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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프리미엄 에비스와 회계 착오

지난해 가을에 촬영한 온라인 강연의 강연비가 들어오지 않아 중개업체에 돈이 왜 안 들어오느냐고 문의했다. 강연 중개업체에서는 회계 착오가 있었다며 이달 말까지 입금해주겠다고 답장해왔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착오로 돈을 안 보내오는 곳은 많은데 착오로 돈을 더 보내오거나 중복 입금하는 곳은 없거든.”

HJ가 말했다.

출판사나 강연업체, 언론사로부터 돈을 떼어먹히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4년 전이었다. 그 뒤로 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는데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해는 한 해도 없었다. 이 주제로 칼럼을 쓴 적도 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과연 출판사에서 팔렸다고 보고하는 책의 부수 자체는 애초에 믿을 만한가? 과거처럼 인지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검증 수단이 없는 작가 입장에서는 무조건 출판사를 믿는 수밖에 없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있는 영화업계와 달리 출판계에는 전국적인 도서 판매 통계 자체가 없다.

친한 편집자에게 물었더니 별로 불편해 하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답해주었다.

“속이려면 속이기 너무 쉬운 업종인 건 맞죠. 대표와 경리가 가족인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작은 출판사와 일하지 않으려는 작가들이 꽤 있어요. 큰 출판사라고 해도 개인 대표일 경우 성실하지 않은 회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출판사들은 규모도 작고 국가에서도 일종의 보호업종으로 보고 있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 편집자가 다니는 회사도 수십 년 동안 세무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푸념을 다른 소설가에게 했더니 그는 “출판사의 투명성 문제는 반만 믿는다. 작은 곳, 가족 껴있는 곳, 1인 출판사와는 절대 일 못하겠다”고 말했다.

루이즈 애런슨의 두툼한 벽돌책 『나이듦에 관하여』를 다 읽었고 토요일에 이웃 동네 도서관에 가서 반납했다. 집을 나설 때 가방에 수퍼 스윙 라거를 한 캔 넣고 나가서 가는 길에 마셨다.

지난번에 대기 줄이 길어서 가지 않았던 일본식 우동․소바 전문점에 이번에는 가보았다. 이번에도 입장하기까지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우리 앞에 대기하고 있는 팀이 한 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세 팀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가게야?’ 하고 내심 툴툴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라? 분위기가 괜찮았고 무엇보다 음식 맛이 훌륭했다. 가격도 그만하면 합리적이었다. 시금치 소바 샐러드, 쌀 대신 소바를 넣은 초밥, 그리고 카쯔동을 주문했는데 다 맛있었다. 이만하면 기다려서 먹을 만한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판에는 자신들의 소바는 매장 내 제면실에서 100퍼센트 메밀로 만들고, 간장과 가츠오부시 등을 전부 일본 현지에서 가져온다고 적혀 있었다. 반일 감정이나 방사능 때문에 일본산 식재료를 피한다는 사람도 많은 시절인데, 대단한 자부심이었다.

식당에서는 프리미엄 에비스 생맥주를 마셨다. 역시 맛있었다. 일본에서 19세기부터 인기가 있었다는 유서 깊은 맥주이고, 도쿄에는 이 맥주 이름에서 따온 지명과 지하철역도 있지만, 역시 에비스 하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떠오른다. 극중 인물인 카츠라기 미사토가 집에서 식사할 때마다 괴성에 가까운 탄성을 질러가며 마시는 맥주다.

미사토는 연상 미녀에 대한 십대 소년의 환상을 겨냥해 만든 캐릭터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는 동안 이미 미사토보다 나이가 많았던 나는 이 인물 설정에 자주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에비스 맥주는 궁금해서 찾아 마셨다. 에반게리온 오타쿠가 주인공인 내 소설 『열광 금지, 에바로드』에도 에비스 맥주가 한번 언급된다.

 

멋진 도서관 옆에서

소년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맥주

메밀면 먹으며 마셨네

 

이날 저녁에는 집에서 HJ와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함께 만들어 먹었다. 맥주도 또 마셨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낮에 부모님 댁에 갔다. 동생의 생일이라 간단히 가족이 간단히 파티를 하는 동안 강아지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매제와 나는 부모님 댁 거실에 반려견용 안전 울타리를 설치했다. 부모님이 주무시거나 외출을 할 때 새롱이가 집 안에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은 침실에서, 나는 손님방에서, 강아지는 울타리 안에서 밤을 맞았다. 강아지는 한참 낑낑대며 앞발로 울타리를 긁고, 길고 구슬프게 울었다. 나는 자다가 몇 번이나 거실로 나와서 울타리 안에 손을 넣어 개를 쓰다듬었고 그 옆에서 누워 자기도 했다. 개가 울타리 안에서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왔다.



344. 언어의 줄다리기 (신지영)

줄다리기라는 표현이 절묘하네. 모든 이가 ‘돈까쓰’라고 발음해도 옳은 표기법은 ‘돈가스’인 모순을 지적하는데,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 이것도 짜장면-자장면의 전례를 따라 복수표준어로 만들어야 할까?


