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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

예술은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예술에 대한 본격적인 입문은 2019년 2월에 나온 <봄 말고 그림>을 보고나서였습니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예술 에세이를 이제서야 찾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서양미술사 중심의 지식을 전달하거나, 미술평론가의 뻔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책들뿐이어서 예술 입문에 매번 실패하던 시기였습니다.

2018년에 8월에 나온 <방구석 미술관>을 접하기 전이라 더 그랬습니다. 이 책은 주제별로 쉬운 이야기로 아주 히트를 친 책입니다. 작년에 이 책이 100쇄를 돌파할 정도였고, 2편까지 출간된 걸 보면 잠재되어 있는 미술 애호가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입니다. 미술이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하는 건 이 책 <봄 말고 그림>에서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내 앞에 존재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예술은 추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구일뿐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갤러리를 10년이나 운영했던 사람으로서는 자칫 예술에 대한 폄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세계로 입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턱을 낮추려는 의도라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만큼 느끼면 된다'는 말도 너무 좋습니다. 우리는 너무 지식강박에 빠져 있습니다. 이성과 논리는 넘치고, 감성은 결핍되다 못해 소진되어 있습니다. '향유자'라는 말도 좋습니다. 우리는 즐기기보다는 어딘가에 써먹어야 한다는 효율과 경제 논리에만 빠져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은 속도전이 아니라 여유에서 비롯됩니다. 아는 척하기 위해서 예술이 존재하는 게 아니죠.


예술 향유자를 위한 그림 감상법은 올 봄에 <느리게 걷는 미술관>이 후속으로 나왔고, 이번에는 본격적인 그림 활용법에 대한 책이 나왔습니다.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학교도서관저널)입니다. '그림과 글이 만났을 때'는 다르게 표현하면,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예술과 문자 예술의 대표 장르가 융합된 프로그램이 바로 이 예술수업입니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초등학생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은퇴한 시니어까지 모두에게 유용하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예술적 상상력과 인문적 창의력을 키워줍니다. 그러니, 학부모로부터 '세계관 교육'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성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인생관 수업'이라는 후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문학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관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림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하기도 하지만, 표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지에서 영감을 떠올리고, 잠재되어 있는 감성을 깨우면 됩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걸 함께 하는 이유입니다. 수렴과 발산, 응축을 순차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감성의 시대입니다.

"15분 동안 그림으로 글을 쓰고, 토론하는 수업.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 수업은 미술사적 지식을 나누는 게 아니라 감성과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짧은 글에도 각자 삶의 정수들이 오롯이 담깁니다. 이때 그림과 글은 매개이고 도구입니다. 예술은 거들 뿐, 나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를 만나는 것이지요. 왜 15분이며, 그 15분 동안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3장 ‘15분 예술 에세이 쓰기’)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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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3 | 루리, 메피스토

비룡소 (240208~240208)


❝ 별점: ★★★★

❝ 한줄평: 서로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서로를 구원하고 사랑하는 일

❝ 키워드: 신 | 악마 | 인간 | 떠돌이 개 | 구원 | 내기 | 소원 | 기억 | 사랑

❝ 추천: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위로받고 싶은 사람


❝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 거야. ❞


✨첫 문장: 옛날 옛날에 신과 악마가 인간 하나를 두고 내기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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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사이의 이야기 책이라는 말처럼 그림책이라기엔 분량이 꽤 되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글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근데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 『긴긴밤』보다 좀 더 어두운 분위기였다.


✦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모습으로 변한 악마 메피스토와 귀가 들리지 않는 외톨이 소녀. 소녀가 뒤를 돌아봐 준 그날, 개에게도 처음 자신의 편이 생겼지만 소녀에게도 처음 자신의 편이 생겼을 것이다.


