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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9 | 소강석,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샘터 (231217~231220)


❝ 별점: ★★★★

❝ 한줄평: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과 깊은 사유가 담긴 시집

❝ 키워드: 사계절 | 봄 | 여름 | 가을 | 겨울 | 사랑 | 비 | 무지개 | 자연 | 별 | 달

❝ 추천: 시가 어려워서 피했던 사람,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


❝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그 모든 날들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

/ <시인의 말> 부분


📝 (23/12/21) 샘터 물방울서평단 마지막 서평 도서로 서정 시인 소강석 목사의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를 골랐다. 최근 시집을 많이 읽는 중인데, 제목이 인상적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 1부는 봄과 여름, 2부는 가을과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 실려 있고, 3부는 비와 무지개, 4부는 등대와 별, 달, 바다 등 다양한 시상이 담긴 시들이 실려 있다.


✦ ‘어렵고 난해한 시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시들을 써보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친근한 어투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에 어렵지 않게 시를 읽어 내려갈 수 있지만 시들에 담긴 시인의 깊은 통찰과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며 시인은 세상만물의 이치를 독자에게 전한다. 


✦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만남과 이별에 빗대거나(「봄 2」), 인고의 세월을 견딘 여름 바다의 절벽이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여름 5」), 단풍과 낙엽에서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게 하며(「가을 9」),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발자국이없는 눈송이가 먼저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게(「겨울 6」) 하는 시인. 사계절을 지나서 시인은 소나기와 비, 무지개를 건너 등대와 별, 달이 보이는 바다로 나아가 흘러 흘러 흙과 공기, 물과 불이라는 지구 만물의 근원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집을 마무리한다. 인생이라는 사계절을 지나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시집의 완결성이 우리에게도 깊은 사색을 하도록 여운을 남긴다.


✦ ‘슬픔과 절망,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찾기를’ 바라는 사랑이 가득 담긴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매서운 추위로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이 겨울,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로 모두의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 수 있길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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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물든다는 것 생각해 보니

   다 빼앗기고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가장 깊은 사랑 보여주는 것이었네

/ 「가을 9」 (p.48)


❝ 비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비는 길을 걷는 자에게 온다

   비는 기다림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비를 찾아 떠나는 자에게 내린다.

/ 「비 2」 (p.75)


❝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다

   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살았나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에 귀 막고

   눈 감고 살았나

/ 「등대 1」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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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봄에서 여름으로

✎ 「봄 2」

✎ 「봄 6」

✎ 「여름 1」

✎ 「여름 5」


2부 | 가을 지나 겨울

✎ 「가을 5」

✎ 「가을 6」

✎ 「가을 9」

✎ 「겨울 2」

✎ 「겨울 6」

✎ 「눈송이 1」


3부 | 소나기 끝에 무지개

✎ 「소나기 1」

✎ 「소나기 6」

✎ 「비 2」

✎ 「무지개 1」


4부 | 등대와 별 그리고

✎ 「등대 1」

✎ 「별 4」

✎ 「흘러간다」

✎ 「야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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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쇼펜하우어 유행

오래간만에 찾아본 베스트셀러 목록에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 3권이나 있었다. 쇼펜하우어를 한참 좋아했던 나로서는 반갑기도 또 의아하기도 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쇼펜하우어는 정말 ‘매운 맛’ 철학자인데. 하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했던 그였으니 지금의 저출생 한국 상황과 참으로 맞아 떨어지는 철학자인 걸까?


“인생이 고통이야, 몰랐어?” 라는 대사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이전에 쇼펜하우어가 먼저다. 그에 따르면 고통과 불운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규칙이며 삶의 기본 조건으로 품고 가는 것이다. 쾌락은 기대한 것보다 크지 않은 반면 고통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 쓰다 보니 점점 더 우울해진다. 하지만 정작 철학자 자신은 70세 넘어까지 잘 산 듯 한데 그를 끝까지 붙들어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시시리바의 집 - 사와무라 이치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보지만 무서운 책은 그럭저럭 읽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무서운 영화는 영상보다도 갑자기 크게 울리는 소리의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점프스케어라고 하던가? 공포라는 수식어보단 깜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영화들도 많다. 


