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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2 |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스위밍꿀 (231229~240106)


❝ 별점: ★★★★★

❝ 한줄평: 마음의 흐름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 키워드: 사랑, 슬픔 | 마음, 감정 | 이해, 감각 | 욕망, 궁금증 | 호기심, 움직임

❝ 추천: ‘마음들의 이동 경로’가 궁금한 사람


❝ 나는 언제나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관찰자를 원했다. 누군가가 너 지금 그렇구나, 하고 아주 정확하게 말해주길 바랐다. 소설을 쓰며,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작가의 말 (p.2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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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시작해 두려움과 불안, 슬픔이 찾아오지만, 결국 사랑의 마음으로 끝맺음한 완벽한 연작 소설. 보통 이런 소설집, 특히 연작 소설은 모든 단편이 고루 좋다고 느끼기 쉽지 않은데, 주희, 솔아, 지원, 현우, 그리고 피망이까지 모든 단편이 참 좋았다. 그래도 특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읽은 첫 번째와 마지막 단편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 나도 흘러 흘러 나의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하므로, 마음들의 관찰자가 되어 마음들의 흐름과 이동 경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소설을 쓴 사람. 앞으로 김화진이 그려 나갈 마음들이 기대된다. [📝 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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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 ⛤

: 사랑과 슬픔은 한 몸인 걸까


| 소음 속에서 사락사락 사랑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슬픔 곁에는 왜 항상 사랑이 맴돌까. 우리는 왜 비슷하게 슬퍼야만 감춰둔 사랑을 꺼내게 될까. 나는 이 이야기를 어째서 현우나 솔아 언니에게는 하지 못하고 지원 언니에게는 하게 된걸까. 슬픔은 슬픔을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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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친구에게」

: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가버리는 마음에 슬픈 사람


| 그러나 그것도, 그 마음이라는 것도 내가 움직여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은 언제나 혼자서 생겨서 혼자서 죽어버리고. 나는 그 감정이 나를 채우도록 내버려두고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다. 이겨본 적이 없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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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

: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할 수 있는 마음


| 그 감각을 알았다. 나는 가고, 너는 여기 남겠구나. 누가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고 내가 남겨진 것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고 그저 우리가 함께가 아닌 순간에 대한 예감만이 또렷했다. 나는 언제나 그 감각을 알았다. 그런 감각이 스미는 순간을 알았다. (p.1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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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애인」

: 누군가의 구슬이 되고 싶은 마음이란


| 나는 주희의 구슬이 되고 싶었다. 나는 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거의 최초로 정확한 욕망이 들었다. 어느 면으로 보자면 주희도 나의 구슬이 된 셈이다. 구슬을 갖는 일은 뿌듯하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잃게 될까 전전긍긍하게 되니까.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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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 ⛤

: 솔아 곁에 언제나 머무르고 있던 공룡의 이동 경로는


| 솔아의 팔은 너그러웠고 그곳에서 고독하고 묵묵하게 살 수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그건 아주 힘들었지만. 나는 괜한 것이 궁금했고 그걸 참지 못했고 결국 솔아의 눈꺼풀 뒤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솔아의 시선이 궁금했다. 나는 너무 작았고 작은 채로 솔아의 팔목 안쪽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주로 목소리들을 들었다. 솔아를 둘러싼 목소리들. 솔아는 가끔 어떤 목소리나 어떤 순간을 마주하면 슬퍼지는 것 같았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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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
공룡의 이동 경로
858. 권력의 종말 (모이제스 나임)

정치, 경제, 금융, 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배 세력이었던 집단들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데, 저자는 그런 ‘권력 쇠퇴’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정치의 파편화와 그로 인한 무기력증, 선동적 단순주의자들과 ‘거부권 정치’의 득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권력의 종말 - 다른 세상의 시작
권력의 종말 - 다른 세상의 시작
857.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앨릭스 코브, 커크 D. 스트로살, 리사 M. 샤브, 윌리엄 J. 너스, 패트리샤 J. 로빈슨)

