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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5 | 프리드리히 횔덜린, 생의 절반

읻다 넘나리 2기 (240410~240419)


❝ 별점: ★★★★

❝ 한줄평: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몰락하는 조국···」, p.251)

❝ 키워드: 분열 | 신 | 밤 | 그리스 신화 | 고전 | 비가 | 송가 | 찬가 | 낭만주의 | 고전주의 | 종교 | 영감 | 계시 | 예언자 | 합일 | 영원 |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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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세 번째 도서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집 『생의 절반』을 읽었습니다.


✦ 『생의 절반』은 읻다에서 출간된 은유 작가님의 번역가 인터뷰 산문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번역가 중 한 분인 박술 님이 번역하셨는데요. 그 책의 인터뷰에서 ‘시 번역은 결과물이 시여야 하죠. 결과물이 아름답지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원본보다 아름다워도 돼요. (p.236-237)’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시집을 읽는 게 기대되었어요. 독일어는 알지 못해서 독일어 원문과 비교하며 읽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요. (참고로 은유 작가님의 책 해외문학을 즐겨 읽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문학 번역이라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요!)


✦ 읻다 시인선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이번 시집은 다른 시집들에 비해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리스 고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운율과 형식이 있는 시를 읽은 느낌이라 재미있기도 했어요!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해도 단어를 보며 운율을 찾고, 또 번역된 단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읽는 게 좋았어요.


✦ 저는 횔덜린이 탑에 갇혀 스카르다넬리라는 서명을 남긴 최후기 시들에 가장 마음이 가더라고요. 현재 시제만 있고, 특정 인물이나 신이 등장하지 않아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이름도 시간도 없지만’(p.366) 계절의 흐름만은 알 수 있는 시들. ‘서른일곱의 나이로 탑에 들어와 일흔셋의 노인이 된’(p.368) 횔덜린이 탑 안에서 ‘내다본’ 것은 아마 계절의 변화였겠지요. 그야말로 ‘생의 절반’을 탑 안에서 보내며 횔덜린은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해진 ‘영원’에 가까운 시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곳에 머무르며 삶과 죽음의 구분조차 무의미해 결국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p.251)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구절이 더 와닿았어요. 횔덜린을 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는 시대를 너무도 앞서 간 예언자이자 선지자였던 것은 아닐까요. 『횔덜린 서한집』을 함께 읽으면 더 풍성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24/04/23]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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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이러하다. 재화가 주어지고, 어느 신이 

몸소 은총을 내리더라도, 그는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

직접 짊어져야만 하는 것. 이제 그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부르려니,

이제 마침내 그를 위한 말들이 꽃처럼 피어나야 한다. 

/ 「빵과 포도주」 부분 (p.21, 23)


✴︎ 

헤라클레스처럼 신과 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고통이다. 또한 이 삶을 질투하는 불멸도, 또 불멸을 나누는 일도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이 여름의 얼룩으로 뒤덮이는 일도 고통이다, 어떤 얼룩에 완전히 가려지는 일은! 이는 아름다운 태양이 행한 바, 그녀는 만물을 기른다. 장미를 들어 그리하듯, 빛살로 돋우며 젊은이들을 인도한다. 그러니 오이디푸스가 겪은 고통은 마치 가난한 남자가 무언가 부족하다며 탄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그리스의 불쌍한 이방인이여! 삶은 죽음이고, 죽음 역시 하나의 삶이다.