이 책은 꽤 무섭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작품에서 주된 공포의 소재로 등장하는 모래와 기다랗게 키가 큰 영혼의 모습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고어한 부분도 별로 없어 잔잔하고 따뜻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 생각이니 읽고 무서워서 잠 못 자도 책임은 못 짐.  

시시리바의 집
시시리바의 집
23-078 | 정재율, 온다는 믿음

현대문학 (231219~231219)


❝ 별점: ★★★★

❝ 한줄평: 각자의 종착역에 도달할 날이 온다는 믿음

❝ 키워드: 사랑 | 영원 | 신 | 열차 | 우주 | 삶 | 죽음 | 종착역 | 마음 | 나무 | 꿈 | 영혼 | 믿음

❝ 추천: 우주와 숲을 유영하는 듯한 시들이 궁금한 사람


❝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다 함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온다는 믿음 1」 (p.24)


📝 (23/12/20) 정재율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를 가지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시집인 『온다는 믿음』을 먼저 읽게 되었다.


✦ 온다는 것.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올 수도, 어떤 때나 시점이 올 수도,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올 수도, 차례나 기회가 올 수도, 어떤 느낌이나 생각 혹은 예감이 올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되든, ‘온다는 믿음’을 지닌다는건 마음이 충만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시집을 읽으면서 ‘언젠가 종착역에 도달할 때가 온다는 믿음’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종착역이라는 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최종 종착역은 아무래도 ‘죽음’이니까, 자연스럽게 죽음에 관해 떠올리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마음속에 짐 한 덩어리씩을 넣고 다니는’ 인간들(「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과, ‘모리키 씨가 죽은 후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며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는’(「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화자. ‘나무 뒤에는 더 큰 나무들이 있고, 죽음 뒤에는 더 많은 죽음들이’(「숲 2—나무인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정월 대보름날 오랜만에 만난 이와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마당 밖에서부터는 배웅하는 이를 뒤로 하고 아주 먼 길을 혼자 가야만 하며(「정월 대보름」),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종착역에 도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리키 씨와 마냐나를 외치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마냐나」) ‘나’의 마음.


✦ 모리키 씨를 중심으로 한 시들이 많아서 모리키 씨를 배웅하는 동시에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 시가 ‘나’와 모리키 씨가 종착역으로 함께 향하며 마냐나를 외치며 아침을 기다리는 시 「마냐나」인 것도 더없이 좋았다.


✦ 사진과 시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시인의 에세이 「필름 카메라—사진」도 좋았다.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흐름이나 상황이 보이는 소설이나 극작품과 다르게 시를 읽으면 어느 순간, 어느 감정의 파편만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렵다고 느껴 잘 찾아 읽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시인의 ‘어느 한 순간에 관해 쓰지만 독자들은 페이지 너머에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더 먼 세계까지도 갈 수 있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 이 시집을 읽은, 읽을 사람들이 어떤 ‘온다는 믿음’을 떠올리게 될지 궁금해지는 시집이었다. 가볍게 집어 들었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시집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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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좌석 위로 먼지들이 떠돌아다녔다 창밖의 별들이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이곳에는 떠돌아다니는 게 많아 보였다 이젠 모리키 씨도 그들 중 하나겠지 그가 신을 믿는 것처럼 나는 그의 선택을 믿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 「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p.20)


 사진은 포착된 순간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지만 사진을 보는 우리는 프레임 바깥의 상황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시 또한 어느 한 순간에 관해 쓰지만 독자들은 페이지 너머에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더 먼 세계까지도 갈 수 있었다.

/ 에세이: 「필름 카메라—사진」 (p.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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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넓고 큰 창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어둠이 흩어졌다

✎ 「해변에서」 ⛤

✎ 「객실」

✎ 「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 ⛤

✎ 「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

✎ 「온다는 믿음 1」 ⛤

✎ 「온다는 믿음 2」

✎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

✎ 「화가의 일」

✎ 「저수지는 깊고 고요해」


2부 | 여전히 그의 머리 위로 우주를 여행하는 자들이 있었다

✎ 「숲 1」

✎ 「깨진 백자」

✎ 「숲 2—나무인간」 ⛤

✎ 「정월 대보름」 ⛤

✎ 「영원성」

✎ 「마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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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는 믿음
온다는 믿음
1. 문지혁, 『P의 도시』(은행나무, 2016)
"결국 모든 인간은 하나의 이야기로 요약된다. 그 이야기를 빼앗기면, 그는 죽는다." (150쪽)


같은 도시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뺐고 빼앗기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의 시점이 얽히고 섥히며 흥미진진 하게 진행된다. 180여 쪽 분량의 소설이지만 빠르게 읽힌다. 