‘무망감’이라는 단어를 새로 배웠다. 희망이 끊어졌다고 느끼는 절망감과는 다른 개념으로,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할 거라고 예상하면서 그걸 바꿀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 상태라는데, 잘 아는 기분이다. 그리고 우울증에 좋다는 방법들을 다 실천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게 될 것 같다.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비운의 도서관과 비운의 소설 구상,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지난해 서초구립양재도서관 사서 두 분과 시설직 담당자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 취재했습니다. 양재도서관은 2022년 8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 침수되어 지하와 1층이 물에 잠겼고, 이후 몇 달간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이 도서관은 정말 비운의 도서관인데요, 2019년 11월에 개관했지만 몇 달 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바람에 2년 이상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했고 코로나 사태가 끝나자 바로 수해를 입었습니다. 사서들 사이에서는 “개관할 때 고사를 안 지내서 그렇다”는 얘기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이 도서관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뒤늦게 한 기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폭우로 도서관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이 퍼지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찾아와 자원봉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습기를 먹어 곧 눅눅해질 책들을 사서들과 주민들이 함께 위층으로 올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기후위기가 한 동네에 몰고 온 재난과 거기에 맞선 주민들의 노력, 그리고 도서관의 중요성을 담은 휴먼드라마를 막연히 구상했습니다. 취재 뒤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침수된 건물을 복구하는 작업은 몹시 까다롭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주인공은 사서여야겠더군요.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힐링 소설 트렌드의 아류로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거다, 싶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고인 물을 여러 날에 걸쳐 빼는 동안 도난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사서들이 밤을 새며 도서관을 지켜야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여러 사정상 한 사서 분이 거의 도맡아 그 일을 하시게 되었다고 하네요. 전기도 수도도 끊어진 커다란 건물. 책들이 가득한 서가 옆에서 혼자 보내는 밤들. 밤마다 쏟아지는 비. 더위와 습기. 낮밤이 바뀐 생활. 아래층에는 어두운 물이 고여 있고…. 그 당번 사서가 신경증이 있거나 말 못할 과거의 상처를 품은 사람이라면? 그가 황폐해지는 모습을 낮에 출근하는 사서가 눈치 챈다면? 밤에 서가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이상한 형체가 나타난다면? 새로 지어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사서들이 서로를 잘 모르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이 도서관에 벌어진 여러 불운들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면?


아주 근사한 호러 소설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은 ‘도서관의 유령’이라고 붙였고요. 그렇게 한창 원고 작업을 하던 중… 며칠 전 아내가 기사를 하나 읽어보라며 링크를 보내주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78340?sid=103 ). 문예지에 실리는 최신 단편소설을 소개하는 한국일보 문학면 연재 코너의 기사인데, 이번에는 대산문화 2023년 겨울호에 실린 정보라 작가님의 「도서관 물귀신」을 다뤘습니다. 비정규직 사서와 계약직 야간 경비가 도서관에 나타나는 물귀신의 정체를 추적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정 작가님의 소설을 읽지는 못했지만 제가 쓰고 있는 ‘도서관의 유령’과 설정이 많이 겹치지요.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유령 혹은 물귀신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밤에 나타나고 도서관의 직원 두 사람이 그 비밀을 쫓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의 원고는 장편이고 2020년대 한국 도서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려는 반면 정 작가님의 소설은 단편이고 다소 가상적인 배경(도서관 전체가 노키즈 존이 됐으며 이용자가 줄어 지하 3층 한 층만을 쓰고 있음)에 물난리가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는 정도 차이점은 있는 듯합니다.


기사를 읽고 지금까지 계속 끙끙 앓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유령’을 그대로 쓰면 표절 논란이 생길 거 같아요. 저는 ‘구조 표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표절은 표현에만 적용된다는 의견이고, 그런 내용으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 나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도 압니다. 영화 《도둑들》과 《오션스 일레븐》, 《제니, 주노》와 《주노》 표절 논란 등에 대해 저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그런 논란은 실제로 벌어집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건 내가 떳떳하면 그냥 간다는 주의였는데, 몇 번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다 보니 자세가 달라지더군요. 그리고 다른 글, 다른 논란도 아닌 장편소설의 표절 논란은 아무리 떳떳하더라도 제가 그 논란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원고를 접어야 할까요? 그냥 써도 될까요? 아니면 다른 묘수가 있을까요? 다른 분들, 특히 출판계 관계자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갈피를 못 잡겠네요. 특정 출판사와 제목이나 내용을 알려주고 계약을 한 건 아닙니다. 저로서는 취재에 들인 노력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아쉬운데, 바로 그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판단을 그르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월 1일에 가족이 사고를 당해 갑자기 입원한 가운데 이 문제까지 생겨 연초가 참 심란하네요. 양재도서관에 서린 기운이 원고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혼자 웃었습니다. (양재도서관 사서님들, 죄송합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입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정보라 작가님께 원망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으며, 이 사연이 정 작가님께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다시 말해서 반페미니즘적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 공격이다. (45쪽) “그건 마치 큰 변화를 앞두고 위협을 느낄 때 반격의 선두 주자들이 변화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45쪽)
다시
다시
2023에 주문한 2024 첫 책들

