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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I

일반적으로 서양사에서 중세라는 시대는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구분한다. The Early Middle Age, The High Middle Age, The Late Middle Age가 그것이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각각의 시기를 못 박듯이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 첫 번째 시기를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476년부터 서기 1000년까지, 두 번째는 1000~1300년 사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하는 1492년으로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움베르트 에코가 기획한 서물이다. 그래서 서양 중세를 대상으로 한 책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읽다 보니 유럽과 이슬람 사회, 나아가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중세라는 시대를 상당히 포괄적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그러니까 세계사적 의미에서 ‘중세’를 말하는 것이다.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1권은 위의 초기 중세를 그리고 2권은 1000~1200년, 3권은 1200~1400년, 4권은 1400년에서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까지가 그 서술 대상이다.


각각의 책은 기본적으로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 예술 그리고 음악이라는 하는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그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또 각 주제 역시 한 명의 필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나누어 모자이크와 같은 역사 서술을 하고 있어 다소 중복되고 산만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유럽과 이슬람 사회에 대해서 이 정도 수준의 역사책을 출판 기획하려 한 노력은 일단 가상하다고 평가해 주어야만 하겠다. 그러나, 그런 선의에 비해 번역 수준은 다소 함량 미달인 것이 분명하다. 1권의 번역은 나름 준수했던 것 같은데 현재 읽고 있는 2권의 번역 상태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사전에 일정한 내공이 있었야만 할 것 같다. 나 같은 필부가 읽어 내기에는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생소하고 복잡 다단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마치, 처녀림을 헤매는 것처럼 지식의 숲길을 헤매다가 쉽게 길을 잃어 버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번역이라는 가이드가 좀 더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가이드 피fee도 결코 만만치 않은데 가격에 비해 서비스의 품질은 너무 조악하다.


근대 이후의 유럽은 세계사의 플랫폼이 되어 동아시아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를 지배, 규정해 왔다. 때문에 서양의 근대를 출현 또는 배태시킨 유럽 중세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은 매우 크다. 이 벽돌책에 도전하는 것은 단순히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허위 의식만은 아닐 것이다. 서구 백인 그들의 힘의 源泉(원천)이 무엇인지 그 上流(상류)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언제나 큰 숙제였다. 다행히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지적 허기를 달래고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켜 세계사를 보다 높은 곳에서 조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근대 유럽은 이슬람 사회가 지중해 고전 문명의 지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 서유럽에 건네지 않았다면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이슬람이 중세 특히, 서양 중세와의 관계에서 이슬람 사회가 유럽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게 해준다.이것은 나에게 역사에 대한 일종의 開眼(개안)처럼 느껴진다. 


유대인 역사가 리차드 번쉬타인은 그의 책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들’에서 중세 유럽이 이슬람 문화와 조우하는 장면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 만남은 11세기 이베리아 반도에서 있었던 리콩퀘스타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7세기 이슬람이라는 신흥 종교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탄생하고 세력을 확장, 스페인의 도시 톨레도 이하 남부는 이슬람의 세력권에 편입된다. 이때서야 비로소 유럽은 이슬람 사회를 통해 그리스 로마 고전 문명을 재발견하게 된다. 번쉬타인의 책에서 발견했던 단서들, 유럽의 근대는 중세 이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아주 구체적으로 상술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중세’라는 책에 해당한다. 


유럽 사회의 주역은 크게 라틴족, 게르만족, 슬라브족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밖에 유대인, 헝가리인 등의 조연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게르만족의 시원을 살피면 이들이 원래 정착했던 곳은 덴마크를 포함하고 있는 유틀란트 반도와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부였다. 기원전 700~500년이 되면 네델란드에서 러시아 서부까지 그 영역이 팽창한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팽창에 밀려 일단, 이동을 멈추었다가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서로마 제국을 멸망시키며 유럽의 주인공이 된다.


아프리카 북부와 이베리아 반도는 고트족, 이태리는 랑고바르드족, 중서부 유럽은 라인강 하류 동안으로부터 이주한 프랑크족 그리고 브리튼 섬은 앵글로, 색슨, 쥬트족이 장악하는 형세를 이룬다. 


