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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 교양 (디트리히 슈바니츠)

‘교양인’이 되려는 데 나온 지 20년이 넘은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가. 지식편에 대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20년 사이에 추가된 정보들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능력편은 여전히 필수적인 내용들이며, 사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교양인이라고 하는 집단의 본질을 꿰뚫는 책도 없는 것 같다. 그 집단의 규칙 중에는 물론 우스꽝스러운 것들도 많으며, 그 우스꽝스러움에 대해서도 제대로 말하는 매뉴얼이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 (컬러판)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 (컬러판)
873. 구제의 게임 (가와이 간지)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와는 관련이 없는 별도의 작품. 배경은 미국이고 등장인물 중에 일본인은 없다. 그 설정이 좋았느냐 하면 재연 프로그램에서 한국인 배우들이 가발을 쓰고 외국인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작가의 골프 사랑은 뚝뚝 묻어난다.

구제의 게임
구제의 게임
58. 홉 하우스 13과 남한산성

내게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고, 인세를 누락하고, 판매내역 보고를 제때 하지 않고, 오디오북을 무단 발행한 SF 전문 출판사인 A 사가 5월 1일 오전 9시에 자기 회사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다. 나도 30분쯤 뒤에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렸다. A 출판사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하지만 신뢰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려우니 책은 절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런 인세 지급 누락이 한국 작가들에게 드물지 않으며, 정부가 나서 달라고도 썼다. 600억 원을 들여 국립한국문학관을 지을 게 아니라 인세 누락이나 저작권 침해 신고 센터를 만들고, 영화계처럼 작가들이 책 판매량을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게 만병의 근원이었다.

사실 그런 시스템을 정부가 이미 준비 중이기는 하다. 올해 9월에 출범 예정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다. 나는 그 글에 그 사실을 소개하며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겠다고도 적었다. 뭐, 이미 계약 상태인 원고가 8건이나 되니까. 그 원고 8건을 넘기면 출판유통통합전산망도 제 궤도에 올라 있겠지.

A 출판사의 사과문은 물론 큰 화제가 되었으나,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폭발력이 크지는 않았다. 조금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 회사가 망하는 걸 바라지는 않았으므로. 주말 동안 기사가 10건 정도 나왔다. 그래, 이 정도면 됐지, 싶었다. 그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소송을 낼 마음도 없었다.

기자회견장이나 유튜브에서 눈물을 쏟으며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A 회사에 대한 응징을 촉구하고 싶지도 않았다. HJ는 그래야 더 이슈가 될 거라고 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다. 나는 종종 비겁한 사람이고, 교활한 궁리도 자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퍽 점잖은 사람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품위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날 오후에는 새롱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심장사상충 약을 바르고 돌아오는 길에 산책을 시켰다. 부모님이 “네가 무슨 출판사에서 사과를 받았다며?” 하고 물어보셨다. 부모님 귀에까지 들어갔을 정도면 어지간히 소식이 퍼지긴 했구나 싶었다. 집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올까봐 전화기를 비행기 모드로 해둔 채로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에는 HJ와 남한산성에 놀러갔다. 버스를 타고 산 중턱에 있는 남한산성전통공원까지 가서, 남한산성 행궁을 밖에서 둘러보고 수어장대와 남문까지 올랐다. 습하고 벌레가 많아서 나는 그다지 그 산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HJ는 좋아했다.

나는 A 출판사와 일이 마무리되어 홀가분한 마음이었는데 HJ는 그즈음 한창 우울한 상태였다. 실직 상태에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시 직장을 구하게 된들 이전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하는 질문이 내면을 갉아먹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짧게나마 매니저 직무를 경험해본 그녀는 그게 매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는 매니저들에게 모든 시간을 바치라고 요구하고, 거기에 응할수록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반면 매니저가 아닌 스태프 일자리는 주체성이 없었고, 40대 중반이 되자 쉽게 구하기도 어려웠다. 주체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 시간을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 정도?

나는 그녀의 진단에 동의했고, 그래도 열심히 찾아보면 숨어 있는 괜찮은 일자리를 기적처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했다. 자신은 없었다. 그러다 대화 주제가 남한산성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 나는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된 과정에 대해 한참 떠들었다. 신유박해와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조선의 초기 천주교 신자들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늘 감동스럽다. 김훈의 『흑산』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어장대에서 내려와서는 남한산성전통공원 옆 빈대떡 가게에서 해물김치전과 순두부를 먹었다. HJ는 막걸리를 마셨고, 나는 막걸리에 맥주를 섞어 마셨다. 방송사와 신문사, 인터넷신문사에서 각각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시지가 왔다. 사양하거나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인터넷신문사는 내가 보낸 거절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기사에 인용했다.

