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연료’는 되고 싶지 않은데...
2025-08-13 07:27:14
범죄 논픽션이 다 그렇긴 하지만, 컬트 이야기들은 수위가 상당하니 정신 건강을 생각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표지부터 어두움이 뭉게뭉게. 그러나 조금이나마 집단 내 기묘한 신뢰에 대한 힌트나, 타겟을 설정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어 결국 손을 댔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지만 한때 종교 권유하는 이들에게 거의 매일 쫓겨 다니고 집에서 거울 보며 '이게 호구의 상인가 ●○...' 자괴하던 기억들이, 어느새 머릿속에서 '피하고 싶은데 또 알고 싶은' 모순된 생각과 한 세트가 되어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좀 정리하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고...분명 느끼는 바가 있으니 읽은 보람은 있는데, 뒷맛 참으로 찝찝하다. 어쩌냐, 읽은 걸 도로 무를 수도 없고, 읽은 데서 최대한 교훈을 찾아야지.
"그들은 상심한 상태였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 그들은 대학이나 직업, 인간관계에 잘 맞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났다. 그들은 친절했다. 그들은 괴짜였다. 그들은 멀게 느껴졌다." 착잡하다. 다양한 컬트 집단의 확대 과정과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표적이 될 여지가 살면서 한 번도 없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만 든다. 게다가 뭔가 좋지 않은 요소로 인해 자존감이 결여되어 행복하지 못한데, 그 때문에 컬트에 회유되어 더 불행해지는 이 악순환...그리고 짐 존스가 한국인 고아들을 입양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아서 눈 튀어나올 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불행할 수 있는가! 가난한 조국의 고아라는 것도 모자라, 나라가 보내버린 곳이 이런 곳이라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지만, 이런 면이 정녕 개선되긴 했을까. 다방면으로 울적한 이야기들로 읽는 멘탈은 계속 흔들린다.
마음에 어두운 손길이 들어올 틈을 만들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끄적이기야 쉽지. 미련과 열등감을 떨치고, 나르시즘을 가진 사람을 경계하고, 권위 있는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지 않으면서 내 실패는 온전히 내가 껴안고 가는 것. 그러나 이게 머리로 안다고 되고 원한다고 되는 거면 이런 책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을. 아무리 절실해도 용기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쿠팡에서 살 수 없으니, 삼일마다 자기계발서를 읽든 실컷 덕질하며 어두운 생각할 시간을 없애든 멘탈 다잡으려 용쓰는 수밖에...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