/ 「몰락하는 조국···」 부분 (p.249,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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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완결작

✎ 「운명신들에게」

✎ 「빵과 포도주」 ⛤

✎ 「도나우강 원류에서」

✎ 「디오티마를 잃은 메논의 비가」 ⛤


2부 | 찬가

✎ 「생의 절반」 ⛤

✎ 「추억」 ⛤

✎ 「그리스」


3부 | 파편

1장 찬가 파편들

✎ 「언어」

✎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


2장 핀다로스 파편들

✎ 「진리에 대하여」 ⛤

✎ 「세월」


3장 시학-철학적 파편들

✎ 「몰락하는 조국···」


4부 | 메아리

✎ 「사랑스러운 푸르름 속에서···」

✎ 「봄」 (p.263)

✎ 「봄」 (p.267)

✎ 「가을」 (p.291)

✎ 「우정」 ⛤

✎ 「내다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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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절반
생의 절반
24-044 | 고명재,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난다 (240302~240413)


❝ 별점: ★★★★★

❝ 한줄평: 너무 아름다울 땐 눈물이 난다

❝ 키워드: 사랑 | 돌봄 | 그리움 | 슬픔 | 단어 | 이야기 | 마음 | 무채색 | 흰색 | 회색 |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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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권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저는 시인이 쓴 산문집에 속절없이 스며들고 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도 그렇게 제 마음에 스며들어버린 한 권이었습니다. 


✦ 무채색의 단어들이 무지갯빛이 되어 마음에 꽃을 피우는 산문집이었어요. 이번 산문집도 아껴 읽느라 완독도 오래 걸렸고, 필사도 많이 하면서 충분히 정리하고 탐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글 안에 담긴 시인의 마음뿐 아니라 글에 나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어요.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는 제목처럼, 너무 아름다울 땐 눈물이 나더라고요.


✦ 읽으면서 이렇게나 좋았는데,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 생기면 시인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너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오더라도 ‘볼 수 없어도 계속 사랑할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을떠올리며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싶습니다. [📝 24/04/19]


+ 이번엔 산문집 먼저 읽은 후에 시인의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읽고 있는데 이 순서도 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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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성분은 뭘까. 왜 빛이 났을까. 어쩌면 사람도 아주 더디게 녹고 있는 눈송이가 아니었는지.

/ 「눈」 (p.48)


✴︎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잠든 엄마를 옆에서 꼭 끌어안을 때 그 부피, 그 형상, 엄마의 골격. 그 순간 나는 출렁이는물의 마음이 되어 엄마를 위해 쏴쏴 나를 버릴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부피와 질량 너머에 있다.

/ 「욕조」 (p.173)


✴︎ 

 이런 것들은 생존과는 거리가 멀지만

 때때로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걸 시라고 부를 수밖에. 무용하고 아름답고 명랑한 것을. 사랑스럽고 환하게 세상을 흔드는 것을. 파도를, 율동을, 운동을, 드가를, 춤과 리듬을, 시라고 뭉뚱그려 부를 수밖에.

/ 「시─이야기 1」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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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글


들어가며 │ 색색마다 거두는 게 사랑이라


1부 │ 많이 깎을수록 곡물은 새하얘진다

✎ 「검은 닭」

✎ 「눈」 ⛤

✎ 「눈사람」

✎ 「능陵」 ⛤

✎ 「돌부처」 ⛤


2부 │ 무의 땀은 이토록 흰빛이구나

✎ 「막걸리」

✎ 「목덜미」

✎ 「목화」 ⛤

✎ 「백묵白墨」


3부 │ 너무 보고플 땐 도라지를 씹어 삼킨다

✎ 「비구니」 ⛤

✎ 「빛」

✎ 「설맹雪盲」 ⛤

✎ 「수국」


4부 │ 날 수 있음에도 이곳에 남은 천사들처럼

✎ 「욕조」 ⛤

✎ 「윤 3」 ⛤⛤

✎ 「윤 4」

✎ 「시─이야기 1」 ⛤

✎ 「메뉴─이야기 6」

✎ 「입술」 ⛤⛤


5부 │ 조끼는 뚫린 채로 사랑을 해낸다

✎ 「지방紙榜」 ⛤

✎ 「편지지」 ⛤⛤


나가며 | 볼 수 없어도 계속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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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24-043 | 최진영, 오로라

위즈덤하우스 (240407~240407)


❝ 별점: ★★★★

❝ 한줄평: 겨울바람을 따라 자유로이 흐르는 마음

❝ 키워드: 이별 | 믿음 | 사랑 | 마음 | 외로움 | 혼자 | 바람 | 망각 | 기억 | 비밀 | 거짓 | 새 | 기다림 | 끝


✦ 제주의 겨울을 온몸으로 느낀 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최유진, 오세정, 오로라, 혹은 전혀 다른 그 어떤 이름을 가지든 화자가 ‘가장 적합한 혼자의 상태’를 찾아 ‘사랑에 이기거나 지지 않고 화합’할 수 있기를. 자유로워지기를.