✦ 자기 자신을 미워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인 자신의 모습으로 지내게 될 것 같다는 개와 소녀는 천국에 가면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라며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 거야.’라고 말한다. 서로에게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가 그걸 안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둘의 시간, 어느새 나이가 훌쩍 든 소녀의 기억은 하나둘 사라져 버리고, 금지된 마법을 써서라도 개는 그 기억들을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 다시 마주 잡은 둘의 손. 서로를 아끼고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둘은 지지 않았다. 서로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서로를 구원하고 사랑하는 일, 그게 마법이고 기적이지 않을까. 모든 사랑이 언제나 이길 수 있기를. [📝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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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또 혼자 남았어.

  그래서 너에게 매달렸지. 제발 기억해 달라고.

  신에게 빌었어. 제발 도와 달라고.

  가지고 싶었던 것들, 원했던 것들을 하나씩 버리면서.


  그렇게 마지막 남은 소원을 빌었어.


|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궁금했어요. 이렇게나 슬프고 괴로운데, 왜 그렇게까지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지. 저는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고, 어쩌면 오래도록 그 이유를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앞서 온 힘을 다해 살아 낸 그 모습이, 저 역시 온 힘을 다해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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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메피스토
900.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이 책이 부커상을 받은 게 1997년인데 바로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고 1998년에 문이당판으로 읽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아룬다티 로이의 문장 양쪽 모두 충격이었다. 지금도 마지막 페이지가 기억난다. 이후로 아룬다티 로이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으나 그녀는 이후 20년 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작은 것들의 신 (무선)
작은 것들의 신 (무선)
899. 우주를 뒤흔든 7가지 과학혁명 (나단 스필버그, 브라이언 D. 앤더슨)

물리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교양서. 책이 소개하는 7가지 과학혁명은 코페르니쿠스 천문학, 뉴턴 역학, 에너지 개념, 엔트로피 개념,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소립자물리학이다. 원제도 ‘Seven Ideas that Shook the Universe’인데 사람들의 인식이 흔들린 거지 우주는 꿈쩍도 안 했을 거라고 이죽거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주를 뒤흔든 7가지 과학혁명(양장본 HardCover)
우주를 뒤흔든 7가지 과학혁명(양장본 HardCover)
1970년대 노동현장을 SF소설로 풀어난 수작

김하율 작가의 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는 '그믐 북클럽' 회원이 된 후, 첫 번째로 신청한 2024년 1월 책 읽기 모임에 당첨되어 읽게 됐다. 푸른 청룡의 해라더니 신년 벽두부터 운 좋게도 '그믐 북클럽' 11기에 선정되었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은 SF 장편이라고 해서 어떤 미래를 그릴까 궁금하면서도 책표지만 봐서는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아서 아이러니했다. 미싱을 타는 소녀의 머리에 헬멧이라니...?

마침내 책이 도착해서 두근거리며 작가 소개와 첫 페이지를 동시에 펼쳤다. 기대와는 달리 '소설이 왜 이렇지?' 싶었다.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에필로그로 끝나다니 말이다. 배경이든 인물이든 일단 서사 속에서 프롤로그가 드러나야지 에세이도 아닌데...


이 소설의 배경은 1978년이었다. 왜 하필 1978년일까 궁금해서 보니, 동일방직 똥물 사건과 YH 여성 직원들의 신민당사 점거 농성 사건 등 노동운동이 심각하게 일어났던 해였다. 얼핏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분신 사건도 1970년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아한 마음을 한편에 접어두고 1부 1978년을 읽기 시작했다. 1부에서는 니나가 야학에서 이름을 정하는 장면이 참신했다. 니나 잘 해, 니나 해라... "니나!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말 같았다..." 성은 노, "노니나? 오, 좋은데."이후부터 이름조차 없던 외계인 '0번 시다'의 이름이 '니나'로 불렸다.

