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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우월성 비교는 가능한 것인가?

이 책을 펼치고 놀라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놀란다.


구글링을 해보니,

일부에서, 그것도 특정 그룹에서만 이 책들을 다루고 있다.

모두 훌륭한 글들이다.


필자는,

딕테에서 나타난 작가의 사상적 바탕에 대한 독법을 그려보고자 한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선 왕조에 대한 정사(定史)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글보단 말, 언어를 신성시한다.

문자언어는 음성언어의 하위개념으로 이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세기에서 말씀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 말씀은 예수에 이르러 로고스라는 절대진리, 절대명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요한 복음은 예수가 로고스임을 설명하는 대 서사이다.

아울러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은 읽는게 아니라 듣는 것에 집중했다.


그들에게 말은 문자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동양보다 훨씬 늦은 시기에 종이가 전래되었다.

종이는 십자군 전쟁 이후 중국의 문물을 간직한 흑해지방의 코카서스인들에 의해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동양과는 거의 천년 이상의 기록문화 차이가 난다.

그들에게 기록이란,

수도원의 수사들이

성경과 교부(가톨릭의 신학 학자들)의 문헌을

아름답게 필사하여 전해주는 업무였다.

양피지에 기록된 종교적 텍스트는 함부로 다루어서도 안 되고

아무에게나 공개되어서도 안 되는 성스런 비밀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겐 문자보다는 말로 하는 기록인

구전과 맹세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불어의 문자는 편지라는 의미도 지닌다.

글은 편지를 쓸 때나 접하는 기호였다.

게다가 편지(=글)는 발신인이 직접 쓰는 경우보다는

누군가가 대신해서 필사, 곧 받아쓰게 하는게 대다수였다.

그래서 "받아쓰기"라는 불어 Dictee는

우리말의 받아서 쓰다라는 의미보다는,

"말해진 (것)"이라는 라틴어 dicti 에서 유래하듯,

"말이 전해졌다", "말이 발화되었다"

는 발화자, 곧 편지 발신인이 주체로 나타나는 행위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자 차학경은, 딕테라는 제목에서 이미

기존의 권위에 반하는 반권력적, 반사회적, 포스트 모더니즘적 양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게다가 이 시기 불어에 심취한 차학경은

당시 프랑스에서 크게 유행한 발화자, 청자, 주체, 타자 등에 논의를 집중한

프랑스 철학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받아쓰기라는 행위를 첫 장부터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이를 교묘하게가 아니라 신랄하게 지적한다. 나는 내 맘대로 쓰고 싶다고.

게다가 받아 적는 단어를 틀리게 적는다.

이는 전적으로 쟈크 데리다의 해체, 혹은 탈구축을 암시한다.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혹은 반문하는 일인으로서,

데리다는 고의로 철자를 바꿔치기하여 이를 정당화한 철학자이다.

사람들은 아무도 그 철자의 탈락, 변형, 도치를 모른 채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던 단어로, 개념으로 이해한 채,

권력자 내지 헤게모니 주도자에게 이용당한다.


그래서 저자는 어떠한 설명도 없는 이미지와 글자, 사진 등을

곳곳에 배치한다.

이는 기존의 근거, 원전을 중시하는 학문질서를 통째로

뒤엎는 행위예술인 것이다.

에세이, 시, 서사시, 희곡으로 서술되는 문장들은

기존질서의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형태로 치부되지만,

그에 덧붙여 차학경은 기존 질서가 품은 절대적 타자성마저

무너뜨리려 한다.


차학경은 이를 딕테 곳곳에서 불어로 보여주고,

역자는 이를 주석에서 설명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딕테는,

말도 글도 아닌, 난해한 언어로만 남았다.

가톨릭지식이 부족한 역자는 일부 단어에서 오역도 한다.

"성로 14처"는 "십자가의 길"이고,

"성안(聖顔) 데레사"는 한국 가톨릭에서 "소화小花 데레사"로 칭한다.

"9일간의 기도"는 어떤 문맥에서도 그냥 "9일 기도"이다.


한국어나 영어와 달리,

불어는 명사의 성,수,격이 독일어처럼 존재한다.

또한 라틴어의 영향을 받아 명사와 동사의 변형이 자유롭다.