책장을 덮으며 섬짓함을 느꼈다. 누구나 나만 고통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고통을 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을 때 찾아오는 그런.


"타인의 고통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는 건 어디까지가 정당한 일일까. 내가 진짜로 두려웠던 건 그의 고통에 다가감으로써 잘 숨겨져 있던 내 몫의 고통을 발견하게 되는 거였을지도 몰랐다." (106쪽)
P의 도시
P의 도시
나의 새벽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12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나의 새벽 / 글쓴이: 박현경(화가)


2023년 11월 6일 월요일 오늘의 새벽 작업. 4시 50분부터. ‘네가 보고 싶어서 54’의 밑그림 작업. 일단 왼손으로 연필 스케치를 한다. 투박한 선은 투박한 대로 비뚤어진 선은 비뚤어진 대로 둔다. 예쁘고 세련되게 그으려 하지 않는다. 연필 스케치 위에 오른손으로 색연필 선을 긋는다. 왼손이 그어 놓은 서툰 연필 선을 오른손이 교정하지 않는다. 오른손은 왼손을 따라 긋는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속 선 긋는 새벽.


2023년 11월 7일 화요일 새벽 작업 기록. 5시 정각부터. 머리 부분을 채색했다. 무엇이 될지 나도 모르지만 일단 가 보기로 한다. 오늘 하루도 마찬가지. 두려워하지 말고 가 보자. 쭉 가 보자.


2023년 11월 8일 수요일 새벽 작업 기록. 4시 40분부터. 줄무늬가 얼기설기 난 괴물 친구의 몸통 부분을 채색했다. 오늘은 직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 두 가지 있는 날이다. 어떤 순간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나의 새벽을 즐겼다. 나의 새벽은 세상의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난공불락의 성채.


2023년 11월 9일 목요일 새벽 작업 기록. 4시 30분부터. 부담스럽고 걱정됐던 일은 모두 가볍게 지나갔다. 역시,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인생은 늘,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하다.’ 오늘은 내 사랑스러운 괴물의 다리이자 팔, 발이자 손 부분을 채색했다. 이번 주말 완성을 예상해 본다.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새벽 작업 기록. 5시 30분부터. 어젯밤 늦게 잔 탓에 자꾸 졸음이 쏟아져 작업은 아주 조금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요 속에서 선 긋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아쉬움은 없다. 주말 동안 큰 결심 한 가지를 해야 한다. 지회장 출마에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답은 시간이 가르쳐 줄 거라 믿는다.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을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새벽, 아니 아침 작업 기록. 7시 50분부터 잠깐. 이따가 계속 작업할 예정. 오늘 아침엔 전에 완성해 놓은 작품에 바니시를 뿌리는 작업을 했다. 바니시를 뿌리면서 생각했다. 이번 주말은 ‘동굴의 시간’이다. 마음만 먹었으면 참석했을 행사들이 있지만 일부러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다. 조용히 동굴 속에서 그림 그리고 책 읽으면서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지회장 출마에 도전하면 나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도전하지 않았을 경우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진 않을 것인가. 십 년쯤 후에 되돌아봤을 때 이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 일요일 밤에는 결정이 나 있어야 할 것이다.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새벽 작업 기록. 6시 50분부터. 어젯밤 위스키를 마시며 완성한 ‘네가 보고 싶어서 54’의 사진 촬영을 했다. 지회장 출마 도전에 대한 고민은 90% 정도 끝난 것 같다. 도전을 하는 쪽으로. 어쩌면 나도 지금 이 그림 속 생명체처럼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성큼 한 발을 내딛고 있는지도.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새벽 작업 기록. 4시 50분부터. 오늘은 어제 물들여 놓은 종이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아이디어가 무르익기 전에 조급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충분히 바라보는 시간도 작업의 소중한 일부라고 생각하여 기록해 둔다. 지난주부터 고민했던 지회장 출마는 도전하는 것으로 확실히 결심했다. 오늘은 또 새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새벽 작업 기록. 5시 30분부터. 채색된 종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왼손으로 연필 스케치를 했다. 오늘은 특히 바쁜 날이 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선포해 놓았기에 더욱 그렇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진심을 쏟을 것이다. 중꺾마 중꺾마.

