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Know What We Know

Knowing what we know:Transmission of Knowledge: From Ancient Wisdom to Modern Magic

April 25, 2023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앎?”: 지식의 전수傳授: 고대의 지혜에서 현대의 마법魔法에 이르기 까지


이 책은 지난 4월 25일 출간이 된 따끈 따근한 책이다. 지난 번 “태평양 이야기’를 읽고 저자의 박식博識polymath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북 서핑을 하다 이 신서를 발견하고는 별 다른 주저없이 바로 선택을 했다. 하지만, 그의 박식博識한 영어 때문에 독서에 상당한 노고가 필요했다. 다소 익숙한 언어라 생각했던 영어의 깊이에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쓰게 된 동기動機는 최근 Chat 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시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 것 같지만 그의 의견은 마지막 장, 마지막 한 두 페이지에 가까스로 정리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닉스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를 읽다 보면 현재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야심을 나름 짐작할 수 있게 되고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자본주의”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체주의 사회의 빅브라더에의 야욕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닉스 보스트롬과 같은 인공지능 설계자들의 생각과 사상이 극단적 행동주의적 인지주의적 세계관에 단단히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인간의 뇌를 스캔해서 하드 디스크와 같은 용기에 저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USB만 인간에 뇌에 꽂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느 인종이건 또 남성이건 여성이건 관계 없다(성구분이 불필요)는 critical theories와 연결된다는 사상의 단서를 읽어낼 수가 있었다. 또 레이 커즈 웨일의 “싱귤래러티”역시 같은 생각의 연장 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AI시대는 그렇게 비관적인 전망으로만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의 편리를 크게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래서 AI시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갖는 책을 읽어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사이먼 윈체스터의 이 책은 인문학적 관점, 지식사적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류가 최초로 문자를 통해 기록을 남긴 시기는 BC30세기 설형문자를 발명한 수메르인들의 진흙 태블릿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지식사를 정리해 나간다. 파피루스, 동물의 가죽, 대나무, 비단 등을 사용해 지식을 전수하던 인류는 기원직후 중국의 한나라 채륜에 의해 종이를 발명하고 서방으로 보급되는데 거의 천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역사의 여신은 다시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알파벳을 사용하는 서구 사회에 미소를 보내게 되고 지식이 카톨릭 교회의 독점으로 부터 부르조아들에게 이양移讓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종교개혁 등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서양의 근대가 출현하게 된다.(이 시기부터 서구사회와 동아시아 사회의 발전을 가르는 여러가지 요소 중 하나는 서구의 알파벳 그리고 동아시아 사회의 ‘한자漢字’라고 하는 두 이질적 문자체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이어서 사구사회의 지식을 집대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백과사전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영국에서 만들어진 다음 미국으로 건너가 소위 ‘할부구매’라는 마케팅의 혁신을 통해 대중적으로 보급이 되기 시작한다. 1776년 미국이 독립선언을 하고 천부적 인권 등에 기초한 헌법을 작성하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이라는 사건이 있기는 하지만 소위 대중민주주의란 양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난 뒤의 최근의 역사적 사실史實이란 사실事實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 백과사전의 보급과 같은 마케팅이 대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선전Propaganda宣傳란 용어가 처음 출현한 것은 1622년 카톨릭 교회의 그레고리 15세 교황 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은 프로테스탄트를 쳐부수기 위한 도구로 처음 등장했는데 이후 레닌 등은 자본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적극적 도구로 사용했고 최근의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宣傳이란 의미는 사상, 이론, 지식 또는 사실 등을 대중에게 널리 인식시키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한국사회의 그것과는 다소 구분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사회의 현상은 철저하게 대중의 무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선동煽動Agitation에 가까운 것으로 개념으로 성격을 규정해야만 할 것 같다.


