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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의 후속편인 <샤잠! 신들의 분노>가 DC 영화의 가장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아이맥스 촬영에 수잔 서랜든 출연에도 불구하고 이건 지하 7층쯤에 위치.

838.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10조 원대 사기극으로 끝난 테라노스 스캔들을 다룬 논픽션. 저자가 바로 테라노스의 실체를 밝혀낸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다. 중반에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전반부는 블랙 코미디이고, 후반부는 호러 스릴러라 할 수 있겠다. ‘취재원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교과서 같은 원칙주의에 감탄한다. 책도 아주 재미있다.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837. 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일상이 배경이지만 ‘코지’하지는 않은 미스터리 단편 6편. 요코야마 히데오답게 모든 글들이 배경이 되는 직업 세계를 아주 정밀하게 묘사했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작품도 여러 편이다. 특히 「자서전」과 「말버릇」이 좋았다. 평생을 사로잡은 오해가 바로잡혀지는 이야기들인데, 진실은 꼭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

교도관의 눈
교도관의 눈
왜 읽는가: 1강 숙제
  1.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또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진정으로 배우고 나서 생각을 하고 또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고 그런 적이 있었나? 단순히 암기하고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목적인 배움이었다. 지금은 강제적으로 시험을 칠 의무도 없고 그저 내가 하고 싶고 배우고 싶으면 공부를 하면 된다. 이제와서야 책 읽고 공부하는 시간이 재밌다. 시험 성적 따위는 필요없기 때문일까. 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이 좋다. 달달 외우지는 않는다. 그냥 읽고, 보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실 또 돌아서면 까먹기도 한다. 가끔은 그저 글자를 눈으로 '보고' 있다. 

동경하는 작가들의 글, 책을 읽다 마음에 남는 구절은 받아 적는다. 글쓰기 작법서 등, 아예 통째로 다 알고 싶은 책은 무식하게 전체를 타이핑 필사한다. 나는 일단 '학'하는 것은 좋아한다. '습' (반복)해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필사를 하면 벌써 나의 것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그것도 반복을 해야한다. 읽지도 않고 습만 하는 건 더 못하겠다. 더 고립이 될 것 같아서. 


학이불사즉( ), 사이불학즉( ).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 ) 된다. ( )안에 들어갈 단어는 고립, 죽음이 떠오른다. 이 와중에도 검색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결국 검색을 해보니 '망'과 '태'라고 한다. 아무 것도 남는 게 없고 위태로워짐. 생각하지 않고 배우고 돌아온 날은 정말 머릿 속에 남는 게 없었다. 내가 학교에 다녀왔나? 싶을 정도. 실컷 수업을 듣고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니. 허무하기 짝이없다. 배우지 않고 내 방식만 고수하다보면 안 좋은 습관만 생기는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인데 거기가 우물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른 채하는 꼴이다. 


한 해씩 나이가 들수록 더 배우려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의 상태를 직면하기가 부끄럽고, 깨질까봐 두렵다. 수영 강습을 가야하는데 하도 빼먹어서 자유 수영이라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내 자세가 어떤지도 모르겠고, 배영은 어떤 자세로 해야하는지. 결국 할 줄 아는대로 킥판에 의지해서 발차기만 했다. 계속 '습'만 하는 느낌이 답답했다. 다른 동작을 배워서 반복 연습하고 싶은데 시간을 제대로 지켜 나가지 못한 내 탓이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배우고 생각하지 않는 쪽이 더 많다.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너무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만하게 내 생각이 맞다고 하는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배울 때 '아 다 알겠어. 다 이해했어.' 이런 생각이 위험하다. 그 순간 알려주는 것들이 눈과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맘대로 하고 싶어진다. 너무 배움에만 의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는 다 알아, 안 배워도 돼. 오케이 오케이 이해했어. 이런 마음을 경계해야한다. 배워가면서 내 스스로 반복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배운대로 응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드는 생각들을 놓치지 말아야지. 나에게 남는 것도 없고, 위태롭고 엉망일 뿐인데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는 책을 읽기만 해서 책을 덮고나면 내용도 문장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을 써보는 습관을 들여야지. 


