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 중간중간 고뇌를 주는 버리기 가이드
2025-09-21 07:41:10
멘붕을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책장 정리를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감정소모가 더 크고 한때 신봉했던 콘마리 메소드도 이번에는 적용이 잘 안 됨. 아무래도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싶어, 뭔지는 몰라도 100개나 버린다는 책을 집었다. 책을 정리하는 데 책을 본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하지만 이게 나라는 인간의 속성이니 지금 와서 어쩌겠나...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지만, 사회적 을은 하고 싶어도 적용 불가인 항목들도 있다. 왜 메일 답장 늦냐고 거래처에서 펄펄 뛰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잡무는 오전에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용기를 분명 누군가는 가지고 있겠으나 저는 그런 거 없고요. 그리고 텔로미어 설명은 분명 어느 정도 맞는 말인데도, 이 부분만 떼놓으면 신비주의 책에 실어도 될 것 같은 건 왜인가. 여러모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간절하게 도움을 찾으려다보니 평소같으면 고개 끄덕이고 넘어갈 부분에 토를 달게 되는 듯.
책장에도 신진대사가 필요하다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라는 말들 너무나 믿고 싶다. 어디 만화 표현처럼 혼이 입에서 빠질 것 같은 이 감정이, 책장 대정리가 끝나면 기쁨으로 바뀔 거라고 믿지 않으면 조만간 앓아 누울 것 같으니까...멋진 신간을 들이려 빈 자리를 만든다는 발상이 마음을 바로 가라앉혀주지는 않으나, 조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작은 위로가 된다. 그리고 "누구나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데 서점서 가져온 책만 영원할 리도 없는 노릇...그리고 70번 항목의 말처럼, 최선은 다해야 하지만 잘 안 되어도 지구가 망할 것도 아니다. 의욕이 없으면 한 발 물러나라는 조언도 있으니, 심호흡 좀 하고 또 시작하자. 한 권 읽었다고 성격 어디 가지는 않지만, 며칠이라도 약발 들을 동안은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