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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로또: 왜 DNA가 사회적 평등에 중요한가?

에코 리브르라고 하는 출판사에서 2023년 2월에 번역 출판되었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 세상에 나왔다.


먼저, 번역 내용에 대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불편함과 어색함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거의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품질의 번역은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막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경제적 선택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검색을 해보니 번역자는 유전학 관련 전공자인 것은 맞지만 번역을 하는 사람으로서 갖추었으면 좋을 소양은 상당히 부족한 사람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출한사도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특히, 두 개의 파트 중, 1부는 마치 대학원생이 아르바이트를 한 것 같이 무리하고 어색한 한글 직역이라 이것을 참고 읽어내는 것이 여간 곤혹스럽고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저자 캐서린 페이지 하든은 상당히 젊은 유전학자다. 그의 프로필을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고 난 뒤 영화 배우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약간의 분노는 금새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단순히 말하면 젊은 시절, 사회는 평등해야만 한다고 믿었고 그것이 정의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은, 자연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쪽으로 생각의 추가 옮겨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자연의 질서는 우연이 아니라 유전과학을 통해 입증되는 인과관계가 있는 창조의 질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현대 유전학은 소위 merit라 표현되는 개인의 특별한 능력과 자질이 우연한 유전적 조건의 결과이며 ‘運(운)’임을 밝혀 내고 있다. 하지만, 근대 과학의 성과로서 초기 유전학은 우생학 또는 나치즘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1869년 찰스 다윈의 사촌이자 ‘우생학euginics’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프랜시스 갈톤Francis Galton은 저서 ‘천재의 유전학Hereditary Genius을 출판했다. 골턴의 책은 수백 쪽에 달하는 족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성eminence이 생물학적으로 유전되어 영국의 계급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과학, 사업, 법률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족보에 있는 이들 훌륭한 인물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천재의 유전’은 갈톤의 1889년 ‘자연 유전Natural Inheriediatry’이라는 책과 함께 ‘유전hereditary’연구를 통해 영국 사회의 지배계급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특권적 지위를 합리화 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한편, 계급적 차별적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유전학이 밝히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한 채 모든 인간의 차이는 후천적 사회적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적 조건만을 조정하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저자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좌파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평등’이 아니라 ‘공정’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공정’의 개념이 ‘평등'과 다른 것은 유전적 차이로 인한 인간 능력의 차이, 결함이 있는 개체, 소수자minor 존재를 인정한 다음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 공평의 개념은 ‘안경’의 비유를 통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유전자의 차이로 상당히 약한(다른) 시력을 갖고 태어난다. 근대 광학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이런 결함은 사회적 약자가 되는 중요한 조건이었지만 현대 사회는 ‘안경’을 통해 이런 유전적 퇴행을 충분히 교정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유전자 우열에 대해서도 국가 또는 사회의 개입을 통해서 불균등을 해소하는 것이 ‘공정’의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평등’과 ‘공정’의 개념을 이해하면 좋다.


앞서 언급했지만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가 그녀의 이런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고 1부는 2부의 결론에 이르는 방법론과 도구 등 다소 기술적인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다. 굳이 1부의 번잡한 내용들을 이 지면에 옮겨 그 번잡한 독서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캐서린 페이지 하든의 주장은 앞으로도 상당히 주목해야만 할 진보적 정치세력의 정치이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경향이라고 판단된다. 그녀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해 거의 반 페이지를 할애 하면서 한국의 불평등한 사회현상을 좋은 예시로써 보여주고 있다.


2004년 통계에 의하면 중국 사회의 소득의 차이는 상위 20%가 하위 20%의 13배, 미국은 10배라고 한다. 한국은 2022년 기준 소득의 차이는 6배가 넘고 자산의 차이는 16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의 권위주의 체제, 미국의 트럼피즘은 모두 이 같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정치적 긴장과 불안의 원인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론 가능할 것이다.