프로이트는 거의 정신병리학에 대한 분석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무의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사실에서 그 어떤 정신분석학자 보다 위대한 인물처럼 보인다. 프로이트의 외조카 Bernay는 이를 광고에 처음 활용하고 정치적 영역에 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어서 책은 ‘구글의 검생엔진’으로 이어진다. 탄생은 하이퍼텍스트, 인터넷, 월드와이드 웹이라는 세 가지 조건의 삼위일체적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이 구글을 통해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대중은 이제 지식을 instantly 소비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기계문명의 발전을 통해 인간의 엄청난 육체적 수고와 노고를 덜게 되었던 것처럼 이와 같은 4차 산업 시대, AI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 육체노동에 대신해 정신노동의 수고를 덜어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이 새로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저자는 Wise, Wisdom이라는 단어를 자주 등장시키면서 신시대의 전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6장에서 저자는 버트란트 러셀과 같은 앵글로 색슨계의 박식博識한 천재들을 길게 여럿 소개한다.(나는 버트란트 러셀이 그렇게 요란한 바람둥이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또 양념으로 아프리카, 인도와 같은 식민지의 박식博識한 천재들도 한 두 명 함께 소개한다. 하지만, 먼저 '태평양 이야기'에서 명백히 서론Prologue과 결론이라는 장章을 두고 서술했던 것과 다르게 이 책에서는 Prologue만 있다. 하지만, 그의 박식博識Polymath만은 시종일관이었다.

나를 찾지 마 - 김범

바야흐로 로맨틱 코미디의 시대는 끝난걸까? 철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던 그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은 어디로 갔을까? 


로맨틱 코미디는 두 남녀의 힘의 균형이 포인트다. 둘에게는 맺어지기 어려운 적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적,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결합이 최종적으로는 가능해야 한다. 보통 둘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 

 

1. 오랜 친구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해리&샐리)

2. 서로 적대적인 비즈니스 관계, 나는 진보정당 대변인, 당신은 보수정당의 정치인 등 (유브 갓 메일)

3. 수저가 다른 우리들. 왕자님과 나, 재벌 3세와 나 (너무 많아서 언급하지 않겠다.) 

4.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나는 18세 여고생. 당신은 72세 할아버지 (코미디로 만들기가 어렵다. 일단 장르는 둘째치고 작가와 감독의 큰 결심이 필요)

5. 두 유부들의 만남. 왜 우리들은 이렇게 서로를 늦게 만났을까? (역시 코미디로 풀기 어렵다. 치명 격정 멜로 정도로 노선 변경 가능)

 

이 정도 리스트가 지금 생각나는 정도인데, 이 책의 김범 작가님은 정말 신박하게도 여기에 6번이라는 새로운 후보를 넣으셨다.

 

6. 오래된 부부사이

 

허걱! 이렇게 천재적일 수가! 생각해 보니 현대인이 정말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대상은 바로 내 남편! 내 아내! 옆에서 내 복장터지는 짓만 수십년째 골라 하고 있는 이 징글징글한 화상아.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간질간질 설레임이 반갑다. 주말엔 역시 소설 한 권!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그런 황무지였어요

그대가 일궈 놓은 이 마음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기름진 땅이 되었죠

 

내 마음은 황무지 / 산울림 

나를 찾지 마
나를 찾지 마
51. 애드넘스 고스트쉽과 항포포구

협재해수욕장의 게스트하우스 다음으로 묵은 곳은 애월리와 제주공항 중간 즈음에 있는 캠핑카 야영장이었다. 캠핑카를 9대 갖추고 숙박 체험을 제공하는 작은 단지였다. 우리는 12제곱미터짜리 2인용 독일식 캐러밴을 빌렸는데, 이번 제주 여행에서 이용한 숙소 중 가장 좁았고, 가격은 세 번째로 비쌌다.