언어의 줄다리기
언어의 줄다리기
343.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 돼요? (정제희)

국내 유일의 이란 전문 통·번역회사 대표인 젊은 저자의 이야기. 이란이라는 나라, 회사를 차린 과정, 사업 초기 분투 모두 흥미로웠다. 어느 회사에서나 사장님들이 왜 그렇게 엄격한지 알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게 세상의 법칙인가 보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빅 히스토리> 리뷰를 시작하며

그믐 북클럽 1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괜찮은 독서모임에 참여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가 우연히 그믐을 발견하고 북클럽을 신청했는데 운좋게 책도 받게 되었다.


꾸준히 책을 읽었으면 2022년 마무리와 2023년 시작을 잘 했을텐데 아쉽게도 천문대 업무에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생겨서 독서와 기록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볼까한다.


천문학 전공자 입장에서 이 책에는 꽤 많은 과학적 오류, 번역의 오류, 인물 이름의 오류 등등이 보인다. 물론 큰 흐름에는 방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지식을 독자들이 가져갈까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북클럽은 오늘로 끝났지만 나는 여기 블로그에 챕터별로 내용을 정리해 볼까 한다. 이 책을 감명깊게 읽으신 분들은 내 블로그에서 오류들을 한번 체크하시고 댓글로 소통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일주일에 한 챕터씩 글을 올려보는 게 목표. 천문대 일이 독서와 기록에 방해만 하지 않기를!!!

빅 히스토리 -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역사
빅 히스토리 -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역사
342.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유전공학과 나노공학,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조만간 기술이 현재의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설 것이고, 그 지점부터는 의식도, 문명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주장한다. 우스꽝스러운 과대망상인가, 아니면 묵시록과 같은 비전인가. 어느 쪽이건 압도적. 나는 꽤 설득되었다. 특이점 앞에서는 지금 의미를 두는 일들이 다 허망하게 느껴진다. 마천루 전망대에 올라갔다 내려온 기분.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341. 부동산 인플레이션, 일자리 디플레이션 (김정성)

‘주택은 고평가되었는가: 이론 영역’, ‘주택은 고평가되었는가: 경험 영역’ 같은 문구를 목차에서 보고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을 다니며 국회 담당 업무를 했다는 저자의 이력에도 신뢰가 갔다. 차분하고 균형 잡힌 책이라고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서울 아파트 값에 거품이 낀 건지 아닌지 명확한 결론은 없었다.


부동산 인플레이션, 일자리 디플레이션
부동산 인플레이션, 일자리 디플레이션
<빅 히스토리> 13장 또 다른 문턱에 관하여 : 미래의 역사

드디어 13장. 길것만 같던 그믐 29일이 끝나가고, 마지막 13장을 읽게되었네요.

'미래에 어떻게 역사가 있단 말인가'란 질문처럼 역사에 미래를 언급하는게 어불성설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 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우리가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를 알아보는이유가 미래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빅 히스토리>를 기본 틀로 삼아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고요.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방법은 먼저 기존 추세에서 시작하여 그 추세를 미래에 투영하는 것이 타당한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하네요. 마지막에 예측해보는 미래가 장미빛일지, 암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양쪽으로 생각해보면서 가까운 미래의 우리 손주 세대, 수백 년 후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해보게 하네요.


인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을 후손들의 자산, 즉 후손들에게 돌아가야 할 생태계의 자산을 훔쳐 자신에게 보상한다. 568쪽


앞으로의 100년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긍정적 추세를 장려하고 가장 유망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거나 재설계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녀를 적게 낳고, 자전거 이용을 늘리고, 텃밭을 가꾸는 것 등이다. ...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도 중심을 잡으려면 명료함, 창의성, 연민, 용기를 간직해야 한다. 빅 히스토리 관점은 그 문제들을 명확히 파악하기 무척 좋은 방법이다. 577쪽



빅 히스토리
왕복 세 시간 걸려 교회가는 길

어제 실은 그동안 계속 온라인으로만 설교를 듣던 목사님의 개척교회 예배에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어떤 처자를 보았다. 한 겨울에 맨발에 컨버스, 수면바지 같은 옷을 입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하고 코밑은 콧물이 눌어붙은 자국이 남아 있던 성인 여자였다. 여자는 지하철 내 앞자리 정도에 앉았는데 손에 카드 💳 를 쥐고 꼭 누가 채가면 어떤 방법도 없어보이는 눈망울로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옆자리 남자는 피할 수도 없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듯 했다. 마스크도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꼭 해주는 건 없으면서 마구 이리저리 싫은 소릴 해가며 간섭하는 꼰대들이 등장해야 마땅한데, 그냥 말을 해서 들을 것 같지 않다는 견적?이 나와서인지 그녀는 그렇게 '간섭받지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마침 여분의 마스크가 있던 아줌마 1인, 그녀에게 주려고 시도했으나;; 뭐래~ 하면서 옆 칸으로 이동하는 그녀를 보았다. 👀 그래~ 나는 최소한 주려고 시도했어. 받지 않은 건 제할탓이지. 어쨌든 새해라고 좋은 일하려고 하기는 했다고 여기며 도착해서는 목청이 터져라 찬양하고 끝나고는 설날을 잘 시작하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목사님 설교에 은혜 많이 받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얌전히 줄서서 인사드리고 알고보니 애들간식이었던 칸쵸를 챙겨 다시 머나먼 길>> 집으로 돌아왔다는 간편한 설날☆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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