보스를 아십니까

2022년,23년 전라매일과 전남매일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30년간 쓴 작품 중에서 7편을 골라 첫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 [보스를 아십니까]는 구두닦이로 번돈 40억을 물려줄 후계자를 찾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노인은 보스로 부터 구두의 광에 대해 배웠다. 그 광을 물려줄 후계자는 과연 나타날까?



보스를 아십니까 - 김만성 소설집
보스를 아십니까 - 김만성 소설집
기자다움이란

언제부턴가 자주 쓰는 말들의 사회적 정의부터 다시 써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상식적으로 쓰는 단어들의 뜻이 너무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한지 꽤 됐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자유를 주장하는 말속에 바로 그 자유를 억압하는 뜻이 담겼는데,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그것이 틀림없는 자유라고 비춰지는 일들이 너무 잦아졌기 때문이다. 내 상식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는 상식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다.

그럴수록 기본 원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을 보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늘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이기주기자님은 '묵묵하게'란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 의도치않게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그것도 여러번이나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 저자 개인에게는 힘겨웠을 논란에 가려진 저자의 기자직에 대한 윤리와 마음가짐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갖춘 기자다운 기자의 본분을 지키고자하는 모습 말이다. 적어도 내가 학교다닐때 배웠던, 혹은 책에서 읽었던 '펜이 칼보다 더 강한 무기'라는 진부적인 말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용기있는 선언문처럼 읽히는 이 책의 저자에게 변하지 말아달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

기자유감
기자유감
정의는 실현되는가

13계단은 교수대로 올라가는 죽음의 길을 상징한다. 즉, 사형제도를 뜻하는 제목이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국가가 사법의 힘으로 단죄한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명제에 그래서 그렇게 정의는 실현되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15년전에 처음 읽은 뒤 굉장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소설이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결말까지 내달렸는데, 다 읽고나니 사형이라는 제도를 반대하는 내 개인적인 입장을 형성하는데 이 책도 영향을 미쳤겠구나라고 되짚어졌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두번째 읽은 소감은 더 복잡하다. 사형제의 존폐를 넘어 모든 사법제 처벌은 과연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구현된 그 정의는 과연 피해자에게도 정의인 것인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이름으로 타인을 단죄하고 또 집행하는 자들의 영혼은 과연 괜찮을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현실 속 고통스러움이나 복잡함이 드라마나 소설 속 허구를 더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기때문이기도 하고.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그믐북클럽 12기를 모집합니다!

그믐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추천하는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이 열두 번째로 선정한 책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 2023, 동아시아)입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6년, 서울대 김승섭 교수가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분투한 기록을 모은 책입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작가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합니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됩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질문을 담고 있어요. 책과 책상 밖의 지워진 존재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될 도서로, 그믐북클럽 멤버들이 치열하게 고민할 거리가 풍성하여 12번째 그믐북클럽 도서로 선정하였습니다.



- 모집 기간 : 2월 2일(금) ~ 2월 12일(월) 오후 6시까지 

- 모집 인원 : 20명 + a (제공 가능한 책의 숫자가 한정되어 20분에게 증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구매하고 북클럽에 참여하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그믐북클럽 12기 참여 신청하기



공무원 맛보기

공무원이셨던 아부지께서 원하시던 일

당분간 잘 부탁해 👋

24-019 | 김빵 외 4명, 투 유

자이언트북스 (240129~240202)


❝ 별점: ★★★★☆

❝ 한줄평: 책을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을 채우는 이름 하나쯤은 남기를

❝ 키워드: 감정, 이해, 사랑 | 좀비, 용기 | 마음, 균형 | 마지막, 운명 | 죽음, 질문 | 목적, 진실

❝ 추천: 다섯 빛깔 다채로운 감정과 마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To. 당신이 채우고 싶은 이름 ❞

/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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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된다. 작년에 이유리·김서해·김초엽·설재인·천선란 작가님이 쓰신 ‘마음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이야기 다섯 편이 수록된 자이언트 픽 첫 번째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 자이언트 픽 『투 유』의 출간 소식을 듣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리뷰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다.


