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멀리 떨어진 무언가를 열렬히 쫓고 고통스러워 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진리에 대한 사랑과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과학자만 모은 책도 아니고, 작가만 모은 책도 아니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중요하게 다루지만 그들만 다루지는 않는다. 그 삶들을 특정 테마에 따라 깔끔하게 정렬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선별 기준과 순서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는 태도다.
19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과학 기사 125편을 엮었다. 『종의 기원』 출간 당시 서평도 있고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 르포도 있다. 뉴욕타임스 과학 담당 기자들은 자신들이 뭔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임을 알아서, 투탕카멘왕의 무덤 발견이나, 달 착륙, 월드와이드웹 개발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당시의 흥분과 전율이 생생히 담겼다.
한국어 제목은 자기 계발서처럼 붙여놨는데 explaining humans가 간결하면서도 명징한 책에 대한 요약.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불킥에 가깝다. 일본 드라마에서 센빠이 역할의 샤기 컷을 한 남자 배우가 동네 주점에서 고작 맥주 몇 잔에 풀린 눈으로 거들먹거릴 거 같은 대사랄까?
"어이, 이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라고!"
혹시 제목 덕분에 더 팔렸으려나? 대조군이 없으니 파악이 불가.
자폐인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의 렌즈를 사용해 풀어낸 메뉴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환기가 되었다기 보다는 자연 과학적인 상식이 넓어졌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메타포를 사용하면 여전히 당황스러움.
인류는 집단 무의식을 통해 같은 꿈을 꾸고 아티스트의 기이한 예민함은 그 꿈을 포착해낸다. 생성형 AI가 오펜하이머 시절의 핵무기로 비유되는 제프리 힌튼 영상을 보다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어떤 촉에 신기해하는 중.
https://www.youtube.com/watch?v=sitHS6UDMJc&ab_channel=JosephRaczynski
토플 점수도 준비하고 관련 서류들도 갖췄지만 집에 일이 생겨 좌절된 유학과 그 미련. 저자는 당시 사진 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거 같다. 연휴 내내 생성 AI에 관한 글과 영상에 파묻혀지내다가 개인의 어떤 사정을 읽으니까 둘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아득해진다.
대학 교재이지만 교양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는 사람, 상황, 그리고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이라는 세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여러 대목을 스크랩하며 읽었는데, 나중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대한 논픽션을 쓸 때 참고하려고 잘 간직해두고 있다.
사반세기 전에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책이다. 출간 시점에는 얼마나 시대를 앞섰다는 말인지. 단순히 정보통신 기술 분야를 넘어 세계와 미래를 보는 시각 자체를 흔든다. 챗GPT와 관련한 원고 청탁이나 코멘트 요청을 받았을 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유용하게 잘 써먹었다.
과학기술이 삶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끔은 진지한 위협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민주사회에서는 이제 과학기술사회학이 시민의 필수 교양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중등교육 과정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원에 가서 제대로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