2.  왜 읽는가.


책 제목이기도 한 질문. 왜 읽는가. 왜 읽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읽었다. 읽고 싶으니까. 책으로 보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읽고 싶게 생기지 않았나? 펼쳐들면 글자들이 있다. 글자를 읽는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저 질문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읽음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읽으면 마음이 집중된다. 산란했던 마음이 글자에 모여든다. 다른 잡생각들이 사라진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어서 읽는다. 책 속에 아무리 괴로운 일들이 펼쳐진다 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 영상처럼 내 눈앞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마음으로 더듬어 볼 뿐. 잠시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에서 멀어진다. 


책을 읽으면, 몸에 좋은 음식들로 배를 채운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어떤 것을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 작품이나 정성들여 쓰인 책들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내 스스로가 중심이 잡힌 사람이 된 것 같고 좀 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내 생각으로 소화시켜야 하겠지만. 책을 자주 읽다보면 소란스러운 주변 소리에 잘 흔들리지 않게 된다. 세상의 수많은 말과 글들, 사람들의 행동에 숨겨진 의미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언젠가 생길 것이라 믿으며 계속해서 읽는 게 아닐까. 생기지 않아도 읽을 것이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책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통찰력이 생긴다, 마음이 정리된다 하더라도 읽지 않을 것이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몸에 아무리 좋다해도 먹고 싶지 않고, 맛이 없으면 멀리하듯이. 독서가 주는 재미와 소중함을 느낀 사람은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 


가끔은 읽는 게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한다고 해서 많이 읽으려고 강박을 가지니까 오히려 안 읽게 된 적도 있다. 대학생 때부터 돈이 생기면 책을 사곤 했다. 책 쇼핑은 언제나 즐겁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도 책 쇼핑을 하면 행복해졌다. 그러다보니 이제 방 한 쪽 벽을 책으로 다 채워버렸다. 꿈에 그리던 로망인, 책으로 가득한 방을 갖게 되었지만 그렇게 쌓인 책을 언제 다 읽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다 읽고 싶은데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아득하다. 꾸역꾸역 읽으려다보니 오히려 독서량을 줄었고 지금은 그냥 마음 편히 읽는다. 언젠가 다 읽겠지. 아니 다 못 읽어도 괜찮아. 다만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완독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아예 안 읽으면 아까우니까. 


서재에 쌓인 책을 가만히 보면 하루종일 집에서 책만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면 되는데 실천은 잘 안되는, 가능한데 아직 해본 적 없는 꿈 같은 일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읽고 싶은 대로 읽다보면 알게 될까. 왜 읽는가에 대해. 누군가는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잘 살아간다. 솔직히 책을 읽지 않는다 해서 생존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 번 책이 주는 위로와 즐거움, 충만함을 깨달은 다음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책도 음식과 똑같아진다. 왜 책이라고 하면 마음의 '양식'이라고 표현하는지, 갈수록 그것을 능가하는 표현을 찾기 힘들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곪고 몸이 약해지듯,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과 생각이 빈약해진다. 가끔은 며칠 동안, 누워서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쇼츠나 유튜브, sns만 본 적이 있다. 머리가 멍해지고 인내심은 사라지고 즉각적인 자극만 찾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순간 이대로 계속 살면 삶이 망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씻고 자려고 누웠을 때 먼지 쌓인 책을 펼쳤다. 그날은 마음 편히 잠을 잤다. 

나에겐 살아가는 데 음식만큼이나 책이 중요하다. 그래서 읽는다.


왜 읽는가 - 서울대 교양강의 ‘동서양 명작 읽기’
왜 읽는가 - 서울대 교양강의 ‘동서양 명작 읽기’
공부하는 게 재밌다.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 시리즈를 사두고 한참 읽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읽고 있다. 한 강씩 챕터별로 도장깨기 하듯 읽는 맛이 있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일단 너무 재밌다. 역사 강의 5강까지 읽음.

