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타인의 위기를 함께 하는 분들께 감사를
2025-10-27 07:54:32
짧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때리는 기록이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을 매일 접하면서, 아무리 상황이 잔인하거나 불결해도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는 마음을 조야한 독후감에 다 정리하는 것은 무리. 가족들의 절규, 끔찍한 크리스마스는 읽기만 해도 탄식이 나오지만, 아슬아슬하게 구한 사람들, 마음 부자들이 사는 동네, 해로의 의미를 알려주는 노부부처럼 두 손 모아 감사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게다가 길고 고통스런 과정은 있었지만, 거의 180도 다른 방향으로의 전직과 이민에 모두 성공하셨다는 점도 엄청나고...도시락의 온기에 눈물 짓는 기억이나,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부분에선 속이 찌릿찌릿하다. 나 자신이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보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나뿐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대목에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아픈 일이라도 세상에는 참으로 보잘것 없는 일들, 부정적인 감정들을 주변에 나눠도 되는 것일까.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이런 거라고 깨달을 수 있을까.
사람을 구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의 글을 읽으면, 다들 선한 분들이기 때문인지 구하지 못한 경우를 괴로워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구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기 보다, 대부분이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분들의 활약이 있어 삶을 연장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는 걸 기뻐해주셨으면 하지만...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계속 보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 얄팍한 말이려나. 어쨌든, 바쁜 구조 작업 와중에 글로 이런 마음들을 나눠주신 저자분께 감사한다. 그릇이 작다보니 상황 급해지면 이런 고마움을 홀랑 잊을 때도 있지만, 이런 책들이 있어 반성하고 기억할 수 있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지...
"누군가 말하길 지금 있는 이곳 말고 다른 곳에 있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했다. 비록 그 행복이라는 녀석이 매번 다른 표정, 다른 모습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탓에, 항상 눈을 부릅뜨고 끊임 없이 행복을 찾지 않으면 그게 자신에게 찾아온 줄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지금 있는 이곳 말고는 다른 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행복한 셈이겠지. 더군다나 다른 곳을 기웃거릴 틈조차 없을 만큼 바쁘니까, 이제 쓸데 없는 잡념은 끝내고, 나는 오늘도 나만의 숲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나무를 베고,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낼 것이다."