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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 요코야마 히데오

692 페이지의 <64>, 480 페이지의 <빛의 현관>등 굵직한 작품들을 쓴 요코야마 히데오.

과연 그의 단편은 어떨까? 

<진상>은 총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이야기마다 배경이 다르고 재미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만의 결함, 비밀, 치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마지막 작품 <꽃다발 바다>의 여운이 길다. 작가는 60페이지짜리 단편에도 얼마든지 풍성한 플롯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보여준다.  



진상
진상
오늘도 함박눈이

한 해 동안 다들 고생 차암 많으셨습니다.

846.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뇌과학자가 쓴 로마 이야기. 로마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부분은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의 몰락에 현대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퇴행 분위기를 겹쳐보는 대목들에서는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로마는 멸망 순간까지 자신들이 왜 망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845. 알고리즘 라이프 (알리 알모사위)

‘산더미처럼 쌓인 양말 짝을 맞춰라’, ‘장보기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라’ 같은 챕터 제목들이 눈에 띈다. 내용은 컴퓨터 알고리즘의 원리를 소개하며 일상생활의 선택에도 적용하게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반대로 일상의 예시를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명하려는 쪽에 가깝다. 그래도 사례들이 귀여웠다.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개발자 오늘도 마음 튼튼하게 성장하기
일, 뉴스, 소셜 미디어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을 작업 전환이나 멀티태스킹이라고 한다. 컴퓨터 중앙 처리 장치의 작동 방식의 아는 사람이라면 작업 전환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 모든 작업 전환이 많은 멘탈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종일 작업 전환을 반복하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누적된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지쳤다고 느낄 게 분명하다. p.63
일,
일,
흰 개
내 말은 인간을 계속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조롱당하는 편이 그들을 계속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라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이 성스러운 샘에 수세기 동안 악의에 판 짐승들이 물을 먹으러 오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샘이 마르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낫다. 자기 자신을 잃느니 패배당하는 편이 덜 심각한 것이다.
내 말
내 말
23-086 | 최은영, 밝은 밤

문학동네 (e-book, 231225~231229)


❝ 별점: ★★★★

❝ 한줄평: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 그리고 이야기

❝ 키워드: 사랑 | 마음 | 가족 | 이야기 | 기억 | 고통 | 슬픔 | 공감 | 그리움 | 후회 | 소중함 | 용서

❝ 추천: 백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여성들의 삶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어떻게 살았어요, 할머니? 그런 일을 겪고 어떻게 살 수 있었어요?”

   나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 ❞


🌌 첫 문장: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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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영옥-미선-지연으로 이어지는 백 년의 시간 속 4명의 삶과, 그들과 얽힌 이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은 그만큼 더 살 수 있다’는 영옥의 말처럼, 정선, 새비 아저씨와 아주머니, 명숙, 그리고 정연까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마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마음은 사람을 살게 한다. 사람을 살게 하는 여러 마음들에 읽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서로를 살린 정선과 새비 아주머니의 마음. 영옥을 살린 명숙의 마음. 지연을 살린 지우의 마음. 어깨에 기대는 사람과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위로받은 것처럼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슬픔과 아픔, 고통을 겪고도 ‘어떻게 살 수 있었냐’는 지연의 질문에 영옥은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라고 답한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견뎠을까. 또 견뎌야 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밝은 밤’이 올 수 있을까.


✦ 사람을 살게 하는 어떤 마음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모두 사랑이다. [📝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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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나는 희자가 높은 하늘에 연을 띄우듯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음에 띄워 올리곤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하면서. 

  잠깐만 앉아 있자고 했으면서도 우리는 말없이 오래도록 바다와 달과 흰 연을 바라봤다.

  멀리서 폭죽 터뜨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할머니가 개망초꽃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지금 너도 남몰래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할머니의 말이 내게 꼭 그렇게 들렸다.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 한 사람의 삶을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레코드를 만들면 어떨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릴 때의 옹알이 소리, 유치의 감촉, 처음 느낀 분노,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꿈과 악몽, 사랑, 나이듦과 죽기 직전의 순간까지 모든 것을 담은 레코드가 있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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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밝은 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고

마약 투약 협의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 또한 가십을 궁금해하는 한 명의 대중이었음이 부끄러웠다.

그가 세 번에 걸친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것은 거의 1년 동안에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마약의 경우는 나라마다 종류에 따라 혹은 의료 목적 여부에 따라 범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한국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끔찍한 현실이 다시 끔 떠올랐다.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연예인, 유튜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2021년 대한민국 자살률 26.0, 한 해 동안 13,40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이는 매일 36명이 목숨을 끊는다는 말이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정말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다고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죽음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삭막한 세상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현실이 마냥 슬플 뿐이다.


