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이 서문을 썼다. 『달과 6펜스』를 좋아하지만 고갱은 여러 모로 황당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고갱 본인의 문장은 책임감 없는 좋은 단어들 위주로 되어 있다. ‘삶과 행복의 기술’이니 ‘심오한 진리’니 ‘신비로운 세계’ 같은 말들. 여러 원주민 소녀들을 애인으로 삼으며 성병을 옮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고갱이 매독에 걸렸던 게 아니라는 주장도 최근 나온 모양이더라만.
노마드로 살아가는 게 가능해진 근본 이유는 플랫폼 경제나 사회가 구축한 복지 시스템 덕분일까? ‘연기해야 한다면, 대본은 내가 쓴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기록 해두었다. 야생에서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다 소꿉놀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등장인물 중 개인적으로 아는 이들이 있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박용철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의 『감정은 습관이다』 드디어 완독했다!
Sam 잔여기간으로 계산해보니까 109일 내지 110일 정도 걸렸다.
나는 책을 띄엄띄엄 읽어서 오래 걸렸지만, 일화와 함께 재미있고 쉽게 쓰여져 있는 책이라서 다른 사람들은 더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심리학 책 중에 이 책이 최고다. 그런데 항상 심리학 책 새로 읽을 때 마다 그 책이 최고라고 느끼기는 했다.
그 책이 뭔가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완독 자체를 안하게 된다.
그 전에 읽은 『도파민네이션』과 비교를 해보자면,
『감정은 습관이다』가 조금 더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고,
또 우리나라의 사례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도파민네이션』에는 주로 쾌락에 중독된 사람들이 나오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는 쾌락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마약도 미국보다 일반화 되어있지 않고 근로시간도 길고, 사람들도 워낙에 근면성실하다보니까
오히려 쾌락을 너무 적게 즐겨서 문제인 경우가 생긴다.
『도파민네이션』을 읽으면 그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데, 『감정은 습관이다』에서는 그런 경우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하지만 정확한 근거는 잘 모르는 심리학적 지식들
(예를 들어 뇌는 상상한 것과 실제 경험한 것을 유사하게 느낀다든지) 의 근거가 된 심리학 실험들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좋다.
기회가 닿으면 반복해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에 발레;
작년엔 영어로된;; 연극 보러
이 동네 왔었지~
@ 용산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애니 개봉 덕분에 출간한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 젖이 잘 안 나와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분유를 수입해서 먹는 등 제국 시절의 일본의 모던한 일상이 담겨있다. 너무 모던해서 참담할 지경.
최근에 대화를 하다가 obtuse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뜻이 생각이 안 나서 자리로 돌아가서 영어 사전을 찾아봤다. 시인의 과민함이라는 재능이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아프게 읽혀지는 부분이 많음.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obtuse하게 수련한 내 자신에 안도감을 갖게 한다.
나는 내가 강박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근심했는데 강박 장애는 아니고 강박성 인격 장애적인 성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단 강박 장애는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안와피질의 과도한 활성화)로 비롯된 현상. 제다이 수련 같은 훈련으로 극복이 가능하단다.
안전가옥 오리지널27 (230729~230802)
❝ 별점: ★★★★
❝ 한줄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
❝ 키워드: #돈 #복수 #구원 #생명 #죽음 #진실 #거짓 #행복 #사랑
❝ 추천: 진실을 향한 숨 막히는 레이스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
✨ 첫 문장: 모든 이야기는 돈에서 시작한다. (p.7)
📝 (23/08/02)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굳은 의지로 거짓된 타협 대신 진실한 도전을 강행하며 예정된 비극을 기어코 막아서는 이야기’라는 책 뒤 표지의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복수를 꿈꾸며 생의 의지를 다지는 아이 화영과,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물으며 생의 의지를 잃어가는 아이 도하. 어쩌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운명 같은 둘의 만남. 한 명은 복수를 위해, 또 한 명은 사과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두 아이는 함께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내딛는다. 그리고 서로를 구원한다. 살고 싶게 한다.
🖋️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복수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다음을 상상하고 싶어졌다. 아주 약간이라도 나은 다음을 위해서는 한정혁의 목을 긋고 끝내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 속 눈물에 가려진 민낯을드러내야 했다. (...) 그런 괴물을,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저질렀든 무고한 피해자로 모두가 추억하게 둘 수는없었다. 왜냐하면, 난 그 뒤에도 살 거니까. 살고 싶어 졌으니까. (p.268-269)
🖋️ 도하는 그래서 한결 자유로워진 몸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갔다. (...) 그 여정을 통해 깨달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유령들의 기분. 어떤 몸도 없이 정말 유령이 되어 버린 도하는, 외로웠다. (...) 그는 연결되고 싶었다. 화영, 그리고 화영이사는 세상과 다시 이어지고 싶었다. 이렇게 강렬한 욕망은 처음이었다. (p.356)
작가는 레인보우 아파트가 있는 월평동과 씨더뷰파크가 있는 그린동을 오가며 차곡차곡 화영과 도하의 이야기, 더 나아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더 나아가 마침내 온 도시가 숨겨왔던 엄청난 진실을 보여준다.
원한과 악의에 가득 찬 악령 각자도 처음부터 그렇게 삿된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악의가 모이고 모이는 데 악령보다도 더 악독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기여했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악령들의 복수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오히려 악에 받친 그들의 비명이 처절해서 슬프기도 했다.
돈으로 구원을 사거나, 돈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건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구원이 있고, 돈으로도 불가능한 일이 있다. 돈으로 생명을 사려고 했던 한정혁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그 죽음의 순간이 언제일지,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 있으니까.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화영이 마지막에 소년원에 가서야 해피 스마일 베어를 꿰매는 장면은 어쩌면 도하의 상처도, 본인의 상처도 봉합하고치유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니까. 자신의 몸을 두고도 방황하던 도하가 화영이 봉합 수술을 마친 해피 스마일 베어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둘만의 단어를 내뱉자 원래의 몸에 안착한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살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않았던 도하가 화영을 만나삶의 의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까.
🖋️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의 진짜 눈을 보고 인사할 수 있었다.
“안녕.”
화영이 제가 꿰맨 곰 인형의 팔을 흔들며 인사했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도하는 건네받은 곰 인형의 손을 흔들며 답했다.
"당연하지.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 않아." (p.358)
그 모든 비극을 보고 겪었음에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복수의 끝을 맞이하고도, 두 아이는 서로의 눈을 보며 웃고, 인사하고, 다시 살아가고자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 스마일 베어는 죽지않아’!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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