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투하는 분들 덕에 품게 되는 어둠 속 희망
2025-10-06 08:00:41
보전생물학 분야가 따로 있다는 것도, 한반도에 표범도 살았다는 것도 처음 알아 부끄러움과 놀라움이 밀려온다. 아쉬운 어조의 호랑이 이야기는 그나마 들을 일이 있으나 표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나의 무지 탓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선호도와도 관련이 있는가 싶어 씁쓸. 어쨌든 호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위기, 드라마틱한 저자분의 경력, '자연보호해야지~'라는 막연한 마음이 아니라 당장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현실적인 딜의 중요성 등을 지루할 틈 없이 잘 보았다. 일반인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긴 해도, 적어도 서울에서 산양 마주쳤을 때 호들갑 떨지 않고 그들의 자리를 존중하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니 읽어서 정말 다행...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다하면 안 될 일 없다는 말은 전혀 믿지 않지만, 주민들에게 거절당하거나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관 내 정치질에 시달리고, 현실적인 연구비와 생활비 걱정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도 현지 기본 편의시설이 없는 것도 감수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야생동물 본인들의 감사도 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이 정도로 노력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이런 분들의 분골쇄신을 생각하면 낯선 FSC 인증마크 확인하며 장 보는 정도가 별 일이겠는가. 산에서의 소음 문제를 보니 평소에도 하지 않는 등산이 역시 할 필요 없다는 믿음도 굳어진다. 역시 연휴엔 실내에서 책이랑 뜨끈한 차 한 대접이 최고여. 호랑이와 표범이 돌아오는 날을 상상해보며, 얼른 다음 책으로 고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