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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서언 발췌

서학 서언


페이지 5 

모든 일에는 행간이 있다. 행간을 뺀 정보는 죽은 정보다. 행간이 정보에 그림자를 드리워야 그 정보가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이 책은1770년대 중반 이후 조선 천주교회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길지 않은 시기를 다룬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와 그 와중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서 살폈다.


서학의 수용과 배척이 노론 벽파와의 정쟁에서 오랫동안 열세에 몰렸던 남인 내부의 전쟁으로 확산된 것은 큰 비극이었다.


체제공을 정점에 둔 남인이 신서파와 공서파로 갈려 싸웠다. 그들 스스로 가난한 두 과부의 싸움이라고 비유했을 만큼 얻은 것 없이 서로에게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서학과의 접촉과 접속은 내부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위정척사의 명분 아래 세도정치에 날개만 달아주었다. 그 결과 수많은 서학죄인의 순교의 피가 강물과 산하를 붉게 적셨다.


시복시성을 위한 신앙 행위의 증거 자료?


다산은 자신의 모든 글에서 천주교에 관한 한 철저하게 자기 검열을 가했고, 진실을 숨겼다... ... 다산이 숨긴 진실은 행간에 가려져 있다. 복잡한 퍼즐을 다 맞춰야 그림자가 드러난다.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만 해도 그렇다. 관변기록이나 척사파의 글속에서 그는 한결같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야비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성교요지는 최근 개신교 쪽 연구자들에 의해 1863년 윌리엄 마틴 목사가 선교사에 대한 한자 교육 목적에서 한문으로 짓고 영문으로 번역까지 한 상자쌍천을 한글자도 바꾸지 않고 주석까지 그대로 베낀 것임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 전한 것을 마틴이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이벽을 위하려다 이벽을 욕보이고, 김대건 신부를 무함하고, 아무 잘못 없는 마틴 목사를 도둑으로 몰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논리이다.


지석사발에 적힌 글씨가 한눈에 다산의 글씨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 이 과정에서 윤지헌과 새로 만나 예정에 없던 글 몇 꼭지를 더 쓰게 되었다.


다산이 가성직제도 아래 10인의 신부 중 한사람이었다거나 ... ...


심문장에서 정약망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다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리 집안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했다. '약망'은 다산의 세례명인 '요한'이었으니, 정약망을 모른다 함은 자기 부정의 극치였다. 


이 책은 통사가 아니어서 전체 글이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편마다 쟁점을 두어 논점을 검토해가는 방식으로 집필했다.


중간자적 시각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안 보이던 지점이나 보지 않았으려 외면했던 사각지대들이 명징하게 드러나 실상에 다가설 수 있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해석을 통해서만 생기를 얻는다. 해설을 해석으로 착각하면 학문은 없다. 자료에서 의미를 끌어내는 것은 질문과 해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일부 비판과 비난을 분간하지 못하는 편협한 태도는 곤란하다.


사람은 가고 흐릿한 기록만 남았다. 그렇다고 그 긴박했던 절체절명의 시간이 순금으로 빛난던 헌신이 낡아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씩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나는 울컥하곤 했다. 전 생애를 걸고 신앙의 길 위에 섰던 순백한 그들의 결심 앞에서, 결단 없이 우물쭈물 머뭇거리는 나를 바라보았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서학 1장

1.칠극 이야기

처음엔 서양의 놀라운 문물에 압도되다가 차츰 그 너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놀랍게 만들었을까? 그 같은 과학적 진보를 가능케 한 배경 사유가 몹시 궁금해졌다.


내 생각 "영국의 왕실문화처럼 왕족과 귀족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그들의 과학적 발전을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출판물 조차 그들의 체계와 학풍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 시대의 학문적 열정은 어떤 물적 지원과 지도자(왕-세종대왕 ,집현전,성균관)의 정신적인 지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적인 향연이 지식인들 곳곳에 뿌리 내린 결과가 오늘의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판토하의 칠극

교우론은 서양 선비들의 우정에 대해 쓴 책이었다. 첫 장을 열자 "벗이란 남이 아닌 나의 반쪽이니, 바로 제2의 나다. 그러므로 벗을 자기처럼 보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천주교의 교리를 문답체로 설명한 천주실의도 흥미로웠지만 칠극 같은 책은 어록체 산문으로 구성되어 논어를 읽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내가 왕이 된 것을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즐거워서다."