한번쯤 이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HJ가 예약했는데, 말 그대로 딱 한번 정도 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는 2박 3일을 보냈는데, 하루 더 묵었다면 불편했을 것 같다. 캐러밴 안에 화장실은 있었지만 매우 비좁았고 냄새가 밸까봐 사용하기 어려웠고, 제대로 된 변기와 샤워 설비는 캐러밴 밖 공용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그래도 캠핑카에서 지내는 시간은 즐거웠다. 모든 공간이 감탄스럽게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그런 설계에 우리 생활을 맞추는 경험이 신선했다. 캐러밴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는 맑고 하루는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또 캐러밴 앞은 야트막한 바위 언덕 아래로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이었다.

특히 각 캠핑카마다 바다 쪽으로 앞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좌우로 나무가 울타리처럼 심어져 있어 이웃 투숙객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었다. 거기서 바비큐를 해 먹지는 않았지만 바다를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도 먹었다.

첫째 날에는 항포 포구로 가서, SNS에서 유명한 두부요리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게 영업 개시 전부터 사람들이 문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우리는 그 줄에서 두 번째였다. 손님들은 엄청나게 밀려 왔고 종업원들도 부산스러웠는데 정작 요리는 평범했다. 두부함박스테이크와 아게다시도후, 그리고 아게다시도후와는 다소 다른 두부튀김을 먹었다.

근처 마트 두 곳에서 족발, 빙떡, 컵라면, 맥주, 사과, 팝콘을 사왔다. 족발은 HJ가 그날 저녁으로 먹고 싶다고 해서 샀고, 다음날 한 끼는 빙떡으로 때울 생각이었다.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를 읽고 맛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제주에 있는 동안 너무 잘 먹고 다녀서 체중이 슬슬 걱정이 되었다. HJ도 마찬가지였다.

컵라면은 흑돼지로 국물을 냈다고 하는 제주 제품이었는데 기념품 가게에서 계속 보다 보니 맛이 궁금해졌다. 사과는 HJ가 샀다. HJ는 여행 중에 종종 마트에 들러 바나나, 사과, 딸기, 당근, 오이를 사서 내게 먹였다. 사실 서울에 있을 때도 그랬다. 나는 야채는 그럭저럭 먹는 편인데, 과일은 싫어한다. 특히 딸기.

서울에서 출발할 때 신발을 두 켤레 챙겼는데, 둘 다 샌들이었다. 그 중 한 켤레는 밑창이 거의 떨어져서 버렸고, 신고 있던 다른 한 켤레도 밑이 반쯤 갈라졌다. 샌들을 한 켤레 사고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마트 앞에 옷과 신발 재고품을 할인해서 파는 크고 허름한 매장이 있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샌들을 한 켤레 샀다.

이날 저녁에는 캐러밴 앞 작은 개별 마당에서 족발을 먹었다. 코딱지만 한 크기인 주제에 캐러밴은 전자레인지도 갖추고 있었다. 바람이 세고 날벌레가 성가시기는 했지만 그렇게 바다 위로 지는 해를 감상하며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흥겨웠다. 마트에서 파는 제품인데도 예상 외로 맛있는 족발이었다.

우리 캠핑카 뒤에는 큰 스피커가 있었는데, 야영장 운영자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온갖 버전으로 몇 번이나 틀어줬다. 우리도 좋아하는 노래니까 처음에는 흠뻑 정취에 젖었는데,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뿐〉도 여러 번 나왔다. 결국 다음날 담당자에게 음악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 1권을 읽었다. 이 책은 두 권짜리인데, 1권이 872쪽, 2권이 760쪽이다. 아직 절반만 읽은 셈이지만, 정말 엄청난 책이다. 읽는 내내 감탄하고 감동했다. 올해 읽은 것 중에 가장 대단한 책이 될 것 같다. 앤드루 솔로몬의 다른 저작도 모두 찾아 읽을 생각이다.