그런 탓에 불어는 독일어 못지 않은 학문언어로서 표현과 단어 구성력이 뛰어나다.

차학경이 불어로 이 책을 서술한 의도에는,

본인의 가톨릭 신앙에 기초하면서,

불어로 표현되던 당시 프랑스 철학에 심취하여,

6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포스트 모더니즘, 반사회적, 반권위적 문화에서

자극을 받아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차학경은 그래서 유색인종, 여성, 작가라는 3가지 굴레의(누군가는 '구속'이라고 하는) 악조건 속에서,

유관순, 잔다르크, 소화 데레사를 비슷한 맥락에서 병치하고,

여기에 자신의 어머니 허형순 여사를 덧붙여

이 땅의 여성을 하나의 카테고리만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에 있는 범주 이상의 개념으로 세운다.


딕테는,

더 이상

새로울게 없어야만 하는,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를

대담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딕테
딕테
19. 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요한 하위징아의 명저 『중세의 가을』을 흔히 이런 식으로 요약한다. ‘중세는 암흑기가 아니었고, 르네상스의 씨앗이 이미 그 시대에 뿌려져 있었다’는 내용이라고.

글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생각엔 썩 제대로 된 요약도 아니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기원을 찾아내려 애쓴다기보다는 그냥 14~15세기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풍습을 지녔고 어떤 문화를 즐겼고 세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시간여행을 다녀온 저자가 유려한 문체로 쓴 견문록 같다고나 할까?

『중세의 가을』이 펼쳐 보이는 중세 후기는 결코 르네상스의 예고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둠과 광기의 시대도 아니다. 성(聖)과 속(俗)은 달뜬 활기 속에 섞여 있었다. 성지순례는 데이트 여행이었고, 교회 안에서 매춘부가 호객 행위를 했다. 성 유물을 전시하는 건너편에서 알몸 공연이 벌어졌다.

중세인들은 자주 울었고, 쉽게 감동받았고, 잔인했고, 무절제했다. 죄수에게 가하는 고문은 최고의 구경거리였지만, 사형수의 마지막 참회에는 다 같이 눈물을 흘렸다. 방탕에 가까울 정도로 향락을 즐기는 동시에 종말론과 염세주의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이런 모순이 너무 낯설어 이해하기 어려운가?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어렸을 때 익히 경험했던 감정 상태였으니까. 그런 순진한 정서가 한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눈물을 부끄러워하고 감정을 다스리고 관용을 미덕으로 받드는 현대가 중세보다 더 기괴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일 수 있다는 발견은, 지금 우리 사회의 형태 역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후대인들은 21세기를 돌아보며 어떤 모순을 지적할까. 그들의 눈에는 우리 시대 역시 다른 방향으로 잔인하고 탐욕스럽게 비치는 건 아닐까.

『중세의 가을』은 국내 출판사 세 곳에서 각각 번역본을 냈는데, 연암서가의 776쪽짜리 책이 가장 두껍고 최신 번역이다. 연암서가는 홈페이지도 없이 묵직한 인문교양서를 뚝심 있게 펴내는 출판사. 권오상 연암서가 대표는 “『중세의 가을』은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와 핵심 주제가 겹치는 자매 같은 책”이라며 “2010년 『호모 루덴스』를 낼 때부터 『중세의 가을』 출간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중세의 가을
중세의 가을
652.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딱히 줄거리나 설정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한데 모여 있으니 확실히 어떤 효과를 낸다. 오, 재미있다, 오, 잘 쓰신다, 하면서 읽었다. 기분 나쁜 이야기인데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마냥 편안하지도 않으면서 여운도 남는다. 이런 감수성은 훈련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닐 테지.

칵테일, 러브, 좀비
칵테일, 러브, 좀비
651. 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마이애미, 수수께끼의 금고, 변태적인 악당들. 토머스 해리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작품임을 잊고 『양들의 침묵』만 떠올리지 않으면 충분히 괜찮은 소품이라고 본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소년병 출신 아름다운 불법 이민자 가정부도 너무 넷플릭스 드라마 같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설정이고.