이 책 발표된 되었을 때인 2005년 즈음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 줄 곳 1위였다. 잠시 주춤하던 자살률이 다시 1위를 했고 그 오명은 2022년까지 이어진다. OECD 평균에 비해 두 배나 높아 38개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영하 작가가 현실 세계에는 없는 자살 청부업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은 출판 당시에는 이 소설 앞에 '판타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알면 적극적으로 말려야지 자살하도록 돕다니,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는 자살 청부업자는 현실에는 없다는 이유였다.


자살 청부업자가 자신의 고객이었던 인물들로 소설을 출판함으로써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일종의 액자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등장하는 여성마다 모두 한결같이 남녀의 성관계에 전혀 구속됨이 없다.

상대가 유부남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았고 형제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은 외국 여성은 그렇다 쳐도 유디트나 미미나 한국 여성인데 어떻게 성관계에 일말의 구속감이 없을 수가 있을까? 상상 속 여성이니까 가능한 캐릭터가 아닐까?

『마라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이라는 유화를 설명하며 자살 청부업자의 이야기가 끝나는 구성에서 엿볼 수 있듯이 두 여성 모두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를 인생의 멋진 마무리인 양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났다. 참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면서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말 '살고자' 몸부림친 아이러니한 여성들, 유디트와 미미였다.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120p)


https://blog.naver.com/lovemom94/223305697480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조르주 페렉

시선은 현존에 대한 의식이다. 장소와 그 곳의 사람들, 타자를 사물로 바라보면 나의 세계는 그들을 잠식한다. 타자를 인간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면 시선은 독점되지 않는다. 나는 객체의 가능성을 가지고 타자의 세계가 생겨난다. 페렉에게 관찰된 것들은 시선에 포획되어 본질을 제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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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할 수 없는 존재에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이 신을 가정해 도달하는 ‘실존’과 달리

‘현존’은 이미 존재 자체가 숙명적으로 자유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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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옹 교차로에서 페렉이 한 시도는, 실패를 향한 것이다. 끊임없이 소진하려 해도 분기를 만나지 못하고 지속적인 약동으로 흘러가는 것. 결코 포획되지 않는 타자에 대한 증명이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이 하고 싶어 밀턴 프리드먼의 책 화폐경제학(Mischivous Money)와 Free to Choose를 고르던 중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유주의 경제이론 또는 그 철학보다는 그 사상에 근거한 구체적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그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사전에 모두 인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의도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라 하더라도 또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깨달음을 주는 데 부족하지 않은 책이었다.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무지의 더깨를 덜어내 주는 것에 감사하다.또, 지난 시간 경솔한 판단과 속단이 부끄럽고 창피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사리에 대해 좀더 신중한 분별력이 내 안에서 자랄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제1장에서는 시장경제의 가격 이론을 너무도 유려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가격은 정보 전달, 인센티브, 그리고 소득의 분배의 세가지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번 째 소득의 분배로서 “왜, 내가 다른 이보다 더 적은 돈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왜 그런지 해명은 못하지만 자본주의는 시장이 그것을 결정하고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통치자(ruler, or director)가 결정한다. 시장이 정하는 가격은 그 때 그 때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60년대 이미자라는 가수의 목소리가 시장 가격이 높았다면 현재는 블랙핑크와 같은 걸그룹의 음악에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민주주의 사회의 선거도 시장의 가격의 맥락에서 代議(대의)의 代表者(대표자)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파악하는 식이다. 이와같이 시장의 가격은 다소 변덕스럽게 출렁거리는 것이 한 특징이다. 


