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무법자와 함께 하는 인간 드라마 풀코스
2025-08-21 07:11:39
한 오덕의 완전 개인적인 척도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슴 미어지기로는 원탑이다. 통곡이나 저주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울지도 기대지도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참 괴로운데, 힘들다고 중간에 덮어버리기엔 더치스와 이야기의 마력이 너무 강력해서 무리였다.
이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아이에게 너무 시련이 많은 것 아닙니까. 더치스와 로빈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픔이 끝이 없으니, 속을 쑤시는데도 눈을 돌릴 수가 없는 이야기를 쓴 작가님을 찬양할 것인지 왜 이렇게 사람 슬프게 하냐고 화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음.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 희생이 원하지 않는 결과와 슬픔을 불러온다는 것이 참...주책맞게 너무 몰입했는가 서러워지기까지 할 무렵, 네가 나를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그 말에 야이 바보야 소리와 함께 누적된 내 감정들까지 폭발. 빈센트 이 바보자식아!
마지막 챕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심장을 연타당해 호흡곤란 올 뻔 했는데, 뒤이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말에 결국 곡소리가 나옴. 이 글이 권두에 있었으면 큰 생각하고 읽지 않았을텐데, 내향형 인간조차도 다가가 와락 끌어안고 싶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보니 제대로 마지막 싸다구였다. 글로 아픔 속에서 일어난 사람이,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
사람 슬프게 한다고 꿍시렁거리긴 했으나, 독자가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본인에게 큰 의미라 말한 당신에게 나도 말하고 싶다. 읽은 저에게도 의미가 크다고, 실수하고 아직도 인생이 서툰 사람에게 당신이 생각하지 못할 만큼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미래는 두려운 것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