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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6 |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민음사 (240215~240216)


❝ 별점: ★★★★

❝ 한줄평: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

❝ 키워드: 재난 | 아포칼립스 | 바이러스 | 인간 | 죽음 | 이별 | 불행 | 상처 | 마음 | 삶 | 꿈 | 희망 | 기적 | 가족 | 사랑

❝ 추천: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살아남은 사랑이 궁금한 사람


❝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

/ 작가의 말 (p.192)


🌅 첫 문장: 당신은 한국을 아는가? (프롤로그, p.9)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a rendi pur contento (이탈리아 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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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16 최진영 작가님의 『해가 지는 곳으로』를 읽었어요. 정체 모를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사랑’을 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최진영 작가님의 담담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좋아해요. 이 책에서도 그런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최진영 작가님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좋았어요. 도리와 미소, 지나와 건지, 그리고 류. ‘사람이 사람 같지 않아’ 희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끔찍한 재앙의 한가운데에서도 그들은 사랑을 하고, 사람답고 싶어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자 하고,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끝없이 걸어갑니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p.18)하려는 이들.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쌓을 수’(p.40) 있다고 믿는 이들. 이들이 보여주는 마음과 사랑은 ‘우리가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도리였어요. 도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소를 지키려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에게도 도리처럼 절대 홀로 남겨 두지 않고 살아남아 지키고 싶은 미소 같은 사람이 있고, 만약 이 소설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 사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도리에게 가장 감정을 이입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인물에 가장 마음이 갔는지도 궁금하네요.


✦ ‘작가의 말’과 해설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이라는 문장이 이 책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들어주었어요. 작년 민음북클럽 선택 도서는 세계문학 위주로 골랐었는데 올해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 미루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제일 와닿았던 말들인데요. 전자는 당장 실천하기 어려워도 후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미루지 말고 사랑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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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희망은 내가 움직여야 닿을 수 있는 대륙이 아니라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가 태양을 돌다 보면 나타나는 밝고 따뜻한 계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살아서 그 계절을 맞이하는 것뿐인지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겠지. 희망은 시간처럼 머무르지 않고 오고 가는 것. (p.23)


| 그래서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엄마의 죽음도 나의 삶도 견뎌 낼 수 없다. (p.37)


| 나는 도리의 상처를 모르고 도리는 나의 상처를 모르고, 그러니까 서로를 지금 그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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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해가 지는 곳으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 카레

1963년에 발표했다니 60년 전에 나온 작품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념 전쟁은 이미 오래 전 종식되었다. 작품의 앞과 끝을 장식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89년이니 벌써 30년 전. 하지만 이 책은 낡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세 번째 작품인데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첫 번째, 두 번째에 비해 흥행에 대단히 성공했다고 한다. 

 

스마일리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적인 신사 스마일리와는 다소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다른 스파이, 행동파 돌격대장 엘릭 리머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베를린 장벽을 건너오던 자신의 첩보원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리머스가 무기력한 좌절감과 분노에 휩싸여 바라보는 것으로 소설의 첫 장면은 시작된다. 

 

스파이물을 좋아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파이 아닌가. 우리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회사에서는 내가 내가 아닌 척. 부장님의 유머가 재미있는 척. 관심도 없는 1사분기 매출 그래프가 중요하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심하게 오는 날이 있고 그럭저럭 내가 속한 제도와 조직의 안온함에 감사해 하는 날도 있다.


존 르 카레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여태껏 읽었던 그의 모든 작품의 주제는 ‘사랑’인 것 같다. 사랑밖엔 난 몰라 스타일의 주요인물이 항상 등장한다. 


p.s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나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 몹시 불행했고, 극단적인 외로움과 개인적인 혼란을 견뎌야 했다. (…)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가난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내 직업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지를 깊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도와 규칙을 일단 받아들인 다음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싸우는 과정이 결혼 생활과 직업에 대한 내 관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24-025 | 이산화, 전혀 다른 열두 세계

읻다 | 넘나리 2기 (240212~240214)


❝ 별점: ★★★★☆

❝ 한줄평: 12라는 숫자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 키워드: 12 | ‘토끼’ | 감정 | 꿈 | 헤어짐 | 새로고침 | 희망 | 증오 | 변이 | 행복 | 인과관계 | 재난 | 구원

❝ 추천: 12라는 숫자와 얽힌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와 열세 번째 세계가 궁금한 사람


❝ 열두 가지의 새로운 관점으로, 현실의 테두리 바깥에서 현실을 응시하는 작품.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다. ❞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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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1기에 이어 2기에도 선정되었어요! 앞으로 네 권의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읻다 선생님들!