슬라브족은 기원전 1000년경 카르파티아 산맥(루마니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에 걸쳐 있는)의 북부와 동부 지역, 폴란드와 독일 사이를 가로 지르는 오데르 강(대략 독일 및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국경 사이에 위치하는 강)과 드네프르 강 사이의 드넓은 분지에 정착한다. 특히 훈족 등의 칩입으로 5세기~7세기 독일 동부, 발칸 반도에서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까지 이르는 지역에 폭넓게 점령하게 된다. 특히 서브 슬라브족은 게르만족이 버리고 간 광할한 지역을 평화롭게 팽창해 나갔으며 몇 세기 만에 독일 전체를 차지한다. 그러나 신흥 프랑크 왕국에 의해 다시 동쪽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동로마 제국의 약화와 함께 발칸반도의 끝 그리스 지역까지 밀고 내려 간다.


한편, 이 책은 동로마 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다. 동서 로마 제국은 이미 물리적으로 분열되어 있었지만 특히 성상파괴운동(726~843)으로 그 심리적 간극이 깊어 진다. 동로마 교회는 ‘이콘’이라 불리는 聖像(성상)을 우상 숭배라 단죄했지만 서로마 교회는 성상이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성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무튼, 7세기 이후 급속히 팽창하는 이슬람 세력에 밀려 동로마 제국은 세력권이 점점 축소된다. 


이슬람 세력은 예언자 모하메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칼리프들의 시대를 거쳐 페르시아계 압바스 왕조가 지배를 하다가 몽골의 침입으로 무너진다. 그 이후 다시 오스만 투르크가 이슬람 세계를 통일한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서 이슬람 세계의 역량은 압도적이었다. 한편, 고전 문명을 온전히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중세를 꽃피웠던 선진 이슬람 사회는 왜 근대화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역사의 패배자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단순히 승자의 교만 때문인지 아니면 신의 攝理(섭리)였던 것인지? 이런 의문을 충분히 다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 ‘中世(중세)’라는 책의 長征(장정)을 계속해야겠다.


이 시기 철학자 보에티우스가 했던 운명과 섭리에 관해 했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pp394~395


“보에티우스가 철학을 통해 제시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운명과 섭리의 구분이다. 모든 사건에 대한 우주의 규칙은 신학적 관점에서 고려할 때 섭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사건의 외부에 존재하고 전지전능하며 초시간적인 특성을 지닌다. 반면 운명은 시간 속에 살아가는 피조물에 관한 것으로, 인간은 이성ratio이라는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만 신과 같이 완벽한 관점을 소유할 수는 없다.(보에티우스는 이런 점을 ‘지성intelligetia’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특히 악의 존재는 심오하지만 제대로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 신에 다가가지 않고는 피조물의 균형을 이루는 비밀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플라톤의 ‘국가’를 참고해서 단계적인 인식론을 발전시켰고, 이로 인해서 ‘철학의 위안’은 중세에 또 다른 철학과 연관된 참고 자료를 전달해 주었다.”


보에티우스의 섭리의 개념은 그가 마지막 책에서 다루는 윤리적-형이상학적 문제로 이어진다. 만약 신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전지전능하다면, 그리고 완벽한 만큼 실행할 가능성이 없다면 그의 섭리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의 활동은 예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자유가 없는 착한 사람의 선이나 나쁜 사람의 죄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경우라면 인간은 철학을 통해서 사물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이 영원한 현재 속에서 인간의 모든 결정을 꿰뚫는 이상, 더 이상 어떤 미래에 대해서도 명상할 필요가 없다. 자유로운 만큼 예견된 것이며 필요한 만큼 예견된 것이다. 시간 밖에서 사물에 대한 순수한 시선은 동일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니기 전에는 그것에 대한 어떤 조건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이런 점이 ‘예견’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였다).”


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 수면, 건강, 삶에 혁명을 불러오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그러니까 초파리부터 우리 인간과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자전 주기인 24시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당연하면서도 낯선 사실을 기술한다.


행여나 화성 이주가 가능한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자전 주기 때문에 행성 적응에 실패할 듯. 그런 점에서 스타워즈의 제다이나 듄의 아트레이데스 가문 사람들은 대단하다.   


