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의 인연을 향한 불타는 열정들
2025-09-10 06:58:17
피렌체 서점 이야기 같은 분위기려나 했는데, 소개된 인사들의 개성이 뚜렷해서 의외의 재미가 넘쳤다. 인물들도 그렇지만 이름도 처음 듣는 별쇄 기술에 순간 홀랑 넘어감. 지금이야 전자책 하나 사고 포토샵 깔면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이런저런 꾸미기를 해볼 수 있지만, 책이 전혀 싸지 않은 시대에 내 책 꾸미기를 하려고 책들과 판화를 구매해 붙인다는 건 집중력과 금전을 동시에 빨아먹는 궁극의 오덕 활동이 아닌가. 책 대여업으로 떼돈 벌어 홀에서 파티 열고 작가들과 출판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건 다른 의미로 놀랍고...책을 빌리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고, 해외에서도 신청해서 배편으로 책 상자를 받아보다니. 극장보다 도서관이 인기였다는 거 실화인가요. 책을 읽겠다고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게 미라클이다. 이해가 가기도 하고 전혀 안 가기도 하는 여러 열정인들 목록에 실속왕 프랭클린이 있다는 게 슬쩍 웃기면서도, 읽으니 웃음이 싹 가신다 이런 □●...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책이 없어지는 날은 없겠구나 읽으면서 거듭 생각하게 됨. 종이책 고집하던 하모니의 미레이처럼 독자가 종이책을 원하는 경우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드는 쪽이 '물질화된 책', '싸지도 않고 기술도 불편하지만 내가 원하는 정신을 구현한 책'을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처음 생각해본다. 활동했던 시대도, 책으로 전하려고 하는 목적도 전부 다른데다 몇몇은 주변에 있으면 거리를 많이 두고 싶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언급된 이들의 열정만은 놀라움으로 기억하고 싶다. 괜히 서점 가서 책 하나 건져와 팔랑팔랑 넘기고 싶은 유혹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