[세트] 강유원의 고전 강의 - 전4권
[세트] 강유원의 고전 강의 - 전4권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쓰는 80%의 소설은 다들 비슷하게 재미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재미가 있고 후반부의 적당한 반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이제는 이 작품과 저 작품이 머릿속에서 합쳐져서 가끔은 분리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의 작품 중 살인 사건보다는 웃음에 초점을 맞춘 코믹 소설류가 있다. <명탐정의 규칙> <독소 소설> 등이 그것인데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도 그중 하나.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처음 등장하는 <세금 대책 살인사건>부터 빵빵 터진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모든 지출을 경비로 인정받고자 하는 소설가. 그러자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설 속에 전부 등장시켜야 한다. 결국 일본의 소도시에서 일어나야 하는 사건은 하와이가 배경이 되고 등장인물들은 쓸데없이 골프를 치고 쇼핑을 하게 된다. 


작가도 편집자도 독자도 모두 늙어버려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미래를 그린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소설 분량 늘리는 꿀팁을 알려주는 <장편소설 살인사건> 그리고 2001년에 일본에서 책이 나왔는데 마치 지금의  AI 현실을 예상이라도 한 듯 소름끼치게 정확한 예언처럼 느껴지는 <독서 기계 살인사건> (독서 기계라 불리는 물건이 나오는데 지금의 AI 와 똑같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큰글자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저는
저는
[영화]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2



9일날 영화를 처음보고 10일날 바로 한번 더 봤다.

저번 글은 그 당시에 남긴 짧은 글.


내한한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보러 어제 영화를 2번 더 보게 됐고

살면서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4번이나 본 건 처음이다.

하루에 같은 영화를 두 번 봤음에도 좋았다.

알던 장면에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낯선 장면에서도 마음이 아팠다.



다시 태어난다는 게 뭐죠.


다시 태어나고 싶은 그 마음이 뭘까요.



나는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갖고 속절없이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어쩔 도리 없이 마음이 뭉개진다.


뭉개지는 마음을 안고 

내가 영화 속 햇살이 되고 싶다고

햇살이 될 수 있다면

햇살이 될 수 있기를


그런 바람을 되뇐다


-

신뢰하고 애정하는 이동진 영화 평론가님의 한줄평을 적어둔다.

이 한줄평만 읽고서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 간 영화였다.


'오해를 경유해서 이해의 이르는 경험 끝에 관객은 그 햇살 아래서 증인이 된다.'


-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말도 같이 남긴다.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을 위해 썼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덕분에 같은 바람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괴물
괴물
그믐 송년회

그믐 송년회가 있었어요.

전원이 재택 근무중이라 만날 때마다 어색한 우리들. 

일 년에 서너 번 얼굴을 마주하니 볼 때 마다 너무 반갑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에 이르게 내려간 팀원분도 한 분 계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요. 


“우리 사진 같이 찍은 것, 그믐 인스타에 연말 인사로 올릴 테니 본인 얼굴 나오기 싫은 분들은 옆모습 부탁드려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래야 하나요? 전 얼굴 크게 나오고 싶은데요.” 라며 격한 자신감을 보여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한 해 동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내가 아니고 우리일 수 있어서, 행복했던 23년이었어요. 

반쪽의 과학사Horizons:A Gobal History of Science

이 책의 저자 James Plskett는 영국 Warwick대학에서 과학사와 技術史(기술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부교수라고 한다. 이 책은 얼마 전 일본에서 2023년 12월에 번역된다는 야후 재팬 기사를 읽고 찾아 보니 한국에서는 이미 2022년도에 ‘반쪽의 과학사’라는 표제로 소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 제목은 Horizons: A Global History of Science이다. 인식의 지평을 새로 열게 하는 과학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서구 중심의 과학사가 익숙한 우리에게 서양 사회가 아닌 나머지 세계에서의 발견, 공헌 등에서 대해서 연구한 참신성이랄까 하는 것으로 소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아랍(오스만 터키),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과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대부분이다. 이슬람의 중세는 고대 그리스의 과학과 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어, 프톨레마니의 천동설에 대해 계속적인 의문을 표시하는 이슬람 과학자들이 많았고 이런 이들의 관찰과 주장을 토대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과학을 단지 순수 과학이 아니라 제국주의, 또는 식민지의 극복과 같은 사회경제학적 또는 정치경제학적 맥락 안에서 파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서양 근대과학의 발전은 서양세력의 제국주의, 정복전쟁과 아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책의 要旨(요지)다.