캐러밴 숙박 둘째 날 오전에는 HJ가 작은 마당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나는 안에서 신문 칼럼을 마감했다. 낮에는 항포포구에 있는 거대한 커피점에 갔다. 밖에서 보기에도 컸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짐작하던 것보다 더 넓었다. 게다가 전망도 대단했다. 고래를 모티브로 했다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 2, 3층에 여러 방향으로 대형 유리창이 나 있었고 각각의 방향으로 포구와 바다가 보였다. HJ는 건축가의 안목을 여러 번 칭찬했다.

그러나 그 카페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가격이었다. 오전 11시 전에는 아메리카노를 1400원이라는 경악할 만한 가격에 팔았다. 테이크아웃에만 매기는 금액도 아니었다. 오전 11시 이후에도 4000~5000원대의 커피를 주문하면 반값 할인을 받거나 샐러드, 샌드위치, 디저트 중 하나를 무료로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HJ와 내가 멋진 전망을 즐기며 아메리카노, 카페 라테, 샌드위치, 핫도그를 먹고 마셨는데도 만 원 남짓밖에 안 들었다.

뭐지? 입소문을 내야 해서 한동안 밑지고 장사하는 건가?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인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제주에서 새로 생겨 사세를 무섭게 넓히고 있는 신생 프랜차이즈라고 했다. ‘제주의 스타벅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나. 서울과 부산에도 매장을 냈다고 한다.

이날 낮부터 비가 왔다. 카페에서 돌아와서는 캐러밴에 틀어박혀 IPTV로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과 《베이비 드라이버》를 봤다. 조선명탐정 3편은 전작들과 달리 판타지 요소를 가미했는데, 그건 상관없었지만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너무 연기를 못해서 몰입이 어려웠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나쁘지 않았고 개성도 있었지만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인가 싶었다. 그냥 둘 다 팝콘 먹으며 보기 딱 좋은 영화였다.

저녁으로는 빙떡, 컵라면, 남은 족발을 먹었다. 흑돼지 분말을 넣었다는 컵라면에서는 다소 탄 맛이 났다. 저녁을 먹으며 마트에서 사 온 애드넘스 고스트쉽과 버드와이저를 마셨다. 애드넘스 고스트쉽은 영국 애드넘스 양조장에서 만드는 페일에일인데, 유령선이라는 이름과 라벨 디자인이 재미있다. 그러나 밀어 붙이는 듯한 강한 향과 가벼운 바디는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이었다.

밖에서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밤이 되자 캐러밴이 덜컹거렸고 바닷물이 육지 반대편으로 쓸려 올라가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그날 밤 항포포구 주변 최대 풍속을 검색하고, 그 정도 바람이면 나무가 뽑히거나 차가 뒤집어지지 않을지 확인했다. 인터넷 설명에 따르면 그 정도는 산들바람이라고 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우린 유령선을 마시네


632. 신곡: 연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질투를 속죄하는 이들은 눈썹이 철사로 꿰매져 고통 받는다. 질투가 시각에서 비롯되는 거라면, 현대인들은 훨씬 더 쉽고 크게 그 죄에 빠져들 테지. 인터넷 덕분에.

신곡 : 연옥편
신곡 : 연옥편
631. 신곡: 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분노를 이기지 못한 이들은 스틱스 강의 진창에서 서로 물어뜯고 온몸으로 난투를 벌인다. 그러나 늪에 빠져 있기에 그들의 외침은 단테에게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신곡: 지옥편
신곡: 지옥편
#2. 불확실성의 시대 - 토비아스 휘터

근래 몇년 동안의 출판 트렌드인건지 아님 최근에나 내 관심 영역에 들어와서인지, 언제부턴가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과학사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양자 역학을 위주로한 1900~1945년까지의 물리학과 물리학자의 이야기인데 의외로! 가독성이 꽤나 높다. 물론 '양자 역학을 모두 이해하며 읽겠다!는 욕심은 살짝 옆으로 치워두고' 라는 전제 하인데,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독서에 크게 무리되지 않을 만큼 일반 대중서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라는 부제에서 이미 책의 결말이 예상되지만, 그 의도치 않았던 결말까지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과학자들의 고민,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갈등 등이 흥미롭고 무엇보다 그 갈등을 서로가 충분히 토론하고 서신으로 교환하는 부분은 꽤나 부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대화라기보단 철학자들의 대화같던 장면들인데, 하긴.. 언제부터 그 경계가 뚜렷이 나뉘어졌나 싶기도 하다.



