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방향도 아닌 방향도 울림이 남는 이야기
2025-08-18 07:50:54
표지나 제목에서, 잔잔하게 인생의 마무리를 논하겠구나 예상했는데 방향이 좀 달랐다. 읽으면서 분명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부분들이 있는데도, 황당하기도 하고 순간 화가 치밀기도 하니 목사의 과거만큼이나 읽는 마음도 복잡해진다.
잘못을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죄인들이 죄를 인정하고 마지막 순간에 평화를 얻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인종차별 같은 건 없으며 흑인 범죄율이 높은 건 본인들이 선택지를 활용하지 못해서라는 당당 발언이나,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하는 이유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봉사하려는 사람이 맞는가 생각을 누르기가 힘들다. 용서라는 건 본인들이 그럴 마음이 들 때 하는 것이지, 옆에서 왜 신에게 마음을 왜 열지 않냐고 코멘트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충분히 좌절감이 드는 상황이긴 하고, 직업이 성직이니 "내가 신의 존재를 깨닫게 해주었다"라는 성취감도 중요하리라고 짐작하지만...끙끙대며 책장을 계속 넘기다보면, 어쨌든 누군가의 극단적 마지막을 계속 지켜주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런 경험 뒤 나오는 말들은 다 공감할 수는 없긴 해도 묵직하다. 사람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건 결국 이런 모습이려나.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목사님, 잘하셨어요'라고 박수를 보낼 순 없겠지만, 그중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거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기립박수는 못 하겠고 삶이 바뀔 만큼 놀라지는 않았으나(그런 가공할 파워를 가진 위험한 책이 정말 있나?) 오래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 책이었다. 잘 읽었다...
"나는 아직 그가 살아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그에게 전했다.
짐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죽어도 좋은 날이겠지만
살기에는 더 좋은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