내가 느낀 이 소설의 첫인상과는 달리 가독성이 좋았다. 술술 잘 읽혔다. 심지어 2부 1979년도 막 궁금해졌다. 그리고 2024년 현재로 껑충 뛰어넘는 시점 구성을 보자 한 번에 휘라 락 읽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러 그믐 북클럽의 진도에 맞추며 온라인 토론도 열심히 읽었다. 이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관심 사항을 알고 싶어서.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 니나의 능력은 부러울 만큼 아주 탁월했다. 니나네 종족의 가장 큰 특징은 생존력이고 뭐든 본 대로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능력, 이를테면 복제 능력이다. 사실 인간의 뇌에도 '거울뉴런'이란 게 있어서 학습이 가능하다. 모방 본능이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니나처럼 완벽하진 않다. 모자란 인간으로 치열히 사는 게 현실인데 소설은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하여간 니나가 불시착한 1978년 서울, 겨울의 어느 공장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찰지게 쓰는 사회적 인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전개가 퍽 흥미롭다.


1970년대 한국은 섬유 가발 신발과 같은 경공업 중심의 수출 만능시대였고, 선두 주자였던 섬유산업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경쟁력인 양 포장하여 어린 여공들을 착취했다. 이렇게 쌓은 부로 경영자들과 권력자들의 배만 불리고 불쌍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예 같은 생활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됐다.

1번 미싱사였던 오야나 폭력적이던 사회 풍조는 '운'이 아니고 사실은 '사회구조' 때문이라는 작가의 관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2부 1979년은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이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사수하기 위해 정말 목숨까지 내놓아야 했던 조합원들의 처절한 저항 이야기에 독자는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장면마다 생생히 연상되어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몰두하게 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계엄군들과 시민이 대치하는 장면과 오버랩 되었기도 했다. 특히 1번 오야의 장렬한 투쟁 장면에서는 그간 1번 미싱사에게 쌓였던 감정이 눈 녹듯이 녹아버렸다.

마침내 3부 2024년. 소설의 배경이 됐던 1978년으로부터 무려 46년이 흐른 현재, 과거의 섬유 노동자의 애환은 택배기사로 일하는 니나의 업둥이 아들 장수의 재등장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와 맞닿게 된다.


프롤로그부터 등장은 했지만 누군지 몰랐던 장수의 캐릭터가 3부 2024년부터 확실해졌다. 장수는 니나의 첫사랑이자 남편인 굴보의 아들이 아니었다. 결국 굴보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죽은 게 못내 아쉽지만(굴보도 죽고 또 그의 아들도 죽고) 장수의 등장으로 이 책의 구성이 완벽해졌다.

니나의 업둥이 아들, 장수는 현재와 미래를 자연스레 연결 지으면서 「이 별이 맘에 들어」는 엄연히 SF 소설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자칫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분신했던, 그 시대의 얘기만으로 소설이 짜였다면 아무리 처절해도 진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니나가 외계인이라는 전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장수의 등장으로 2024년에서 다시 2034년, 10년 후의 가까운 미래로 훌쩍 건너뛰며 인간로봇(휴머노이드) 시대를 보여주는 수완을 발휘했다.

가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살았던 분들은, 당시 전형적인 농업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어떻게 그리 빨리 도시의 산업 전사로 변신하셨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그러니 니나를 외계인이라 설정해도 낯설지는 않았다. 그리고 80세 전후의 어르신들은 치매나 알츠하이머로 고통받기도 하니까 3부에서 니나가 휴게소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혹시 니나가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자 능청스럽게 맞장구쳐주는 점원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하여간 업둥이 장수의 등장으로 '잘 꿰매진 조각보' 같은 SF 소설로서,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나, 김영하의 「작별 인사」 못지않게 SF 소설로 자리매김하며 재밌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수림 문학상 받을 만한 훌륭한 SF 장편 소설이라고.

https://blog.naver.com/lovemom94/22334569026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20%만 쓰는 연습 - 시간, 에너지, 멘탈에 이르기까지

파레토 법칙을 소재로 활용한 자기개발서. 선택과 집중하라는 말로 요약되는데 사실상 아무 내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적당한 성공의 경력이 있다면 아무 말이나 차용해서 자기개발서 쓰기 용이한 시대인 듯.

