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어디에서 처음 시작될까?
모든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6월 아예메넴의 강렬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너무 아프고 아름다웠다. 내가 이 이야기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읽고 나서 바로 정리했다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에도 혼란스러웠으니. 어쨌든 너무도 강렬한, 너무 뜨겁고 축축하고 무거운 소설이다. 몬순기후. 진흙탕.
모든 인물들이 슬프거나 기괴했다.
벨루타. 암무. 에스타. 라헬.
벨리아 파펜. 쿠타펜.
파파치의 나방, 맘마치, 베이베 코참마, 코추 마리아. 필라이 동지.
다시 한 번, 비극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인가? 사랑의 법칙처럼. 역사의 법칙처럼. (자신들의 '불결한' 발걸음을 지우기 위해 뒷걸음질 쳐야 했던 그가, '망설임 없이', '부적절한 자신감'을 갖고 일한 것이 문제였을까?)
54쪽
실제로는 '사랑의 법칙'이 만들어진 그날들에서 시작됐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사랑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받아야 하는지를 정한 법.
그리고 얼마나 사랑받아야 하는지도.
어쩌면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그 법칙을 어기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459쪽
삶의 대가
'치러야 할 작은 대가'
두 생명. 두 아이의 어린 시절.
아마도 두 생명은, 소피 몰과 벨루타.
그리고 에스타와 라헬의 어린 시절.
82쪽
역사가 어떻게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어기는 이들에게서 벌금을 거둬들이는지 배웠다.
(...) 역사의 냄새.
바람결에 실려오는 오래된 장미향 같은.
큰 것과 작은 것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나온다.
그것은 라헬의 기억에서 시작되어 벨루타로 끝난다.
벨루타는 '작은 것들의 신'이다.
14쪽 - 이런 것들은 그저 작은 것들일 뿐이다.
35쪽 - '큰 신', '작은 신'(은밀하고 조심스러운, 사적이고 제한적인)
308쪽 - '상실의 신', '작은 것들의 신'
450쪽 - 그는 누구였나? 그는 누구일 수 있었나? '상실의 신', '작은 것들의 신', 소름과 문득 떠오르는 미소의 신'
역겨운 오래된 장미향을 풍기던 벨루타와, 서른 한 살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에 죽어버린 암무.
두 사람의 환희의 순간으로 소설이 끝맺는 게 더없이 슬프고, 아름답고, 타당하다.
461쪽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내일.
(그리고 그 내일은 오지 않았지. 혹은, 역겨운 오래된 장미향을 풍기며 왔지. 그것은 이미 내일도, 미래도 아니다. 그냥 삶의 대가일 뿐.)
책을 읽고 글로 정리해라
책을 읽으면
현재에 안주하면 안된다.
처음 신촌으로 출근할 때 신촌로타리의 높은 빌딩들을 보며 살짝 긴장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난 '실은 내가 말이야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거든'으로 왠지 서울시민이었던 과거를 어필하고 싶었지만 서울의 복잡한 환승버스를 보다보면 괜히 기가 죽는다
그런데 신촌은 생각보다 화려함보다는 세월이 쌓여 만든 정겨운 모습이 더 매력적이다
쭉쭉 뻗은 도로와 고층빌딩이 가득한 코엑스만 다녀오면 난 왠지 기가 빠져 지친다
하지만 신촌으로 수년간 출퇴근하는 나를 보면 그래도 신촌은 예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큰 빌딩 뒤에 품고 있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고 친숙하게 해서 잘 다니고 있나 보다
아마 깨끗한 아파트 지역에서만 살던 사람들은 신촌 대로변의 상가와 빌딩 모습 말고 많은 언덕 사이사이의 길게 늘어진 전기줄과 골목골목을 보면 헉!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신촌은 더 매력적이다 현재와 과거가 다양한 모습으로 그 시간만큼 켜켜이 쌓여 있다~~
한달 살기 하면서 직접 경험한 곳들을 소개합니다. (순서는 순위가 아님)
1.[알파카 홈스타일 카페] Alpaca homestyle cafe
https://maps.app.goo.gl/7HVPi7vRdEQg9B5i6
우연히 길을 걷다 보고 예뻐서 다음 날 찾아간 카페. 야외, 1층,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테이블이 많지는 않다. 높은 천정고와 초록초록 식물들로 감싸져 있는 분위기가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야외 좌석도 적당히 나무들이 가림막이 되어주어 꽤 분위기가 좋다. 멕시칸 메뉴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멕시칸 음식이 스페셜티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훔무스, 아보카도 샐러드, 라자냐를 시켰다. 주문이 밀려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천천히 음식을 기다리며 책을 읽었다. 음식이 천천히 나와 오히려 좋았다. 미소가 아름다운 서버가 섬세하고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베트남 사람들은 라떼를 잘 마시지 않아 제대로 된 카페라떼를 카페에서 마시기가 조금 어려운데 이 곳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에코백 등의 가게 굿즈도 있고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도 센스있다. 귀여운 스티커를 선물로 주어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캐리어에 바로 붙여 놓았다.