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 수면, 건강, 삶에 혁명을 불러오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서
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 수면, 건강, 삶에 혁명을 불러오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서
920.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김택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서울대에 ‘관악초청강연’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강연자들이 학부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 내용을 시리즈 도서로 냈고 그 중 한 권이다. 책이 나올 때 김택진 대표는 40대 초반이었다. 인터넷을 정보망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망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제는 정보 그 자체가 곧 엔터테인먼트가 된 시대가 되어버렸다.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 엔씨소프트 김택진의 도전과 성취
공학도에서 게임산업 CEO까지 : 엔씨소프트 김택진의 도전과 성취
919. 게임과 문화연구 (김상우 권오태 박근서 유원준 맹기돈 양기민 김성윤 최남도 강지웅 윤태진 이동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PC방이 몰락하기 전에 나온 책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 게임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여전히 구상만 하고 있다). 11명의 저자가 문화연구라는 관점에서 게임에 대해 12편의 글을 썼다. 게임문화연구 담론에 대한 글들은 지금도 유효할까? 구글에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지난해 나온 한국어 문서에 들어갔더니 게임비평의 부재, 담론장의 부재 같은 얘기들이 나온다.

게임과 문화연구
게임과 문화연구
24-030 | 정용준, 소설 만세

민음사 (e-book, 240121~240220)


❝ 별점: ★★★★★

❝ 한줄평: 나는 왜 소설을 사랑하고 쓰는가

❝ 키워드: 소설 | 작가 | 문학 | 글쓰기 | 믿음 | 질문 | 답 | 인물 | 앎 | 말 | 언어 | 이야기 | 사랑 | 마음

❝ 추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 정용준의 글을 사랑하는 사람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 준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믿는 그것을 언제나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리고 그것과 함께 살며 자신 있게 만세!를 외칠 수 있는 행복한 날들 되세요. ❞

/ 작가의 말 | 함께 쓰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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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북클럽 잡동산이를 읽으면서 ‘이 책은 꼭 사서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한 권이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 만세』였어요. 청년서가에서 열린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이 책을 구입했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 소설은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말에 반해 읽게 되었는데,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에 관한 애정과 믿음, 열과 성을 다해 쓰는 마음, 인물을 살피는 법 등을 읽다 보니 정용준이라는 작가가 더더욱 궁금하고 빨리 알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용준 작가님 책을 다섯 권이나 읽었어요. 원래는 장편 소설 『프롬 토니오』가 제일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 단편 아니면 중편을 읽게 되었네요. 여운을 조금 더 간직한 후에『프롬 토니오』도 읽어 보려고 합니다! 🐋


✦ 북토크에 갔을 때 작가님이 책에 사인을 해주시면서 ‘자유롭게 사세요. 행복해주세요.’라고 적어주셨는데요. 이 책의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날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쓰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사랑인 것, 사랑과 고통이 하나가 되는 ‘주이상스(jouissance)’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셨는데요.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곁을 서성이고 움켜쥐려 노력한 사람’은 벌써 열 권이 넘는 책을 쓰고 상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아직도 ‘소설에 대한 믿음이 없고, 항상 의심하고, 그래서 불안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그냥 소설을 쓰고 싶다’는 사람. 저는 앞으로도 정용준 작가가 어떤 소설을 쓸지, 인물을 어떻게 살필지가 궁금해서 그의 글을 계속 읽을 것 같아요. [📝 24/02/21]


ꕤ 사실 책 내용으로 할 말도 정말 많은데 그러면 글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짧게 쓴다고 쓴 건데도 길어졌네요... 정용준 작가님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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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면 알수록 재밌고, 놀랍고, 슬프고, 먹먹해지는 단 하나의 이야기 속 단 한 사람. 자칫 뻔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평범한 삶이 특별해지는 것은 그가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사람 속에 숨어 있는 특별함이 적절하게 이야기될 때다.

/ 「단 한 사람의 세계」


✴︎ 쓰기의 욕망은 그리고 이해를 향한 노력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과 포기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왜 나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을 향해 자꾸만 다가서려는 걸까. 모순이다. 하지만 그 모순이야말로 소설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깨달음이라는 것을 안다.