✦ 김화진, 구소현 작가님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있었고, 김빵, 김청귤, 명소정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첫 자이언트 픽 책에서도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을 새로 알게 되었고, 참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 좀비가 드글드글한 세상에서 재회한 두 친구의 이야기 「좀비 라떼」,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시간과 자리」,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운명을 맡기는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죽은 연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담긴 「투 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먼 행성에서 지구로 온 금속 회로의 이야기 「이방인의 항해」까지. 첫 책을 읽을 때처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자꾸 최애 단편이 바뀌었다. 자이언트 픽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마구마구 픽하고 싶은 단편들💖


✦ 다섯 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단편은 김청귤 작가님의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과 명소정 작가님의 「이방인의 항해」!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에서 ‘지구의 마지막 빙하’가 녹아내리는 게 정말 조만간 다가올 미래 같아서 매우 섬뜩해졌다. 「이방인의 항해」는 첫 자이언트 픽 책에 실린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 떠올라 더 좋았다. ‘관찰의 대상이지 상상의 배경이 아니라고 애써 열망을 억누르려 하지만 바다에 도착한 미래를 그리기를 멈출 수 없는’(p.265-266) 금속 회로에 마음이 가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의외로 새로 만나게 된 작가님들이 내 취향 저격이라 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함께 나눈 마음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니까.’라는 말이 참 좋았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을 알아채고 이해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 그리고 함께 나아간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당신의 마음에도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쯤 있기를. 이 책의 제목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투 유’여서 더욱 좋다. [📝 24/02/03]


(*자이언트 픽 리뷰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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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빵, 「좀비 라떼」

: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위해 용기를 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Mt.Fujitive - whisper


| 현관문을 열자 소파 앞에 그대로 서 있는 라떼가 보였다. 순간 뼈마디가 저릿했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득하게 멀어졌던 순간이 난데없이 가까워졌다. 라떼, 저 이름 모를 좀비 때문에.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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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시간과 자리」

: 내 안의 여러 갈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권진아 - 흘러가자

♫ 눈물이 나면 다 울고 웃음이 나면 또 웃고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우스갯소리 하고 흘러가자 그냥 그렇게 별일 없이 오늘 그렇게 흘러가자 흘러가자


| 연극은 항상 그리웠고 지호가 사는 지역에는 연극이 드물었다. 그래도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 그리움의 상태가 좋았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리워만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슬프면서도 좋았다. 마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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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 작별인사를」 ⛤

: 죽기 전에 보러 간 지구의 마지막 빙하에서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짙은 - 빙하

♫ 세상의 모든 빙하가 녹아 그 물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 당신과 나 이 깊은 골짜기를 메워준다면


| 영상으로만 봤던 하얗고 거대한 빙하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볼품없이 깨진 얼음조각 같았다. 바다색을 흡수한 것처럼 새파란 게 다를 뿐이었다. 그 빙하는 하나가 눈물을 뚝뚝 흘린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물을 뚝뚝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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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현, 「투 유」

: 사랑하는 이의 죽음 후에도 남아서 살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정승환 - 별 (Dear)

♫ 아주 멀리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저 별처럼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대단해. 충격은 흡수되어 전부 녹아 없어질 거야. 불행이 뱀처럼 달려들어도 우리의 늪 같은 마음은 그 뱀을 잠기게 만들어. 회복할 수 있어.”

  전시회 벽면에서 본 대사가 나오는 장면까지만 보고 그녀는 잠들었다. 너무 큰 충격으로 기절한 마마로바의 귓가에 겔이 속삭이는 장면이었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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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정, 「이방인의 항해」 ⛤

: 관찰이 아닌 상상으로 나아가는 일


🎼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James Quinn - Dreamer's Path


| 여기서 보인 모든 행동이 바다를 향한 항해였다는 걸 이 아이는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걸까.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능은 오직 수집의 원동력을 위해서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다. 사고는 나의 기호를 만들고, 행동은 내게 선택지를 주었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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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유
투 유
[S6E4] 독서모임 오디티닷

오디티닷은

”당신의 경험을 특별하게” 

라는 모토로 운영되는 독서 플랫폼 입니다.