주중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서관에서 강연 일정이 하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서울과기대 강연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갈 때마다 대단히 환영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학교가 지하철역에서 참 멀기도 하다. 비 오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전화 영어 수업을 받았다.

이번에는 도서관 강당에서 소규모 청중을 상대로 이야기하면서 줌으로도 강연 내용을 전송하는 식으로 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다. 강연장까지 가야 한다는 게 단점, 그래도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강연 주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일으킨 매체 혁명이었는데 학생들이 무척 수긍한다는 표정이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도 내 가설에 동의한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커졌다.

모처럼 오프라인 강연이고, 강연 뒤에 학생신문사와 인터뷰까지 하니 돌아오는 길이 무척 고단했다. 지하철역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네 캔을 샀다.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이 편의점에 종종 들르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해서 매번 황송하다. 결제를 하다가 불쑥 “제가 가본 편의점 중에 제일 친절한 곳이에요”라고 말했더니 아주머니가 무척 쑥스러워하셨다.

집까지 걸어오면서 맥주 한 캔을 해가 진 거리에서 다 비웠다. 홉 하우스 13을 마셨다. 기네스가 만든 라거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홉 향을 강조했다. 이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홀딱 반해서 드디어 인생 맥주를 찾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녀석은 연달아 마시기 부담스럽다. 그리고 어떤 제품을 인생 맥주로 정하든 그것만 마시는 음주 생활은 풍성하지 못하다. 인생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겠지. 그렇게 돌고 돌아 맹탕이라고 욕을 먹는 미국식 페일 라거를 쌀밥처럼 찾게 된다. 집에 왔더니 HJ가 돼지고기를 구워 주어서 그걸 안주 삼아 계속 맥주를 마셨다.

 

비 오는 날 강연하고 오는 길

친절한 편의점에서 산 쌉쌀한 맥주

홀짝홀짝 마시며 집에 갑니다

 

홉이 강조된 맥주에는 숙취가 따라온다. 다음날 아침에는 두통에, 저녁에는 비염에 시달렸다. 감기 기운이 있나 보다 싶었지만 어쩌면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새롱이와 가까이 있다가 원래 약하게 있던 개털 알레르기가 심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동물병원에 새롱이를 데리고 가서 중성화 수술 때의 실밥을 풀고 돌아오는 길에 산책을 시켰다. 집에 돌아와서는 잡지에 실을 에세이를 썼다.

최악의 황사가 한국을 덮쳐 서울에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된 날 나는 종일 밖에 있었다. 일정이 두 건 있었다. 이날 서울 공기 오염도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뭄바이, 델리보다도 더 높았다. 집에 돌아올 때쯤에는 눈이 따갑고 목이 매캐했다.

이날 낮에는 서래마을에서 L 선배와 만나 브런치를 먹었다.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L 선배는 동아일보에서 내가 아주 존경하던 기자이고, 그 역시 나를 무척 아꼈다. 그와는 법조팀에서 함께 일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뒤에 나도 사표를 냈다. 그 해에 회사를 그만둔 동료가 많았다. 이후에 나는 L 선배와 1년에 한두 번씩 만난다.

L 선배는 저널리즘스쿨 교수직을 둘러싼 퇴직 기자들의 처절한 경쟁에 대해 들려주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얘기들이었다. 연줄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유치하고 좀스러운 경쟁을 벌이고들 있다니.

L 선배와 헤어져서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블러썸크리에이티브의 스튜디오에 갔다. 블러썸크리에이티브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차린 작가 매니지먼트 회사다. 김영하, 김중혁, 김초엽 등의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블러썸크리에이티브는 자이언트북스라는 출판사도 얼마 전에 설립했다.

그 출판사에서 NC소프트와 제휴해서 소설집을 만들 예정이었는데,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 게임회사가 단편소설집을 내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책 저자로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작가들에 더해 나까지 원고 청탁을 받은 것도 의외였다.

NC소프트는 꽤 큰돈을 들여 이 소설집을 홍보하려 했다. 아니, 문학출판계에서나 그 돈이 큰 금액으로 보이는 것이지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푼돈인 걸까? 아무튼 NC소프트와 블러썸크리에이티브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과 사진을 만들고자 했다. 나는 그 촬영을 하러 고양시의 스튜디오에 간 것이었다.