/ 「「떠떠떠, 떠」와 『내가 말하고 있잖아』」


✴︎ 내버려두면 마음은 사라진다. 아무리 소중하고 중요하고 내게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두면 약해지고 작아지며 결국 소멸되고 만다. 좋아하는 마음, 열정, 흥미, 다 똑같다. 계속 좋아하고 싶으면 노력해야 한다. 줄어들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계속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문학은 좋은 것이구나.’ ‘아름답고 멋진 것이구나.’ ‘이런 걸 느끼려고 내가 소설을 읽는 거였어.’ 이런 마음이 계속 있어야 한다. 좋은 문장을 읽고 문장을 휘감고 있는 매력을 발견하고주기적으로 감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쓰고자 하는 문장과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가 공산품 같은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 「노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


✴︎ 원한다는 것은 그것을 위해 무엇인가를 계속한다는 뜻이다. 그냥 바라고 느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기도하는 순간까지도 플래너리 오코너는 알았던 것이다. 은혜를 구하기 전에,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그것을 원해야 한다는 것을. 진짜 원한다면 작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구하기 전에 먼저 원할 것.’ 당분간 내 좌우명.

/ 「구하기 전에 먼저 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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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세
소설 만세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의 산만함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

약물이 아닌 행동 교정으로 성인 ADHD를 치료한다는 건 숙면과 규칙적인 운동, 회복 탄력성과 메타인지 키우기 등 너무 상식적인 솔루션이라 허망하다.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의 산만함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
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의 산만함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
챗GPT와 웹소설 쓰기 - 집필 한 달 만에 출판사 계약 성공!

아이러니하게도 2024년 시점에 챗 GPT로 웹소설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한 권의 책이 증명하고 있다. 

챗GPT와 웹소설 쓰기 - �집필 한 달 만에 출판사 계약 성공!
챗GPT와 웹소설 쓰기 - 집필 한 달 만에 출판사 계약 성공!
24-029 | 정용준, 무나씨, 이코

미메시스 (240219~240219)


❝ 별점: ★★★★

❝ 한줄평: 부유하는 말들 사이에 홀로 서 있던 이들이 만나

❝ 키워드: 틱 | 병 | 말 | 마스크 | 버튼 | 흉터 | 악마 | 폭력 | 괴롭힘 | 혐오 | 마음

❝ 추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그런데 회복될 수 없는 조건을, 사라지지 않는 흉터 같은 것을 몸과 마음에 지니고 있는 인생도 있다. ❞

/ 작가 인터뷰: 그를 대신해 뭔가 말하고 싶었다 | 정용준 (p.81)


✂️ 첫 문장: 오후 2시 40분 한산한 역사. 지하철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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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메시스의 테이크아웃(Take Out)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인 정용준 글, 무나씨 일러스트로 구성된 단편소설 『이코』를 읽었어요. 틱 장애로 인해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말을 제어할 수 없어 세상과 사람에게 상처받고 말문을 닫아 버린 주우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다른 존재’에게 치즈라는 이름을 붙여 줬던 미이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요.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재갈을 물어서까지 말하기를 거부하는 주우가 오래전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과 상처를 알아주고 공감해 줬던, 그래서 지금도 ‘치즈’가 하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짜 주우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미이를 통해 다시 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읽어본 정용준 작가님 소설 중에선 『유령』만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정용준 작가님 책을 읽다 보면 말의 무게나 대화와 소통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분명히 누군가를 아프게 할 것을 알면서도 상처를 입히기 위해 내뱉는 나쁜 말에 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주우와 미이가 더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를. 괴로워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요. ‘안 좋아하는 것은 더 슬프니까’요. [📝 24/02/20]