✦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사랑’은 어쩌면 오로라를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올 겨울엔 이 소설을 들고 겨울 제주를 만끽하고 싶어 지네요. [📝 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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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너는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온전하고도 완전하게 믿는 게 과연 가능할까.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는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라는 경구를 떠올렸다. 믿음은 둘째 또는 셋째구나. 어쨌든 첫째는 될 수가 없구나. 믿음은 사랑보다 슬프겠구나······ 생각하며 믿음, 믿음, 믿음 중얼거리다 보니 믿음과 미움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p.6)


✴︎ 

너는 천천히 창으로 다가간다. 먼바다로 나간 어선의 집어등이 가로등처럼 늘어서 있다. 너는 발코니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본다. 밤의 하늘과 바다는 경계가 모호하고, 너는 거짓말의 자유를 생각한다. 이 섬에 너를 아는 사람은 없다. 네가 거짓을 말해도 거짓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너는 이 섬에서 최유진이 아닐 수 있다. 누군가 이름을 물어본다면 ‘오로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로라는 한때 네가 무척 갖고 싶었던 이름.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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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24-042 | 백수린, 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240401~240404)


❝ 별점: ★★★★

❝ 한줄평: 친애하는 나의 엄마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 키워드: 죽음 | 이별 | 추억 | 그리움 | 가족 | 엄마 | 불안 | 불확실 | 이해 | 사랑


✦ 항상 백수린 작가님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지난주 목요일 현대문학 핀서재에서 진행한 백수린 작가님과 안희연 시인님의 북토크에 가게 되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게 되었어요. ‘엄마’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책을 읽었는데 이 책으로 작가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어 더 좋았습니다.


✦ ‘사랑’보다 뭔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친애’라는 단어.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애틋함과 뭉클함을 느꼈어요. ‘엄마’라는 단어는 항상 눈물 치트키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엄마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데,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아 꾹꾹 눌러써서 편지를 마무리했어요. 문득 사랑과 고마움을 더 자주 표현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이 될 것을 짐작하고 예분과 현옥, 인아가 화단에서 찍은, 꽃이 보이지 않는 그 사진 한 장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작가님의 낭독으로 들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조금 눈물이 날 것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진 모래를 밟다 짙푸른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한 여자, 그리고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 아이는 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그 아이가 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같지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건 모두 기적 같은 일. ‘엄마가 된다는 것이 자유의 가능성을 낳는 일’(신샛별, 「작품해설」)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여성들이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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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날에는 삼계탕을 나눠 먹고,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지어 먹고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함께 먹는 사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날 같이 보낼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라고 할머니는 언젠가 내게 말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할머니를 살게 했던 사람들은 나나 엄마가 아니라 아가다 할머니와 글로리아 할머니였는지도 모르겠다. (p.91)


✴︎ 

“그 바닷가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 

나는 아랫배를 노크하는 것 같은 규칙적인 태동을 느끼며 할머니가 기억하는 완벽한 여름, 그러니까 공기는 뜨겁고 향기로웠으며 짙푸른 파도가 곧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모래밭 위로 부러진 나뭇조각과 깨진 조개껍데기가 나뒹굴던 그 여름을 상상했다. 그런 완벽한 여름의 어떤 날, 연노란색 태양이 아직 머리 꼭대기에 있었을 때, 달궈진 모래를 맨발로 밟고 걷다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옷을 벗고 바닷물로 뛰어드는 알몸의 여자와 그 옆에 서 있던, 세월이 좀 더흐르고 나면 그런 엄마가 부끄러워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를.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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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친애하고, 친애하는
24-041 | 구현우,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현대문학 (240304~240330)


