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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시절, 얽히고 꼬인 출판의 매듭
2025-10-10 07:38:32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읽기 전에는 식민지 검열에 걸린 유명한 책들의 소개려나 했는데, 이야기는 점점 복잡하게 돌아가고 뒤로 갈수록 세상의 구조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하며 울적해진다. 순수한 선의만으로는 출판을 할 돈이 나오지 않으니, 선전을 해야하고 물주를 찾아야 하지만 그 과정이 출판물 자체의 목적과 어긋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식민지인 입장에서 보면 이게 선의가 맞는가 싶은 의도로 출발했더라도, 거둔 결과가 괞찮으면 좋은 게 다 좋은 건가. 노동자들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전집을 낸다는 사회주의 출판사들끼리 우리 전집이 더 낫네 선전 경쟁한다는 건 어디 블랙 유머인가. 읽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한데, 손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책들이 제국주의 문학이면 읽는 걸 포기해야 했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은 늘어나 착잡함만 더한다.
이름만 언뜻 들었던 노구치 미노루가 애초에 조선 사람이었고, 간략한 행적만 봐도 춘원의 행적보다 강도가 더한데도 악명이 남는 게 아니라 마치 없었던 사람마냥 이름 들을 일이 없다는 것에서도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혀 모르겠음. 그리고 지나가는 부분이긴 해도, 1939년 처음 조선을 방문한 일본 사람도 경악할 정도로 조선 내 군국주의적 분위기가 살벌했다는 게 거의 백 년 뒤에 읽어도 너무 슬프다.
읽어서 마음이 후련한 책은 아니었지만, 널리 알려져야 하는 일들은 원래 다 그런 것이겠지. 아는 사람 맘 편하라고 존재하는 사실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