칠극은 예수회 판토하 신부가 1614년 북경에서 출판한 책이다.서문에서 사람의 마음에 생기는 병은 일곱가지가 있다. 마음을 치료하는 약 또한 일곱가지가 있다. 요컨대 그 큰 뜻은 모두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만은 겸손으로 이기고 질투는 어짊과 사랑으로 극복하며 탐욕은 베풂으로풀고 분노는 인내로 가라앉히며 식탐은 절제로 막고 음란함은 정결로 차단하며 게으름은 부지런함으로 넘어서야 한다


입으로 재를 부는 사람은 스스로 제 얼굴을 더럽히고 눈은 어지럽게 만든다. 남을 헐뜯는 자는 스스로 그 마음을 더럽히고 그 영혼을 어둡게 만든다.


색욕 같은 것은 젊어서는 실컷 즐겨도 늙고 나면 시들해진다. 분노 따위는 참으면 떠나가고 고요해지면 물러난다. 오직 교만은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딱 붙어 다닌다. ...

신체가 노쇠해도 교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남을 헐뜯는 사람은 돼지와 같다. 발을 둘 곳에 입을 두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귀를 기울여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어리석어지고, 듣고 나서 혼자 기뻐하면 미치광이가 된다.


술이란 음란을 부추기는 땔감이다. 술을 마음대로 마시면서 함부로 음란하지 않은 경우란 드물다. 성경에 말했다. "삼가 술에 취하지 말라. 그 음란함이 그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2.다산 정약용과 칠극

다산 정약용의 자형 이승훈이

동지사 서장관인 아버지 이동욱을 따라 북겨에 갔다가

1784년 봄 최초로 영세를 받고 돌아왔다.

방적아의 칠극, 필방제의 영언여작, 탕약망의 주제군징 등 10여권의 책과 함께, 다산은 이를 큰형 정약현의 처남인 이벽을 통해 구해 읽고 급격한 마음의 쏠림을 느꼈다. 다산의 마음을 이끈 것은 단연 칠극이었다.


다산의 제자 윤종문에게 준 증언첩의 한 단락

맹자는 대체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이 되고 소체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이 되어 금수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했다.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만 뜻을 두어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쳐, 몸뚱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사라지는 것은 짐승일 뿐이다. 짐승으로 사는 것을 원한단 말인가


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미 꿈에서 깬 것이다. 악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선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상태다. 병을 처음 치료할 때는 모름지기 병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병으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하지 못하면 낫기가 어려워진다.


세상의 부는 꿈과 한가지다. 부라는 것이 진짜가 아니라 그저 꿈일 뿐이라는 말이다.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은 잠잘 때 귀한 음식을 먹고 마산 술을 마시는 꿈을 꾼다. 그러다가 잠을 깨면 배고픔과 목마름은 처음과 똑같다. 부자가 재물을 얻으면 마구 베풀며 혼자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잠깐 만에 그 재화는 처음처럼 배고프고 목마르게 되고 만다. 배불리 먹는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을 꾸고 있을 때는 능히 그것이 진짜 배부른 것이 아닌 줄을 깨닫게 할 수가 없다. 재물을 좋아하는 자 또한 지금 얻은 재물이 결국 헛된 물건인 줄을 알도록 깨우칠 수가 없다. 죽을 때가 이르거나 꿈을 깨고서야 깨닫는다.


재화를 비밀스럽게 감춰두는 것은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만 함이 없다. 단단히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니, 재화라는 것은 메기와 같은 것이다.


즐거움은 또한 괴로움의 씨앗이고, 괴로움 또한 즐거움의 씨앗이다. 지금 괴로움을 기르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찌 즐거움을 거둘 수가 있겠는가?


또 정신으로 죽은 사람의 묘로 가서, 네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세상의 즐거움을 꽤나 누렸던 사람이 지금은 모두 더러운 먼지와 탁한 진흙이 된 것을 생각해보고, 다시 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거라, 이 사람은 예전에 세상에 살아 있을 적에는 나와 같았는데, 내가 내일에는 저 사람처럼 무덤에 있겠구나, 육체와 그 아름다움과 편안한 즐거움의 온갖 형상도 모두 다 이와 같을 뿐이니. 어찌 중하다 하겠는가?