모르지는 않은^^ 분들의 작년에 출판된 책을 이제야 샀습니다~ 주문은 작년에 했으니 봐주시길 바라며 🙏


Ps. 출판사 레모의 책은, 책을 한 세 권쯤 받아봤으면 다음 책은 사야하는 게 아닌가 하였고 ㅎㅎ + 세계적인 소프라노! 황수미님 음반은 KBS 음악실 Salon de Piano 마지막 편에 초대받아 피아니스트 안종도님과의 듀오 연주를 현장에서 듣고 온 사람이면 다음수순은 당연히 음반을 사야 😭 입덕부정기를 거쳐, 벌써 입덕을 딱^^;

앵글로색슨: The Anglo-Saxons; The History of the Beginning of England

 이 책의 저자 마크 모리스는 1973년 생, 영국 중세사 사학자다. 킹스 칼리지와 옥스포드 대학을 나왔고 영국의 중세사가 전공이다.


 우선 이 책의 주제와 상관없이 책을 조금 읽다보니 서유럽은 크게 라틴 문화권과 게르만 문화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 관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가톨릭이 지배적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그룹과 개신교가 우세한 독일, 영국,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각각 범주화 시키게 된다. 


중국사를 북방 유목민족과 남방 농경민간의 교류와 갈등이라는 프레임 위에서 조망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중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바이킹과 같은 북유럽 해양 세력을 중국사의 북방 유목민에 등치시킨다면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분석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發想(발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양사의 본류를 이해할 때 그리스 로마와 같은 고전시대를 연상하지만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물리적 힘의 원천은 오히려 이들 바이킹과 같은 해적, 무적 상업집단에서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곳에 생각이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킹이 유럽을 약탈하고 정복했던 성공의 경험이 신대륙의 발견과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추론하는 것은 그렇게 무리한 역사 해석이 아닐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리스 로마 문명이라는 문화적 권력의 계승자인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이들이 동화되고 흡수되었다는 사실이다. 바이킹의 정복 과정에서 이들 북방 해양세력의 기독교화는 곧 체제내화 혹은 유럽화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들 야만족들을 구원받아야 할 어린 양이라 생각했던 로마 가톨릭 교회의 야심이란 측면에서도 유럽을 이해하면 또다른 흥미로운 역사적 眺望圈(조망권)이 확보될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중해 문명권 외곽의 이질적 정체성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아닌지 하는 역사해석 내지 추론도 해 본다. 


근대의 유럽, 특히 산업혁명 이후의 유럽은 라틴 유럽이 아니라 이들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이 중심이 되는 게르만족 중심의 북유럽 국가들이 그 이니셔티브를 쥐고 이끌어 온 역사라고 봐야 한다. 이들 북방의 야만족들이 그리스 로마와 같은 고전문명을 자기 나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 근대문명이고 그 역사적 전개과정은 아닐까?


동아시아사와 비교할 때 유럽은 화폐경제가 단 한 번도 단절적인 역사를 경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야만족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앵글로 색슨족이 브리튼 섬에 처음 정착하는 5세기에도 이미 다량의 동전들이 발굴되고 있고 이후 각각의 소왕국들도 은화를 발행하는데 한 번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농업과 상업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국면의 역사적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상업과 화폐경제는 필연적으로 정복과 침략전쟁을 수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동아시아에서 서양세력은 함포외교로 개항과 같은 통상의 요구를 했는데 이는 바이킹의 정복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면 그 역사적 연원과 줄기를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명대는 원나라 시절의 화폐경제와 국제성을 모두 부정하고 현물경제로 퇴행하고 대체적으로 쇄국 정책으로 일관한다. 이는 현대의 중국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示唆(시사)를 준다.