서구 사회가 소위 ‘관찰과 실험’에 기초한 과학적 방법론을 일반화시키는 계기는 1492년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에서 비롯된다. 그때까지 유럽사회는 조선사회가 공자왈 맹자왈을 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플레니의 자연사, 프톨레마이의 천문학 등이 하나의 도그마였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이들의 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외워 토론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대륙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동식물, 광물 등은 이런 관습적 행태 안에서 도저히 설명도 이해도 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서 ‘관찰과 실험’ 그리고 경험에 의지하는 소위 근대의 과학적 방법론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서유럽의 과학적 전통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전 고대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오히려 서양 중세를 지배해왔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과학적 교리들이 깨지는 과정에서 근대적 과학적 방법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씀과 같은 權威(권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관찰, 실험, 경험만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미 잉카, 아즈텍 문명 등에서는 식물에 대한 연구가 오랜 시간 잘 축적되어 있었고 藥用(약용) 등 다양한 요소에 따른 분류 체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 토착 인디언들의 지혜와 경험을 그대로 잘 옮겨 담아낸 것이 근대 식물학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또, 동물들에 대한 연구 역시 갈라파고스, 파타고니아 등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관찰과 화석의 채집 등을 통해서 다윈 이전부터 이미 ‘진화론’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아이작 뉴턴의 프리키피아 역시 영국의 전지구적 제국주의 국가경영에서 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뉴턴은 영국 조폐국의 책임자였고 노예무역을 주로 하는 the South Sea Company의 투자자였다. 때문에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근대에 있어서 일본의 잠재력과 활약은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서 그들의 성취는 그리 놀랄만 것이 아니었지만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과학적 성취는 예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특히, 저온 물리학 분야에서 러시아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또, 인도 민족주의와 과학이 얼마나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지 하는 예시들이 관심을 끄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해체는 1차 대전의 패전이 훨씬 더 큰 이유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오스만 제국의 정치적 선택이 보다 현명했다면 현재의 伏魔殿(복마전)과 같은 중동정세는 훨씬 더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또, 1953년의 크리크와 왓슨가 DNA가 나선구조를 발견한 이래 유전과학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분야는 바로 농업 혁명이었다고 한다. 농업혁명의 발원지는 멕시코에서의 옥수수 품종개량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냉전이 본격화 되면서, 남미에서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에서의 左傾化(좌경화)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회가 사회주의화 되는 배경에는 식량 문제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록펠러 재단이 멕시코의 농업생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게 된다. 이를 일컬어 60년대의 ‘녹색 혁명’이라 칭하게 되며 그 발원지는 멕시코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녹색혁명이 있었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성취한 국가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쌀의 경우는 옥수수나 밀에 비해 잡종교배가 쉽지 않아 그 발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원륭평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게 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1950년대 중국공산당의 중국은 ‘대약진 운동’의 대실패에 의해서 수천만 명의 아사자가 나오는 대참극이 있었다. 또 뒤이어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원륭평은 농촌으로 하방을 하게 되며 또 한 때는 다른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그의 연구 성과를 눈여겨 보던 고위 공산당 간부에 의해 극적으로 풀려나 농업 혁신을 이루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녹색혁명은 ‘필리핀’ 등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혹시, 원륭평과 같은 인물의 기여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생긴다.


전에 ‘코드 브레이커(Code Breaker)’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유전자 편집 가위(CRISPR/Cas9)기술에 대한 논문 발표 또는 노벨상을 두고 미국의 제니퍼 도나 그리고 미국의 중국계 과학자, 그리고 유럽의 연구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솔직히 노벨상이 또는 그 유전자 편집 기술이 그 미국의 백인여자 연구자만이 배타적 독점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연구 성과인지 상당한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유력한 논문 수록 기관들을 미국과 서유럽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출신들에게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과학사가들이 저자와 같은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같은 사람도 이 책을 사서 읽게 되는 것이고 또 하나의 틈새 시장을 공략에 성공한 연구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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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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