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보는 암과 삶
2025-09-19 07:35:20
저자분의 인생 이야기, 암 연구 현황, 암과 인간의 진화, 한 발 물러나 보는 마음가짐까지 꽉 찬 엑기스들이 조용하면서도 강한 문장들을 통해 전해져온다. 바로 확 날아오는 싸다구가 아니라, 읽으면서 그 문단 끝날 때까지 주우욱 차오르는 놀라움이 책 곳곳에 포진 중. 울고 싶어지다가, 잠시 멈추고 문장을 다시 읽어보다가, 태아와 암의 공통점 파트에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가, 막판에는 참회의 시간을 경험한다. 암에 걸린 게 불운이 아니고 암에 안 걸린 것이 행운이라는 걸 의학적인 해설로 들을 때는 머릿속에 천둥이 꽈광. 일단 매일 생성되는 세포 수가 너무 많고, DNA 복제 오류의 원인도 넘쳐나니 암에 걸릴 확률이 10분의 9가 아니라 3분의 1이라는 게 인체의 신비다. 암이 아니고 어떤 사인이라도, 정확한 정보 획득이 곧 해탈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죽음은 사람들의 바람과 무관하다"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연과 필연에 관한 문장들에 감정이 조금씩 고조되다 "서사를 걷어내면 나는 그저 주어지는 시간을 살다가 가는 존재일 뿐이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자연의 일부인 나는 내 생각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에서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감정이 가슴을 꽉 채운다. 이런 사고방식이 낯선 건 아니지만,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한편 그만큼 서러워서...저자분과 환자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생각하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구멍이 난 것처럼 가슴 언저리가 허전하다.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앞을 봐야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지금도 또렷하게 그려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저자분 본인도 아직 슬프고 화가 난다고, 모르는 것이 많다고 언급하시니 너무 움츠러들지 말고 어떻게든 생각이란 걸 해야겠지. 하나라도 더 읽고, 비울 것들은 비워내다보면 가닥이 잡힐 날이 올까...
"부족한 것은 나의 이해였지
세상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