열 명도 넘는 스태프들과 인터뷰 영상을 찍고 스틸 사진을 촬영하고 홍보 멘트도 녹화하고 북트레일러 영상도 제작했다. 네 시간쯤 걸린 것 같다. 나는 스태프들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지만 마음속에 별 열정은 없었는데, 그들 탓은 전혀 아니었다. 내가 쓴 단편소설이 별로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K 작가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K 작가는 내가 A 출판사의 인세 누락을 고발한 것을 환영했고 나는 좀 머쓱해졌다. 옆에 있던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편집자도 그게 편집자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 얘기해줬다.

정작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블러썸크리에이티브라는 회사와 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블러썸엔터테인먼트-블러썸크리에이티브의 대표가 나를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차로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그녀의 레인지로버 조수석에서 나는 블러썸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친구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H가 강원도의 투자를 받아 만들려는 VR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개발을 다시 부탁해 왔다. 전에도 거절했던 건인데, 이번에는 금액까지 명시하면서 정식으로 요청해 왔다. 하지만 나는 친구와 돈 거래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마음이 무거워져서 돈은 받지 않고 자문 비스름한 역할을 맡아주겠다고 답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보낸 구상안에 내 의견을 보탰다. 기본적으로 H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그런데 내가 답장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그 사이에 H가 다른 작가를 구했다. 외부 작가가 작업을 마치면 내가 한번 보고 의견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배우는데 기타 선생님이 김광석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김광석이 살아 있을 때에도 인기가 많았느냐, 서태지나 신해철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였느냐, 이문세와 김광석 중에는 누가 먼저냐 등. 내가 김광석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내친 김에 우리는 이문세의 노래도 연습해보기로 했다. 기타 선생님이 어떤 곡을 좋아하느냐고 물어서 “〈그녀의 웃음소리뿐〉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상대가 그 명곡을 몰라서 내가 도리어 놀랐다. 기타 선생님은 곧바로 유튜브로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검색했는데, 곡을 듣더니 “엄청 좋은 노래네요” 하고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24-008 | B. A. 패리스, 브링 미 백

아르테(e-book, 240116~240116)


❝ 별점: ★★★★

❝ 한줄평: 진실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 어느 것이 더 최악일까

❝ 키워드: 미스터리 | 스릴러 | 실종 | 진실 | 비밀 | 애인 | 사랑 | 마트료시카 | 죄책감 | 의심

❝ 추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심리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사람


🪆첫 문장: 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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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A. 패리스의 『브링 미 백』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 흥미진진하고 결말이 궁금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 마트료시카라는 소품을 정말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품! 🪆


✦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데뷔작이 강렬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다음엔 데뷔작을 읽어봐야겠다. 


✦ 사실 중간쯤부터 혹시 결말이 이렇지 않을까 예상했던 게 맞아떨어져서 소름 돋기도 했고 그 결말이 아니길 바라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진실을 아는 것과 진실을 영원히 모르는 것,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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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해, 핀.” 루비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계속 루비의 말이 귓속에서 울린다. 조심하라니, 누구를? 루비한테 묻고 싶다. 레일라를? 아니면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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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브링 미 백
872.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노리즈키 린타로의 첫 단편집. 작가 후기가 노벨스판과 문고판 두 종류로 실려 있는데, 노벨스판 후기에서 린타로는 “단편 「토요일의 책」이 『요리코를 위해』의 해피엔딩 버전”이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경위도 재미있다. 문고판 후기에는 ‘도서관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가 길게 실려 있는데 소설가로서 꽤 고민되는 문제다.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주장해야 할까?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871. 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어찌 보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사연이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말인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사는 인물들의 고통에도 공감하게 만든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일본의 추리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야마다 준야의 필명. 엘러리 퀸이 작가 팀의 필명이자 그 이름으로 쓴 소설 속 탐정의 이름이기도 한 것처럼, 노리즈키 린타로가 작가 이름이기도 하고 소설 속 탐정 이름이기도 하다. 엘러리 퀸의 오마주도 많다.

요리코를 위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요리코를 위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24-007 |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위즈덤하우스 (e-book, 231201~240114)


❝ 별점: ★★★☆

❝ 한줄평: 사람은 떠났지만 오래도록 남을 그의 음악과 철학

❝ 키워드: 음악 | 예술 | 인생 | 죽음 | 자유 | 우정 | 사랑 | 자연 | 철학 | 투병

❝ 추천: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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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데,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너무 무거워서 전자책을 몇 번 대여해서 읽었다.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전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 직전에 리뷰를 쓴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도 나왔듯,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그것을 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삶을 정리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기 위한 곡의 플레이리스트까지도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며 골랐던 사람. 류이치 사카모토는 참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 그의 음악 몇 곡 정도만 알아서 이 책을 좀 더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 [📝 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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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 대지진 때에도 그랬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충격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100년에 한 번 겪을 듯한 이런 팬데믹은 분명 대부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테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계적 규모의 코로나 감염 폭발은 인간이 과도한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지구 전체를 도시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보내는 SOS에 의해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이 광경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할것입니다. 

