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모임 9기 3회] 2026년 3월,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모임 후기
2026-03-22 23:39:10
어제 독서모임 아름 비문학 모임 9기 3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달에는 다섯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
작가 소개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 호주 국립대학교(ANU) 사회학 연구원으로, 온라인 여성혐오, 극단주의, 남성 폭력, 소셜 미디어 및 디지털 플랫폼 정치 분야의 전문가. 과학 커뮤니케이션 석사, 사회학 박사(2022년). 현재 캔버라 소재 환경 캠페인 단체인 ACT보전위원회의 상임이사. 프리랜서 작가로 BBC, 가디언,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에 기고한다고 합니다.
책 선정 이유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젊은 남성들의 정치 성향이 점점 더 보수화, 우경화되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호주 연구자가 쓴 이 책을 통해서라도 원인을 이해하고 싶어 선정했습니다.
제목 살피기
원제는 <The Male Complaint> = 남성 불만입니다.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대중서로 바꾼 책으로 머리말은 없고 1장이 서론의 역할을 합니다.
발제 생략
질문 및 논의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요약했습니다.(녹음은 전원이 동의했습니다.)
1. 전체적인 감상평
이 책은 매노스피어(Manosphere), 즉 영어권 웹에서 운영되는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다룬 책입니다. 인셀, 픽업 아티스트, 믹타우 같은 집단들이 모여 여성이 자신들의 삶을 파괴했다고 믿고, 남성 혐오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간입니다.
저자는 매노스피어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추적합니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발견한 것처럼, 저자도 매노스피어의 남성들이 괴물이 아니라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매노스피어가 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며, 후기 자본주의가 낳은 실패에 대한 반응으로 읽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부상으로 각자도생이 당연해진 현실 속에서 정서적 지지 기반을 잃어버린 남성들이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구조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제목만 보면 젠더 갈등의 한편을 드는 책처럼 보입니다. 막상 읽어보니 젠더 갈등을 넘어,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 시스템 속에서 원자처럼 파편화되어 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확장해도 과언이 아니겠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잘 쓴 책이며 재미있게 읽혔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클** 님
책을 읽는 내내 현 청년 세대가 겪는 암울한 현실에 너무나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첫 소감을 밝혔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젊은 남성들의 텅 빈 상실감과 허무주의가 책을 읽는 자신에게까지 전염되는 듯한 묵직한 감정을 겪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상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와 오히려 덜컥 겁이 나고 슬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 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요즘 아이들이 나약하다는 어른들의 말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과거 인류는 자연 속에서 의식주를 자기 힘으로 모두 해결하며 생존 지능을 발휘했는데, 현대 사회는 그런 지능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대 청년들이 고도의 추상적 사고나 패턴화된 지식을 처리하는 지능은 발달했을지 모르지만, 전구를 갈거나 부동산 계약을 하는 등의 실질적인 생활 능력은 오히려 쇠퇴한 기형적인 발달 상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 세대를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평생 장작을 때던 할머니의 기준으로 인덕션을 쓰는 세대를 평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에게 슬픔을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되물었습니다. 이들에게는 그것이 그냥 삶일 뿐인데, 자신의 기준으로 슬프다거나 안타깝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운영자
이 책이 표면적으로는 젠더 이슈를 다루는 듯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고 짚어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밥을 사주거나 정서적 어려움을 기꺼이 들어주는 선배나 어른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민 상담조차 돈을 내야 받을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조차 물건을 보면 가장 먼저 가격을 묻는 환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38.5%로 떨어졌고,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남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기에 이 책이 더욱 공감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마음을 나눌 공동체가 사라진 현 세대 청년들이 가장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의*원 님
온라인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청년들의 문화를 지적하며, 특정 정치인들이 명확한 정치적 계산 하에 프레임을 짜고 세대를 갈라치기 마케팅으로 악용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딸과 아들을 모두 둔 부모로서, 아들이 겪는 억울함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용어에 괘씸함을 느끼는 모순적인 입장을 고백했습니다. 나아가 이 문제를 '분노한 젊은 남성'만의 이야기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종* 님
세 자녀를 둔 부모로서, "여동생과 똑같이 태어났는데 왜 남자만 군대에 가야 하느냐"는 아들의 불만을 통해 확연히 달라진 세대 인식을 체감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이 군 호봉을 인정받더라도 뛰어난 화법을 가진 여성들이 면접과 진급 평가에서 우위를 점하며 금방 직급을 따라잡는 기업의 현실이 남성들에게 박탈감을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남성의 전통적 권력은 무너졌지만,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모종의 역할과 의무감이 남아 있어 권력을 빼앗겼다는 감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알고리즘이 0.1%에 불과한 극단적 생각을 세상의 보편적 진리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그 착각이 폭력의 정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모든 사람을 줄 세우는 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2. 주제별 논의
신자유주의라는 문제를 직면하는 대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현실이 문제
저자는 매노스피어 남성들의 분노가 왜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닌 여성을 향하는지를 분석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시스템을 탓하기보다, 여성이나 페미니즘처럼 눈에 보이고 이해하기 쉬운 대상으로 분노를 전가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젠더 갈등은 거대한 시스템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청년들을 남녀로 나누어 싸우게 만드는 구조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밑바닥에서 자기들끼리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는 동안, 정작 위에서 뒷짐 지고 있는 진짜 기득권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노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 수동적 허무주의와 급진적 허무주의
저자는 5장에서 허무주의를 수동적 허무주의와 급진적 허무주의로 구분합니다. 급진적 허무주의자는 세상이 자신의 가치를 몰라준다는 분노로 타인을 향해 폭력을 가하고, 수동적 허무주의자는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며 깊은 우울과 자기 파괴로 침잠합니다.
