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파수는 웃기거나 울리려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착한 척도 좋은 척도 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 라디오를 아껴가며 들었다. 아끼고 아꼈다가 쉬고 싶을 때, 힘들 때, 죽고 싶을 때, 잠들기 전에 기도하듯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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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태어나서 전쟁만 겪다가 죽는 사람들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조상들의 전쟁에 휘말려 평생을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이나 질병은 선택 문제가 아니다. 나는, 구의 생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 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를 게 없었다. 그건 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 구는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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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우리는 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사람은 뭐든지 죽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친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작살낼 수 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다. 사람은 신을 믿는다. 그리고 신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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