/ 기묘한 시간 감각


| 사카모토 씨는 헤매듯 들어선 도쿄의 병실에서 볼스의 이 말을 반추하고 있었던 것이다. 

  밤하늘을 비추는 보름달과 한낮에 눈부신 푸른 하늘을 그려내는 태양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한겹의 얇은 껍질과 같은 ‘셸터링 스카이’, 그 너머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며…. 

  2021년 1월의 보름달은 29일에 떴다. 수술 후였다. 기록을 보니 그날의 하늘은 맑았다. 그때부터 2023년 3월 7일까지 보름달이 떴던 모든 날, 도쿄의 하늘이 맑았다면 이론적으로, 사카모토 씨는 스물일곱 번의 보름달을 볼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는 몇 번이나 보았을까…. 

/ 저자를 대신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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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 흔들리지 않는 부는 어떻게 축적되는가

전작 이웃집 백만장자의 개정판. 개정판을 쓰는 가운데 원저자인 토머스 스탠리가 사망하고 그의 딸이 이어서 집필했다. 개정판이 그러하듯 전작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적 영역에 있는 백만장자는 의외로 명품 시계나 스포츠카를 타지 않고 근검 절약한다는 내용. 백만장자의 어떤 후천적 태도에 관한 기술이지만 일단 제3세계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미국에서 태어나야한다는 건 누락되어 있음.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 흔들리지 않는 부는 어떻게 축적되는가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 흔들리지 않는 부는 어떻게 축적되는가
노마드랜드 - 제시카 브루더

영화를 극장에서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영화 <노마드랜드> 는 개봉하고 얼마 안 되어 바로 보았다. 광활한 미국의 자연환경을 넓은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그즈음 회사생활에 마음이 떠서 결국 나도 노마드 인간이 되리라는 어떤 예감에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는 참 좋았다. 주인공 배우의 연기와 화면 위로 펼쳐지는 넓고 쓸쓸한 대지의 풍광, 담담한 음악도 어울렸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며 우리의 어떤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착이나 안정 같은 것들은 어쩌면 내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 조금 더 궁금해서 책을 찾아 읽었다. 영화에는 밴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적 폭력 문제가 나오지 않는데 분명 그러한 곤란함이 클 거라고 짐작했다. 책에도 관련된 내용이 별달리 묘사되지 않는 걸 보니 다행히 내 예상만큼 심하지 않나 보다. 


궁핍한 노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우리 나라가 전 세계에서 노인 빈곤 문제로 1위를 찍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도 밴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은퇴 시기를 훌쩍 넘긴 노인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아마존이라는 대기업에 취직되고 파트타임 일거리들을 찾고 서로 연애도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미국이랄까…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해 부지런히 일을 하다 점차 승진이 되고 월급을 받아 복닥거리며 아이들을 키우고 조금씩 돈을 모아 모기지로 집을 사고 차를 바꾸는 중산층의 생활. 이제는 안다. 이러한 삶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 하지만 달디 단 오후의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들려준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 이상의 무언가를 열망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거주지만큼이나, 희망이 필요하다. 15쪽

 “처음 시내에 차를 대고 잠을 잘 때는 끔찍한 낙오자나 홈리스가 된 듯 느껴지요.” 실비앵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인간의 위대한 점이에요. 우리가 어떤 것에나 익숙해진다는 거요.” 38쪽 

모두들 어떻게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린다가 평생 가져본 숱한 직업 가운데 그 무엇도 지속되는 경제적 안정을, 아주 조금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59쪽 

우리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캠핑을 하거나 밴에서 살기에도 너무 나이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351쪽 
노마드랜드
노마드랜드
아무튼 영양제

음악에 비해 에세이는 별로인 작가가 있다. 이석원이 그렇고 이적과 오지은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본업이 가수니까 당연한 거 같지만 때때로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이들이기에 아쉬움이 남곤 했다. 아무튼 '아무튼, 영양제'는 오지은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좋았다. 아리라민 EX 플러스를 알아봐야할 듯.

아무튼, 영양제 - 영양제 먹었니?
아무튼, 영양제 - 영양제 먹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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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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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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