2. [안 카페] An café
https://maps.app.goo.gl/jG2v2Hgr4n7FSXDG6
2호점까지 있는 유명한 카페라고 한다. 구글 지도로 혼잡도를 검색해 보니 1호점이 한가하다고 나와서 1호점으로 출발. 세상 좋은 곳도 사람 많아 바글바글거리면 만족도가 급격히 저하된다. 왁자지껄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손님이 적당할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붐비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착하니 생각보다 손님이 더 없어서 정말 고요했다. 카페는 에어컨이 작동하는 공간과 야외 공간으로 되어 있다. 분위기는 나무와 연못이 있는 바깥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조금 덥기도 하고 연못의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가 졸졸졸 나서 예민한 이들에겐 조금 거슬릴 수도. 참, 에어컨 있는 곳에는 의자에 푹신한 쿠션이 있어 그것도 좋다. (바깥에는 그냥 나무 의자) 음료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편하게 쉬어간다 생각하면 후회없을 듯. 너무 편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쉬었던 공간. 책 읽기 뿐 아니라 일하기도 좋을 것 같다.
3. [리빈콜렉티브] LIVIN Barbecue
https://maps.app.goo.gl/rUmj8PskJgb4iTz36
비비큐 전문이라고 하는데 점심시간에 가서 그랬는지 역시 사람이 없었다. 1층과 2층 모두 널찍하고 분위기가 좋은데 2층에 사람이 하나도 없길래 올라갔다. 바깥 전망은 특별하지 않으나 높은 천정고가 시원하다. 트렌디한 팝송이 흐르고 서빙하시는 분이 친절하고 세심하게 살펴준다. 식사와 음료를 함께 하기 좋은 공간. 저녁에 생맥주를 마시기에도 좋을 것 같다. 특별한 개성은 없지만 시원하게 앉아서 천천히 책 읽다 가면 좋은 곳이다.
4.[카페 에이틴] Cafe Eighteen
https://maps.app.goo.gl/3vqk9FMv8w1PhfFu6
앞서 소개한 3군데의 카페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자주 갈 법한 곳은 아니다. 보통 현지인들이 방문하는 카페는 에어컨이 없고 의자가 아주 작은 편이다. 그 의자를 바깥으로 향해 손님들이 길거리를 바라보며 앉는 것도 특징.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이런 현지인 스타일의 카페다. 차도를 바로 면한 바깥쪽 자리는 도로 소음이 심하니 안쪽에 앉는 것을 추천. 들어가면 일단 시원한 차 한 잔을 그냥 준다. 코코넛워터와 망고스무디를 시켰는데 음료맛이 둘 다 좋았다. 개방형 카페라 소음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으나 안쪽 자리에서 아주 덥지 않은 시간, 실링팬 아래 앉아있으면 나름의 한가로움과 현지인스러움을 만끽하며 독서 가능.
5. 알티튜드 루프탑 바 Altitude Rooftop Bar
https://maps.app.goo.gl/1paenVKcGkBAimTY6
책 읽기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중이라 이 곳을 목록에 넣을까 말까 망설였다. 나트랑 쉐라톤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루프탑 바 알티튜드. 360도 시원한 전망에 하늘과 바다가 한 눈에 담긴다. 솔직히 책읽기는 조금 어렵다. 환할 때는 바다와 흰 구름으로, 어두워지면 도시의 반짝이는 야경으로 시선이 절로 간다. 그만큼 전망이 참 좋다. 그런데 나는 고소공포증도 없는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그 느낌에 약간 무서워졌다. 그래서 부러 핸드폰으로 눈을 돌려 전자책을 읽었다. 호텔 부대시설이라 아주 싸진 않지만 해피아워에 방문하면 1+1 이다. (신용카드 내역을 보니 둘이서 네 잔 마시고 17,000원 나왔다.) 깜깜한 야경보다는 오히려 해질녘이 운치있고 더 좋은 듯.
안녕하세요?
더불어숲 학당의 <담론> 세미나 안내입니다.
돌베게 출판사의 <담론>으로 25주 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담론> 세미나 장소 / 서울시 금천구 벚꽃로36길 30 (가산동 60-14) 가산KS타워 11층 1127호
★ <담론> 세미나 시간 /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 / 2024.04.24 시작
★ 신청서를 작성하신 후 아래 계좌로 입금 하시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입금 : 참가비 5만원
국민 016701-04-171773 더불어숲
신청서 링크
https://forms.gle/N6DQDHQqfJ4D1sWP8
사랑과 상실에 대한 마거릿 렌클의 글은 무척 슬프지만 아름답다. 책을 읽으며 지금껏 내가 겪었던 상실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상실을 짐작한다는 게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겪게 될 상실들을 떠올려 보며 그때의 내 마음은 어떨지 마거릿 렌클이 되어 생각해봤다. 주변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삶을 생각하고 살아간다. 좋은 책들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구태여 나오지 않았어도 되었을 속편. 전형적인 속편을 위한 속편으로 새로운 갈등과 위기를 만들고 주인공을 밑바닥으로 다시 떨궈놓는데 작가의 의도가 뻔히 보이다보니 중후반이 지날 수록 읽기가 버거워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멀고 먼 나라 이야기라도 알 방법은 많지만, 중동 각국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나에게 가능할까 자신이 없다. 어설프게 좀 뭘 읽어도, 워낙에 각 국의 이해관계 + 미국이랑 러시아 관계가 얽힌 덩쿨같고 상황도 계속 변해가고...그런 와중에 집어본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아니건만 읽으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목이 참 많다. 현실은 정말 복잡하고 냉정하며 영화보다 영화같다. 권말의 옮긴이 해제까지 읽고나면 착잡하다. 앞으로 뉴스를 보면 조금 더 이해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소수의 집단이 만드는 거대한 국제관계 속에서 일반 시민 A는 그 흐름에 끌려갈 뿐이니...현재진행형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변화를 그저 화면 너머로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