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장소에 있던 민주주의의 영감
2025-08-19 07:55:01
오랜 세월 해적왕이 되려는 일행을 마음으로 응원 중이나, 실제 해적 생활에 낭만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마지막 저서인데다 바다의 유토피아라는 글까지 박혀있으니 의심은 뒤로 하고 무조건 내용부터 확인하기로.
"역사, 특히 급진적 역사가 일종의 도덕 게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역사의 위인들의 (명백히 실제로 존재했던)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배외주의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루소를 비판하는 사백 쪽의 책이 여전히 루소에 관한 사백 쪽의 책이라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예상 못한 팩폭의 어퍼컷에 쿨럭. 눈물을 훔치며 다시 마다가스카르와 해적에 집중한다. 왕국인데 무슨 민주주의인가 처음엔 물음표가 뜨지만, 대형 로펌과 조세 피난처가 없던 시절 해적들의 선택 + 현지 여성들의 적극적 삶 + 기존 제도가 합쳐져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주는 뭔가를 만들었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모든 건 뒤집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전체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살인강도로 얻은 보물들을 외딴 섬에 숨겨놓는 건 대형 금고 대용이 아니라 정부 몰래 그 많은 것들을 돈으로 바꿀 수단이 없어서라는 데서 무릎 탁.
온 국민이 아니라 '나름 대다수'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애초에 사람들이 모여 섞이게 된 이유가 뜨악하지만, 그 당시 세상을 생각하면 확실히 열려있고 유연했던 공동체나 그에 대한 해석(슨생님도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이나 질문은 꽤나 신기방기했다. 본문 언급대로 "우리는 그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나, 어딘가에서 더 많은 기록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니 미래의 교과서에 베치미사라카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 존재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도 기록이 적다는 것도 유감이지만, 확실히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