p.222

아인슈타인은 세계가 저기 밖에 정말로 존재하고, 인간의 상상력이 그 세계를 철저히 파헤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일상 세계를 넘어서는 상상을 신뢰하지 않는다. 수가 맞아야 하고 공식이 맞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상상에 대해 말할 수 있다.


p.316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무엇이 존재하는지 결정하기." 물리학은 모든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과 코펜하겐 사람들의 차이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말한다. "원자 또는 원소 입자 자체는 실제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사물 또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라, 잠재성 또는 가능성의 세계를 형성합니다." 관찰을 통해 비로소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말한다. 그것은 자연과학이 아니라고, 과학은 자연을 발명하지 않고 연구한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한다.



누군가에겐 한낱 사소한 주제일 수 있는 한 분야를 누군가는 온 생을 바쳐서 고민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세상을 읽는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관계로 상처 받고, 존경하는 대상이 어느 순간은 가장 자신을 힘들게도 하고, 누군가의 성취로 열등감에 휩싸이고, 불확실한 시대의 한가운데서 예측치 못한 방향으로 삶이 뒤틀리기도 하고.


수없이 상처받고, 환희하고, 또 좌절하고.. 그런 과정으로 쌓아 올린 세상을 지금의 내가 살고 있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시기를.

엄청난 큰 행운인 걸 잊지 말아야지.


불확실성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마당이 있는 집

디아블로4는 3장을 거의 끝내가는데 3장부터 등장 인물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이야기의 몰입감이 높아진다. 사실상 1장부터 2장까지는 setting에 가까웠던 듯. 그럼에도 서브 퀘스트를 플레이 하는 동안에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있는데 남편사망정식이 밈이 된 마당이 있는 집을 재생하게 되었다.


김태희와 임지연은 한국 영화계에 있어서 가장 연기력에 문제가 있는 여배우들로 손꼽히는 인물들. 임지연은 최근 더글로리를 통해 이 연기력 이슈를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는 하지만 김태희의 경우는 결혼 이후 오랜 공백기를 지나 복귀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여전히 물음표를 안고 있는 배우. 어떻게 이런 리스크 높은 더블 캐스팅이 진행되었는지(캐스팅 등 프리프로덕션 기간은 더글로리 제작 전으로 추정) 드라마 프로젝트의 과정이 궁금하다.


드라마 연출 자체가 배우 연기에 포커스하기 보다는 과도한 미술과 카메라 앵글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정작 게임 플레이 하느라 드라마 화면을 잘 못봐서 김태희의 연기가 개선되었는지 확인은 할 수 없었다.

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
630. 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인문학자가 본 인류의 초기 역사. 도킨스를 대차게 깐다. 농업혁명 전에 이미 정착문화가 있었다는 최근의 고고학 발견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유물사관에 치명타를 가하는 얘기 아닌가?

인간의 위대한 여정(양장본 HardCover)
인간의 위대한 여정(양장본 HardCover)
629.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 (배철현)

샤갈의 ‘십자가 처형’ 시리즈도 비중 있게 다루는데, 창세기 회화보다 더 흥미롭다. 유대인인 샤갈은 이 주제에 매혹됐고, 메시아가 아닌 ‘고통 받는 유대인 순교자’로서 예수를 그렸다고.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
2023 하반기 시작

이 책들을 다 읽었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국제콩쿨 참여자들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절찬리 읽는중^^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333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줌으로 함께 책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
함께 책 이야기 해봐요!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