서양의 힘, 그 중에서도 영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궁금증은 21세기를 사는 나 같은 필부에게도 항상 떠나지 않는 호기심, 궁금증의 중의 하나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본다. 이러한 지역적 구분은 고대 로마 문화에의 同化(동화) 여부에 의해 그들이 선택한 언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라틴 유럽은 고대 로마의 Vulgar Latin어가 지방언어화 되면서 각국의 로만어 계열로 진화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 북부 이태리를 지배하던 프랑크 족은 게르만어를 버리고 프랑스어 등을 쓰게 된 것이다. 반면, 영국은 고대 로마의 식민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동시에 그 연결고리가 그대로 단절 되면서 정복 이주자들은 게르만어를 계속 사용한다. 이들 정복 이주자들은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켈트족과 거래, 결혼 등의 관계 발전 없이 단절적인 사회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정복된 켈트 토착민들은 노예 등으로 가혹하게 취급되었다. 그리고 이들 켈트족을 책에서는 브리튼인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브리튼이라는 지명은 고대 로마인들이 앵글로 색슨족의 침입 이전에 사용하던 것이고 그런 문맥에서 이 섬에 대한 명칭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세기 말까지 영국인들과 아일랜드간의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8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Offa’s Dyke(Offa라는 왕이 만든 둑이라고 번역)을 보면 이들 사이의 적대적 관계의 깊은 균열이 물리적으로 형상화된 것처럼 보인다. 즉, 서로 다른 두 민족집단이 융합되지 않고 21세기까지 대치하는 形局(형국)을 나타낸다.


4세기와 5세기에 걸쳐 로마의 브리튼 섬에 대한 영향력은 서서히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이후 5세기와 6세기에 걸쳐 덴마크 주트, 북부 독일의 색슨, 앵글로 지역등(그 밖의 프랑크족 등 다양한 게르만족들이 참여)의 게르만족들이 이주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로마 시대에 성장한 토착 엘리트들이 북방의 스코틀랜드인 등 야만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용병으로서 고용했다는 설 등이 소개된다. 그들의 청부 용병으로 왔던 앵글로 색슨족이 그들을 고용한 브리튼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이 섬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들의 7왕국이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넷플릭스 영화 The Last Kingdom을 보면서 이들 7왕국이 할거하는 骨肉相爭(골육상쟁) 중에 바이킹이 침입한 사회의 혼란과 함께 그 속에서 앵글로 색슨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앵글로 색슨족의 7왕국이 군웅할거를 하는 영국판 전국시대가 8세기 말, 9세기 바이킹의 침입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색슨족(웨섹스, 서섹스, 에섹스), 쥬트족(켄트), 앵글로족(East Anglia, Mercia, Nothumbria)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한편, 앵글로 색슨족은 7세기가 되면 서서히 기독교를 받아 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본래, 火葬(화장)을 하는 葬墓(장묘)문화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노예들을 함께 人身供養(인신공양)하는 풍습도 상당히 만연해 있었다. 노덤브리아의 유력자 집안 출신 St. Wigfrid에 의해서 기독교의 수용이 가속화 된다. 유럽 특히, 로마 방문을 통해 옛 제국의 위용에 크게 감명을 받게 된다. 브리튼 섬은 고대 로마 시절부터 아일랜드의 콜롬바 성인을 필두로 기독교가 상당히 보급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정복 이주자들과 켈트족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서 전례 등에 따른 의견차가 커진다. 이 시대의 교통, 통신 인프라의 한계 상 로마 교회와 동방 교회 사이의 전례 및 신학상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의 기독교 역시 그 지리적 한계로 인해 로마 교회의 세련된 典禮(전례) 등에 비해 그 전례가 다소 촌스러웠던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剃髪(체발;tonsure)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부활절 날짜의 지정 등에 대한 의견차이로 갈등이 깊어진다. 그리고 아일랜드 주교는 다소 수동적 포교에 머물렀던 반면 로마에서는 주교가 엄청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앵글로 색슨족의 가톨릭 수용은 로마 교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모색하며 로마 가톨릭의 영향권에 포섭되는 과정이었고 대륙과의 관계 설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며 이졍표였다고 볼 수 있다.