✦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 여섯 번째 책,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는 작가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열두 편의 짧은 글들을 수정하여 엮은 초단편 소설집이라고 합니다. 단편도 아닌 초단편?이라고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정용준의 짧은 소설집 『저스트 키딩』을 읽으면서 짧은 소설도 충분히 짜임새 있게 완벽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오히려 초단편이란 점이 흥미롭고 기대되었어요. 


✦ 〈토끼 굴〉, 〈그땐 평화가 행성들을 인도하고〉,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이무기 시절도 한때〉, 〈새로고침〉,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샛길의 독사〉,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1324〉,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새끼고양이였다〉, 〈구세주에게〉까지! 초단편이라 소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전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포션을 꿀꺽꿀꺽 들이켜듯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가득해요!


✦ 특히 좋았던 단편은 〈지구돋이〉,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1324〉, 〈구세주에게〉였어요. 이 단편들이 좋았던 이유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마지막 문장’ 또는 결말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운도 남고, 생각할 점도 많았던 단편들이라 더 애정이 가네요 🥰


✦ 이 책의 하이라이트! 바로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입니다. 각 단편과 12라는 숫자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짐작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12’라는 숫자로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떤 짐작은 맞았고 어떤 것은 완전 헛다리 짚은 거란 걸 알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연재 시작 전에 이미 단편 열두 편의 소재를 미리 다 정해두셨다는 작가님... 파워 J의 면모에 파워 P 인간인저는 그저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 단편 다 읽고 꼭!!! 〈열세 번째〉와 〈작가의 말〉까지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ㅎㅎ


✦ ‘때론 입천장에 와 닿는 그런 숨결 하나가 구세주의 도래보다도 절실할 때가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이야기들이 ‘희망찬 이야기’들은 아닐지라도 우리를 보듬고 위로해 주는 ‘포션’ 같은 이야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만난 후 각자 열세 번째, 열네 번째, 더 나아가 그 너머의 세계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24/02/14]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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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우리가 명예라고 생각했던 건 전부 얄팍한 착각에 불과했지요. 그 착각이 비극을 낳았고, 훨씬 평화롭게 손을 맞잡을 수 있었을 두 집단이 서로를 오래도록 적대할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런 일에는 어떤 명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증오가 명예로웠던 시절에〉, p.87-88)


| 차례로 녹아드는 초콜릿을 타고 비로소 뚜렷한 행복이 몸 전체에 퍼졌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좋아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고, 그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을 다시 메아리처럼 느끼는 일. 옛날 사람들의 거추장스러운 몸은 꿈에도 몰랐을 감각. 이래야지. 사람은 역시 이렇게 살아야지.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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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
전혀 다른 열두 세계
편지가 전해주는 총천연색의 감정들

민망하게도 나는 한국 근현대 문학가들과 그 작품에 좀 어둡다. 일단은 학생 시절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나, 독서감상문 과제로 주어진 작품들이 꽤나 갑갑해서 - 쓰여진 상황을 생각하면 지극당연하다 - 그 이후로는 기회가 되면 약간 들춰보는 수준이었고, 작가들에 대한 이미지도 그 시절에 희미하게 형성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들고, 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썼던 작품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절절한 충격으로 다가온, 아이의 죽음에 바치는 이광수의 '봉아의 추억' - 이런 감정에는 동서고금이 관계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 부터, 제반사정으로 부모의 친밀함도 느끼지 못하고 엄마까지 잃은 딸들에게 보내는 김동인의 고백같은 편지, 사랑따라 집 나간 동생에게 나는 언제라도 네 편이라고 전하는 이상의 편지, 힘든 시기에도 삶의 낙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는 박봉자의 오빠가 보내는 격려...


