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군불 때주는 귀염둥이들의 모험
2025-09-15 07:31:19
한참 방치해두다가, 대대적으로 책꽂이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읽었다. 간만에 귀여운 동심의 세계에서 웃음도 나고, 슬쩍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즐거웠다. 역시 오래 사랑받는 작품엔 이유가 있어...
대부분의 모험 아동 문학이 그렇지만 도입부는 어른 시점에선 완전 악몽이다. 길냥이를 마음대로 줏어오질 않나, 9세 어린이가 무려 잭나이프를 챙겨서 가출하지 않나(어릴 때는 자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집에 위험한 물건 있으면 어른이 아무리 숨겨도 애들은 귀신같이 알드라...), 출처 불명의 물품들을 한가득 안고 돌아오질 않나...모험에 챙겨간 물건 목록들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험난한 여정에서 모든 물건들이 엄청나게 쓸모가 있었으니 엘머의 선견지명에 탄복. 용과 가족들의 수난이 어른에게도 현실 세계의 아픔을 상기시켜서 놀라기도 했다. 편견에서 자유롭기는 참으로 어려우나, 이 이야기가 수많은 아이들에게 마음을 여는 첫 걸음을 떼게 해주지 않았을까 짐작. 게다가 2권 엔딩에서 설마했지만, 3권의 마무리가 정말 이렇게 될 줄이야. 상황에 맞게 옳은 결정 내린 엘머의 태도가 황당할 정도로 쿨해서 그렇지, 감성적인 문단들 추가되었으면 눈물 좀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방향이 아니어서 이 책이 좋은 책인 것일지도 모르지.
그림이 부드럽고 귀여운데다 두 어린이(?)의 쿵짝을 보며 마음이 편안했다. 늦게나마 읽어 다행이고, 어찌보면 정들자 바로 이별(?)이지만 그래도 책의 엔딩처럼 쿨하게 헤어질 시간. 안녕 엘머, 안녕 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