카리 모라
카리 모라
650. 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한국 번역본이 출간되자마자 읽었고 중반부터 ‘뭔가 아닌 거 같다’는 실망감을 맛봤다. 『레드 드래곤』이나 『양들의 침묵』의 핵심 매력이었던 서늘함은 없고 변태적이고 잔인한 묘사만 있었다. 그래도 결말은 소설이 영화보다 나았다. 『한니발 라이징』이 나왔을 때에는 안 읽어도 되겠다 싶었다. 이후 작가가 렉터 박사를 떠나 금방 다른 작품들을 쓸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했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한니발
한니발
649.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992년에 흠뻑 빠져들어 읽었고, 엄청 충격을 받았고, 나 말고 다른 독자들도 그랬다. 지금은 정신병동에 갇힌 천재 살인마라는 설정이 클리셰가 되다 못해 지겨운 정도가 됐다. 천재 살인마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젊은 수사요원과 그들 사이의 성적 긴장도. 딱 한 편에만 먹히는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양들의 침묵
양들의 침묵
#8. 제국의 충돌 - 훙호펑

금융 위기 이후 10년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정작 내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중국의 높은 외화 및 미국채 보유량이었다. 2023년인 지금이야 일본 다음으로 높은 미국채 보유국이 중국이라 해도 낯설지 않지만 2008년 당시의 중국이 그랬다는 사실이 새로워서 미중 관계에 대해 새삼 관심이 생겼다.


그런 이유로 찾아보게 된 훙호펑 교수의 <제국의 충돌>

작가는 2010년대 이후 '신냉전'으로 일컬어 지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이데올로기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갈등 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사이의 갈등) 나 정치 체제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자본간 경쟁' 이 외려 지정학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에 중국이 어떻게 미국의 기업들을 대리 로비스트인 '베이징의 보이지 않는 손 @워싱턴' 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이 역시 어떤 과정을 거쳐 '反중국 기업 반란'으로 변화하게 됐는지 등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간결하게 잘 표현된 도표와 그래프를 포함해도 200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분량인데다 워낙 친절하게 설명된 덕에 경제 서적임에도(?) 크게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좀 더 복합적이고 세세한 설명을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간결한 설명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미중 관계를 다룬 개론서로 딱 맞는 책이었다.


다만, 서론에서 작가가 새로운 미중 경쟁을 20세기 초 강대국 사이의 제국 간 경쟁과 비교해 세계 평화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며 읽어 나갔는데, 해결책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한 결론 탓에 조금은 기운 빠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르지.. 10년 쯤 후에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정말 그 해결책대로 시간이 흘러가있을지도.

제국의 충돌
제국의 충돌
23-009 | 배예람, 소름이 돋는다

들녘(참새책방) (230711~230713)


❝ 별점: ★★★★

 한줄평: 호러를 진정으로 즐기는 겁쟁이가 일류다

 키워드: #공포 #호러 #에세이 #겁쟁이

 추천: 겁 많은 공포 애호가, 다양한 공포 콘텐츠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


🖋️ ‘겁쟁이’와 ‘공포 애호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수식어인 걸까? 그렇지만 난 정말로 겁이 많고 또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데? (p.11)


단번에 날 사로잡은 문장. 작가님과 나는 비슷한 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 또한 ‘겁쟁이’지만 누구보다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류의 모든 것들을 좋아하는 ‘공포 애호가’니까! 작가님이 나보다 더 겁쟁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약간 헷갈렸다. 결론은 우리는 ‘공포 마니아’보다는 ‘공포 애호가’라는 것!


🖋️ 겁쟁이야말로 진정한 호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 호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다. (...)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에 충실히 빠지고,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에 실눈만 겨우 뜬 채로 비명을 지르는 겁쟁이들이야말로, 어쩌면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p.22)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오히려 겁쟁이야말로 호러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색다른 관점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무서우라고 만든 작품을 보며 무표정한 관객을 보면 제작자들은 매우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호러 관련 에피소드를 가득 담고 있다. 어릴 적 귀신을 본 경험담,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오프라인 공포체험, 괴담, 게임, 고어 등 내가 봤던 콘텐츠들도 꽤나 많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2. 나를 보는 그 눈, 그 눈! 파트에서 자세히 서술되는 게임은 나도 직접 하긴 무섭고 게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영상으로 감상했는데 같은 게임인데도 작가님은 ‘시선 공포’로 인해 공포를 느끼신 게 재미있었다.