❝ 별점: ★★★★★

❝ 한줄평: 시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마음

❝ 키워드: 슬픔 | 꿈 | 빛 | 밤 | 어둠 | 따뜻함 | 눈 | 어른 |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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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사단으로 필사를 하며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은 시집입니다. 제 취향의 시집은 천천히 한 편씩 꼭꼭 마음에 새긴다는 느낌으로 읽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아요.


✦ 쓸쓸하고 슬픈 듯하면서도 그 안에 스민 다정함과 따스함에 읽는 내내 마음이 충만해졌어요. 이 시집은 딱 너무 춥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연한 봄이 찾아오지 않은 초봄에 생각나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시집입니다. 


✦ 마지막 에세이는 공감 가는 문장이 참 많았는데요. ‘혼자’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고 잘 즐길 수 있게 된 후에 읽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 ‘연한 노을빛에서 한달음에 짙어지는 밤하늘 같이 조금씩 진해지는 얼그레이’( 「얼그레이 그리고 둘 이상의 이야기」 부분)처럼 천천히 우려낸 얼그레이 티 한 잔을 곁에 두고 읽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 24/04/04]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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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들이 한창 바쁠 오후 두 시에 잠에서 깨곤 합니다 정신을 차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불은 계속 덮은 채고요 오늘의 날씨를 검색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약속이 없어서 그런 건 상관이 없는데

저는 당신이 걱정한 것보다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분 (p.10)


✴︎

네가 나오는 꿈은 모두 나쁜 꿈이지만

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꿈이 되지도 않는다

/ 「무의식적으로」 부분 (p.47-48)


✴︎

간혹 나는 번갈아 발을 내딛는 법을 까먹곤 합니다.

남들처럼 하면 된다는데, 남들만큼 하기 버겁습니다. 친구는 내가 그럴 만한 나이라는데, 조숙한 아이라기보단 모자란 어른이 된 기분입니다.

/ 「악천후」 부분 (p.113)


✴︎

나타났을 때처럼 그는 말도 없이 떠났습니다. 머리맡 조명을 조금 더 아늑한 색으로 바꾼 날부터였습니다. 그는 내 말에 대답을 해주지도 맛있는 것을 같이 먹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내가 가장 슬플 때 울도록 두었습니다. 기쁠 때도 웃도록 두었습니다. 그 점이 좋았습니다. 내게 동조하지 않는 나만의 실루엣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는 아마 언제나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내 곁에 있을 것입니다.

/ 에세이: 아주 오래된 대화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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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20240423 더커뮤니티


최근에 힘들었나 보다.

힘들 때마다 평소에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 쓰는 삶의 루틴들(주로 건강한 삶을 지향해서 하는 루틴이다. 일찍 자고 영상을 보지 않고, 정리정돈, 끼니를 잘 챙겨먹기, 헬스 등등)을 다 내팽겨치고 밥도 안 먹고 날밤을 새며 <더 커뮤니티>를 연달아 끝까지 정주행했다. 무척 재밌었고 나한테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유튜브에 무료분 1~4화 보고 바로 웨이브 한 달 100원 구독했다.



지금 맴도는 단상들.


-하마의 순박한 웃음들

-차를 들고 올라오는 하마의 결심

-지지했던 백곰이 슈퍼맨과 함께 하마를 의심하고 거리두는 모습

(민주당 정치인 백곰이 같은 사상 쪽 언어를 쓰는 하마를 정의당 포지션 같다고 언급하고, 정치질 한다며 의심하는 모습. 정치인이 '정치질' 한다는 언어를 쓰며 다른 이를 공격하는 모습이 정말 기묘했다.)

