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대로 편히 살기 힘든 세상의 슬픔
2025-07-26 07:04:22
표지가 근사하고, 거울 속 외딴 성 생각도 나서 바로 낚였으나 시작부터 움찔. 등장인물 중에 '엄청난 재능의 시인이나 소설가'가 있고, 그 인물의 작품이 길게 직접 본문에 제시되는 소설이 드물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때마다 당혹스럽다. 결국 작가가 쓴 글인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음. 하물며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추앙받는다는 설정의 무로미 쿄코의 글이 몇 페이지가 아니고 이 책 거의 대부분이니까...책 속 책의 일러두기에 아마추어 시절의 글이라고 해명이 있긴 하고, 답도 없는 주제로 고민해도 시간만 지나가니 싸게싸게 책장 넘김.
진상을 찾아가는 길에 쭉 깔려있는 외모 관련 문제들은 하나도 새삼스럽지가 않다. 왜 좋은 일들은 만국 공통이 별로 없는데 암울한 문제들은 국경이 없을까. 왜 들이대서 서로 비참해지기만 하는 잣대를 모두가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게다가 신체이형장애는 말 그대로 질환인데, 치료받는 걸 숨겨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커밍아웃 고민도 해야하고 세상 참...하지만 나도 이 문제를 극복한 사람이 아니라 시원하게 비판할 수가 없다. 컴플렉스는 그대로인데, 나이 들고 에너지가 모자라게 되니 시급한 문제 순위에서 외모가 점점 밀려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을 뿐. 그래도 이 정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오다의 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언젠가는 잃게 되는 것, 언젠가는 잃게 되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에 결코 자신의 가장 큰 가치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솔직히 "독후감이 180도 바뀌는 감동"을 대단원에서 얻지는 못했으나,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후련함이 있었다. 2063년까지는 무리라고 느껴지지만, 히비키 말처럼 루키즘의 시대는 떠나보내야 하며 언젠가 그날이 올거라 믿고싶음. 그 이전에 지구가 열사의 지옥 되면 외모 따질 여유도 없겠지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