3. 홍유한 제문의 행간


홍유한 - 한국카톨릭 최초의 수덕자

성호 이익의 제자로 30대 초반이던 1757년 천주교 교리 접함

진리를 담은 층층의 가르침이 내면에 깊은 감동을 일으킴 (칠극)

직방외기, 천주실의를 구해 읽음


1784년 이승훈 - 북경에서 최초로 영세를 받고 돌아옴

1785년 3월 명례방서 푸른 두건을 쓰고 얼굴에 분을 바른 이벽이 미사를 집전하다가 노름판이 벌어진 것으로 착각한 순라꾼의 급습으로 천주교 집회가 적발되는 사건 발생


홍유한은 1785년 1월 세상을 떴다. 사건 두달 전


권철신이 쓴 홍유한 제문 속 <칠극> 논의

홍유한 누님의 사위, 성호 이익의 문하에서 함께 공부


공께서 대월 공부에 잠심하여 이미 그 사사로움을 능히 다 없앴으니, 지나치다고 했던 것은 나의 아집을 지닌 견해로 공의 사사로움 없는 마음을 가늠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잠심대월은 주자가 경재잠에서 마음을 가라앉혀 지내면서 상제를 찬양하라.고 한데서 따온 말이다. 상제 즉 하느님을 찬양한다는 대월 이라는 표현을 섰다.


첫째 음식에 대한 절제는 칠극 '색도' 곧 탐욕스레 먹는 것을 막는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둘째 절색은 '방음'은 즉 음란함을 막는 것과 호응한다. 셋째, 자기 규율은 '책태' 곧 게으름에 대한 채찍질과 맞통한다. 넷째 함인은 식분에 연결되니 인내로 분노ㅗ를 가라앉히라는 것이다 다섯째, 집겸은 '복오' 즉 교만을 눌러 겸손하라는 가르침과 같다. 여섯째, 시인은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해탐' 곧 탐욕을 풀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남은 것은 '평투' 뿐이다. 질투를 가라앉히라는 말이다. - 홍유한의 일생이 칠극의 가르침으 오롯이 실천에 옮긴 역정이었음을 설명했다. 페이지48


홍유한의 제문 (이기양)


아! 식욕과 색욕은 사람이 크게 욕망하는 바다, 하지만 선생은 자신에게 있어 담박하기가 고목과 같았고, 막아 억제함은 원수와 적을 대하듯 하였다. 해침과 요구함은 사람이 누구나 병통으로 여기는 바다. 하지만 선생은 남에 대해 혹 다ㅏ치기라도 할까 봐 아껴 보호하였고, 능히 하지 못하는 듯이 베풀어 주었다. 치우치기 쉬운 것이 오만인데, 선생은 스스로를 볼 때 언제나 남과 어울리기에 부족한 듯이 한 사람이다. 가라앉히기 어려운 거이 분노지만, 선생은 남을 대할 때 항상 어디를 가든지 덕을 베풀지 않은 적이 없던 분이다. 잠시 동안은 능해도 오래가는 이가 드문 것은 게으르미 틈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선생은 사는 60년 동안 여기에 한결같아서 줄을 그은 것처럼 반듯하였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마술, 과학, 인문학

2022년 07월 15일 장미와동백이 개정판을 출간했다. 나는 1999년 11월 초판 지영사가 발행한 책을 읽었다. 교보문고는 1996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라고 하는데 99년 이전 출간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책의 제목에 드러나듯 마술, 과학, 인문학 이야기이다. 세 갈래의 담론이 서로 반목하며 '수사적 공존'에 안주하는 것을 비판한다. 세 담론이 맞닿은 곳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밝히고, 또 진정한 '지식의 다원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마술, 과학, 인문학
마술, 과학, 인문학
360.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재런 러니어)

저자는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상용화한 컴퓨터과학자이자 작가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을 ‘꼴통’이 되도록 이끌고, 그게 전체 공동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 설득력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359.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날카로운 통찰과 느린 문장. 120년 전의 세태 평가가 지금과 너무 똑같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얘기처럼 완전히 허황되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군중심리
군중심리
<어른 이후의 어른> 프롤로그

어른이란? 나이 상으로 20살이 넘으면 성인이고, 이때부터 어른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했지요. 그래서 어릴적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20살을 꿈꾸곤 했나봐요. 이제 20살에서 엄청 많은 나이를 보탰었지만 어른인가 되돌아 보게되네요. 정말 어른이 무엇일까? 어른의 기준은 무엇일까? 책의 저자도 이런 궁금증에서 이책을 쓴것 같아요. 사회에서 생각하는 어른과 세상이 인정하는 진정한 어른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물리적인 기준이 아닌 어른의 진정한 기준을 알 수 있겠죠.