그렇다고 모든 편지가 다 개인적으로 절절한 것도 아니긴 하다. 뒷편에 가득 실린 춘성 노자영의 연애편지들은 이 시대의 세파에 찌든 독자랑은 좀 거리가 있다. 사실 더 민망하게도 노자영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접했다. 검색하니 그 시대에는 거의 90년대 마광수급의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작품도 꽤나 많은데, 나는 어찌하여 전혀 몰랐던가 싶다. 모르는 것이 참 많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계용묵 선생의 편지 쓰는 요령도 들어있어서, 글을 쓸 때 존경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가르침도 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툭하면 중요한 것들을 잊는 나에게는 감사한 글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책, 즐거운 독서였다.

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
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
24-024 | 강정 외 49명,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문학동네시인선 200 (240208~240212)


❝ 별점: ★★★★☆

❝ 한줄평: 시란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데려가 줄 50명의 시인

❝ 키워드: 시 | 시인 | 의미 | 생각 | 신작시

❝ 추천: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50개의 답변이 궁금한 사람


❝ 언어로 이루어진 탈것 — 쓰는 자와 읽는 자를 생각의 외계로 데려간다. ❞

/ 시란 무엇인가 — 이혜미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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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50명의 시인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김연덕, 유형진, 이영주, 이승희, 이혜미, 전욱진 시인의 답이 좋았다!


✦ 제일 좋았던 시는 안희연 시인의 「구스베리 구스베리 익어가네」, 이승희 시인의 「물속을 걸으면 물속을 걷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혜미 시인의 「얼음잠—ASLSP」! 이 세 편은 전문을 필사할 만큼 정말 좋았다. 사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많이 발견해 필사도 엄청 많이 했는데 사진 열 장밖에 못 올리는 게 아쉬울 정도 🥹


✦ 시집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시인을 많이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시 싫어 인간이 시 사랑 인간이 되다니.... 참 신기한일이다. 이 시집에서도 다들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들었다가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씩 건져가시길 🥰[📝 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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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고선경, 「파르코 백화점이 보이는 시부야 카페에서」 ⛤

✎ 김연덕, 「사랑을 초청하고 밤낮으로 살펴」 ⛤

✎ 김이듬, 「후배에게」

✎ 류휘석, 「도량의 빛 다량의 물」

✎ 박형준, 「밤의 소리」

✎ 안도현, 「물음과 무덤」

✎ 안희연, 「구스베리 구스베리 익어가네」 ⛤

✎ 이승희, 「물속을 걸으면 물속을 걷는 사람이 생겨난다」 ⛤

✎ 이은규, 「밤의 대관람차」

✎ 이혜미, 「얼음잠—ASLSP」 ⛤⛤

✎ 임유영,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 ⛤

✎ 전욱진, 「기억극장」

✎ 정다연, 「부재중 전화」

✎ 조혜은, 「손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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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 문학동네시인선 200 기념 티저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 문학동네시인선 200 기념 티저 시집
결국은 감수성

시사인 기사에서 '가족, 학생, 공부'의 균형을 맞추는걸 중시한다는 김승섭교수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아마 올해의 책? 또는 저자라는 주제였을거다. 학자이기때문에 공부가 중요하고, 당연히 가족도 중요하고, 또 교수이기때문에 학생이 중요할테지만 그 기본을 지키며 사는게 늘 어려운 것이 세상이고 인생이니까, 가장 중요한 세가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 한줄이 와닿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기본을 지키고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마음에 새긴 사람이라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나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그 판단력의 기반이 휴머니즘이라는 감수성을 갖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나온 말을 인용해서 책을 소개하자면 '질병의 원인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사회역학에 관한 책이다.

내가 농담처럼 늘 하는 말이 있다. 아파서 병원가면 의사선생님은 늘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학생이 혹은 직장인이 또는 그 누구라도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냐?라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사람이 병이 날 수 있고(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 과다분비 되고 이는 부신피로를....), 우리나라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는건 다 안다. 이 책은 그 둘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는,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의문을 던진다.