앵글로 색슨 7국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서로의 세력권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Wessex가 중심 국가로 통합되어 간다. 여기서 Wessex는 서쪽의 색슨족, Sussex는 남쪽의 색슨존, Essex는 동쪽의 색슨족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같이 Wessex를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될 수 있었던 배경은 바이킹의 침입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9세기 후반부 웨섹스의 왕, ‘알프레드 대왕’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7왕국 내부의 분열과 다툼은 바이킹 족의 침입에 브리튼 섬을 취약하게 노출시킨다. 이때 부터 앵글로 색슨족은 뿌리를 함께 하는 동족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고 선전하면서 통합해 나간다. 물론, 거기에는 알프레드 대왕이 중부와 동부 바이킹 국가들을 제압한 물리적 힘에 기반한다. 다른 한편으로 알프레드는 그리스어, 라틴어로 번역된 책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최초로 시작한다. 그때까지 일부 공문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일은 있어도 문학, 철학 등의 고전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9세기부터 영어를 공식적인 언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1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갈고 닦은 영어의 저력이 이때부터 축적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알프레드는 ‘bur’라고 하는 지방군사 요새 등의 건설을 통해 중앙집권화의 토대를 구축한다. 


이와 같이 자신들의 고유어를 쓰고 읽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국이라는 나라가 제국으로 발전하는데 엄청난 원동력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지배했던 수많은 북방 유목민족들이 자신들의 고유어를 갖지 못하고 중국 문화에 동화되고 멸망한 다음 그렇게 흔적도 없이 역사의 신기루로 사라져 버린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알프레드 사후 웨섹스의 왕들은 단명하고 바이킹의 침입은 다시 거세진다. 이때부터는 이미 앵글로 색슨왕국에 대해 덴마크 출신 바이킹 왕국들의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서서히 그러나 돌이킬 없는 대세를 형성하게 되고 이들 서로 다른 이민족과의 혼혈 왕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1066 노르만디의 윌리엄과 헤이스팅스 전투 이후 영국의 지배계급은 거의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당시 왕실로부터 토지를 하사 받은 1000 명의 귀족들 살아남은 이들은 18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 지배계급이 괴멸적 타격을 입게 된다. 노르만 족의 침입으로 영국사회는 근본적인 사회질서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하나는또는요새 건설을 통해 노르만 정복 왕조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의 건설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때부터 영국인들이 노예로 팔려 나가는 것을 금지하게 된다. 이전 까지는 전체 인구의 30% 노예였다고 하며 윌리암의 정복 직후에는 숫자가 1/4 줄고 얼마 뒤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노르만족의 영국 정복은 영국 역사의 많은 장점을 안겨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자 마크 모리스는 노르만족의 정복을 영국의 역사의 幕場(막장)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결론을 맺고 있다.

살아가는 방법

잘나가는 뉴욕의 샐러리맨에서 형의 죽음으로 미술관 경비원이 되기로 한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 그 이후 10년의 삶에서 단순화된 일상이 치유하는 힘에서 원동력이 된 미술관의 작품들이 어우러진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856. 월터 미티의 뜨거운 인생 (제임스 서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이 짧은 소설에서 가져 온 것은 주인공 이름과 그 주인공이 엉뚱한 상상을 수시로 한다는 설정 정도다. 멍하니 있을 때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들과 실패를 곱씹는 반추 사고보다는 이편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도 그런 상상 많이 했는데.

855. 한낮의 우울 (앤드루 솔로몬)

우울증의 역사, 의학적 분석, 정치사회경제학적 접근, 과거와 현재의 치료법, 환자들의 투병기, 글쓴이의 경험을 1028쪽에 걸쳐 읽으면 우울증을 이해하게 되느냐. 저자조차 아니라고 한다. ‘암흑의 핵심’은 여전히 깜깜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우울증이 현대의 질병도 아니고 선진국에서만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

한낮의 우울 -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한낮의 우울 -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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