-마이클처럼 발언하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더 기울어지는 리더와 사람들의 관심, 애정

-하마가 떨어지면서 정말 말이 날 구해주지 않는구나, 차라리 일찍 떨어지길 잘했다고 남아있었으면 스스로도 말 뿐인 모습을 보였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통감하며 감탄

-백곰과 슈퍼맨의 연합

-테드의 기자 유죄 쪽 발표

-테드의 <위선자> 인생스피치

-슈퍼맨의 <열등감> 인생 스피치

-다크나이트의 <열등감> 인생 스피치

-테드의 허무한 탈락(테드가 불순분자면 어땠을까, 애쓰는 위선자 말고 그가 소화할 매력적인 악역도 궁금하다.)


'차이에서 시작해서 그 차이의 연원을 찾아가는 것. 각각의 관점을 살펴볼 기회를 주는 것. 서로 다른 사람을 붙여놓았을 때만 드러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더 커뮤니티>는 보는 사람이 더 크고 넓어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믿는 진실이 전부가 아님을 인지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출연자 하마(하미나 작가)의 글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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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메인 PD와 출..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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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 가는 순위


1. 하마

2. 테드

3. 벤자민

4. 백곰

5. 바누

6. 슈가

7.다크나이트

8. 슈퍼맨

9. 지니

10. 그레이

11. 마이클

12.낭자

13.고애신

<언어가 삶이 될 때>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방법' (김미소, 2022, 한겨레출판)


135-136쪽.

언어를 배울 때는 완벽주의자보다 목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완벽주의 성향과 언어 불안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Gregersen & Horwitz, 2002).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그 기준이 자신을 옥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도 나이고, 어느 날 운이 좋아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나이다. 내 말의 하찮음을 견디는 만큼 내 말그릇이 넓어진다. 


143쪽.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하나하나 더해가는 것보다, 언어 같의 경계를 넘어서 상대와 협력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언어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고 단지 하나의 언어만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갖고 있던 다른 언어 및 의사소통 자원과 엮어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초언어하기(translanguagin)'라고 부른다. 


수단이 아닌, 이해의 방법으로서의 언어에 대하여.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990. 어떤, 작가 (조영주)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살의, 불면증, 자살, 우울, 백내장 같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와 당황했다.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에 대해서도 내가 ‘때로는 애틋하게 읽었다’고 썼었구나. 작가님, 그런데 저도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 정말 좋아합니다. 제 인생 곡입니다.

어떤, 작가
어떤, 작가
989. 어떤, 클래식 (차무진)

따뜻하고 어렵지 않고 기품 있는 책. 삭막한 심성의 막귀 독자도 약간 설레게 해주는 책. 책에 나오는 곡들을 스포티파이로 찾아듣고 있다. 책이 좋아서 음악도 좋은 건지, 책도 좋고 음악도 좋은 건지 모르겠다. 슈만의 유령 이야기는 너무 신기해서 인터넷을 검색했고, 세간의 해석을 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클래식
어떤, 클래식
[큰글자도서] 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실험에 참여 한 모든 사람이 운동한 후에 불안 수치가 낮아졌고 안정감을 느꼈 다. 그중에서도 불안장애 증세가 가장 심했던 집단이 다른 이들보다 많은 효과를 보았다. 운동은 불안장애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불안까지 감소시켰다. 에어로빅,근력 운동, 요가, 태극권 등 다양한 운동들이 불안 개선에 유효한 사실도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보통 불안장애는 노출 치료 기법으로 치료한다.'• 안전한 공간에서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위협이 실존하 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법은 공포 조건화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노출 치료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 인 것은 아니다. 증상이 개선될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운동은 치료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쉽게 불안해지고 걱정이 많은 편이라면 이 장의 마지막에 있 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하루 10분 트레이닝'을 해보라. 운동은 마음속 두려움을 약해지게 하고, 공포 조건화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과거 에 몸을 잘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 시작하면 충분하다.
실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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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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