20%만 쓰는 연습 - 시간, 에너지, 멘탈에 이르기까지
20%만 쓰는 연습 - 시간, 에너지, 멘탈에 이르기까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Capitaism in America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1987년부터 1006년까지 미국 연준 의장을 했던 앨런 그린스펀이 공저자인 것으로 유명한 책이다. 그의 재임 시절 금융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듣는 등 그에 대한 찬미가 연준이라는 성소에 가득 울려 퍼지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 온 주범으로 몰리며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를 향하기도 했다. 그는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을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미국의 경제사의 다른 이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JP 모건의 전기를 쓴 론 처노가 해밀턴에 대한 전기도 썼다. 이 책에서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천재의 불꽃과 같은 삶을 잘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밀턴은 오늘날 미국이 세계 패권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미국 경제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는 미국이 건국되던 시점 세계 최강국인 영국으로 부터 독립하려 하면서도 미국의 발전 모델을 영국으로 상정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 그리고 이같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幼稚(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하는 보호주의 무역 정책, 그리고 영국과 같이 강력한 국방력과 산업을 갖기 위해서는 자본의 집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영란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제도’의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부침을 거듭하며 1820년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절 폐지되었다가 20세기 초에 다시 부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공황의 원인을 여전히 연준의 책임 탓으로 돌리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20세기 초 미국 연준은 21세기 처럼 거시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고 그것이 대공황이라는 파국에 이르는 결정적이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인간의 역사, 특히 그 고통스럽고 비참했던 사건들은 상당 부분 이와 같은 인간의 무지로 인한 시행착오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가 얼마나 ‘경제’ 혹은 ‘돈 버는 것’ 중심의 사회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합명회사’와 ‘인허회사’라는 두 가지 형태의 법인 형태만이 존재했다. 전자는 무한 책임 후자는 유한 책임을 가졌지만 회사는 정부로 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권력과의 유착 또는 부정이 많았다. 그리고 미국의 대표 정부 역시 1630년 베이 컴퍼니라고 하는 인허회사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의 주주들이 유한 사업 조직원의 구성원에서 공공 정부의 대표들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주식회사가 출현할 수 있었던 기업조직의 혁명은 ‘철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철도 산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자본 산업이었기 때문에 유한책임에 기초한 혁신적인 기업조직으로서 ‘주식회사’가 지배적인 기업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또,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던 철도회사들에 대한 합리적 경영의 필요성에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금융산업이 등장하게 된다. 또, 금융산업의 등장은 카네기의 철강 산업, 록펠러의 석유 트러스트와 같은 산업의 독점을 가져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점은 오늘날 그리고 당대에도 역시 엄청난 비난을 받는 자본주의 혹은 대기업의 악질적 행태로 비난을 받지만 19세기 후반 등장한 독점은 자본주의의 성격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야 할 만큼 현대적 발전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독점의 폐해만큼이나 가격의 하락 등을 통해 인류의 삶에 공헌 했다고 한다. 저자들은 미국 자본주의를 이끈 기업가들은 그들이 미국 경제에 공헌한 창조성과 혁신 만큼이나 인간적 결함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같이 인간의 경제 활동을 윤리적 도덕적 법정에서 해방시킨 인물로 아담 스미스를 摘示(적시)한다. 인간의 경제적 욕망을 긍정하고 그 욕망을 통해 사회의 부와 풍요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동서를 불문하고 그렇게 오래된 아이디어가 아닌 것이다. 조선 사회의 주자학만큼이나 서양 중세 사회와 기독교도 영리의 추구를 죄악시 했던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 소외된 이들에 의해 건국된 미국은 이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식하고 실현시키기에 아주 좋은 토양을 가진 사회였다.