'ODTDOT' 무엇이 특별한가요?


1.

한권의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모임으로

다각도로 책을 보는 시각과 식견을 기를 수 있습니다.


2.

단독 공간에서 대화하여, 모임원간의 대화에 집중 가능합니다.


3.

개인 인적 사항을 직업과 이름 외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친목 없이 '독서모임'만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4.

회차 마다 책이 달라지므로 주제가 다양해서 질리지 않습니다.


5.

시즌 종료 후 토의 내용이 들어간 도서가 출판되어

모임 기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임일정


모임일정 : 2월 22일 19: 30~22:00



> 참여 링크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S6E3] 독서모임 오디티닷

시즌6 세번째 모임 공지 드립니다.

모임일정을 연휴에 맞춰 하루 앞당겼습니다.


모임일정 : 02월 07일 19: 30~22:00

읽 을 책 : 쿨하게 생존하라 - 김호


> 모임 참여 링크 <

쿨하게 생존하라 - 35-45 직장인이 놓치면 후회할 서바이벌 키트 6
쿨하게 생존하라 - 35-45 직장인이 놓치면 후회할 서바이벌 키트 6
만주모던

지은이 한석정은 사회학자이면서 현재 동아대학교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2016년 3월에 초판이 나왔다. 읽는 내내 이 책이 얼마나 탄탄한 내용과 구성으로 쓰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독서 내내 그가 선택하는 어휘와 역사, 철학, 사회학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박식과 숙성된 지식 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전쟁 직후 국민소득 $100에 불과하던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단히 설득력있는 분석과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사적으로 너무나 예외적인 발전과정이라 외부 세계에서는 驚異(경이)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과소평가를 넘어 때로 정신적 異常(이상) 내지 퇴행이라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자기 부정 내지 자기 학대처럼 보이는 행태를 적지 않게 관찰하게 된다.


마크 트웨인은 사람들에게 “속고 있다고 진실을 알리는 것보다 그들을 기만하고 이용하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19새기 서구 제국주의는 산업혁명의 성과를 등에 업고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배해 나갔다. 그런데 이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대응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갈렸던 것 같다. 하나는 반제국주의를 외치며 외부와 벽을 쌓고 자급자족적 폐쇄경제를 이루는 사회주의적 선택과 다른 하나는 후발 주자로서 선진경제로부터의 모멸감을 견디며 그들을 열심히 학습, 모방하며 추격하는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민지 피침략 국가들은 反帝(반제)를 외치며 첫번째 사회주의적 발전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 조류였다. 그런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후발 자본주의 발전 모델을 따라가며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가 출현하기도 했다. 


그 후발자본주의의 대표적 국가는 1870년경에 통일 국가를 이룬 독일과 이탈리아에 해당한다. 그리고 북군의 승리로 끝난 남북전쟁도 또 다른 의미의 통일전쟁이라 한다면 미국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은 자신의 압도적인 군사, 기술, 금융, 제조업 능력 등을 배경으로 전세계에 자유무역을 제창했다. 이들 후발자본주의 국가들은 영국이라는 선진경제를 따라 잡기 위해서 시장의 힘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 자본주의적 발전을 도모하는 국가 중심의 발전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독일의 발전 모델을 차용한 것이 비유럽 유색인종 국가 일본이었다. 