3.우리 집은 안전해? 파트에 나오는 영화 <컨저링>도 너무 반가웠다.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든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를 좋아해서 영화가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 관람하러 가곤 했기 때문이다. 같은 감독은 아니지만 이번에 <인시디어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 개봉하는데 작가님도 보러 가실지 괜히 궁금해졌다.


9.공포 게임의 맛 파트에 나오는 게임들도 대부분 내가 게임 스트리머의 플레이 영상을 봤던 것들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아웃라스트>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서술 부분! 게임의 특징을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설명하시는지 게임 플레이 장면이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4.우리는 누구를 무서워하는가 파트에서 ‘호러물을 즐겨 보는 애호가에서 호러물을 쓰는 창작자의 역할’을 겸하는 사람으로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고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조금이라도 적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공포에 취약한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류는 ‘소리‘로 공포를 조성하는 콘텐츠인 것 같다. 시각적인 공포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참을 수 있는데, 청각적 공포는 유독 견디기 힘들다. 어떨 때는 귀신이나 괴물의 몰골보다 그 소름 끼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곤 한다. 하지만 귀를 막진 않는다. 무서워도, 그 무서움을 즐기는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 세상의 모든 겁쟁이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공포를 사랑하기를, 그래서 더 무섭고 더 끔찍한 공포물이 계속 쏟아지기를 바란다. 겁쟁이들을 향한 나의 애정은 앞으로도 우리가 가늘고 길게 유지되길 바라는 동지애에 가깝다. (p.202)


‘세상의 모든 겁쟁이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공포를 사랑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 아마 나 같은 겁 많은 호러 애호가들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켜질 것 같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름이 돋는다
소름이 돋는다
23-008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e-book) (230707~230713)


❝ 별점: ★★★★★

 한줄평: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키워드: #SF #우주 #차별 #혐오 #사랑 #공존 #그리움 #이해

 추천: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아련하고 그리운 미래가 궁금한 사람


📝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을 아직 많이 읽진 못했지만, 소설 속 ‘떠나는 장면’들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인지 공간」에서도 그랬고,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은 ‘떠남’이라는 키워드를 담고 있다. 어떤 진실들은 떠나야만 알 수 있다는 것. 해설에서 ‘김초엽의 소설에서 진실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과정이다.’라고 인아영 문학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각각의 단편의 주인공들은 직접 떠나거나, 혹은 떠난 이의 흔적을 따라가며 진실을 찾아 나선다.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아련하고 그리운 미래를 다루고 있는 단편들. 배제와 차별, 혐오가 없는 세상, 그리고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존재들. 이 소설은 어쩌면 정말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p.33)

——————

「스펙트럼」

🖋️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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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가설」

🖋️ 류드밀라의 행성을 보며 사람들이 그리워한 것은 행성 그 자체가 아니라 유년기에 우리를 떠난 그들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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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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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물성」

🖋️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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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분실」

🖋️ “이제…….”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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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 언젠가 자신의 우주 영웅을 다시 만난다면, 그에게 우주 저편의 풍경이 꽤 멋졌다고 말해줄 것이다. (p.19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모임] '스포일러 지정'이 업데이트되었어요.

모임에는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스포일러 지정] 기능이 있어요. 내가 쓴 대화글의 [스포일러 지정]을 클릭하면 작성한 대화가 흐리게 가려져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기 전 그 책의 주요한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요. 


그동안 [스포일러 지정]된 대화들을 읽고 싶을 땐 하나씩 클릭해서 읽느라 조금 귀찮았는데요, 흐리게 가려진 대화글을 한 번에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어요.  


스포일러 지정된 글을 연달아서 클릭하면 "이 모임의 모든 [스포일러 지정]을 해제할까요?"라는 팝업이 뜹니다. (클릭할 때마다 나타나지는 않아요. 세 번째, 열 번째 클릭했을 경우에 나타납니다.) 이 때 '해제하기'를 선택하면 가려졌던 대화가 모두 한꺼번에 보입니다. 블러 처리를 한 번에 모두 해제하고 편하게 모임을 즐겨보세요!


또 하나! 일단 해제한 글은 사용자를 기억해서 다음 번에는 그 마지막 상태를 기억해서 보여줍니다. 그믐이 한결 편해졌지요?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책 읽는 우리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그날까지, 저는 또 새로운 기능을 들고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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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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