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단어들의 이야기 보따리
2025-07-31 07:30:58
표지의 선전문구에는 의구심이 좀 생긴다만, 근사한 표지에 홀려 일단 오픈. 단어들 설명 보며, 크게 생각하지 않고 매일 사용하는 말들이야말로 일종의 마법인가 새삼스럽게 생각해봤다. 의미들을 바꾸어가면서 천 년 이상, 짧아도 몇 백 년 이상 살아서 역할을 다 하는 무언가라니. 그렇게 따지면 한 마디 한 마디 경건하게 써야하는데, 잡생각 과다 보유자에겐 좀 무리...
정착된 단어이고 딱히 대체할 말도 없는데 괜히 어원을 보니 찝찝한 단어(때로는 몰라서 속편한 일들이 있지...), 생각보다 역사가 짧아서 놀라게 되는 단어들, 처음 생겼을 때는 꽤나 심오한 뜻이 있던 단어들 등등을 감탄했다가 정색했다가 하면서 잘 보았다. 사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어쩌다 마주칠 때는 개화기 때 들어온 단어려나 추측했던 ‘젬병’이 ‘전병 망친 것’이라는 이야기가 개인적 깜놀 1위. 그리고 뭐 이런 엄청난 사람이 다 있는가 싶은 이선란 선생 오오. 검색하니 짧은 소개문만으로도 경력 참으로 화려하시다. 한 사람의 불타는 수학 사랑에 이 많은 용어들을 빚졌다니 놀라울 뿐. 학생 시절 종료되자마자 수학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면 아마 감사함이 더했겠으나, 일단 지금은 감탄만...
어쨌든 오래 버팅긴 단어들은 유래만 재미있는 게 아니라 그 적절함이 세대를 아우른 다수에게 인정받은 것이니, 인류의 발명품이 인류 이상으로 대단한지도 모르겠다. 시간 지나 이 책을 봤다는 것도 까먹을지라도, 며칠 정도는 존경심을 담아 단어를 구사하려 애써봐야지. 그리고 젬병이란 단어를 언급해본 인생 첫 글이자 아마도 마지막 글일테니 나름 기념비적(?) 독후감이다 허허허.
“연극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연극이나 영화에서 쓰는 '주인공(主人公)'이라는 말도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 불교에서는 '선을 수행하다가 득도를 한 사람'을 '주인공'이라 했다. 득도가 목적인 곳에서 하기 힘든 득도를 했으니 그 안에서 으뜸인 사람임이 분명하다. 모든 무대에서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있으니 그이의 이야기가 바로 연극이나 영화 또는 소설에서 중심이 되어 서사가 진행된다. 우리도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