가져다 놓고, 그중 한 대목씩을 외우게 하고 있다.

 

“너무 길어요.”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투덜대던 중2 남학생들이 결국엔 시를 외워 내게 더듬더듬 읊어 준다. 나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중 그 시간만큼은 다른 일을 멈추고 다른 생각도 멈추고 시를 듣는다. 그게 바로 내겐 명상이자 치유다. 명상이자 치유인 이 순간들 중, 나 혼자 읽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뭔가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 네 손에 뭐가 닿는지만 생각해,

박상수, 「작은 선물」


 

이 두 문장을 들으며 생각한다. ‘그렇구나, 지금 내 손에 무엇이 닿는지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지금은 이 아이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마음이 급하거나 불안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읊조려 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 네 손에 뭐가 닿는지만 생각해.’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박상수,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이 부분은 내게 몹시 큰 위로가 되었다. 과거의 어떤 일로도 나를 아프게 하지 말자. 세상이 밉다고 해서 나를 아프게 하지 말자. 그리고 동시에 이 문장들이 지금 이 문장들을 내게 들려주는 저 아이에게도 남아 언젠가 힘이 되어 주길.


 

그리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을 보았다

 

빛의 산이 멀리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희연, 「빛의 산」


 

이 구절을 듣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것. 이 문장들을 내게 읊어 주고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이구나.

 

복닥복닥하고 자질구레한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 저 멀리 보이는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빛의 산’을 생각하느라 놓치기 쉬운, 그러나 놓쳐선 안 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 오늘도 그 빛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렇게 오늘의 소중한 일상이 계속된다.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50」

처음으로 읽은 장르책 기억 나십니까?

저는 무려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의 소개로 움베르트 에코에 입문 했어요.

제일 처음 읽은 책이 [장미의 이름] 이였죠.


그 때는 몰랐어요.

이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 작가의 책들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밌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역사 건축 그리고 미술사를

알아야 하는지 정말 가늠도 못했습니다.


이 책 때문에 추리라는 장르를 시작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당시 중학생이였던 저에게 [장미의 이름]은 너무도 어려운 책이였죠.

읽기는 다 읽었으나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에요.


그나마 학교가 크리스찬 스쿨이라 종교적인 맥락은 알아 들었어요.

그 후에 읽은 책이 셜록 홈즈와 미스 마플, 푸와로 였죠.


그 때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푸와로가 더 좋아요.

셜록의 키 묘사가 180센티가 넘는데 할머니 분장한다

했을 때 약간 정이 떨어졌달까요. (웃음)

아 물론 영국 할머니들은 키가 다 클 수도 있죠 네.

저의 편견일 뿐.


그렇게 돌고 돌아 20대 후반에 다시 [장미의 이름]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완전 빠져 들어 이탈리아어 독학을 1년 했죠.

움베르트의 언어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다 이해는 못해도 소리내 읽으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1년 독학한 수준으로는 택도 없었지만 즐거운 시간들 이였어요.


나중에 열린책들에서, 프라하의 묘지를 번역하신

이세욱 선생님 초빙 토크쇼가 있었을 때 참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었었죠.


움베르트의 인연으로 이윤기 선생님도 알게 되었어요.

이윤기 선생님이 직접 쓰신 글들과 번역하신

책들을 찾아 읽는 재미도 좋았어요.


여러분의 첫 장르책은 무엇인가요?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준 책은요?

그 책을 통해 소개 받은 다른 작가님이 있나요?


저는 지금도 책들에게서 다른 책들을 소개 받고 있어요.

이후 글들은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을 위주로

하나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미의 이름(상)
장미의 이름(상)
이방인
내가 바라는것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되는 날에 많은 구경꾼들이 나를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주는것이다
내가
내가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아이에게는 동화가, 어른들에게는 신화가 필요하다
아이에
아이에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노인 의학에 관한 책. 노화에 관한 상식적인 내용에서 구성되어 있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저자이며 의학 박사인 마리아네 코흐가 젊은 시절 배우로 활동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영하에 출연했다는 것.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별볼일 없는 배우였던 시절부터 감독을 열망했었단다.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AI 쇼크, 다가올 미래

AI 주제든 뭐든 간에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매혹된다. 전반부의 괴담에 가까운 AI에 관한 디스토피아 전망까진 팝콘각으로 읽다가 후반부 유토피아 테마의 사랑 타령에서 급텐션 상실.  


AI 쇼크, 다가올 미래
AI 쇼크, 다가올 미래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333334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줌으로 함께 책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
함께 책 이야기 해봐요!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