자본에 대한 철도회사의 게걸스러운 욕구가 현대의 뉴욕증권거래소를 만드는 데 다른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817년에 세워졌지만 19세기 중반에 철도 붐이 일어나기 전에는 활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다우지수에는 증기선 운항사인 Pacific Mail과 전신회사 Western Union뿐 아니라 10개 이상의 철도회사가 포함되었다. 철도 시대 이전에는 증권거래소가 바쁜 때에도 한 주에 거래되는 주식 수가 1천 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850년대에는 한 주에 100만 주가 거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철도회사 주식이 전체 발행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8년 60%였다가 1914년에는 40%가 되었다. 또한 월가는 철도 채권 시장의 중심지가 되었다. 1913년 철도 채권의 가치는 112억 달러인 반면, 일반 주식의 가치는 72억 달러였다.

철도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낳았다. Commercial And Financial Chronicle이 1865년 창간했고, 이 신문은 다른 무엇보다 철도를 자세히 다루었다. Henry Varnum Poor는 신용평가사 Standard & Poors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 전에 American Railroad Journal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수준 높은 투자자는 오늘날의 투자자가 주요 산업주를 바구니로 사듯 철도주를 market basket로 사서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익혔다. 


또, 미국의 통화제도로서 금,은본위제의 역사도 개관할 수 있다. 케인즈가 금, 은과 같은 실물 화폐를 ‘야만적 유물’이라 주장했던 것이 20세기 초의 일이고 또 1970년대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며 완전 신용에 기초한 기축 통화 제도가 실시되기 까지 거의 반 세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에 이와 같은 통화제도의 혁명적 변화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세계 경제의 확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의 뉴딜 체제는 세계 1차 대전을 통한 전시 경제 체제를 경험하면서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가 경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행태와 동시에 미국 연방 정부의 힘이 놀랍도록 강해지는 것은 20세기 전반기의 양차 세계대전에서 기원한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여기서는 스태그네이션이라 표현)은 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의 ‘위대한 사회’건설과 같은 복지 재원의 남발이 그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 같다.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2008년 금융위기 또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원인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러 곳에서 미국의 실패를 그들의 자만과 교만에서 찾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앨런 그린스펀은 그의 재임기간 내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은 과거와 같은 파행 또는 재난이 그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착각과 믿음에 어느 정도 넘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미국 경제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원인으로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정신을 말한다. 19세기 후반의 독점과 1970년대 그리고 현재 까지 이르는 IT산업 혁명과 독점 기업들을 그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생산성과 혁신은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이 망할 것이라는 소문은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미국 사회는 많은 문제와 모순을 갖고 있는 사회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 다른 사회는 저 마다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그 전망은 미국보다 암울하다. 달러 패권은 유지될 것처럼 보이며 미국의 IT독점 기업들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할 것처럼 보인다. 또한 중국의 부자들은 호시탐탐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믐의 모임이 1천 개를 넘었습니다. (24년 2월 5일자 기준)

그믐은 22년 5월 보성고등학교 학생들과의 베타테스트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29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하나둘씩 쌓여가던 그믐의 모임 숫자가 24년 2월 5일 자로 1002에 달했어요.


이 숫자가 저희에게 더욱 소중한 것은 1천 개의 모임을 오롯이 그믐 혼자 달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임의 대부분은 읽고 쓰기에 진심이셨던 그믐의 회원, 출판사, 도서관, 학교 그리고 독서 동아리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곧 그믐의 모임이 1만 개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897, 898. 황릉의 비밀 1, 2 (웨난, 양스)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 웨난은 중국 유적 발굴 현장을 돌아다니고 발굴에 참여한 사람들을 취재해 ‘중국 고고학 논픽션’이라고 할 만한 책들을 펴냈다. 그 중 하나인 이 책은 명십삼릉 중 그 유명한 만력제의 무덤인 정릉 발굴에 얽힌 이야기를 다뤘다. 발굴 과정은 흥미롭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학자들과 유적이 처한 운명은 안타깝다. 공동 저자인 양스는 강제노역 기간에도 몰래 보고서를 작성한 발굴단장 자오지창의 부인.

황릉의 비밀 - 중국 명나라 역사를 읽는다
황릉의 비밀 - 중국 명나라 역사를 읽는다
백년 동안의 고독
그녀는 고독 속에서 인간이 되어갔다
그녀는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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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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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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