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과 분노로 가슴 두근거리는 심해 탐사 이야기
2025-09-13 07:16:01
'심해'라는 뽀대나는 단어에 해저 2만리 감성 느끼려고 펼쳤는데, 모든 내용이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랍다. 당장 오프닝에서 2021년 기준 화성 탐사용 로버가 3대인데 심해 잠수정은 1대라고 하는 언급부터 엥? 소리가 나는데, 다시 생각하니 심해 화산이나 발광 생물들로는 적을 죽일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인가...이어지는 심해 연구의 역사나 중간중간 화보에 든 신비한 외견의 생물들은 꽤 상쾌한 놀라움을 주었으나, 이미 상당히 진행된 심해 오염과 임박한 위기들 부분에선 욕이 절로 터지는 충격이 있다. 해양 연구비는 대기 싫으나 해구에 플루토늄은 폐기해도 된다는 뻔뻔함이나, 아무리 동네 사람들이 현장답사 올 방법이 없다지만 과학 상식이란 게 존재하는 시대에 거긴 생물 읎어서 막 파고 더럽혀도 오케이라고 되도 않는 드립치는 채굴 업체를 보면 '역시 인간이란 이런 존재라서 조만간 쪄죽을 운명을 맞이하는구나'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음. 난파선을 둘러싼 추잡한 흐름은 덤...
중간중간 심해생물의 못생김(...)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 의견으론 못생기기는 커녕 고대라면 신이나 신수라고 여겨졌을 여지가 충분한 외관이다. 짤막한 화보 페이지에 실린 게 이만큼이니 직접 심해에서 생물들을 만나면 확실히 인생관 많이 바뀔 듯. 그러나 75만 달러라는 대단한 심해 관광비가 있다한들 그 깊이까지 갈 용기는 없으니, 정보를 전해주는 이런 책이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방구석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백 배는 아름답고 신비할 세계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벌써 인간이 투척한 쓰레기가 넘쳐가는 심해의 상황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지금의 불충분한 심해 탐사 기술을 가지고도 심해 생태계를 초토화시켜 돈 벌려는 회사가 있는 마당에, 더 좋은 잠수정들이 나오면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인 이 곳은 어떻게 될까. 본문 곳곳에 정확히 알아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문제를 모르면 해결책이 없다고 언급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문제가 뭔지 몰라 지구를 열사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하아...그래도 저자와 베스코보(외모가 '난 탐험가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직 이 시대에 있을 줄 몰랐음), 트라이턴 서브마린스의 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다보니 아름다운 심해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싶어진다.
"과거의 우리는 몰랐어요.
50년 전만 해도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잖아요.
이제는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고,
지식이라는 막강한 힘도 갖추고 있죠.
저는 아이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21세기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렴.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어땠겠니?
해결책을 모른다면 어땠겠니?
그러나 이제는 둘 다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