(중략)


2023년 11월 24일 금요일 새벽 작업 기록. 5시 30분부터. 아주 조금밖에 진행하지 못했지만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지회장 출마를 결심한 이후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활동가’로서의 삶을 잘 조화시켜 살아가고 싶다.


전교조 충북지부 음성지회장 및 전국대의원 선거에 출마해 2주 정도의 선거운동을 거쳐 당선되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순간들을 보냈다. 그 기간 나를 떠받쳐 준 건 나의 조용한 새벽. 앞으로 내게 더 큰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더 바쁜 날들이 오겠지. 그때도 나의 새벽은 나를 떠받쳐 줄 것이다. 오늘도 4시 30분에 눈을 떠 새벽 작업을 한다. 슥슥삭삭 선 긋는 고요 속 내 안에 차분히 솟는 용기, 용기, 용기.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56 (부분)

23-077 | 루리, 긴긴밤

문학동네 (e-book, 231218~231218)


❝ 별점: ★★★★

❝ 한줄평: 서로에게 기대어 수없는 기적과 사랑으로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

❝ 키워드: 사랑 | 연대 | 의지 | 삶 | 죽음 | 세상 | 지평선 | 여정 | 우리 | 기적

❝ 추천: 전혀 다른 존재들의 사랑과 연대를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


🌊 첫 문장: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 (23/12/19)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루리 작가의 그림책 『긴긴밤』을 읽었다.


✦ 그림책을 읽는 건 아주 오랜만인 것 같다.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는 그림의 색채가 정말 좋았다.


✦ 생각했던 것만큼 엄청 슬프진 않았다. 그럼에도 ‘나’와 노든이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 본 후 이별하는 장면, 힘들게 올라간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노든과 노든에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 속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장면,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 내고 모험을 떠나 다시 수많은 긴긴밤을 기약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 나만의 것이 아닌 나의 삶. 많은 이들의 긴긴밤과, 그리고 수없는 기적과 사랑으로 우리는 성장하고, 서로에게 기대고, 배려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다시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간다. 


✦ 어쩌면 ‘긴긴밤’ 자체가 인생일 지도 모른다. 고통과 슬픔, 두려움이 찾아오는 밤에는 다시 빛이 들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앙가부처럼 기꺼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내 곁에 있어 줄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혹은 노든처럼 악몽을 꾸지 않도록 오래오래 이야기를 들려줄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긴긴밤’이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을 것이다. 


✦ 결국 사랑이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어떤 말로 변주되더라도 나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준다. 홀로서기를 하게 된 ‘내’가 바다에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보내게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결국은 다시 사랑할 이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사랑했던 이들과 재회하게 될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


|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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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23-076 | 김성중, 이슬라

현대문학 (231215~231215)


❝ 별점: ★★★★

❝ 한줄평: 어쩌면 죽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삶

❝ 키워드: 삶 | 죽음 | 시간 | 영원 | 광기 | 공포 | 고통 | 절망 | 권태 | 사랑

❝ 추천: 죽음이 없는 삶을 꿈꿔본 적이 있는 사람


❝ ‘각설탕처럼 네 몸에 녹아들어가면 어떨까.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너는 나에게 사랑 대신 죽음을 원하게 될까?’ ❞ (p.129)


⏳ 첫 문장: 내일이면 팔십사 세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팔십사 세가 되는 것이다. 나는 백 년간 열다섯이었으므로. (p.9)


📝 (23/12/17) 최근 읽은 소설집 『겨울 간식집』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김성중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져서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 9 『이슬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 올해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도 삶과 죽음인데, 독특하게도 이 소설에서는아무도 죽지 않고 또 아무도 태어나지 않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상에서 열다섯 살로 백 년의 세월을 보낸 후 다시 시간이 흐르게 되어 곧 84세가 되고 죽음을 앞둔 ‘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죽음이 없는 삶. 어찌 보면 굉장히 모순적인 말이다. 죽음이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삶을 얻으려면 죽음이 필요했던’ 열다섯의 ‘나’에게 영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영원한 건 결국 익사하게 되어 있다’는, ‘오직 유한한 인간만이 무한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는 ‘나’의 말에 여운이 남아 문장들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었다.


