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만의 규칙들을 품고 있음을
2025-09-04 07:06:13
영화판이 있다는 건 알았고 언젠가는 보겠지 하고 지나갔는데, 어느새 영화 개봉도 20년이 넘었다는 데서 쇳소리 나올 뻔 했다. 뭐, 명작은 언제 손에 쥐더라도 늦는 법이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읽기 시작. 사람이란 참으로 사랑스러운 면과 보는 사람 복장 터지는 면을 동시에 가지는 존재라는 걸 아주 차고 넘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그런 요소를 심어줄 수 있다니 이건 무슨 초능력이여. 다른 장르였다면 그냥 잔인한 빌런으로 나와 철퇴 맞고 사라졌을 수도 있는 인물조차 단순히 욕하고 넘어가지 못하겠으니...인간이란 다 그런 존재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세상이 시끄러워지니 점점 이분법으로 생각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러모로 독보적인 캐릭터 멜로니에게도 그저 감탄. 그냥 빌런인 줄 알았다가, 벨트 휘두를 때는 '이제 살육극이 시작되고 미쿡식 죄와 벌로 흘러가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도 심어주고, 호머 찾기 여정도 참 희한하게 흘러가니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의미로 마지막까지 예측불가였다.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멜로니를 까먹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시술에 관해서도 뉴스나 인터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거리들이 날아오니 머릿속이 바쁘다. 닥터 라치도 호머도 시술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기본으로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보여주니, 이 문제를 처음 생각해본 옛시절로 타임슬립해 '나는 어땠던가' 자문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도 삶을 귀하게 여긴다고, 정말 이해하려고 했었는지. 두터운 책 두께만큼 대단한 이야기였으니 존 어빙 만세다. 그나저나 책을 다 보고 영화 정보를 찾으니, 샤를리즈 테론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볼 마음이 뚝 떨어짐. 뭐여 멜로니 왜 안 나오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