온라인에서 폭력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청년들보다 더 무섭고 슬픈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나 같은 게 뭘 할 수 있겠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들입니다. 지독한 비합리적 신념에 갇혀 있기 때문에, 이를 깨기 위해서는 끝없는 경청과 무조건적인 공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을 경쟁하는 존재로 규정하며 경제적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투자하도록 요구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관계를 맺을 시간과 여유를 잃고, 타인과의 연결 역시 점점 도구적인 것으로 변했습니다.
저자는 4장에서 매노스피어가 공동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이곳에 모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 네트워크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학 공동체마저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동기 사이에서도 '님'을 붙이며 거리를 두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대학이 진정한 공동체가 아닌 기업식 거리두기를 학습하는 장소로 전락했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독서모임 같은 오프라인 자리에 활발히 참여하는 반면, 남성들은 소통 창구 자체가 부족하다는 관찰도 나왔습니다. 과거에는 롤이나 리니지 같은 게임을 하면 길드원끼리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대면 모임조차 사라졌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들
어느 앱의 '감튀 모임'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자신의 직업도 나이도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오직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모여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먹다가 헤어지는 모임입니다. 저자가 4장에서 말한 '가짜 얼굴을 한 네트워크'와 닮아 있습니다. 사람과 함께 있고는 싶지만 관계 맺기의 피곤함은 철저히 회피하려는 마음.
무신사나 지그재그 같은 쇼핑몰이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만들었다가 결국 돈과 소비를 목적으로 변질되어버린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현실에서 연애 권력을 상실했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해 주는 AI 여친 환상에 빠져드는 현상도 언급됐습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무수한 싸움과 피곤한 갈등을 필연적으로 견뎌야만 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생기면 조율하는 대신 환경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입니다. 불편한 친구가 있으면 전학을,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직을 선택합니다. 데이트 비용과 집안일을 딱 절반으로 나누고, 조별 과제 기여도를 철저하게 따지는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강박이 깔려 있습니다. 이 강박이 사실은 공동체로 들어가는 문을 스스로 잠그는 행위라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성장을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제로 성장과 같은 거대 담론으로 시스템 자체를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기본 소득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도 이야기됐지만, 결국 대화는 일상에서의 실천으로 모였습니다.
돈과 유명세라는 단일한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사회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가치관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감성을 획일화시키는 빈곤한 언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비 온 뒤의 축축한 공기 냄새나 길가의 가로수, 이끼처럼 경제적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가만히 관찰하고 다채로운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이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효율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에 눈을 두는 것. 그런 심미적 태도를 회복하는 것이 단일한 가치관으로 줄 세우는 시스템에 맞서는 저항이라는 것입니다.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것이 똑똑한 것'이라는 이 시대의 통념에서 벗어나, 내 옆 사람에게 먼저 친절을 건네고 조금 손해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저자는 남성이 매노스피어를 찾는 이유는 결국 더 나은 삶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갈망이 파괴적인 방향이 아닌 진정한 연결로 이어지려면, 거창한 담론보다 지금 내 옆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상의 실천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
이 책은 보수화되어 가는 남성들의 온라인 네트워크에 대해 다룬 책이지만, 우리에게는 젠더를 넘어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왔기에 논의도 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오래해온 만큼, 이 책에서 공동체가 사라진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독서모임 아름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설사 아주 가벼운 수준이라고 해도요.
이번 달에도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수를 마무리하는 다음달 모임에서는 발제 없이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