✦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세상의 생명들에게 죽음을 돌려주었고, ‘나’의 죽음의 순간에 찾아와 사랑한다고 이별의 인사를 건네는 이슬라.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죽음’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죽어가는 모든 자들 역시 ‘고립되었다’는 뜻을 품고 있는 이슬라라고 할 수 있다는 말 또한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죽음을 누리는 점에서 이슬라에게 인간은 신처럼 보였다’는 문장과 교차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 문학작품에서도 하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독 마음 깊이 다가왔다. ‘나’에 대한 이슬라의 사랑은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었다기보다는 ‘나’라는 고유한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 ‘나’가 영생 대신 택한 죽음이 있는 삶. 어릴 적 맛본 설탕과자처럼 달콤한 기쁨과 달콤한 슬픔의 맛. 그는 절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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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놀라운 사건 역시 잊힐 날이 올 것이다. 백 년의 인간들이 전부 죽고 그 위로 두꺼운 시간의 퇴적층이 쌓이면 모든 것이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한 세기 정도야 세월의 원근법을 당해낼 수 없고 백 년의 인간들 모두 소실점너머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슬프면서 안도감이 든다. 만물이 소멸의 질서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비로운 일인지. (p.18)


| “네 몸에서 빼낸 가시들이 도로 자라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이 슬픔에 삼켜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실뿌리가 단단한 땅을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언제든 너를 파괴할 가시가 자라날 수 있으니까. 슬픔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란다.” (p.58)


| 무한히 감정을 증폭시키는 폭도들도, 영혼을 파괴시키는 중독자들도, 기존의 사유에 기대 의미를 찾으려 했던 학자들도, 모두 죽지 않는 시간의 권태를 이기지는 못한다. 아무리 달라지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김성중이 그려내는 죽음이 사라진 세계의 모습은 이처럼 재앙에 가깝다. 죽음으로부터 놓여난 완벽한 자유는 사실 무의미라는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 무의미한 시간의 공포와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구원은 어떻게 가능할까. 어쩌면 너무나 손쉽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그 해결책을 김성중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애착과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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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
이슬라
아무튼 떡볶이를 이제야

이제야 읽었다. 작가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를.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열심히 듣던 시절의 책인데, 장강명 작가님의 <아무튼, 현수동> 그믐 모임에 열심히 참석했다고 서강도서관에서 근처에 계신 분들은 찾아가라는 시일이 지났음에도 김혜나 작가님 강연 때 방문했을 때 ㅡ 장강명 작가님께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책에서 칭찬하셨던 그 서강도서관분들께서 챙겨주신 책이었다. 과연 친절하신 분들이셨다^^

그렇게 받아든 책을 오늘 책방송년모임에 가는 길에 나눔할 책을 들고 오라하여 가는 길에야 읽었네. 어린이 신수진은 사이가 너무도 좋은 부모님 사이에서 부모님과 따로 줏대있게 ㅋ 경양식을 먹던 아이였는데, 원래 어린이의 외식이란 부모님과 형제 자매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하는 것임에도 그걸 모르고 자라났었다. 부모가 너무 싸워도 문제겠지만, 저토록 아직도 집밥지상주의자1,2로 현재의 모습이 될만큼 평생~ 금슬이 좋은 부모 아래에서 엄마와 함께 한 첫 식사경험이 떡볶이였어서 그렇게 떡볶이 지상주의자가 되고 말았는데, 누가 공룡을 그토록 좋아한다면 그래서 일까라는 생각이. 어쩌면 내가 피아노를 그토록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 일런지도~

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마음성장 플랫폼 플레이라이프 인터뷰

아침 8시에 인터뷰 장소를 향해 출발하는데 왠 눈보라가 T.T

정말이지 너무 추웠다. 원래대로면 검정 롱패딩이 나의 겨울철 기본 착장인데 나름 인터뷰라고 코트를 입고 간 것이다. 그나마 다양한 사진 컷을 위한 촬영소품이라며 따로 챙겨간 털모자와 장갑이 길거리 촬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실내 촬영은 '느긋한 서재' 와 '오케이어 맨션'이라는 합정의 멋진 공간에서 따뜻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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