미국에서 이 책을 쓸 때 미국 GDP사회 인프라와 같은 사회적 자본에 비해 인적 자본에 해당하는 비율이 80%였던 것 같다. 그만큼 인적 자원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적 자본이라는 자원은 運(운;chance)와 선택(choice)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은, '삶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고 밀턴 프리드먼은 말한다. 그리고, 공산주의 사회에서 같이 그 불평등을 인위적으로 수정하려 했을 때 테러(terror정치 또는 공포정치)가 일어나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라고 敷衍(부연)한다. 아마도, 제1장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장의 주제는 국제무역.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어쩌면 미국의 산업, 금융정책의 골격, 나아가서는 현대의 미국경제를 만든 인물이다. 론 처너가 쓴 그의 전기를 읽고 그가 얼마나 천재적이었으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갔는지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영광을 있게 한 최초의 청사진을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영국의 중앙은행이 영란은행의 모범을 따라 중앙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다 아는 것처럼 미국의 중앙은행은 설립과 폐지를 반복하는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지금 미국의 연준은 바로 해밀턴의 주장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국과 같은 제조업 선진국으로 부터 미국의 유치산업 단계에 있는 ‘제조업’을 보호해야 된다는 그의 일관된 주장은 현대의 개발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입증되고 있다. 프리드먼도 비판은 하지만 전체적으로 해밀턴의 삶과 보호주의에 대해서 부정적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제3장 중앙은행. 1930년대 대공황이 미국 연준의 정책 실패, 밀턴 프리드먼의 표현에 따르면 정부의 실패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최근에 나무위키를 보니 다른 주장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는 신용 사회다. 그리고 돈의 유통을 담당하는 금융 역시, 예금으로 받은 돈의 일정 비율, 즉, 지급준비율만 은행에 예치하면 나머지 돈은 모두 융통 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어떤 경제적 사건으로 은행의 지급능력에 대한 불안이 생기면 은행의 돈을 한 꺼번에 찾아 장롱 속에 보관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럴 때 구원투수로서 즉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존립근거를 찾는 것이다. 즉, 돈의 흐름이 경색되었을 때 돈을 풀라고 중앙은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의 금융인들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뉴욕 연준과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 사이의 알력이 통화 정책의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원래, 뉴욕 연준이 통화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는데 뉴욕 연준의 벤자민 킹이 사망하면서 공백이 생기고 또 반유대주의 감정도 있고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는 뉴욕에 대한 그 시기심과 질투심을 거둘 수 없었던 모양이다. 워싱턴 연준의 이사회 멤버들은 Governor라고 하고 지방 연준 총재들은 President라고 한다. 아무래도 Preside보다는 Govern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지배적이고 우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다.


제4장은 무덤에서 요람까지. 밀턴 프리드먼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정부부문의 비효율을 비판한 것이 그의 요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의 Negative Income제도가 최근 주장되고 있 '보편적 기본소득’의 원형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조금 지나치게 그의 주장을 단순화 시키면 여러가지 넝마처럼 여기 저기 기워 덧댄 사회복지, 즉 국민연금, 실업수당 등등을 통폐합 일정소득 이하면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그 이상이면 세금을 걷는 식의 일원화된 사회복지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처음 제시한 것이 통일 독일 제국의 비스마르크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독일 통일의 역사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5장 신 앞에서의 평등. 결과적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설명한다. 이를테면, 예를 들어 축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두 명의 아이가 있다고 한다. 이 때 재능이 있는 천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는지 아니면 평등하게 재능은 없지만 의욕만 있는 아이에게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한다. 여기서 다시 평등과 자유라는 가치의 공존 공생이 그렇게 쉽지 않은 문제임을 통감하게 된다. 


6장은 학교, 7장 소비자 문제, 


8장은 노동시장. 여기서 대기업 노조라던가 의사협회와 같은 조직을 중세의 길드와 같은 성격으로 파악하는 것을 참 놀라운 통찰이라고 느꼈다. 최근의 한국에서도 의대생의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정부와 의사협회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 책을 읽었다면 직관적으로 의사협회가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정원 증설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자연실업률’을 여기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의 사유 속에서 어떻 그런 개념이 나오게 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9장.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다.”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명제는 너무나 직관적이고 명료하기만 하다. 예전에 이자율에 대해 궁금해 거시경제학 책을 독학한 적이 있다. 그때 그 교과서를 쓴 미국 대학(캐나다였나?)교수는 70년대의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에 의한 공급사이드가 견인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교과서란 단어는 말 그대로 그 가르침에 맹종하게 하는 강제력을 갖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도 어느 정도 그 때의 지식을 소화시키고 또 이렇게 밀턴 프리드먼을 읽다 보니 분명히 알게 된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연준이 하고 있는 통화정책에 대한 친절한 예고, 가이던스 등도 모두 밀턴 프리드먼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었음도 알게 되었다.


10장 潮流(조류)의 변화. 한 조류의 흐름이 정점에 달하면 그 조류는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이라고 말한다. 남북전쟁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자유주의를 통해 상당한 결실을 얻었고 또 그 체제에 문제가 생기자 뉴딜 체제가 등장 이 책이 씌어 지던 시점까지 미국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지나친 정부의 비대화로 인한 정부의 실패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현재(1970년대 말) 다시 또 사회의 저층으로 부터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통해 현대통화이론에 대해서도 보다 균형있는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리학에 고전역학과 양자물리학이 공존하는 것처럼 경제학에서도 케인즈가 옳으니 밀턴 프리드먼이 옳으니 하는 식의 진영 논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다.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이 우주에 대해서 그리고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겸손히 모든 지혜와 방법들을 동원해 우리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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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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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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