우리 가운데 자신이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참이었다. 그는 우리의 자기인식은 타인의 인정에 달려있는데, 우리는 그런 인정을 정규직, 자기 소유의 집, 인간관계, 부모 되기 같은 사회적 표지들을 획득하는 일을 통해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다움은 하나의 '사회적 산물'이다. 13쪽

오늘도 순대국이에요, 할매순대국&양선지해장국 신대방역점

여태 올린 음식들을 보면 안 믿어질 수도 있지만 원래 나는 국물을 잘 안 먹었다.

나트륨이 들어간 국물 요리는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볶음밥이나 찌개류 등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몸이 지치고 힘든 저녁 시간에 뜨끈한 국물을 먹으면 몸이 노곤하게 풀리면서 기운이 조금씩 돈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 자연스레 "여기 소주 한 병이요"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위치는 서울시 동작구 대림로 8

고기가 듬뿍 든 거홍면, 하연옥 마포점

원래는 여기를 가려던 것이 아니고 인근의 "연가정"을 가려고 했는데 12시 10분에 갔지만 이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대신 간 곳인데 하연옥은 공간도 넓고 자리도 여유만만.

원래 냉면집이라 여름에는 줄을 서서 먹는 곳이라는데 겨울이라 그랬는지 손님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편하게 먹었지만.

거홍면을 시켰는데 (처음 들어본 메뉴인데 따뜻한 게 이 것 밖에 없었음) 고기도 많이 들고 면도 쫄깃하니 맛있었다. 육전도 시켰는데 거홍면 자체도 양이 적지 않다. 위치는 서울 마포구 동교로 136 1층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때때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어가고, 아침을 알리는 연분홍빛이 짙은 먹구름 뒤에서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은 온통 아내 모습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머리 속으로 그렸다.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웃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진솔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실제든 아니든 그때 그녀의 모습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77쪽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78쪽


나는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런 다음 할 일이 있었다. 유언을 하는 것이었다.

"잘 듣게. 오토. 만약 내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리고 자네가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녀에게 이렇게 전해 주게. 내가 매일 같이 매시간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게. 두번째로 내가 어느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 세번째로 내가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짧은 결혼생활이 이 세상의 모든 것, 심지어는 여기서 겪었던 그 모든 일보다 나에게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전해 주게."

오토. 자네는 지금 어디에 있나? 아직 살아있나? 우리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 후 자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자네 아내를 다시 만났나? 그리고 기억하나? 자네가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자네에게 내 유언을 한마디 한마디 외우게 했던 것을. 105쪽


만약 강제수용소에 있는 사람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이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으면, 그는 자기가 하나의 인간이라는 생각, 마음을 지니고 내적인 자유와 인격적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생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거대한 군중의 한 부분에 불과한 존재로 생각한다. 존재가 짐승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양떼처럼 무리지어 - 때로는 여기에 있다가 그 다음에는 저기로, 때로는 함께 몰려다니다가 때로는 서로 떨어져 다니는 - 다니게 된다. 96쪽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입증해 주는 예(이런 이야기는 종종 영웅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120쪽


병든 사람의 경우, 특히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언젠가 병에 걸린 한 젊은이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편지에서 젊은이는 친구에게 방금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수술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그 젊은이는 언젠가 자기가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아주 용감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죽음을 그렇게 의연하게 맞는 것이 인간으로서 참 위대한 성취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제 운명이 자기에게 그와 똑같은 기회를 주었다고. 124쪽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138쪽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139쪽


나는 누군가가 - 친구나 아내, 산 사람, 혹은 죽은 사람, 혹은 하느님 - 각각 다른 시간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 사람은 우리가 자기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의연하고 비굴하지 않게 시련을 이겨내고, 어떤 태도로 죽어야 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고. 147쪽


나는 더듬거리면서 어린 농작물을 짓밟지 말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짜증을 냈다. 화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그런 말 하지 말게. 그만큼 빼앗았으면 충분한 거 아니야? 내 아내와 아이는 가스실에서 죽었어. 그것으로 더 이상 할 말 없는 거 아니야? 그런데도 자네는 내가 귀리 몇 포기 밟는다고 뭐라고 하다니!"

이런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평범한 진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옳지 못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158쪽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첫번째를 완수하고 달성하는 방법은 아주 분명하다. 하지만 두번째와 세번째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두번째 방법은 어떤 것 - 선이나 진리, 아름다움 - 을 체험하는 것,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거나 (마지막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184쪽


참여 모임 링크 https://gmeum.com/meet/304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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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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