ꕤ ‘이코’라는 제목의 의미가 짐작 가시나요? 🧐


ꕤ 주우, 미이의 이름을 거꾸로 하면 이미, 우주인데 작가님이 인물의 이름을 어떻게 지으신 건지 궁금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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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불쌍하지 않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해도 난 진짜 괜찮아. 그랬는데 그들의 환대에 마음의 문이 열린 뒤 다시 닫혔을 땐 내가 나를 불쌍히 여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기어이 난 불쌍해진 거야. 그래서 마스크를 쓰기로 결심했어. 괜찮았어. 정말이야. 거추장스러운 것들 다 버리고 나니 고요하고 좋아. 세상 일을 어떻게 다 따지고 들겠어? 그런데 미이야. 너에겐 미안하다. 너에게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어. 하지만 미이야, 날 이해해 줘. 적어도 너만은 그런 식으로 잃고 싶지 않아서 그래. (p.46, 48)


✴︎ 네가 키운다는 치즈. 그게 뭘까? 그 고양이도 이름이 있었을까? 미이야. 나는 그런 것도 하나 모른 채 널 잃어버렸어. 나중에 이야기해 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넌 말도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지. 나는 네 고양이가 뭔지 지금도 모르겠어. 다만 알겠는 건 내게 치즈가 그러했듯 네 고양이도 널 힘들게 할 거란 거야. (p.52-53)


✴︎ 그동안 약하고 불쌍한 것들에 끌려왔어. 연민이랄까. 그 끔찍하고 무력한 성정이 내 안에 있는 게 싫어. 지긋지긋해. 정말.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걸 개라고 불렀어.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도 사랑하게 만들지. 나는 원치 않았는데도 개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 난 결국 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말았지. 힘드니까. 비참하니까. 그것을 사랑이라 그냥 믿어 버리는 거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엄청 편하단다. 모든 지저분한 것들을 그림자 밑으로 쑤셔 박을 수 있거든. 주우야. 난 그렇게 살아왔어. (p.67-68)


✴︎ 난 네가 괴로운 걸 원치 않아.

   난 괴롭지 않은 것보다 그냥 너를 좋아하고 싶어.

   그래라. 네 맘대로 해라.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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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테이크아웃(Take Out) 18)
이코(테이크아웃(Take Out) 18)
917, 918. 캐치-22 1, 2 (조지프 헬러)

내가 캐치-22 상황에 종종 빠진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지도 파악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상황은 캐치-22가 아니다. 나는 현대인들이 상당수 이런 상황에 자주 빠진다고 믿으며, 그래서 캐치-22가 영어사전에도 오른 단어가 됐다고 여긴다. 이것은 캐치-22를 제대로 설명한 것일까?

캐치-22 1
캐치-22 1
그믐북클럽 13기를 모집합니다!

그믐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추천하는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이 열세 번째로 선정한 책은 <흐르는 강물처럼> (셀리 리드, 2023, 다산북스)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은 인간이 운명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 그 대답을 내놓는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동명의 영화도 예전에 있었기에 그 책의 원작 소설이 다시 나왔나 잠시 저 클럽지기도 착각했는데요, 이번에 함께 읽을 책은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신간으로 기존 영화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려요.


그믐북클럽이 처음으로 함께 읽는 해외 문학입니다. 여태껏 국내 장,단편 소설은 함께 했지만 외국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믐북클럽도 익숙지 않은 일인데요, <흐르는 강물처럼>은 현재 미국 북클럽에서 가장 많이 읽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책의 본문 뒤에는 특별히 독서모임을 위한 발제문까지 실려 있고요. 북클럽에 참 적합하다는 소식에 그렇다면 그믐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겠다 생각했어요.


곽아람 기자는 이 책을 숨 가쁘게 벅찬 ‘사랑의 여정’이다 라고 표현했네요. 29일간 펼쳐질 이 사랑의 길에 함께 하고픈 분들의 많은 신청 부탁드리겠습니다.


- 모집 기간: 2월 19일(월) ~ 2월 27일(화) 오후 6시까지


- 모집 인원 : 20명 + a


- 모집 대상

• 생명이 움트는 이 봄, 자연의 회복력을 배우고 싶은 분

• 해외 문학을 통해 나와 다른 환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싶은 분

• 삶의 상실과 고난을 사랑으로 극복한 주인공 빅토리아를 만나고 싶은 분

• 그믐북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함께읽기를 경험하고 싶은 분


[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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