결국은 감수성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든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에 그 아픔을 지나치지 않고 나눠 지려는 마음. 그 마음이 있기에 아픔을 보아넘기지않고 그 아픔을 예방할 길을 찾고자하는 것이겠지.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미숙함을 넘어 성숙해지기를

애초에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게 제일 이상적이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해를 입은 사람들,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아직 한참 미숙하다. 그렇게 피상적으로 알고있었는데, 미숙함을 넘어 비명소리가 날 정도로 야만적이었고 전보다는 나아지고 있겠지만, 그 야만성을 다 털어버렸다고 자신하기엔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서 더 널리 읽혀야하는 책이 아닌가싶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기록으로 남긴 책. 그걸 읽고 이래서는 안되지라고 깨닫기라도 해야하는게 같은 시대에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하기때문이다. 더불어 제목처럼 미래의 피해자들은 부디 승리하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리는 왜 다정해야하는가

특정집단의 사람들에게 '~충'이라고 비하하는 말이 천지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말도 마찬가지.

이 책은 그런 말이, 행동이, 생각이, 사회 분위기가 왜 위험한지를 설명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종들과 달리 협력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기에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말이다.

좀 더 과장을 보태 요약하자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하고 서로 도와야하는 이유는 인간이 정해둔 도덕률이 아니라, 우리 종 자체에 내재된 생존의 기술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생존의 기술이자 본능의 한편엔 외집단으로 여겨지는 무리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성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타자를 외집단으로, 더 나아가 비인간화하지 않도록 서로의 접촉을 늘려야한다고 말한다.

혐오와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 종은 그렇게 진화해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위로가 된다. 도덕과 현실의 괴리때문에 인간존재의 선함에 회의감이 들었다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인간종이 어째서 서로에게 다정해야하는가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저자 친필 사인 인쇄본)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저자 친필 사인 인쇄본)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추운 나라에서 온 관광객

나는 겨울을 참 싫어한다. 내 기준 겨울이라는 계절은 보통 11월에서 4월까지.


의외로 제일 힘든 달은 11월이다. 사람이 살면서 낙담하게 되는 건 단순히 현재의 상황이 너무 힘들기 때문 만은 아니다. 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낫고 모레는 내일보다 조금 더 낫다는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괜찮다.

11월은 반대다. 항상 내일이 오늘보다 더 춥다. 아침 출근길에 뺨에 느껴지는 바람은 하루가 다르다. 그렇게 매일매일 온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자각이 어떨 땐 추위 그 자체보다 더 힘들다. 그런 11월에 비까지 내린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건즈앤로지스가 November rain 이라는 노래까지 만들면서 11월의 추위를 저격했겠는가 (아님)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분위기로 그럭저럭 로맨틱한 겨울 분위기가 연출된다. 알록달록 알전구가 예쁘게 장식된 건물들이 멋지고 다양한 송년회 행사에 선물 교환까지. 정신없이 지나간다.


1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교과서적인 겨울이라고나 할까, 춥지만 나름대로의 각오를 다지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동굴을 구축하고 버텨낸다.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안 해봤던 분야의 공부를 시도하기도 하고. 새해를 맞아 도전과 용맹심으로 추위를 꾸역꾸역 견딘다.


그리고 드디어, 2월! 이제 겨울도 끝인가? 아니, 그럴 리가. 설레며 장만한 새로운 겨울 코트도 지겹다. 실은 검정 롱 패딩으로 교체된 지 오래. 겨울옷들은 전부 다 왜 그렇게 무거울까. 외출 한 번 하고 오면 어깨가 쑤신다. 방구석에서만 있는 것도 하루 이틀. 엉덩이가 들썩 들썩. 지루함에 몸부림친다. 추위와 지겨움의 환상적인 콤보가 사람을 정말 지치게 만든다.


악마의 유혹, 3월. 입춘이다 뭐다 이젠 정말 봄이지. 패딩 벗고 꼬까옷 입으면서 설레발치다 감기 걸린 사람만 우리 모두 주위에서 수십 명 봤다. 이때가 실은 11월 다음으로 힘들다. 봄 신상품은 쏟아져 나오고 봄나들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막상 우리 현실은 그냥 조금 덜 추운 겨울이다. (11월보다 기온은 더 낮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


4월은 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뉴스 포탈에 '4월 대설'이라고 쳐 보면 알 것이다.


그리하여 2월 중순부터 3월 초에 걸쳐 따뜻한 베트남으로 나는 한달살기(라고 쓰고 도피)를 떠난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

살인자ㅇ난감

몇 가지 정치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운데 로케이션과 미술, 대사, 연기가 좋다. 4컷 만화 원작의 우연을 필연과 플롯의 드라마로 엮어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흔적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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