이것은 지난 번 읽었던 ‘아시아의 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같은 책에서 확인했던 것과 같이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같은 경제학자가 주장했던 개발경제학의 논리에 부응한다. 그런데, 단순히 보호주의와 같은 무역정책 뿐만 아니라 교통, 교육, 환경, 위생,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국가가 그 발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모던Modern이란 표현은 계몽주의적 근대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 근대적 이성을 실현하는 주체가 부르조아와 같은 시민계급이 아니라 국가가 되어 서구의 발전을 모방, 이식, 변용, 체현, 발전시키는 전 과정을 모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서구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메이지 유신이라는 혁명적 변혁을 통해 사회의 체질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완, 조선, 만주와 같은 식민지를 운영하게 된다. 나는 메이지 유신이 프랑스 혁명에서 나폴레옹 쿠데타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은 근대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쿠데타라고 생각하며 이후 제3세계 각국에서 청년 장교들이 쿠데타를 모의할 때마다 그들이 생각하는 혁명의 ‘典範(전범)’이 되었을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아무튼,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세번 째 식민지 경영의 경험에 해당하는 ‘만주국’의 근대화다. 경험이 쌓일 수록 시행착오는 줄어들고 만주국에서 젊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속도있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본국에서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고착화된 사회질서 때문에 불가능했던 개혁 정책이 많았지만 만주에서는 그런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품고 있었던 원대한 계획을 마음껏 진행 시킬 수 있었다. “빨리 빨리”, “하면 된다”, “불도저 식 밀어 붙이기”의 원조는 바로 만주국에서 연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을 점령했던 미군정의 엘리트 장교들이 본국 미국에서 보다 더 자유 민주주의적 정체를 일본에 확산시키려 했던 시도와 대단히 유사하다.)


식민지 조선 사람들이 만주로의 이민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가뭄, 수해 등으로 인한 자연재난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들 만주에 정착한 조선인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었지만 때로 포주로, 장사로, 그리고 일부는 만주국의 중, 하급 관리로 일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만주 웨스턴이라는 판타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동만주에서의 독립운동과 별개로 만주에서 대부분의 조선인들의 삶은 가난하고 고단했으며 비적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국인들로부터 차별과 학대를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기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 한석정은 이들 만주의 경험자들이 해방 후 한국이라는 신생 국가 건설에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승만 정권 하에서 이종찬 등과 같은 일본 육사 출신들에 비해 보다 고분고분했던 만주 군관학교 출신들이 군부 등에 중용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하이라이트는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의 역사적 전개과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승만, 조봉암 등에 의해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이들 쿠데타 세력은 만주에서의 실험을 남한 사회에 모방, 이식, 변용, 발전시키는 커다란 장애가 없었다.


한국 록음악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신중현’씨 역시 일본인 모친을 가진 만주 출신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포항제철, 월남파병, 산림녹화, 통일벼와 식량자급, 새마을운동, 중화학 공업 육성, 10월 유신 등 한국 현대사를 규정짓는 수 많은 내용과 사건들이 주마등 처럼 흐르게 된다.


총론적으로, 이 책은 ‘역사 사회학’이라는 익숙치 않은 학문의 영역에 속하는 저술이다. 그리고 사회학자가 본 한국 역사의 ‘식민지 근대화론’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21세기 자칭, 타칭 선진국이라 일컬어 지는 한국 사회에서 식민지 경험을 ‘반일’이라고 하는 선악, 흑백의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기에 역사적, 시대적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고 파악된다. 


돌이켜 보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 할 때도 월남파병 등 역사적 사회적 분기점에 해당하는 정책 결정이 있을 때마다 야당을 비롯해 많은 지식인들이 비판을 하고 그 무용성과 해악을 지적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런 도전과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면 오늘날의 한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한 개인의 인격과 삶이 완전할 수 없듯이 모든 사회는 모두 불완전하고 나름의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게 마련이다. 개인의 발달이 수많은 미숙함과 과오의 수정를 거쳐 성장, 성숙하듯이 우리 나라가 발전해 왔던 과정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한 시선으로, 날 선 시선으로 비판하기보다 좀 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완고함을 누르면서 우리 민족의 성취를 격려하고 보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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